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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 덕유산 향적봉, 덕유산 상고대, 백암봉, 동엽령

Jobs9 2022. 5. 15.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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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덕유산 향적봉

국립공원 통계에 따르면 전국 22개 국립공원은 가을철(9~11월) 탐방객이 31.7%로 사계절 중 가장 많았다. 반면 겨울이 더 인기인 산도 있었다. 덕유산이 대표적이다. 겨울 풍광이 빼어난 데다 곤돌라 덕에 정상부까지 편하게 갈 수 있어서다. 그러나 정상석 기념사진만 찍었다고 덕유산을 다 본 건 아니다. 향적봉부터 중봉까지 이어지는 덕유평전을 놓치면 안 된다. 무엇보다 향적봉을 지나야 인적이 뜸해져 호젓한 겨울 산을 만끽할 수 있다. 

덕유산 겨울 산행은 코스를 어떻게 짜느냐가 중요하다. 곤돌라를 왕복으로 타고 향적봉만 훌쩍 다녀와도 좋지만, 이건 산행이 아니다. 아무리 추워도 후끈 달아오른 몸으로 한 발 한 발 눈길을 걷고, 청량한 공기를 가슴 깊이 들이키는 겨울 등산의 맛을 느끼려면 몸을 부려야 한다. 향적봉~중봉~동엽령 코스를 선택한 이유다.

20일 오전 9시 무주리조트 스키장 개시 시간에 맞춰 곤돌라를 탔다. 평일 이른 아침이어서인지 대기자가 한 명도 없었다. 15분 만에 설천봉(1525m)에 닿았다. 곤돌라에서 내리자마자 아이젠을 착용했다. 설천봉에서 정상인 향적봉(1614m)까지는 600m 거리지만, 쉽사리 덤벼선 안 된다. 길이 미끄러운데다, 산 아래보다 훨씬 춥다. 방한 준비는 기본이고, 설천봉 매점에서 곤돌라 아이젠을 유상 대여해주니 빌려서라도 차는 게 좋다.

 
 

향적봉 오르는 길에 눈부신 상고대가 장관이었다면, 정상부에서 파노라마로 펼쳐진 풍광은 막힘이 없어 시원했다. 동쪽으로 가야산 상왕봉, 남쪽으로 지리산 천왕봉이 눈에 들어왔다. 시간이 흐를수록 정상부에 사람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자리를 떴다. 향적봉 대피소에서 파는 커피를 마시고 잠시 숨을 골랐다.

향적봉에서 중봉으로 이어지는 길에는 멋진 나무가 많았다. 덕유산 국립공원 깃대종인 구상나무, 살아서 천 년 죽어서 천 년을 산다는 주목이 곳곳에서 늠름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20분 만에 중봉에 닿았다. 큰 나무는 없고 사방으로 탁 트인 은빛 덕유평전의 모습이 기막혔다. 덕유산국립공원 박진 자연환경해설사는 “해발 1500m 아고산(亞高山) 지대인 이곳은 봄엔 진달래와 철쭉, 여름엔 원추리와 비비추가 만개한다”고 설명했다. 하얀 눈꽃으로 덮인 겨울 풍광도 봄·여름에 뒤지지 않았다. 중봉에서 다시 20분을 걸어 백암봉에 닿았다. 쉼터에서 컵라면을 먹었다. 산해진미가 부럽지 않았다.

 

백암봉에서 40분을 걸으니 동엽령(1270m)이 나왔다. 동쪽으로 내려가면 경남 거창군 북상면, 서쪽으로 내려가면 전북 무주군 안성면이다. 안성면 쪽으로 내려가는 서쪽 사면에 눈이 더 많아서 겨울 산행 코스로 제격이다. 해발 고도가 낮아질수록 하얗던 세상이 갈색으로 바뀌었다. 점차 키 큰 나무들이 나타났고, 새 소리와 물소리도 들려왔다. 하산 길이 따분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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