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라토리엄(Moratorium)은 지불유예로서, 한 국가의 외환이 바닥나고 신용도 붕괴되어 차입을 통한 채무이행도 할 수 없게 됐을 때 법령으로 일정기간 동안 금전의 대차수수를 연기하는 조치를 말한다. 라틴어로 `Morari'는 `지체하다'를 뜻하는데 모라토리엄의 어원은 여기서 찾을 수 있다.
한 국가의 신용이 붕괴되면 사람들은 은행으로부터 예금을 서둘러 인출하고 기업들은 연쇄도산하는 등 수습불가의 경제적인 파탄이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가가 일시적으로나마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채무의 지불이행을 유예하는 모라토리엄을 선언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선언한 국가는 신용을 통한 경제행위를 사실상 할 수 없게 된다.
반면, 디폴트(Default)는 지불불능으로서, 채무원리금을 상환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디폴트는 채권자가 빌려 준 돈을 계획된 스케즐에 따라 받을 수 없게 될 경우 다른 재산이라도 확보하기 위하여 선언하는 경우와 채무자가 채무변제 불능상태로 가는 것 등 두 가지의 경우가 있다. 채권은행이 한 국가에 대해 디폴트를 선언하게 되면 채권은행은 본래 채무의 상환기간 이전이라도 원리금을 강제로 회수할 수 있다.
한편, 한 융자계약에서 디폴트선언을 당하면 다른 융자에 대해서도 채권자가 일방적으로 디폴트선언을 할 수 있는데 이것을 크로스디폴트(Cross Default)라고 한다. 그리고 공·사채나 은행융자 등에 대해서 디폴트가 발생하는 위험을 디폴트리스크(Default Risk)라고 하며, 특히 국가와 관련된 디폴트리스크를 컨트리리스크(Country Risk)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경제구조상 디폴트를 선언할 수 있는 국가와 그럴 수 없는 국가로 구분되고 있는데, 러시아나 아르헨티나 등의 경우 두 나라 모두 기본적으로 땅이 넓고 자원이 많은 국가라는 점에서 디폴트를 선언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두 나라는 채무를 불이행해도 내수 중심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는 구조였다는 것인데, 이는 한마디로 가진 게 있어야 디폴트 선언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한국은 지난 1997년 말 아시아발 외환위기로 인해 국가부도사태에 직면해 IMF로부터 195억달러의 긴급자금을 수혈받은 바 있는데, 이후 고환율에 따른 수출호조로 외환위기를 조기에 극복했다. 당시 우리나라가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부존자원이 부족하고 대외경제 의존도가 심한 경제구조상 다른 나라와 거래가 끊어지면 안됐기 때문에 이뤄진 필연적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모라토리엄과 디폴트의 공통점은 돈을 갚아야 되는데 갚지 못한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고, 차이점은 전자의 경우 부채 갚을 시기에 부채가 많아서 일시적으로 상환을 연기하는 것으로서 돈을 갚을 의사는 있는 것인 반면, 후자는 상환할 의사조차 없는 국가파산을 말하는 것이다. 결국, 모라토리엄이 악화되면 디폴트국면에 진입할 수 있는 것이다.
1) 모라토리엄
모라토리엄의 대표적 사례는 1차 세계대전의 패전국인 독일의 사례이다. 당시 독일은 패전과 함께 1,320억 마르크라는 천문학적인 전쟁배상금을 짊어지면서 나라경제가 파산위기로 몰렸다.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독일은 배상금을 매년 분할지급하기로 하고 외국에서 단기차입금을 빌려 이를 충당했다. 그러나 이 같은 단기차입금의 금리가 높아지고, 차입금 유출도 심해지면서 독일은행들이 줄도산 사태를 맞게 된다. 패전 이후 나치스의 등장으로 당시 위기상황을 대처해 나가야 할 정치권도 혼란스러웠다. 이후 마르크시세의 폭락, 초인플레이션(hyperinflation) 등 화폐금융제도의 대혼란 등 비상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결국, 독일정부는 1933년 트랜스퍼 모라토리엄을 발동해 경제를 겨우 진정시켰지만 국제금융시장에는 다양한 문제를 남기게 된다.
한편, 1931년 세계공황의 심각화에 대처하기 위해 미국의 대통령 후버가 선언한 모라토리엄도 유명하다. 당시 미국은 유럽 각국이 보유한 미국에 대한 전시채권에 대해 1년의 지불유예를 했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경우 1997년 12월 아시아 통화위기로 수많은 기업이 도산하고, 환율이 치솟는 등 경제상황이 악화되자 3개월간의 지불유예 기간을 정한 바 있다. 이외에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국가로는 페루, 브라질, 멕시코, 아르헨티나, 미국, 러시아, 일본 등을 꼽을 수 있다.
2) 디폴트
디폴트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1979년 가을 미국의 상업은행이 이란에 대해 디폴트를 선언한 사례이다. 당시 미국은 자국 은행에 맡겨진 이란의 예금을 자국이 빌려준 돈과 상쇄시킴으로써 채권을 회수했다.
모라토리엄과 디폴트에 대한 개념정의는 어느 정도 공감대를 이루고 있으나 각각의 유형에 대한 접근된 이론은 낮은 수준이라는 점에서 정체성에 한계로 지적된다. 또한 모라토리엄에서 디폴트로 가는 구체적인 과정분석이 부재하여 일반적으로 두 개념이 유기적인 연계가 아닌 단절된 행태로 각각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점으로 조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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