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촌(江村)
淸江一曲抱村流 (청강일곡포촌류) 맑은 강 한 구비가 마을을 안고 흐르니
長夏江村事事幽 (장하강촌사사유) 긴 여름 강촌의 일마다 그윽하구나
自去自來堂上燕 (자거자래당상연) 절로 가고 절로 오는 건 집 위의 제비요
相親相近水中驅 (상친상근수중구) 서로 친하고 서로 가까운 건 물 가운데의 갈매기
老妻畵紙爲碁局 (노처화지위기국) 늙은 마누라는 종이에 장기판이나 그리고
稚子敲針作釣鉤 (치자고침작조구) 어린 아들은 바늘을 두드려 낚시를 만드는구나
多病所須唯藥物 (다병소수유약물) 병이 많아 바라는 바 약물(藥物) 뿐이니
微軀此外更何求 (미구차외갱하구) 보잘 것 없는 몸이 또 무엇을 구하겠는가?
712년-770년
지은이 : 두보
형식 : 칠언율시
연대 : 두보가 49세에 지음
성격 : 서정적, 한정적
표현 : 대조, 대구, 풍자, 상징법, 선경후정, 원근법 구성, 세태 풍자
구성 : 선경후정
맑은 강의 한 굽이 마을을 안아 흐르니
긴 여름 강촌의 일마다 그윽하도다.
(1-2행 긴 여름의 강촌 모습)
절로 가며 오는 것은 집 위의 제비요
서로 친하며 서로 가까운 것은 물 가운데의 갈매기로다.
(3-4행 사물 속의 정감)
늙은 아내는 종이를 그려 장기판을 만들거늘
어린 아들은 바늘을 두드려 고기 낚을 낚시를 만든다.
(5-6행 사람 사이의 정감)
많은 병에 얻고자 하는 것은 오직 약물이니
이 천한 몸이 이것 밖에 다시 무엇을 구하리오?
(7-8행 자족하는 생활 모습
제재 : 강촌
태도 : 안분지족
주제 : 긴 여름 강촌의 삶, 지족(知足)의 삶, 한가로운 자연에서 누리는 삶에 대한 만족감
강촌의 서경 중 사물의 그윽함을 나타내, 자연과 인간의 물아일체, 자연 친화의 정신을 드러내고 있다.
강촌의 풍경 중에 사람들의 정감을 노래하고 있다. 겉으로는 단란한 가정을 그리고 있지만 바둑의 흑백의 대결과 낚시의 굽고 바름의 대결로 서로 물고 헐뜯는 세태를 풍자하고 있다.
신병 속에 살아가는 자신의 기구한 처지를 읊은 부분이다.
이해와 감상
칠언 율시로, 49세 되던 해에 성도(成都)에서 지은 작품이다. 초당에 정착한 두보는 여러 사람들의 도움으로 살림 장만도 하고 한숨을 돌릴 수가 있었다. 두련, 함련, 경련에서는 여름날 강촌의 한가하고 정겨운 풍경이 그려져 있다. 맑은 강이 마을을 안아 흐르고, 제비와 갈매기가 날고, 아내는 종이에다 장기판을 그리며 아들은, 고기 잡을 낚시를 만들고 있다. 미련에서는 병을 다스릴 약만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는 여유를 보이고 있다. 적절한 대구(對句)가 작품의 묘미를 더해 주고 있으며 특히, 겉으로는 평화로워 보여도 속으로는 어지럽기만 한 인간사(人間事)를 갈파한 경련(頸聯)은 두보의 시재(詩才)가 돋보이는 부분이고, 전반적으로 한폭의 그림을 보는 듯하다.
두보의 시풍
두보의 시는 이백과 많은 점에서 대조를 보이고 있는 시인이다. 그를 시성이라고 부르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이백의 시는 그의 천재성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두보는 그의 성실성에 자리 잡은 시 창작의 태도에 있어서 시성이라고 일컬음을 받는다. 두보의 시는 현재 1450여 편이 전하고 있는데 내용면에서는 평민적이고, 인간적이라는 말로 평할 수 있고, 표현면에서는 사실적이라는 말로 대표할 수 있으며, 그의 시에는 당시 고통 받는 민중들의 아픔을 많이 담고 있다. 주로 나라의 운명과 백성의 고통을 항상 자신의 고통으로 여긴 인도주의자이며, 이른바 휴머니스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또한 현실을 고발하는 참여주의적인 입장에서 글을 썼고, 이런 시풍이 오늘날에 그를 더 높이 평가하게 하고 있다. 이런 사상적 바탕이 된 그의 시는 인간적 고뇌가 많이 담긴 시를 남겼고, 이런 시를 창작하기 위해서 그는 끊임없이 시어 하나 하나를 갈고 다듬는 노력을 기울였다. 바로 이런 점이 두보의 시를 높이 평가하게 만든 원인이 되게 하는 또 하나의 원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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