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선언과 미국의 탄생
독립을 둘러싼 찬반 논쟁
한편 제2차 대륙회의는 대륙군을 창설하고 보스턴까지 점령했지만 아직까지 전쟁의 목적을 명확히 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직까지 상당수의 사람들이 영국과 적대 관계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독립을 선포하는 것까지 하는 것을 망설였기 때문이었다. 특히 독립 반대파들은 자신들이 정식으로 독립을 선포할 경우 이제까지는 국지전 성격이었던 영국과의 전쟁이 전면전으로 확대되기 때문에 막강한 영국의 군사력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고 설사 영국군을 이겨낸다고 하더라도 인접한 지역에 식민지를 보유한 프랑스나 스페인의 2차 공격을 허용하여 결국에는 멸망할 거라고 주장하였다. 더욱이 식민지인 스스로도 여전히 영국을 자신의 모국으로 생각하고 실질적으로도 경제ㆍ사회ㆍ문화적으로 영국과 밀접한 관계에 있었기 때문에 독립에 대한 무의식적인 거부감도 가지고 있었다.
이 때 등장한 인물이 토마스 페인이었다. 그는 본래 코르셋 제작공 출신이었는데 AD 1776년 1월 '상식(Common Sense)'이라는 제목의 47쪽짜리 간행물을 펴내며 자신의 주장을 식민지 전체에 피력했다. '상식'에는 어렵게만 여겨지던 사회와 정부간의 관계, 왕권의 부당함, 13개 식민지의 현재 상황과 현안이 일반 대중도 읽을 수 있는 일상용어로 정리하였는데 무엇보다도 성경에서 빌어온 비유와 직접적 어법으로 정리하여 일반 대중도 읽기 쉽게 만들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었다. '상식'은 발간 3개월 만에 15만부가 팔리며 큰 인기를 얻었고 여론을 단순한 식민지의 권리 쟁취 수준에서 독립 쪽으로 급격히 돌려놓았다. 이에 급진파의 총수였던 존 애덤스는 "상식의 저자가 없었다면 워싱턴의 칼도 허사가 되었을 것이다(Without the pen of the author of Common Sense, the sword of Washington would have been raised in vain)"라며 극찬하기도 하였다.
독립선언서 선포와 미국의 탄생
이러한 여론의 지지 속에서 제2차 대륙회의도 AD 1776년 1월 처음으로 독립 문제를 공개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했고 같은 해 6월에는 토머스 제퍼슨에게 독립선언서 작성을 위한 초안을 의뢰하였다. 토머스 제퍼슨은 자신들의 독립에 대해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서 영국의 계몽주의 철학자인 존 로크가 주장한 사회계약설을 독립선언서의 사상적 기초로 삼았다. 존 로크는 인간은 자연 상태에서 신으로부터 부여받은 권리인 재산권의 안전 보장을 위해서 사회 계약을 통해 국가가 발생했다고 주장했고 이에 따라 국가가 개인의 재산권을 지켜줘야 하는 것이 최소한의 의무라고 주장했다.
자연권 사상은 AD 1776년 6월 12일 버지니아 식민지 의회에서 채택한 '버지니아 권리장전(Virginia Bill of Rights)'에 이미 반영된 바 있었다. 버지니아 권리장전은 조지 메이슨이 기초한 것으로 생명과 자유 추구권, 재산 소유권, 행복과 안전 추구권 등을 자연권으로 정의하였기 때문에 존 로크의 사상과 그 궤를 같이 했다. 그리고 존 로크의 사상에 심취한 토머스 제퍼슨도 인간이 신으로부터 부여받은 기본적인 권리인 자연권을 지니고 있으나 북아메리카 대륙 식민지인들이 영국왕 조지 3세로부터 자연권을 침해당했기 때문에 이제 자신들의 자연권을 지키기 위하여 영국의 북아메리카 대륙의 각 식민지의 자유롭게 독립된 '주(state)'이며 그럴 권리가 있음을 독립선언서에 천명했다.
이후 독립선언서는 토머스 제퍼슨의 초안에 존 애덤스와 벤자민 프랭클린이 약간의 수정을 가한 위원회 안으로 제출되었다. 여기에 토머스 제퍼슨이 자연권 사상에 따라 노예 무역에 대해 격렬하게 공격한 부분 만 삭제한 최종안이 제2차 대륙회의에 제출되었다. 대농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노예가 필수적이었던 버지니아 식민지의 대표들이 반대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AD 1776년 7월 2일 개최된 제2차 대륙회의에서 그동안 적극적으로 독립을 주장했던 버지니아 식민지의 리처드 헨리 리가 제출한 '독립 선언 결의안(Resolution for Independence)'이 뉴욕 주의 기권 속에서 나머지 12개 주의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이제 오늘날 미국 독립기념일인 AD 1776년 7월 4일에 정식으로 독립을 선포하면서 마침내 북아메리카 대륙의 13개 주의 연합체인 '미합중국(USA; United States of America)', 즉 '미국(美國)'이 탄생하였다. 그리고 나중에 뉴욕 주도 참여하고 제2차 대륙회의를 구성한 각 주의 대표자 56명이 모두 서명하면서 미국 독립선언서가 완전한 효력을 갖추게 된다. 미국 독립선언서는 영국의 명예혁명으로 채택된 AD 1689년의 '권리장전(Bill of Rights)'과 훗날의 프랑스 대혁명으로 채택되는 AD 1789년의 '인간과 시민의 권리 선언(프랑스어 Déclaration des droits de l'Homme et du citoyen)'과 함께 대표적인 인권 선언으로 손꼽히게 된다. 그리고 미국이 독립을 선언하면서 이제 전쟁은 단순히 식민지와 본국 간의 대결이 아닌 미국의 독립을 위한 것으로 그 성격이 완전히 변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