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량발호, 跳梁跋扈
跳 뛸 도
梁 들보 량
跋 밟을 발
扈 뒤따를 호
'권력이나 세력을 제멋대로 부리며 함부로 날뛰는 행동이 만연하다'는 뜻으로, 도량(跳梁)과 발호(跋扈)를 합쳐서 만든 사자성어이다.
도량(跳梁)은 『장자』 <내편 소요유>에 나오는 단어로, 다음 문장 "東西跳梁 不避高下 中於機辟 死於罔罟 (살쾡이는 높고 낮음을 가리지 않고 이리저리 날뛰다가, 덫에 걸리거나 그물에 잡혀 죽고 만다.)에서 유래했다. 여기서 도(跳)는 뛴다는 뜻이고, 량(梁)은 들보를 뜻하니, 도량(跳梁)은 들보 사이를 뛰어다니는 살쾡이처럼 주제도 모르고 '함부로 날뛰는 행동'을 의미한다.
발호(跋扈)는 『후한서』 <양통열전>에 나오는 단어로, 8살짜리 황제 질제가 간신 양기를 '발호장군(跋扈將軍)'이라고 언급하는 데서 유래했다. 여기서 발(跋)은 사납게 굴다라는 뜻이고, 호(扈)는 통발이라는 뜻이니, 발호(跋扈)는 통발에 갇힌 물고기가 사납게 날뛰는 것과 같이 '제멋대로 행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원래 이 두 단어 '도량'과 '발호'는 합쳐서 부르지는 않는데, 2024년 정태연 중앙대 교수(심리학과)의 추천을 통해 사자성어의 형태로 합쳐졌다.
‘제멋대로 권력을 부리며 함부로 날뛴다’는 뜻의 ‘도량발호’(跳梁跋扈)가 전국 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됐다. 교수들은 선정 사유로 “권력자는 국민의 삶을 위해 노력하고 봉사하는 데 권력을 바르게 써야 함에도 권력을 사적으로 남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수신문’은 9일 전국 대학교수 1086명을 대상으로 올 한해를 규정할 사자성어를 추천받은 결과 41.4%(450표)가 도량발호를 꼽았다고 밝혔다. ‘도량’은 ‘거리낌 없이 함부로 날뛰어 다님’이라는 뜻으로 ‘한서’, ‘장자’ 등에 쓰였고, ‘후한서’에 등장하는 ‘발호’는 권력을 남용해 전횡을 일삼는 장군을 비판할 때 쓰였다. 도량발호는 이 둘을 합친 말이다.
정태연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는 추천사에서 “권력자들이 2024년도에 보인 모습을 가장 잘 대변하는 사자성어로 많은 교수가 도량발호를 간택했다”며 “이 말은 권력을 가진 자가 높은 곳에서 제멋대로 행동하며 주변의 사람들을 함부로 짓밟고 자기 패거리를 이끌고 날뛰는 모습을 뜻하는 고어”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그 최악의 사례가 12월3일 심야에 대한민국을 느닷없이 강타한 비상계엄령”이라며 “국민의 이름으로 국민을 겁박하는 이런 무도한 발상과 야만적 행위가 아직도 21세기 대한민국에서 가능하다는 사실이 섬뜩하고 참담하다”고 꼬집었다. 설문에 참여한 한 50대 교수(공학)는 “대통령의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것인데, 자신과 가족의 안위에만 권력을 사용하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 분개한다”고 지적했고, 다른 50대 교수(정치학)는 비상계엄 선포를 들어 “국민의 일상과 안녕을 위협에 빠뜨리고 국가의 대외 신인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민주주의를 후퇴시켰다는 점이 도량발호의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교수신문은 19개의 사자성어 추천을 받아 예비심사단이 5개를 추리고, 이를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2일까지 온라인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올해의 사자성어를 선정했다. 교수들이 꼽은 다른 사자성어들도 권력의 사유화가 횡행하는 정치 현실을 지적하는 내용이었다. 2위로 꼽힌 사자성어는 ‘후안무치’(28.3%)로 ‘낯짝이 두꺼워 부끄러움이 없다’는 뜻이다. 3위(18.5%)는 ‘머리가 크고 유식한 척하는 쥐 한마리가 국가를 어지럽힌다’는 뜻의 ‘석서위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