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킬라효과(Tequila Effect)
1. 개념
데킬라효과(Tequila Effect)는 한 나라의 금융위기가 해당국가에만 국한되지 않고 인접국가에도 영향을 미치는 행태를 의미한다. 즉, 어느 한나라의 통화위기가 무차별적으로 다른 나라로 파급된다는 투자심리의 속성을 강조한 말로서, 애초에 통화위기가 발생한 나라와 여건이 비슷한 나라에서만 위기가 발생하고 전염된다는 사실이 밝혀져 전염효과라고도 한다. 한편, 여기서 데킬라란 멕시코의 전통술 이름으로 알코올 도수가 40도에 달할 정도로 독하다. 1994년 멕시코사태가 주변국가로 확산되어 통화위기가 닥치자 멕시코사태를 경험한 채권자들이 멕시코산 위스키인 데킬라를 빌어 표현한 것이다.
2. 사례
1) 멕시코사태
1994년에 유명 정치지도자의 암살을 비롯한 일련의 멕시코 정치사태는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을 초래하였다. 투자가들은 멕시코가 종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불안한 나라라고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멕시코에 소유하고 있던 자산의 일부를 회수하여 미국이나 다른 안전한 투자대상 지역으로 옮기기로 결정하였다. 이와 같이 한 나라에서 대량의 자금이 갑자기 빠져나가는 현상을 자본도피(capital flight)라고 한다.
전세계의 투자자들이 멕시코의 정치상황에 불안을 느껴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멕시코 자산을 매각하여 그 돈으로 미국자산을 매입하면 멕시코의 순자본유출이 증가하고, 대부자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여 이자율은 상승한다. 동시에 순자본유출의 증가로 외환시장에서 페소화의 공급이 증가하여 페소화의 가치는 하락하는 것이다.
즉, 사람들이 멕시코 자산을 처분하고 달러를 구입함에 따라 외환시장에서 페소의 공급이 큰 폭으로 증가하는 것이다. 페소의 공급이 증가함에 따라 페소의 실질환율은 절하된다. 이와 같이 멕시코에서 자본도피가 일어남에 따라 멕시코의 이자율이 상승하고 외환시장에서 페소의 가치는 하락한 것이다.
실제로, 1994년에 이런 상황이 벌어졌다. 1994년 11월부터 1995년 3월 사이에 멕시코 단기 국채 이자율이 14%에서 70%로 상승하였고, 페소의 가치는 1페소당 29센트에서 15센트로 떨어졌던 것이다. 자본도피로 인해 발생하는 이러한 환율변화는 거시경제 주요변수들에 영향을 미쳤고, 화폐가치가 절하되면 수출품은 더 싸지고 수입품은 더 비싸지므로 무역수지가 개선된다. 하지만 동시에 이자율의 상승으로 국내투자가 감소하여 자본축적과 경제성장이 위축되는 것이다.
자본도피는 자본이 빠져나가는 나라에 가장 큰 타격을 주지만 다른 나라에도 영향을 미쳤다. 일례로, 자본이 멕시코에서 빠져나가 미국으로 흘러들어가면 멕시코에 일어나는 일과 반대되는 현상이 미국에 나타난다. 즉, 멕시코의 순자본유출이 증가하면 미국의 순자본유출은 감소한다. 페소가 절하되고 멕시코의 이자율이 상승하면 달러는 절상되고 미국의 이자율은 하락한다. 그러나 미국경제는 멕시코경제에 비해 규모가 훨씬 크기 때문에 미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었다.
결국, 1994년 멕시코의 금융위기는 인접 중남미 국가인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으로 전염되어 데킬라효과의 대표적 사례가 된 것이다.
<참고> 멕시코사태에 따른 데킬라효과(중남미권)
2) 태국사태
태국은 지난 1960년대 초부터 적극적인 산업화정책을 추진해 온 이래 고도의 경제성장을 달성하였다. 태국은 방대한 국토, 풍부한 자원 및 노동력, 건실한 농업 생산기반, 동남아국가연합 및 중국 등 역내 국가와의 교역 확대, 외자유치를 통한 경제개발 추진 등으로 경제가 급속히 신장하여 아시아의 새로운 신흥공업국 중 하나로 성장하였다. 태국은 수출이 국내총생산(GDP)의 약 70%를 차지하는 수출지향의 중진개도국이다. 동남아시아에서는 인도네시아 다음으로 두 번째 경제규모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무역수지 적자가 확대되고, 과도한 외자가 유입되며, 태국경제의 대외신인도가 하락함에 따라 단기 해외자금이 급속히 유출되면서 1997년 외환위기가 발생하였다. 이에 따라 태국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로부터 172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차입하였으며, 변동환율제를 채택하고, 경제구조 개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에 따라 태국은 2007년에 4.8%의 경제성장률을 나타내었으나, 2008년에는 국제금융위기에 따른 세계경기 둔화 등으로 2.6% 성장에 그쳤다. 2009년 중에는 세계경제 침체여파의 지속으로 -2.3% 성장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결국, 1997년 태국 금융위기는 인접 동아시아국가인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한국 등으로 급속히 확산돼 우리나라도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참고> 태국사태에 따른 데킬라효과(동아시아권)
3. 평가
데킬라효과는 금융위기가 인접국가로 단기간에 전염된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는 점에서, 해당국가의 금융위기 발생 시 주변국가는 이에 대응해야 하는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일정부분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다만, 해당국가의 금융위기가 인접국가로 전염되는 구체적인 요인과 과정이 미미하게 설명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분석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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