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 Humanities/언어, 문자, 글쓰기 Writing

글 잘 쓰는 법, 담백한 글쓰기, 글은 마이너스다

Jobs9 2023. 10. 3.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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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쓴 글을 보면 얼굴이 화끈거린다. 화려한 수식의 문장을 읽다가 숨 넘어가겠다. 과잉이다.

모 작가가 한 듯한데, 명사로만 글을 쓰고 싶다고 했다. 군더더기 없는 사실로 된 글이다. 그렇다고 무미건조하진 않고 생명과 감동이 묻어 있는 담백한 글이리라.

담백한 글쓰기

담 (淡): 묽다

백 (白): 희다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글은 마이너스다.

글은 마이너스다. 문법에 맞고, 문장에 군더더기가 없는 게 좋은 글이다. 부사, 형용사, 명사... 빼도 말이 되면 어떤 거든 무조건 빼자. 더는 뺄 수 없을 때까지.  

 

'적·의를 보이는 것·들' 안 쓰기

'의(の)'는 일본식 표현이다. '의'와 '것'은 빼도 대부분 말이 된다. 사족이다.  

안 써도 상관없는데 굳이 쓴다면 그건 습관 때문이다. 

“문화적 현상, 지역적 문제, 우호적 관계”가 남발되지만 “문화 현상, 지역 문제, 우호 관계”로 써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오히려 더 깔끔해지고 분명해진다. 

'3명의 사람'은 '사람 3명'으로 '그는 사랑했던 것이다'는 '그는 사랑했다'로 쉽게 쓰자.

 

'하고 있다', '할 수 있다' 안 쓰기  

'하고 있다', '할 수 있다'를 '한다'로 바꿔보자. 문장이 훨씬 깔끔해진다.  

'지금 준비하고 있다'는 '지금 준비한다'로 쉽게 쓰자.

 

헛 따옴표 빼기  

따옴표는 크게 세 경우에 쓴다. 강조, 혼잣말, 인용 문장 속 인용 문장. 나머지는 모두 헛 따옴표다. 

1) 그는 '왕자병'에 걸렸다 (강조) 

2) '이렇게 해도 괜찮을까' 그는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혼잣말) 

3) "박 사장이 내게 와서 '당신을 죽여달라'라고 말했다" (인용 문장 속 인용 문장) 

 

'관한', '대한' 안 쓰기 

영어 '어바웃(About)'을 번역한 투다. 웬만하면 쓰지 말자.   

'건강에 대한 문제는 인류에 대한 문제와 직결된다' ⇒  '건강 문제는 인류 문제와 직결된다'

 

문장은 짧고, 굵게

길면 읽기 힘들다. 가장 좋은 글은 '리듬감'이 느껴지는 글이다. 그러려면 강약 조절을 잘해야 한다. 끊어 쓰기는 강약 조절의 기초다.   

'지구에 있는 모든 동식물들이 사라지고, 황폐한 공기만 부유하면서 사람들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 '지구에서 모든 동식물이 사라졌다. 황폐한 공기만 부유했다. 사람들은 미소를 잃었다' 

 

형용사, 부사 안 쓰기  

정말 필요한 때 아니면, 형용사·부사는 쓰지 말자. 사족이다.   

'너는 너무 예뻐' ⇒  '너는 예뻐'

'빨갛게 타오른 노을이 진다' ⇒  '노을이 진다'

 

피동형 안 쓰기  

피동은 당하고, 능동은 하는 것이다. 이왕이면 능동형을 쓰자. 문장이 깔끔해진다.  

'여자 친구 고백에 내 기분은 착잡해졌다' ⇒  '여자 친구 고백에 내 기분은 착잡했다'

 

접속사 안 쓰기  

접속사는 문단과 문단, 문장과 문장 이음이 어색할 때 쓰인다. 접속사가 많은 건, 논리가 부족한 글이다. 부가 설명을 넣거나, 문장 위치를 바꿔야 한다.   

'달이 떴다. 그러나 기분이 좋았다' ⇒  '달이 떴다. 사람들은 슬퍼했다. 머릿속에 아내와 함께 봤던 달그림자가 떠올랐다. 기분이 좋았다.' 

 

‘있다’ 안 쓰기

‘있다’는 동사이기도 하고 형용사이기도 하다. 그런데 ‘눈으로 덮여 있는 마을’은 ‘눈으로 덮인 마을’과 같은 뜻인데도 ‘있는’을 습관적으로 붙였다. 문미에 배치할 때가 많은 ‘있다’도 마찬가지이다. ‘길 끝으로 작은 숲이 이어지고 있었다’ 보다 ‘길 끝으로 작은 숲이 이어졌다’고 하면 같은 뜻이면서도 더 간결해진다. 

‘~관계에 있다’, ’에(게) 있어 ‘, ’~하는 데 있어 ‘, ’~함에 있어 ‘, ’~있음(함)에 틀림없다 ‘ 등이 대개 습관이나 사족처럼 붙이는 대표 용어들이다. 굳이 있다고 쓰지 않아도 어차피 있다. 

‘될 수 있는’과 ‘할 수 있는’도 마찬가지로 습관적 표현이다. 생략하면 대부분 더 간결해진다. ‘안전하게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을 찾기 위해’는 ‘안전하게 도와줄 사람을 찾기 위해’로 하면 되고, ‘먹을 수 있는 것이 없어 배고파하는 사람들’ 보다는 ‘먹을 것이 없어 배고파하는 사람들’이 더 낫다. 

특히 ‘될 수 있다’와 ‘할 수 있다’는 가능성과 능력을 나타낼 때 쓰는데, 가능성이 없는데도 쓰게 되면 어색해진다. 가령 ‘잘할 수 있다’는 괜찮지만, ‘못할 수 있다’는 ‘못할지도 모른다’로 고치는 게 더 자연스럽다. ‘못할 수’는 부정의 가능성인데 이를 긍정의 가능성인 ‘있다’와 결합시키는 것은 아무래도 모순이다.  

 

지적인 표현 안 쓰기

'~에 대한(대해), ~들 중 하나, ~에 의해, ~으로 인한’ 등의 표현은 주로 지적으로 보이는 문장들에 많이 등장한다. 논문이나 비평문, 칼럼 등이 대표적이다. 특정 대상이나 원인, 인과관계 등을 다룰 때 많이 쓰기 때문이다. 특히 ‘~에 대한’은 ‘~에 대한 연구’ 식으로 논문제목에서 아주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실은 ”지적인 문장이 아니라 지적으로 보이는 문장“이다.

'종말에 대한 동경이 구원에 대한 희망을 능가했다'는 '종말을 향한 동경이 구원을 바라는 희망을 능가했다'로 고치면 의미가 더 명확해진다. 즉, ‘대해(서)’나 ‘대한’은 ‘맞선’, ‘향한’, ‘다룬’, ‘위한’ 등으로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다. 

아무 생각 없이 습관적으로 쓰이는 표현이 ‘~들 중 한 사람’ 혹은 ‘~들 중 하나’, ‘~들 가운데 하나’이다. “우리가 상부에 제안한 것들 가운데 많은 것들이 회의 안건으로 채택되었다”는 “우리가 상부에 제안한 많은 것들이 회의 안건으로 채택되었다”로 고치면 덜 어색해진다. 

사례 혹은 케이스(case)의 의미로 쓰이는 ‘경우’도 꽤나 습관적이다. ‘나 같은 경우에는’, ‘중국 같은 경우는’, ‘그 같은 경우에’처럼 흔히 보는 문장에서 ‘나’와 ‘ 경우’, ‘중국’과 ‘ 경우’, ‘그’와 ‘ 경우’는 동격이다. 굳이 경우를 써야겠다면 ‘내 경우에는’, ‘중국의 경우는’, ‘그 경우에’라고 쓰면 될 일이다. 

‘의하다’, ‘인하다’는 모두 한자어를 품고 있다. ‘의하다’는 ‘따르다’로, ‘인하다’는 때문이다 ‘ 또는 ’비롯되다 ‘, ’ 빚어지다 ‘ 따위로 바꿀 수 있다. ’~에 의한 ‘과 ~으로 인한’도 다양한 표현을 막는 꼰대 같은 표현들이다. 

 

‘~로의’,  ‘~에게로’, ‘~로부터’ 안 쓰기

‘여기저기 지하수로 젖어 있는 회색 암벽들’보다는 ‘여기저기 지하수에 젖어 있는 회색 암벽들’이 더 자연스럽다. 암벽이 ‘지하수에’ 젖는 것이지 ‘지하수로’ 젖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로의’ 나 ‘~에게로’처럼 조사가 겹친 표현은 쓰지 않는 게 좋다. “낯선 세계로의 진입이 시작되었다”에서 ‘로’는 필요 없는 군더더기이다.

‘~로부터’는 대개 ‘~에게’, ‘~와(과)’, ‘~에서’로 나누어 써야 할 표현을 하나로 뭉뚱그려 대신한 것이다. 습관이거나 중독일 뿐이다. 적확한 단어를 찾을 생각 않고 그냥 ‘~로부터’ 하나만 쓰면 되니 얼마나 편할까? 그만큼 문장은 어색해진다. 

 

‘~던’ 안 쓰기

우리말의 시제는 과거, 현재, 미래뿐이며 과거완료는 없다. 그런데도 동사의 과거형에 어미 ‘~던’을 붙여 관형형으로 만들어 쓰는 경우가 많다. 한 문장에서 과거형을 여러 번 쓰면 가독성도 떨어지고 문장도 난삽해진다. 과거형보다 현재형으로 쓰는 것이 훨씬 자연스럽다. ‘작년에 그와 처음 만났던 공원에 가 보았다’는 ‘작년에 그와 처음 만난 공원에 가 보았다’로 고칠 수 있다. 

 

‘그, 이, 저’ 안 쓰기

지시 대명사는 꼭 써야 할 곳에만 쓰자. 적소에 잘 쓰면 문장에 질서를 주는 효과를 거둔다. 그렇지만 버릇처럼 여기저기 쓰게 되면 좋지 않다. 더구나 ‘그, 이, 저’ 뿐만 아니라 ‘이러한’, ‘그러한’ 혹은 ‘이렇게’, ‘저렇게’ 등의 표현을 한 문단에 섞어 쓰면 정신없어지는 글이 된다. 

 

접속사 안 쓰기

모 작가 소설에서는 불가피할 때가 아닌 한 ‘이, 가’가 튀어나오는 일은 드물다. 접속 부사는 삿된 것이다. 접속사는 소설이나 기타 문학적 표현에는 조심해야 할 표현이다. 

 

수식어는 수식 대상에 가까이

수식어는 수식하는 대상에 가깝게 놓는 게 좋다. 그래야 수식하는 대상이 무엇인지 헷갈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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