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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자치와 주민자치

Jobs 9 2020. 10. 8.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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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자치와 주민자치

개념

  단체자치와 주민자치는 근대 서구에서 발달한 지방자치제도의 기본 이념 및 운영 원리를 구성하는 지방자치의 핵심적 원리 내지 관념이라고 할 수 있다.   
  단체자치는 일정한 지역을 기초로 하는 독립된 단체가 설립되어 중앙정부의 지배에서 벗어나 단체의 사무를 단체의 독자적인 기관에 의해 자주적으로 그 책임 하에 처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프랑스 및 독일 등을 중심으로 발전한 유럽 대륙 국가의 지방자치제도에서 발달된 관념으로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 지방자치의 원리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단체자치에서는 중앙정부로부터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지방자치단체의 지위와 권한의 보장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지방분권이 강조된다.
  한편 주민자치는 지역적 사무가 지역 주민의 참여를 통하여 그들의 의사에 기초하여 자주적으로 처리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영국의 오랜 지방자치의 역사적 경험에서 발전된 것으로서 주민과 지방자치단체 간의 관계에 중점을 둔 지방자치의 원리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주민자치는 지역 주민이 주체가 되는 공공사무 처리 방식을 중시하므로 지방자치단체의 공공사무 처리와 관련된 의사결정과정에 대한 주민참여를 강조하게 된다.
  그런데 실제에 있어서는 이 두 가지 관념에 기초한 지방자치의 원리는 각각 별개로 분리되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지방자치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당연히 중앙정부에 대해 독립된 사무․조직․재정 등을 갖춘 지방자치단체가 존재하여야 하기 때문에 우선 단체자치가 확보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독립적인 지방자치단체가 존재한다고 하여 자동적으로 지방자치가 이루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주민이 배제된 단체자치는 지방자치단체에 의한 또 다른 관치에 불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단체자치 없는 주민자치도 생각하기 어렵다. 주민참여를 통한 영향력 행사의 대상이 되는 지방자치단체가 중앙정부에 종속적인 단체라면 주민의 의사가 지방자치단체의 의사결정에 반영되기 어려워 주민자치가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주민자치는 현실적으로 단체자치에 의해 담보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양자는 별개로 존재하는 원리라기보다는 상호 의존․보완적이며 지방자치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필요 불가결한 양대 요소로 이해된다.
  다만 주민자치가 근대 지방자치제도가 추구하는 근본적 가치로서 지방자치의 본질적 요소라면 단체자치는 그 목표에 이르기 위한 수단적 가치의 성격을 갖는다. 또한 단체자치는 주로 중앙정부로부터 독립된 지방정부의 법적 지위와 권한을 강조한 것이기 때문에 법률적 의미의 자치라고 말해지는 한편 주민자치는 주민들의 정치적 참여를 강조했기 때문에 정치적 의미의 자치라고도 한다.

 

개념의 생성배경과 역사적 의미 

  단체자치 및 주민자치의 관념은 서구의 근대화 과정 및 지방자치제도의 발전과정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근대적 지방자치제도는 서구 여러 나라들이 겪었던 국민국가 형성 및 입헌민주국가 형성이라는 근대화 과정의 차이에 따라 크게 앵글로 색슨(Anglo-Saxon)계와 유럽 대륙계의 두 계통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앵글로 색슨계의 지방자치제도는 영국을 모국으로 하여 영연방의 여러 나라와 미국으로 보급된 것으로서 분권․분리형의 지방자치를 기본적 특징으로 하고 있다. 반면 유럽 대륙계의 지방자치제도는 프랑스를 발상지로 하여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오스트리아, 그리고 북구 여러 나라로 보급된 것으로서 집권․융합형의 지방자치를 기본적 특징으로 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분리․융합은 지방자치제도의 유형을 나누는 기준의 하나로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의 권한 배분을 기준으로 한 집권․분권의 축과 달리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의 기능 배분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즉 지방자치단체의 구역 내에서 수행되는 중앙정부의 행정기능을 누가 담당할 것인가를 기준으로 한 것으로서 분리란 지방자치단체의 구역 내의 사무라고 하더라도 중앙정부의 사무는 중앙정부의 기관이 독자적으로 처리하는 형태이다. 반면에 융합이란 거꾸로 중앙정부의 사무라고 하더라도 지방자치단체의 구역 내의 것이라면 지방자치단체에게 위임하여 처리하게 하는 형태이다. 즉 분리형을 택하게 되면 하나의 행정사무에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중복적으로 관여하는 일은 없게 되지만 융합형에서는 하나의 사무를 두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공동으로 책임을 분담하게 되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  
  이렇게 상이한 두 계통의 유형으로 지방자치제도가 발전하게 된 이면에는 당시 영미 국가와 유럽 대륙 국가들이 직면한 근대화 과정의 차이가 있었다. 영국은 통일적인 국민국가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국왕과 여러 봉건세력 사이의 대립․항쟁이 대륙의 여러 나라들의 경우만큼 심하지 않았기 때문에 국왕은 중앙집권적인 지배기구를 지방의 말단까지 뻗칠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봉건적 지역공동체의 자치는 경찰업무를 포함하여 거의 그대로 존속시켜 가면서 통일국가를 건설하여 상대적으로 분권적인 중앙지방관계가 형성되었던 것이다.
  그 이후 산업혁명 등으로 새롭게 등장한 시민계급에 의해 추진된 이른바 19세기 근대 민주화 과정에서 점차 자치제도가 광역자치단체로까지 확대되면서 강조된 것은 민주주의의 본질적 요소라고 할 수 있는 아래로부터의 참여, 즉 주민참여를 중시하는 주민자치였던 것이다. 다시 말해 근세 통일국가를 형성하는 과정에서도 전통적인 자치적 요소가 용인되고 중앙집권적인 요소가 극히 제한적으로 도입되어 이미 단체자치가 실현되고 있었던 영국에서는 주민참여에 바탕을 둔 주민자치가 민주화 과정에서 더 강조되었던 것이다.
  반면에 유럽 대륙계 국가에서는 봉건 영주들의 세력이 강력한 데다 국왕이나 통일 영주 세력에 대한 저항․반발이 거세서 그 존속을 그대로 용인해 두었다가는 국민국가의 통일을 유지해 가는 것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래서 통일국가 형성 과정에서 봉건적 지역공동체를 철저히 파괴하고 정복한 지역에 대해서는 새로운 행정구역을 설정하여 중앙의 대리인을 파견하는 한편 국가경찰을 동원하여 지방을 엄격하게 통제 감독하는 집권적 중앙지방관계를 형성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 후 유럽 대륙계 국가에서도 입헌민주체제로 이행하면서 점차 기초자치단체 수준에서는 지방자치가 부분적으로 허용되기 시작하였지만 어디까지나 국민국가의 통일을 위태롭게 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극히 제한적으로 용인되었다. 이와 같이 근세 통일국가 형성기를 통해 광범위한 중앙집권적 통제시스템이 발달하게 된 유럽 대륙계 국가에서는 민주화 과정을 거치면서 자연히 중앙집권적 통제에서 벗어나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성․독립성을 강화하는 지방분권에 중점을 둔 단체자치의 원리가 우선적으로 강조된 것이다. 
  결국 주민자치나 단체자치는 서구의 근대 민주화 과정에서 상이한 정치경제적 환경과 지방자치의 발전 단계에 따라 영국과 대륙계 국가들이 선택적으로 택한 이른바 민주화 개혁과제의 성격을 지니고 있었던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단체자치와 주민자치는 지방자치의 방향성을 내포한 것으로서 상당히 규범적 성격을 띤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규범적 개념을 갖고 현실에 존재하는 지방자치제도의 현상적 특징을 설명하는 데에는 일정한 주의가 요청된다.  
  실제로 단체자치, 주민자치라는 관념은 현실에 존재하는 지방자치제도에 근거해서 만들어진 것이라기보다는 그나이스트(Rudolf von Gneist)가 영국의 지방자치제도를 프로이센에 도입하기 위하여 19세기 당시 프로이센의 공법이론에 맞추어 막스 베버(Max Weber)의 관료제의 이념형과 같이 형식 논리적으로 당시 지방자치의 원리를 유형화․이론화시킨 것에 불과하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우리나라의 많은 행정학 교과서가 단체자치의 내용을 포괄적 수권방식 및 중앙정부의 강력한 통제 감독 등과 같은 집권․융합형 지방자치의 특징으로 소개하는 것은 단체자치의 의미를 유럽 대륙계 지방자치의 현상적 특징으로 오해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당시 유럽 대륙 국가의 지방자치제도가 단체자치적 요소를 갖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중앙집권적 통제체제에서 탈피하기 위해 지방분권을 중시하는 단체자치를 강조한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 다만 2차 세계대전 이후 오늘날의 대륙계 국가들은 지방분권개혁의 진전에 따라 단체자치의 요소를 지니게 되었고 나아가 단체자치가 제도적으로 정착되면서 주민참여를 중시하는 주민자치의 원리가 개혁과제로 중시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주민자치와 앵글로 색슨계의 분권․분리형의 지방자치의 특징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의 설명이 가능하다.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영국은 근대화 과정을 통해서 전통적으로 용인되었던 지방자치단체의 독립적 지위가 허용된 상태였기 때문에 이미 단체자치적 요소를 갖추고 있었다. 따라서 앵글로 색슨계의 지방자치제도에서는 단체자치의 원리가 결여되어 있는 것처럼 설명하는 것도 잘못된 것이다. 다만 근대 민주화 과정을 거치면서 민주주의 본질적 요소이면서 전통적으로 강조되었던 주민참여가 더욱 강조되고 유럽 대륙계 국가와 비교하여 주민자치가 더 발전되어 온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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