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 보스트롬
니클라스 보스트롬
Niklas Boström
nickbostrom
1973년 3월 10일 (51세)
스웨덴
철학자, 교수
옥스퍼드 대학교 인류 미래 연구소
학력
예테보리 대학교
(철학, 수학, 논리, 인공지능 / B.A.) (1994년)
스톡홀름 대학교 대학원
(철학, 물리학 / M.A.) (1995년)
킹스 칼리지 런던 대학원
(컴퓨터 신경 과학 / M.Sc.) (1996년)
런던 정치경제대학교 대학원
(철학 / Ph.D.) (2000년)
수상
옥스퍼드 대학교 교수상
포린 폴리시 세계 100대 지식인 (2009년, 2015년)
프로스펙트 세계 사상가 (2014년)
유진 R. 개넌 상 (2009년)
무종교(불가지론)
스웨덴 출생의 철학자. 옥스퍼드 대학교 철학과 교수이자 인류 미래 연구소의 창립 소장이다. 현재 인공지능과 기술적 특이점 분야의 세계적인 전문가이다.
1973년 스웨덴 헬싱보리에서 태어났다. 학창시절에는 학교를 다니기 싫어했지만 인류학, 예술, 문학, 과학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를 독학했다.
1994년 예테보리 대학교에서 철학, 수학, 논리학, 인공지능 학사 학위를 받았고, 스톡홀름 대학교에서 철학과 물리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96년 킹스 칼리지 런던의 컴퓨터 신경과학 학위를 취득했다. 스톡홀름 대학교 재학 중 분석 철학자 윌러드 밴 오먼 콰인을 연구하여 언어와 현실의 관계를 연구하였다. 2000년 런던 정치경제대학교 대학원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예일 대학교(2000~2002년)에서 강사로 지냈고,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2002~2005년)에서 영국 학사원(British Academy) 박사후연구원으로 있었다.
슈퍼인텔리전스: 경로, 위험, 전략은 일론 머스크, 빌 게이츠가 추천했으며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불가지론자로 보이며 자유의지는 양립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약한 기술결정론을 긍정하고 있다.
연구
취약한 세계 가설, 실존적 위험, 인공지능, 초지능, 모의실험 가설, 트랜스휴머니즘, 인체 냉동 보존술, 나노테크놀로지 등에 관해 연구했다.
저서
2002년 《인류 편견》(Anthropic Bias: Observation Selection Effects in Science and Philosophy)
2014년 《슈퍼인텔리전스: 경로, 위험, 전략》 ISBN 9788972916321
<대표 편집서>
2008년 《글로벌 위기》(Global Catastrophic Risks)
2009년 《인간 강화》(Human Enhancement)
옥스퍼드대 인간미래연구소 닉 보스트롬 소장,
인공지능은 과연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인가.
“2040~2050년쯤 인공지능(AI)이 인간 수준의 기계학습을 달성할 수 있는 가능성이 50%다”
스티브 호킹 박사와 함께 ‘인공지능 재앙’을 경고하고 있는 닉 보스트롬 옥스퍼드대 인간미래연구소 소장은 지난 2015년 테드(TED) 강연에서 “2040~2050년쯤이면 인공지능이 모든 면에서 인간 수준의 기계학습을 달성할 수 있는 가능성이 50%”라고 예상했다.
보스트롬 소장은 당시 강연에서 “인간의 뇌는 두개골 안에 들어가야 하지만, 컴퓨터는 창고 크기가 될 수도 혹은 더 클 수도 있다”면서 “그러니까 슈퍼인공지능의 가능성은 원자폭탄이 1945년 이후로 잠들어 있는 것처럼 언제 시작될 지 모르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세기에 과학자들은 인공지능의 파워를 깨울 방법을 알아낼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보스트롬 소장은 또 “챔팬지가 인간보다 2배나 힘이 셌지만 지능을 가진 인간에게 결국 정복당했다”며 “슈퍼인공지능(초지능)도 마찬가지다, 우리보다 더 뛰어날 것이며, 우리가 이를 통제하고 있다고 자신해서도 안된다”고 말했다.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김대식 교수는 국내에서 발간된 보스트롬 소장의 책 <슈퍼인텔리전스>(닉 보스트롬 지음, 조성진 번역, 까치글방 출간) 서평에서 “슈퍼인텔리전스의 탄생은 다시 되돌릴 수 없다, 더 이상 인간이 통제할 수 있는 기계가 아니기 때문”이라며 “그렇기에 기계가 물어보기 전에 우리가 먼저 질문해야 한다”는 보스트롬의 경고를 다음과 같이 전했다.
“왜 지구에 인간이 존재해야 할까?”
“만약 기계를 설득 할만한 답을 찾지 못한다면, 초지능 인공지능의 탄생은 동시에 호모 사피엔스의 멸종을 의미한다”
“지구는 더 이상 우리 인간의 것이 아니라, 우리의 기억과 기술, 그리고 희망과 두려움을 물려받게 될 기계들의 세상이 될 것이다”
닉 보스트롬(이하 보스트롬) = 코로나19가 발발하고 중국 밖으로 번지기 시작하던 초기부터 저는 이 질병이 단지 중국과 몇몇 아시아 국가에 머물지 않고 세계 모든 곳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봤습니다. 꽤 분명한 지점이 있었죠. 그 지점에서부터 전 세계를 휩쓰는 데까지는 오로지 시간문제였어요. 하지만 세상은 별 반응이 없었습니다. 주식시장에서도 즉각적인 인식이 일어나지 않았죠. 주식시장이 알아차리고 움직인 단계를 보면 처음에는 아시아의 카지노 주가가 하락했고, 미국의 카지노나 노르웨이의 크루즈선 같은 경우 약간 떨어졌습니다. 그러고도 주가 분석자들은 시간이 더 흐른 후에야 나머지 경제 영역까지 영향 받을 것이라는 현실을 알아차렸죠. 시간이 좀 더 지나서는 수정이 일어납니다. 모든 기업이 똑같이 영향 받지 않을 거라는 자각이죠. 줌과 같은 인터넷 미디어 기업은 악화일로 경향에서 반대로 나갔으니까요. 각국의 정책 결정 집단이 현실을 인식하는 단계도 그들의 대응방식 속에서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그들은 몇 주 동안이나 대중의 불안과 공황을 안심시키려는 데에만 주력했습니다. 지역 전파 조짐이 막 보였을 때, 더욱 열의를 다해 대응했더라면 막을 기회가 있었어요. 초반부터 마스크를 쓰도록 했어야 했습니다.
안 =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 내놓은 첫 대중 메시지도 의료인이 아닌 경우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의 반복이었습니다. 저는 당시 마스크를 쓰고 대형마트에 갔을 때 따가운 시선을 받았는데요. 마스크를 씀으로써 다른 사람을 불안하게 만드나 싶어 도로 주머니에 넣어야 했습니다.
보스트롬 = 서구 지도자들은 여러 주를 낭비했어요. 마스크가 동난 다음에야 서둘러 구비했어야 했음을 알았죠. 전 세계가 갑자기 일상을 멈춰야 하는 거대한 위기 상황은 그리 흔하지 않습니다. 지금 이 상황 속에서 가능한 한 많은 것을 인식하도록 노력해야만 우리는 더 큰 위기를 맞았을 때 혼돈을 피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시도한 것은 무엇이든 다 배움의 기회로 삼아야 하죠.
안 = 우리에게 잠재된 대형 위기가 더 있다는 뜻으로 다가오는데요. 그동안의 대응에서 배워야 할 교훈은 무엇일까요.
보스트롬 = 우리는 오래전부터 전염병이 유행할 수 있고, 또 유행해왔으며, 앞으로도 이어진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더욱 많은 자원을 병을 추적하는 데 쓰고, 몇 주라도 먼저 행동했다면 잘 처리됐을 겁니다. 그러나 상태를 악화시켰고,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사람들의 이동을 봉쇄하며 경제까지 멈추도록 만드는가’라는 딜레마를 창조했습니다. 사실 이 상황은 정책 입안자들이 대중에게 특정한 행동을 하도록 하는 유인정책을 실행하기에 꽤 어려운 종류입니다. 예를 들어 한 마을에 세 명의 사망자가 나왔다고 합시다. 그래서 이런저런 대처를 했는데, 또 세 명의 사망자가 발생합니다. 지금까지 한 조치는 사람을 살리겠다는 것인데, 그 목적을 이루지 못한 거죠. 그럼 시스템 전체에 혼란이 발생합니다. 모든 정책이 불필요해 보이죠. 대처가 적절했다 하더라도 방어했다는 역학관계를 보지 못하니까요. 지금은 결과를 보장할 수 없어도 그 일을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명백히 실패를 확인한 정책들이 있어요. 예방과 관련된 일부 제품들의 가격이 폭등했습니다. 기업이 소비자들의 두려움을 이용해 가격을 상승시켰고, 이는 불행에서 이득을 챙기는 것과 같죠. 기업이 대중의 두려움을 통해 얻는 막대한 이윤을 막고자 한다면, 우리는 그 두려움을 자극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런데 정책 결정권자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어요. 공급 부족이 일어난 이유죠. 대규모 비축물을 풀도록 고무시키는 유일한 방법은 정밀한 시나리오를 갖고 기업이 따르도록 자극하는 정책뿐입니다. 유인구조(금전적 또는 비금전적인 혜택을 주어 특정한 경제 행위가 이루어지도록 유도하는 여러 체계)에 있어 효용이 적은 부분을 특정하기는 쉽습니다. 지금은 행위자들(대중, 기업 등)이 상황을 낫게 할 수 있는 역량이 있음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방식으로 행동하고 있어요. 이는 조율하는 데 실패해서 그렇습니다. 심지어 우방으로 협력해오던 국가들조차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충분히 서로를 도왔는지 불분명합니다. 저는 이런 조정 실패가 비단 코비드(COVID)19 위기에만 해당한다고 보지 않습니다. 우리가 갖고 있는 근원적인 악화인자예요. 바로 국제적 협력 결핍입니다.
안 = 당신은 6개월 전 문명이 대규모로 붕괴될 가능성 속에 있다는 ‘취약한 세계 가설’을 발표했습니다. 지금의 위기가 취약한 세계 가설과 관련된 것일까요.
보스트롬 = 코비드19 위기가 그 정도의 파괴 수준에 도달한다고는 보지 않습니다. 논문에서 밝힌 임의적인 파괴의 단계는 문명의 몰락입니다. ‘문명적 파괴’라는 용어를 썼는데, 이는 세계 인구의 15%가 사망하거나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50%가 감소하고 그 상태가 10년 이상 지속되는 상황을 지칭합니다. 우리가 그런 도전적인 상황에 처할 만한 기본구조 속에 있다는 전제에서 나왔습니다.
안 = 앞서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우리가 안고 있는 ‘국제적 협력 결핍’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는데요. 이 부분이 왜 거대한 위험요소인지 먼저 ‘취약한 세계 가설’에 대한 설명부터 들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보스트롬 = 미래 어느 시점에 세상이 자동적으로 파괴될 수 있는 발명이나 발견이 지금 우리가 사는 세계 속에 있다는 가설입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문명은 엄청난 충격으로 황폐해질 수 있는데, 제가 반무정부 상태(semi-anarchic default condition)라고 부르는 지점에 우리가 계속 있다면 문명은 몰락할 수 있다는 거죠. 반무정부 상태는 지구 차원에서 조정해야 할 중대한 문제를 푸는 강력한 협력 능력이 부족한 우리의 상황을 말합니다. 우리는 많은 돈을 군대에 쓰고 있습니다. 수천개의 핵무기를 오직 사람을 죽이겠다는 목적과 위협하는 수단으로 갖고 있죠. 이는 우리가 만든 치명적인 위기예요. 또 기후변화에 대한 지구적인 강력한 대응도 부족합니다. 이 두 가지 위협으로도 취약한 세계 가설을 반추하게 만드는데요. 여기에 어떤 개인이나 집단이 인류 차원에서 도저히 승인할 수 없는 파괴 행위를 도모한다고 했을 때, 이를 막을 영향력조차 부족합니다. 상상해 보면요. 만약에 대규모 파멸이 너무도 쉽게 일어날 수 있다면, 그러니까 누군가가 수백만명을 한꺼번에 죽이는 방법을 발견했고, 부엌 개수대에서 이것저것 섞어서 도시로 흘려보낸다면 어떻게 될까요? 우리에겐 이런 파괴를 막을 방법이 현재 없습니다. 수많은 개인들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모니터하고 차단할 능력을 갖고 있지 않죠. 이런 조건 속에서 세상은 취약합니다.
안 = 핵반응을 일으키거나 하는 강력한 파괴를 그리 간단하게 할 수 있다면, 지구는 결코 안정되지 않았을 것이고, 이렇게 모니터 너머로 대화를 나눌 수도 없습니다. 또 우리는 매우 다양한 사회적 관계, 여러 국가 기관이 작동하는 제어 시스템 속에 있지 않나요.
보스트롬 = 우리가 살아있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다행히 아직 개인이 도시나 국가를 손쉽게 파멸할 수 있는 무언가를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상황이 벌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지구적인 조절 실패로 일어날 파국을 마주하지 않은 거죠. 항아리 은유법으로 설명해 볼게요. 공이 가득 든 큰 항아리를 상상해 보세요. 공은 아이디어, 방법, 기술을 나타냅니다. 인류의 발명 역사를 이 항아리에 손을 넣어 공을 하나씩 뽑아낸 것으로 가정할 수 있어요. 지금까지 우리가 뽑은 공은 아주 많은 하얀 공과 축복인지 저주인지 모를 약간의 회색 공이었습니다. 아직 검은 공을 뽑지 않았죠. 검은 공은 그것을 발견한 문명을 파괴하는 기술입니다. 우리는 공을 뽑는 데는 능숙하지만 공을 다시 항아리에 넣는 능력은 없습니다. 우리는 발명할 순 있지만 발명이 어떤 경로로 진행해 나가는 것을 막거나 아예 없던 일로 만들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지난 세기에 세계대전을 두 차례 경험했어요. 지금처럼 핵무기 시대였다면 지구온난화보다 더 파괴적인 상태에 처했을 겁니다. 세계가 지구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실패하고 그 결과 훨씬 큰 대규모 파멸에 이르는 상황 말이죠.
안 = 지구온난화가 핵무기만큼 우리 문명을 위협하는 중대한 요인이라고 꼽는 건가요.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지구 차원의 회의가 있긴 있습니다.
보스트롬 = 우리는 현재 파멸적인 기후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막을 만큼 실천하고 있지 않아요. 약간의 대응만 할 뿐입니다. 왜 그럴까요? 한 가지 문제는 무임승차입니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허용함으로써 국가적인 이득을 취할 수 있어서죠. 배출량을 줄이려 하는 나라들이 있다 해도 이들의 노력에 무임승차하려는 강력한 시도가 있습니다. 지구의 기온 상승을 멈추는 더 효과적인 지구 차원의 조약이 아직 체결되지 않는 이유라고 생각해요. 지구온난화 악화 시나리오에는 핵무기와 같은 파괴적 행위자가 필요하진 않습니다. 대신 다른 취약점이 있어요. 개별적인 무수한 행위자가 있고, 이들의 행위를 조정할 만한 유인이 아직 통합적으로 설계돼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모두가 동의하는 강력한 조약들을 협상하기가 어렵죠. 누적되는 문명 파괴적 요인이 문제입니다.
안 = 세상에 나와 있는 회색 공은 무엇일까요. 과학의 특징은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인데요. 당신은 우리가 발명을 할 수는 있지만 발명을 되돌릴 수는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보스트롬 = 저는 우리 문명을 위협하는 현재의 요인들과 미래에 나타날 요인들을 구분하고자 합니다. 먼저 지금 우리 안에는 있지만, 현재로서는 미래의 위기를 유발할 가능성을 측정할 수 없는 요인을 보죠. 인공지능(AI)이 이에 해당합니다. 몇 년 전 슈퍼 인텔리전스 책에서도 밝혔는데요. 인공지능은 초지능 기계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는 매우 실존적인 위험요소입니다. 단, 우리 문명이 초지능에 도달한다면요. 그러니까 이는 지금 제로(0) 상태인 위험요소죠. 이 세상에는 아직 초지능 기계가 없으니까요. 하지만,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 이는 거대한 위험요소로 등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요. 저는 바이오 기술 또한 몇 년 안에 혹은 몇 십년 안에 맞게 될 또 다른 거대한 위협요소라고 봅니다. 이 사안에 대해 우리는 충분하게 집중하지 않습니다. 위험천만한 상자에 제대로 된 라벨도 붙이지 않고 아무렇게나 놓아두고 있는 격이죠. 100년 전에는 그 누구도 AI나 바이오 테크놀로지, 나노 테크놀로지, 심지어 핵무기라는 말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몇 십년 안에 우리가 개념조차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개발에만 몰두했다는 후회를 불러올지 몰라요. 이들과는 달리 핵무기는 실제 존재하는 엄청난 위협입니다. 새로운 무기 경쟁과 새로운 냉전이 있을 수 있어요. 저는 우리가 미국과 소련 간에 있었던 참혹한 냉전에 대해 벌써 잊어버린 건 아닌가 의문이 듭니다. 우리는 냉전이 절정에 이르렀던 1986년에 10조달러 이상을 들여 만든 7만개의 핵탄두를 갖고 있었습니다.
“기술혁신·기후변화가 불러올 재난, 전 지구적 조절능력 갖춰야”
핵무기 등 치명적 무기 만들고
기후변화 강력한 대응도 부족
인류, 문명파괴 막을 방법 없어
‘취약한 세계 가설’ 반추하게 돼
세계를 순식간에 파멸시킬 채비를 하고 있었죠. 당시에 아찔한 사건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기록이 공개된 다음에야 알려졌는데요. 사소한 판단착오로 핵전쟁이 발발할 뻔했고, 다행히 잠금 장치가 작동해 지금 우리가 살아 있습니다. 저는 이 같은 상황을 신냉전이란 이름으로 다시 용인하고 있는 점이 염려스럽습니다. 구냉전이 평화롭게 막을 내린 건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어요. 어떤 사람들은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엄청난 비극을 만들 수 있고, 아주 암울한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긴장을 창조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안 = 지정학적 갈등이 작용하고 있죠. 한국 정부도 핵 문제를 풀려고 노력하지만, 북한과 미국, 중국 사이에서 교착국면에 있습니다. 이 문제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여전히 위기감이 상승하고 있죠.
보스트롬 = 매우 중요한 이슈입니다. 미국과 중국이 함께 조정한다면 한반도에서 진전이 이뤄질 수 있는 기회가 훨씬 더 많으리라 보고, 그렇지 않다면 또 다른 지구적 조정 실패의 예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화산 폭발 같은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위기도 있겠지만, 수많은 거대한 실존적 위기들이 인류의 조정 실패 때문에 발생합니다. 서로가 협력하지 못함으로써 많은 문제들이 나오죠. 이는 미래에 있을 대규모 전쟁, 그러니까 핵전쟁이나 세균전 혹은 첨단무기 시스템이 만드는 파괴적 전쟁이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아직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현재의 갈등을 풀어낼 강력한 조정 방식을 갖는 데 실패함으로써 대재앙으로 치달을 거라는 점은 예견됩니다.
안 = 지금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대응에서 뭔가 지구적인 위기 대응 방법을 정립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보스트롬 = 지금까지 코로나19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한국과 대만, 싱가포르 같은 아시아 국가들이 유럽 국가나 미국보다 훨씬 더 잘해 왔습니다. 이는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합니다. 제가 그동안 영국에서 팬데믹을 담당하는 사람들과 연락을 취해 왔는데요. 초기에 했던 저의 제안 중 하나는 앞서 언급한 나라들에서 팬데믹에 대응한 책임자들과 빨리 소통하여 정보를 취합하자는 것이었습니다. 화상통화라도 해서 구체적으로 어떤 효과를 내며 상황을 전환시켰는지 알아봐야 한다고 여겼죠. 다른 나라들도 이런 방식으로 모범 사례를 공유해야 합니다. 이 속에서 우리는 지구적 대응 방식을 학습해 나가는 겁니다. 실패 또한 우리에게 다음의 기회를 제공해주는 자산이죠. 그런데 지금 지정학적 관점에서 많은 공방이 벌어지고, 지구적 협력이 원활하지 않습니다. 이는 미래에 맞을 위기 대응에 실패할 확률을 높여주고 있어요.
되돌릴 수 없는 AI·바이오 기술
개념조차 모른 채 개발만 몰두
미래의 ‘잠재적 위협’ 요소로
인류가 뽑은 ‘회색 공’에 해당
안 = 코로나19로 정착할 새로운 경향에 대해 질문하고자 합니다. 한국에서는 일부에서 언택트(비대면)라는 단어를 유행시키고 있습니다. 영어 단어를 분리해서 조합한 한국식 신조어인데요. 비접촉 관계 방식이라고 해석해볼 수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온라인 수업을 하고, 회사들도 재택근무에 온라인 회의를 합니다. 이런 비대면 방식이 코로나 이후 새로운 일상 규범이 될 것으로 보는지요.
보스트롬 = 저는 학교에서 얼굴 맞대고, 직장에서 서로 마주하며 일하던 시절로 돌아가리라고 생각합니다. 약간의 변화는 있겠죠. 아마도 어떤 기업들은 지금 재택근무를 하면서 자기들만의 효율성을 발견했을 겁니다. 그럼 모두가 회의실에 앉아 논의할 필요를 못 느끼죠. 현재 화상회의도 그런 대로 작동하니까요. 10% 정도는 옛 방식으로 돌아가지 않으리라 예상하는데요. 어떤 방식을 택할지에는 각자의 성격이 많은 영향을 끼친다고 봐요. 외향적이라면 집에 갇혀 오랜 시간 앉아 있는 방식이 고통스러울 거고, 또 시간적인 문제도 작동하겠죠. 매일 일찍 일어나 준비하고 한 시간씩 교통체증 속에 있어야 한다면, 지금쯤 ‘이런! 황금 같은 시간을 길에서 보냈네’ 하고 다른 방식을 고민할 겁니다.
안 = 인간은 시각과 청각뿐 아니라 모든 감각과 지성을 통해 소통과 협력의 질을 높여왔다고 봅니다. 사회적인 동물로 생존해온 진화 방식을 순식간에 거스르는 산업 환경이 가능할까요. 언택트 마케팅, 언택트 관련주 등 요란한 예측이 주목을 받습니다.
보스트롬 = 인간은 특정한 목적을 위해 더 많은 감각을 이용하죠. 인간에게 익숙한 정상적인 상호작용이 되돌아올 겁니다. 여기는 지금 문 여는 회사들이 늘고, 다음 주면 상점들도 정상 영업을 합니다. 미국도 정상으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열망이 크죠. 부분적으로는 경제적인 이유에서 요구하지만 그럼에도 제 생각에는 많은 이들이 두 달 동안 집에 갇혀 있는 록다운에 지쳤다고 여겨요. 한계에 다다른 거죠. 사람마다 느끼는 최적의 사회적 상호작용 용량이 다릅니다. 여기에는 각자의 주거 환경도 요인으로 작용하는데요. 작은 아파트에서 두 달 동안 세 아이를 돌보며 일한다고 생각해 봅시다. 교외에서 마당이 있는 큰 집에 사는 사람과는 아주 다른 경험을 하고 있겠죠. 내향적인 사람이라면 작은 공간에서 여럿이 북적거리며 있는 조건이 견디기 쉽지 않을 거예요.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 산책을 좋아하는 사람, 인터넷을 통해 누군가와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 등등 아주 많은 종류의 개인 경험들이 이후 행동을 결정할 겁니다.
지속 가능한 사회 가기 위해선
원활한 지구적 협력 필요하고
집단·개인 반인륜적 행위 막는 등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해야
안 = 지금 이 시기를 문명이 바뀌는 역사적인 순간으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세상을 보다 더 지속 가능하도록 변화시키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너무 큰 질문인가요.
보스트롬 = 큰 질문을 하는 것은 참으로 좋습니다. 그리고 이에 대해 답을 구하기 위해서는 몇 개의 하위 질문으로 나눠야 하겠죠. 저는 먼저 ‘우리가 세상을 이롭게 하도록 변해야 한다고 여긴다면, 그 변화의 가장 중요한 방향은 무엇인가’라고 묻고 싶어요. 그럼 각자는 ‘무엇이 보다 더 구체적인 방법일까’에 대해 생각할 수 있을 겁니다. 이에 따라 누군가 특정한 행동을 한다면, 세상은 이롭게 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힘을 받습니다. 우리에게는 지구 차원에서 문제를 조정할 수 있는 더욱 강력한 능력이 필요해요. 앞서 취약한 세계 가설과 관련해 이야기한 것처럼 중대한 국제 조정 문제를 안정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글로벌 거버넌스 능력을 갖춰야죠. 그리고 각 사회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매우 높은 신뢰성을 갖춰서 개인이나 소규모 집단이 반인륜적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유인하는 정책을 세워야 합니다. 기술혁신이 광범위하고 모호한 제재 속에서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요. 여기에 다양한 동기를 가진 수많은 행위자들이 활동합니다. 기후변화라는 엄청난 위기요인을 제어하기 위해서도 각 사회가 갖고 있는 거버넌스 격차를 모두 제거해야 합니다.
안 = 사회적 결속력을 높이기 위해서도 우리 안에 있는 경제적, 문화적, 정치적 격차를 돌봐야 하는데요.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더 밀려나는 가정들이 나오지 않도록 안전망을 촘촘히 메워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미 있던 위험요소까지 살펴야 하기에 더 세심해져야 한다는 부담감이 드네요.
보스트롬 = 한 연구자 혹은 한 저널리스트가 지정학적인 변화를 획기적으로 이뤄내기란 어렵죠. 그렇지만 저는 각자가 조금이라도 다른 행동을 취한다면, 세상은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봅니다. 우리는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구체적으로 행동해야 합니다. 지금은 존재하지 않지만 몇 십년 안에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생명공학 재난을 막겠다면, 무엇이 위험요소인지 특정한 요인을 짚어내야 하고 그에 맞는 구체적인 정책을 세워내야 하죠. 개별 실험실까지 관할하는 생물안전 수준을 다루도록요. 이렇듯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방법에 대한 질문은 어마어마하게 광범위한 분야를 망라합니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진행해야 하죠. 특정한 행동을 해야 우리는 변화를 밀어붙일 수 있습니다. 궁극에는 지구적 문제를 해결해낼 거버넌스 능력을 갖추도록 지속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