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용 과학 Applied Science/뇌과학 Brain science

느낌 5가지, 느끼는 뇌, 감각입력처리, 생존반응, 신체피드백, 대뇌피질각성, 기억

Jobs 9 2023. 3. 19.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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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입력처리, 생존반응, 신체피드백, 대뇌피질각성, 기억

 

 

느끼는 뇌

지은이 / Joseph LeDoux

 

01 사랑은 무슨 놈의 사랑?

- ‘정서’라는 용어가 사용되지 않는 다른 종류의 정신적 집합체들과 정서를 구분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정서는 어떤 식으로 우리의 정신적 삶의 여러 측면에 영향을 미치며 우리의 지각과 기억과 사고와 꿈을 좌우하는가? 왜 우리는 때때로 자신의 정서를 이해할 수 없는 것처럼 느끼는가? 우리가 정서를 조정하는가 아니면 정서가 우리를 좌우하는가? 정서는 유전자에 의해 우리의 뇌 속에 이미 프로그램된 행동인가 아니면 환경으로부터 학습되어진 것인가? (인간을 제외한) 동물에게도 정서라는 것이 있는가? 있다면 모든 종의 동물들에게 있는 것인가? 우리는 무의식적인 정서반응을 가지는가? 무의식적인 정서 기억을 가지는가? 정서가 저장되는 기억의 칠판은 깨끗이 지우고 다시 쓸 수 있는 종류의 것인가 아니면 한번 기록되면 영원히 보존되는 것인가?[14p] 



- '지각‘이라는 단어는 여러 가지의 신경계에서 행해지는 공통적인 기능을 설명한다. 시각계, 청각계, 미각계를 통해 세상을 보고, 듣고, 냄새 맡고 하는 것이 그 예이다. 각 신경계는 개체가 맞닥뜨리는 서로 다른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진화해 왔고 서로 다른 신경계에 의해 매개된다. 우리가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하는 시스템은 우리가 번식을 위해 사용하는 시스템과 다르고 이렇듯 다른 시스템에서 유래하는 감정들, 예를 들어 공포와 쾌락은 서로 다른 기원을 갖는다. ’정서‘라고 하는 기능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며 따라서 이런 유령 기능을 담당하는 뇌 구조물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정서‘라는 하나의 이름 아래 존재하는 여러 가지의 현상들을 이해하고 싶다면 먼저 특정한 종류의 정서에만 집중할 필요가 있다. 각기 다른 종류의 정서 연구에서 밝혀진 결과를 전부 섞어 놓고 보아서는 안 된다. [20p] 



- 정서란 우리에게 일어나는 사건이지 우리가 일부러 일으키는 사건이 아니다. 물론 사람들은 상황을 변화시켜서 정서를 조절하는 방식을 늘 사용한다. 영화를 보러 가고, 놀이동산에 가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술을 마시거나 심지어는 마약을 복용하기까지 한다. 이러한 상황들에서 외부적인 사건들은 단순히 자동적으로 어떤 정서를 불러일으키는 자극의 역할을 할 뿐, 우리가 정서를 직접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짜로 감정을 만들어 보려는 경험이 있거나 다른 이의 거짓 감정을 경험한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감정을 억지로 통제하려는 시도가 얼마나 무의미한 것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23~24p]



- 정서에 대한 의식적인 통제는 미약하지만 반대로 정서가 의식을 통제하는 정도는 엄청나다. 뇌의 신경회로가 진화해 온 역사 속에서 볼 때 정서에서 인지에 이르는 연결이 그 반대의 연결보다 훨씬 강력하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24p]



- 뇌 진화의 경향에 비추어 이성과 감정 간의 갈등은 언제가는 해결될 것이며 그 해결 방식은 단순히 신피질적인 인지과정이 정서 시스템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이성과 열정 사이의 조화로운 통합에 의해 이루어질 것이라는 가설을 결론으로서 제시할 것이다. 이러한 이성과 열정의 조화야말로 미래의 인류가 자신들의 진정한 감정을 더 잘 이해하고 일상생활에서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발전을 의미할 것이다. [26p]



02 얼어붙은 영혼



- 어떤 그림의 심미적인 매력에 끌리는 것은 구체적으로 그 그림의 무엇이 마음에 드는지 의식적으로 이해하지 않고서도 일어날 수 있다. 정서는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지만 때로는 우리의 의지가 끼어들 여지도 주지 않고 자신의 임무를 수행해 나간다. [31p]



- 인지과학이라고 알려진 이 분야는 우리가 이 세상을 어떤 식으로 이해하고 그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 습득한 지식을 어떻게 이용하는지를 다룬다. 예컨대 망막에 사과의 상이 맺혔을 때 어떻게 그 이미지가 사과인 것을 인식하고 색깔을 변별하며, 두 개의 사과 중 어느 것이 큰지를 알아맞히고, 나무에서 떨어지는 사과를 잡기 위해 손과 팔의 움직임을 조정하며, 지난번 사과를 먹을 때 우리가 어디 있었고 누구랑 같이 있었는지를 기억하며, 혹은 사과가 실제로 눈앞에 없다 해도 사과의 이미지를 떠올리거나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중력의 존재에 관한 이론을 고안해 내는지에 대한 모든 과정이 인지과학의 범주에 속한다. [34p]



- 컴퓨터의 작동원리들은 인간의 정신적 기능과 비유되곤 하였고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이라고 하는 분야가 등장하여 컴퓨터를 이용해 인간의 마음을 흉내내기 시작하였다. [36p]



- 인지과학의 성립에 있어 가장 중요한 개념적인 진전은 기능주의(functionalism)라고 불리는 철학사조를 통해서 이루어졌다. 기능주의에 의하면 지능적인 기능들은 비록 서로 다른 기계에 의해 수행된다하여도 같은 기본과정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본다. 예를 들어, 컴퓨터와 인간 모두 2+5라는 계산을 해서 7이라는 답을 내놓을 수 있다. 하지만 둘 다 같은 답을 내놓았다고 해서 같은 종류의 하드웨어를 사용한 것은 아니다. 컴퓨터는 전자부품으로 뇌는 생물학적인 구조물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같은 답이 나왔다는 것은 기능적 수준에서는 유사한 과정이 수행되었다고 추측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즉, 두 가지 종류의 구조물들을 이루고 있는 하드웨어에 차이가 있다는 것은 물론 분명하지만 그 안에서 돌아가고 있는 소프트웨어 혹은 프로그램은 같은 것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기능주의 관점에서 마음과 뇌의 관계는 컴퓨터 프로그램과 컴퓨터 하드웨어 간의 관계와 같다. [36~37p]



- 여러분 앞에 놓인 사과를 지각하기 위해서는 먼저 사과가 뇌에서 표상(representation)되어야 하고 그 다음에 마음의 의식적인 부분이 그 표상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의식적인 정신적 표상은 마음을 이루는 무의식적 성분들의 작용으로 이루어진다. [39p]



- 예를 들어 설명해 보자. 신경계로 들어온 외부자극을 분석하는 첫 단계는 자극의 물리적 속성을 분석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이러한 하위수준에서의 처리과정은 의식적인 지각 없이 일어난다. 뇌는 우리가 보는 물체의 형태, 색채, 위치, 움직임 등을 감지하는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 우리가 듣는 소리의 크기, 음조, 위치 등을 감지하는 메커니즘도 갖고 있다. 따라서 어느 물체가 더 가까이 있는지 혹은 어느 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지 물으면 누구든 금방 대답할 수 있지만 도대체 뇌에서 어떤 현상이 일어나서 그런 대답을 했냐고 물으면 아무도 설명하지 못한다. 이러한 과정들로부터 얻어진 결과는 의식이 접근할 수 있는 영역에 있지만 거기에 도달하는 과정 자체는 의식적으로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자극의 물리적 특성을 분석하는 과정은 여러 가지 인지과정의 기본이 되며 여기에는 우리가 어떤 물체를 의식적으로 지각하고 있다는 자각도 포함된다. 이런 과정을 지각하지 못하는 것은 그리 나쁜 일이 아니다. 만약 신중한 주의를 기울여 이런 모든 일들에 임한다면 인간은 그 수많은 연산을 처리하느라 매우 바쁠 것이며 오히려 대상을 지각하는 일에는 신경조차 쓰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자극의 물리적 특징에 대한 기본적인 분석이 끝나면 뇌는 이제 그 자극의 의미를 찾아내기 시작한다. 지금 보고 있는 대상이 사과라는 사실을 알기 위해 자극의 물리적 특징들은 이제 장기기억(long-term memory: LTM)으로 들어가야 한다. 일단 자극에 관한 정보가 장기기억으로 들어가면 그와 비슷한 물체에 대해 저장된 정보들과 비교되고 이어서 사과라는 결론이 내려지면 비로소 관찰자는 보고 있는 물체가 사과라는 사실을 ‘알게’ 되며, 이전의 사과와 관련된 기억을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최종 결과는 의식적인 기억의 생성(의식적인 내용을 지닌)이지만 이 결과는 무의식적인 과정에 의해 일언난다. 여러분 대부분은 어제 저녁 밥상에 어떤 반찬이 있었는지를 기억하고 있을 테지만 뇌에서 그 정보가 인출된 어떤 기계적인 과정을 설명해 보라고하면 불가능할 것이다. [40~42p]



- 일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은 형식을 갖춘 논리의 원칙들이 아니라 학습된 어림짐작인 것이다. 경제학자인 프랭크(Frank, R.)의 입장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 입장이다. “결과가 어떻게 될 것인지를 완전히 예측해서 의도적으로 수행하는 많은 행동들은 비합리적이다. 사람들은 그런 행동은 아예 하지 않는 편이 나았을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라는 주장처럼 그에 의하면 의사결정은 종종 전혀 논리적이지 않다. [49p]



- 경험의 주관성이 정서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며 사과를 보고 빨갛다고 지각하는 것 혹은 사과를 먹었던 기억 역시도 정서경험 못지않게 주관적이다. 하지만 시지각이나 기억에 관한 연구가 주관적 측면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외면된 적은 없다. 정서에 관한 연구 역시도 외면되어서는 안 되었던 것이다. [51p]



- 미국 심리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제임스(James, W.)가 언젠가 말했듯이 신체로 반응이 표현되지 않는 정서라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정서는 우리의 의식적인 마음속으로 침입해 들어온다. 반가운 정서든 그렇지 않은 정서든 간에 의식적인 느낌으로서 진화한 것은 아니다. 정서가 진화된 방식은 행동적, 생리적으로 특수하게 분화된, 뇌에의해 조정되는 신체방응이다. 그런 신체반응 덕에 우리의 조상들은 위험한 환경에서 생존하고 후손을 번창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정서의 생물학적인 기계가 필수적으로 신체를 포함한다면, 정서를 조절하는 데 필요한 기계는 인지를 조절하는 기계와는 다를 것이다. 인지적인 마음에 관해서는 기능주의자들의 주장(하드웨어는 중요치 않다는 주장)을 받아들인다 하여도 마음의 정서적인 측면에 관해선 그들의 주장이 수용되지 않을 것이다(인지와는 달리 정서에는 하드웨어가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56p]



- 하지만 만약 컴퓨터에게 의식을 갖도록 프로그래밍하는 것이 가능하다 해도 컴퓨터가 감정을 느끼게 프로그래밍하는 것이 가능하다 해도 컴퓨터가 감정을 느끼게 프로그래밍하는 것까지 가능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57p]



03 피와 땀과 눈물



- 흔히 정서에 대해 자연스럽게 가지게 되는 생각은 어떤 사실에 대한 지각이 우리가 정서라고 부르는 정신적인 기분상태를 일으키고, 이러한 마음의 상태가 행동표현을 낳는다는 것이다. 반대로 나의 이론에서는 흥분을 일으키는 사실들에 대한 지각이 먼저 이루어지고 연이어 신체적 변화가 나타나는데 이러한 변화에 대해 느끼는 기분이 바로 정서인 것이다. [64p]



- 어떤 경우든 생리적인 반응은 체감각의 형태로 다시 뇌로 돌아가며, 정서마다 독특한 생리적인 체감각 패턴이있어 각각의 정서에 그 정서만이 지니는 독특한 특징을 부여한다. 공포가 분노나 애정과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만의 독특한 생리적인 반응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서의 정신적 측면인 의식적인 감정은 그 바탕에 깔린 생리적 상태의 노예이며 그 반대가 아닌 것이다. 우리가 두렵기 때문에 떨거나 슬프기 때문에 우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떨고 있으므로 두려움을 느끼고, 울고 있기 때문에 슬픔을 느끼는 것이다. [66p]



- 우리 몸의 내부환경(internal milieu)은 내부기관과 분비선의 활동에 좌우되는데, 자율신경계를 이루는 신경세포와 신경섬유 네트워크가 내부환경의 조절을 담당한다. [67p]



- 제임스의 의견처럼 뇌는 신체 반응들을 ‘읽는’ 것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68p]



- 샥터와 싱어는 우리가 우리 스스로 발견하는 신체적, 사회적 맥락에 관한 정보와 특정 상황에서 발생하는 정서의 종류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그 각성된 상태를 두려움 또는 사랑, 슬픔, 분노 아미녀 기쁨이라고 이름 붙인다고 제안하였다. 샥터와 싱어에 따르면 이렇게 각성된 상태에 이름을 붙임으로서 정서경험의 특수성이 탄생한다. 즉, 정서적 느낌은 우리가 신체상태의 외부 그리고 내부 요인에 대한 인지적 해석(소위 말하는 귀인, attribution)을 바탕으로 정서적으로 모호한 신체상태를 우리 자신에게 설명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는 것이다. 

샥ㅌ-싱어 이론은 인간피험자들에게 모호한 생리학적 각성을 유발시킨 뒤에 각성이 발생한 사회적 맥락을 조정함으로써 정서경험을 어느 한쪽으로 편중하게 만들 수 있다고 예언한다. -중략- 실제 정서적인 자극이 있을 때 정서적으로 모호한 생리학적인 각성이 자연스럽게 발생한다면 그 각성된 느낌은 사회적 단서에 따라서 결정된다는 것이다. 즉, 정서는 상황에 대한 인지적인 해석의 결과이다. [69~70p]



- 발린스는 생리학적인 활동이 정서적 경험의 원인이 되기 위해서는 그 생리학적 활동이 인지적으로 표상되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그는 감정을 생성하는 상황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각성 그 자체가 아니라 생리적 각성의 인지적 표상이라 주장했다. [71p]



- 무엇이 우리를 위험으로부터 도망가게 하는가? 자극과 반응 사이에 무엇이 오는 것일까? 평가(appraisal)이론가들에 따르면 인지적 평가가 이 괴리를 채워 준다. [72p]



- 또한 그녀(Arnold, M)는 나쁘게 평가한 것을 피하고 좋게 평가한 것을 추구하는 ‘느껴진 경향’이 정서라고 주장하였다. 비록 평가과정 자체는 무의식적으로 일어나지만 그것의 효과는 정서적 느낌으로 의식에 기록된다. [72p]



- 감정이란 실제 액션보다는 액션 경향만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정서가 비정서적인 마음의 상태와 다른 이유는 정서에는 인과관계에 대한 평가가 존재하기 때문이며, 또한 정서가 여러 가지 종류로 구분되는 것은 여러 가지 다른 종류의 평가들로 인해 액션 경향들이 촉발되며 이로 인해 몇 가지 구분되는 감정경험이 야기되기 때문이다. [73p]



- 라자루스는 정서란 자동적으로도(무의식적으로) 혹은 의식적으로도 발생될 수 있으나 일단 발생한 정서를 처리하는 데는 고등 사고 과정과 의식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주장하였다. “인지는 정서의 필요충분조건이다.” 라는 그의 최근의 말로 그의 입장을 간추릴 수 있다. [74p]



- 평가는 무의식적으로 일어난다. 정서는 액션경향성과 신체적 반응과 더불어 의식적 경험을 포함한다. [75p]



- 여기서 자이언스는 논리와 재치 있는 실험을 근거로 정서적인 반응으로서의 신호는 자극에 대한 아무런 인지적 지각 없이도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을 설득력 있게 논하고 있다. 이것은 정서가 인지에 선행하고, 인지 없이도 존재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76p]



- 자이언스는 자신이 이전에 발견했던 단순노출효과(mere exposure effect)라는 심리학적 현상을 이용하여 수행한 여러 실험들을 요약하였다. 만일 피험자들을 그들이 전혀 본 적이 없는 시각적 패턴(예를 들어, 중국의 표의문자, 한자 등)에 노출시키고 이전에 노출되었던 것과 새로운 패턴 중에 어느 것을 더 선호하는지 고르라고 요구한다면, 그들은 확실히 이전에 노출되었던(보았던) 것들을 더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자극에 대한 단순노출은 선호를 만들어 내기 충분하다. [77p]



- 피험자들은 자신들이 본 것과 보지 못한 패턴을 의식적으로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이 거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전에 노출되었던 대상을 새로운 대상(이전에 보지 못한)에 비해 더 좋은 것으로 판단하였다. 자이언스가 말했다시피 이러한 결과는 우리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기를 결정하기 이전에 그 대상이 무엇인지 알고 있어야 한다는 일반 상식과 심리학에 널리 퍼져 있는 가정에 역행하는 것이다. 만일 어떠한 상황에서 자극에 대한 인식 없이도 정서가 나타난다면 이러한 인식은 정서에 필수적인 선행물로 볼 수 없다. [77p]



- 금기를 함축하지 않는 단어들보다 금기 단어들(예를 들어, 나쁜 년(bitch), 망할(fuck), 생리대 상표(Kortex), 암(cancer) 등)을 인식하는 데 필요한 노출 시간이 더 길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 결과들은 프로이트의 방어기제, 특히 억압에 의해 설명 가능하다. 금기 단어들이 의식에 떠오르는 것은 불안을 야기하기 때문에 잠재의식적으로 지각되고, (의식의 영역으로 들어서는 것을 차단하는) 검열과정을 거치게 되므로 인식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80~81p]



- 이를 바탕으로 자극을 자유롭게 의식적으로 관찰할 수 있을 때보다 자극을 무의식적으로 제시했을 때 단순노출효과가 더 강하게 나타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결론은 무의식적 정서처리과정에 대한 여러 개의 다른 종류의 연구들에서 일치되게 나타났다. 그리고 이것은 다시 보겠지만 우리가 어떤 정서에 의해 영향 받고 있음을 모를 때 오히려 더 쉽게 그 정서에 의해 영향 받는다는 것을 강조한다. [84p]



- 두 결과를 종합하여 바그는 피험자들의 점화자극에 대한 지각 여부보다는 그 자극이 어떤 암묵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주장하였다. 정서, 태도, 목표와 같은 것들이 자동적으로(아무런 의식적 노력 없이) 활성화된다는 것은 그것들이 마음속에 존재하고, 또 우리들의 사고와 행동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강력한 증거이다. 지각과정을 신뢰하는 것처럼 사람들은 그러한 정서나 태도의 존재를 신뢰한다. 즉, 한 사람이 가진 인종에 대한 태도(마치 사실인 것처럼 위장되어 받아들여지지만)는 그 인종의 피부색이 어떤 색깔이라고 지각하는 것만큼이나 타당한 것으로 여겨질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이 가진 선입관에 대해 의식적으로 알고 있고 이런 선입관에 대항하는 가치체계를 갖추고 있다면 그 사람은 이러한 것들에 대한 통제가 가능하다. 그러나 또 다른 문제는 무의식적 영향에 대해 얼마나 의식하고 있는가이다. 인지심리학자 자코비(Jacoby, L.)가 묻고 대답했듯이 “언제 무의식적 영향이 가장 큰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기대합니까?…바로 당신이 가장 기대를 하지 않을 때입니다.”인 것이다. [89p]



- 제임스의 이론에 따르면 자극에 대한 지각은(의식적 개입 없이) 자동으로 반응을 유발하여 그 느낌을 결정하는 피드백을 제공한다. 그러나 지각된 모든 자극이 이러한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뭔가 다른 과정, 즉 자극의 물리적 특성들이 평가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개인에게 있어 그 자극의 중요도가 결정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계산된 중요성으로 인하여 정서과정이 개시되는 것이다. 이는 위에서 설명한 모든 이론에 적용된다. 뇌는 특정 자극을 평가하고, 그 자극을 무시할 것인지 또는 그에 대해 반응할 것인지를 결정하여야 한다. 즉, 평가는 자극과 반응 그리고 자극과 정서 사이의 간격을 연결해 준다. 지금까지 나온 평가이론들은 이러한 연관관계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평가이론들은 내성법적인 자기 관찰을 통해 접근 가능한 고등 인지 차원에 평가 메커니즘이 처음부터 전적으로 관여해야 한다고 주장하였기 때문에 잘못된 것이다. [90~91p]



- “과학은 ‘정리된 상식’이 아니다. 특히 과학은 우리가 직관이라 부르는 전통적이고 인간 중심적인 편견들에 대한 강력한 반대론을 제시하기도 한다.” 내가 내 자신이 화가 났다고 할 떄 실제 그럴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사실상 두렵거나 질투가 나거나 이 감정들이 모두 혼합된 상태일 수 있는 것이다. 헵(Hebb, D.)은 오래 전에 특정인의 정서상태를 판단하는 데 당사자 본인보다는 외부 관찰자들이 훨씬 정확할 수 있음을 지적했다. 그렇다고 사람들이 어떤 대상들을 의식적으로 감지할 수 있고 어떤 행동들을 의식적으로 수행할 수 있음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말하는 것은 단지 우리 삶에서 정서적으로 중요한 사건의 평가와 그러한 평가에 대한 반응인 정서행동들과 같이 우리가 일상에서 행하는 많은 일들이, 의식에 의존하거나 우리가 의식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처리과정에 의해 비롯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92p]



- 나는 정서와 인지는 따로 분리되어서 상호작용하는 정신기능이며 뇌 안에서 서로 독립적이며내서도 상호작용하는 여러 시스템들에 의해 매개된다고 믿는다. [96p]



-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격히 말해서 정신작용은 뇌에서 영역별로 기능하지 않는다. 각 영역은 시스템의 한 부분을 이루고, 시스템 단위로 기능이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대뇌피질(뇌의 주름진 겉 표면)의 후방부에 위치한 시각피질은 볼 수 있는 능력에 결정적이다. 만약 여기가 손상되면 명실상부하게 장님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시력이 시각피질에 국한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다만 보는 것을 가능케 하는 시스템에 시각피질이 필수요소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 시스템은 시각피질뿐 아니라 눈으로 들어 온 정보를 뇌로, 그리고 최종적으로 시각피질로 전달하는 다수의 서로 다른 영역들로 구성되어 있다. 시각피질 자체 또한 복잡한 구조물로서 많은 하위 영역과 하위 시스템을 가지고 있고, 각기 고유의 방식으로 보는 행위에 기여한다. 눈에서부터 마지막 단계의 정보처리가 일어나는 시각피질까지의 경로중 어느 한 곳이라도 손상되면 마치 고리 하나 소실로 사슬이 끊어지듯이 시각이 손상된다. [108~110p]



- 비록 캐논과 바드가 정서반응을 도출하는 여러 연결 고리들 중에서 대뇌피질을 제거했지만, 피질의 역할을 전적으로 무시한 것은 아니었다. 사실 캐논과 바드는 정서와 감정의 의식적인 경험이 시상하부에서 뻗어 나가는 신경섬유에 의한 피질 활성화에 달려 있다고 보았다. 그리하여 피질이 없으면 분노 행위는 표출되더라도 의식적으로 분노를 느끼지는 못할 것이다. 이 이유 때문에 캐논은 대뇌피질이 제거된 동물의 정서 표출을 ‘가짜 분노(sham rage)'란 용어로 묘사하였다. [117p]




- 제임스에 따르면, 정서경험은 정서자극에 대한 신체적 반응이 뇌로 전달되는 과정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그 특징이라 하였는데, 그렇다면 신체적 반응은 감정을 느끼기 전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캐논은 정서를 시상하부 근처에 중심부를 두고 전적으로 뇌에서 일어나는 작용으로 정의하였다. 시상하부는 신체를 자극하여 정서적인 반응을 일으키도록 하고 대뇌피질을 자극하여 의식적인 경험을 하도록 한다. 그리고 신체반응 시스템을 향하여 뻗는 신경섬유와 피질로 뻗는 신경섬유 모두 시상하부에 의해 동시에 활성화되므로 정서적인 느낌과 정서적인 반응은 순차적이 아니라 동시에 일어난다. [117p]



- 헤릭은 냄새가 원시 동물의 섭식, 성, 방어 행위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는 것에 주목했다. 그는 외측 신피질이 중개하는 고등 사고 기능은 냄새 감각으로부터 진화했으며 외측 신피질(lateral neocortex)자체가 후뇌의 진화적 성장물이라고 제안했다. 헤릭에 의하면 원시동물의 내피질에서 통제되는 기초적 감각 및 운동 기능은 새롭게 진화한 외피질로 전이되었으며, 이는 감각을 정교화시켜 고등 사고 과정을 이끌고, 초기 척추동물의 원시 운동 기능을 확대시켜 복잡한 인간 행위들을 가능케 하였다. [120p]



- 시상하부는 시상으로부터 정서 자극의 직접적인 감각정보를 수용하고 정서의 신체반응을 통제하며 신경섬유를 피질로 올려 보내 정서조절에 관여하고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파페즈는 어떻게 정서 경험이 뇌로부터 인출되는지르 보다 상세히 조명하는 데 특히 관심을 갖고 캐논보다 더욱 정교화되고 세밀한 연결망을 제안하였다.

파페즈 가설의 출발점은 감각정보가 뇌로 전이된 후 시상하부의 정거장에서 갈라져서 사고의 줄기 및 감정의 줄기로 나누어진다는 개념이다. 사고의 줄기는 감각 정보가 시상으로부터 신피질의 외측 영역으로 전이되는 통로이다. 이 줄기를 통해 감각은 지각, 사고, 기억이 된다. 감정의 줄기 또한 시상으로 감각이 전이되나 그 시점에서 캐논이 제안한 바와 같이 시상하부로 직접 중계되어 정서를 산출한다. [120~121p]



- 대뇌피질은 크게 4개의 부위로 나뉘며 이 각각의 부위들을 해부학적 용어로 엽(lobe)이라고 한다. 후두엽(occipital lobe)은 뒤쪽에 있으며 시각피질이 자리한 곳이다. 전두엽(frontal lobe)은 앞쪽에 즉 우리 눈 바로 위쪽에 해당하는 부위에 위치한다. 후두엽과 전두엽 사이, 두정엽(parietal lobe)에 위치한다. 두정엽은 꼭대기에 위치하며 그 바로 아래에 측두엽(temporal lobe)이 있는데, 정화하게는 우리들 귀보다 약간 위쪽 뒤에 위치한다(그림 4-2 참조). [124p]



- 포유류에게 신피질이 발달하면서 고차원적 심리적 기능, 즉 사고와 추론할 수 있는 능력이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이러한 기능들은 인간에 이르러서 정점에 다다랐다. 그러나 인간에게도 장기뇌는 본질적으로 변하지 않고 남아서 진화적으로 먼 태고적 조상들이 수행했던 원시 기능을 관장하고 있다. [128p]



- 맥클린에 의하면 정서의 기초가 되는 대뇌 분석기는 장기뇌, 구체적으로 해마(hippocampus)에 위치한다. 해마란 이름은 해마 즉, 바다말의 형상을 본뜬 것인데 그리스 신화에서 히포캄포스(hippokampos)는 말 형상(hippo)을 한 바다 괴물(kampos)이었다. 맥클린은 해마의 큰 신경 세포들을 정서의 건반이라고 시적으로 표현했다. 건반 개념은 이 영역에 있는 세포들이 매우 체계적으로 나란히 배열된 점에 기인한다. 감각 세계 요소들이 이 세포들을 움직일 때 그들이 연주하는 가락이 우리가 경험하는 정서가 된다(그림 4-9 참조). [129p]



- 맥클린은 정서는 사고와 달리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이유는 다름 아니라 장기뇌의 중심인 해마와 사고(언어) 뇌의 중심인 신피질의 구조적인 차이 때문이다. 즉, ‘해마 피질의 세포구조가 신피질에 비해 분석기로서 효율적이지 못함을 시사’한다. 이 개념을 보다 정교화하면서 맥클린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혹자는 해마 시스템이 정보를 원시적인 방법으로밖에 다룰 수 없고 언어를 분석하기엔 너무 미개한 뇌일 것이라고 추론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해마는 비언어적 형태의 상징에 관여할 수 있다. 이는 상징이 개인의 정서적인 삶에 영향을 끼치는 한 중대한 의의를 지닌다. 예를 들어, 장기뇌는 ‘RED'라는 단어를 세 개의 알파벳으로 이루어진 단어로 인식하거나 빛의 특정한 파장으로 분석해서 인식하려는 시도 없이 피, 기절, 싸움, 꽃 등과 같은 다채로운 물건들과 상징적으로 연관시킬 수 있다. 그래서 만약 장기뇌가 일련의 연관성 없는 사건들을 상징에 의거해 하나로 묶을 수 있는 뇌이고, 언어뇌가 지닌 분석적인 능력이 부족하여 그들 간의 차이를 분별해 내는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면, 이로인해 공포증이나 강박증 등의 이상행동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이라고 상상해 볼 수 있다. 신피질의 도움과 통제가 없는 상황에서 장기뇌로 들어온 어렴풋한 인상은 미처 수정되지 못한 채 시상하부나 그 외 하위 기관들로 내보내질 것이다. 프로이트 심리학에 비추어 보면 장기뇌는 무의식에 ’이드‘에 해당하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장기뇌는 무의식적인 것이 아니라(심지어 잠자는 동안에도 무의식적이지 않으므로), 다만 동물적이고 원시적인 구조로 인해 언어적인 의사표현이 불가능하므로 지성의 손아귀를 벗어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129~131p]



- 맥클린에 의하면 전뇌는 진화적으로 파충류(reptlian), 선사포유류(paleomammalian), 신포유류(neomammalian)의 3단계를 거쳐 현재에 이르렀다. “세 가지 뇌 유형은 화학적 구조적으로 현격히 다르며 진화적 시기상으로 무한히 동떨어져 있지만 놀랄 만한 연결을 보인다. 소위 하나에 3개의 뇌가 있는 체계가 존재하며 나는 이를 간단히 삼위일체의 뇌라고 부르려 한다.” 맥클린에 의하면 각 뇌 유형은 고유의 특별한 지능과 기억, 시공간 감각, 운동 및 기타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인간이나 다른 영장류 혹은 고등포유동물에게서는 세 개의 뇌 모두가 존재한다. 보다 낮은 수준의 포유동물은 신포유류 뇌가 없지만 선사포유류 뇌와 파충류 뇌를 가지고 있다. 기타 모든 척추동물(조류, 파충류, 양서류, 어류)은 단지 파충류의 뇌만을 가진다. 모든 포유동물에게서 보이는 선사포유류 뇌가 본질적으로 변연계이다. 이와 같이 삼위일체 뇌이론은 변연계를 보다 넓은 진화적 맥락에 포함시켜서 다양한 단계의 복잡성을 지닌 행동과 정신적 기능을 설명하고자 하였다. [132~133p]



- 불행히도 변연계가 정서적인 뇌를 구성한다는 개념은 여러 가지 이유로 받아들이기 힘들다. 그러나 그 이유를 설명하기 전에 나는 일단 정서의 본질과 정서 장애를 설명한 멋지고 통찰력 있는 맥클린의 견해를 변연계 이론으로부터 분리해 보고자 한다. 그는 정서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이는 일반 경로를 개념화하는 엄청난 작업을 완수하였다. 현대의 인지적 혹은 사회적 관점에서 고찰되어야 한다고 믿는 데서 맥클린과 의견을 같이 한다. 정서의 뇌와 언어의 뇌는 대등하게 작용하지만 다른 코드를 사용하고, 이 때문에 반드시 서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그의 생각에 매우 동의한다. 그리고 어떤 정신병적 문제들은 정서뇌의 작용이 언어뇌로부터 독립적임을 나태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그의 개념도 적절하다고 본다. 그러나 이러한 주옥같은 아이디어들은 나머지 변연계 이론과 분리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변연계 이론은 일종의 국지화 이론이다. 이것은 정서가 뇌 어디에 존재하는지를 밝히려는 것이다. 그러나 맥클린이나 이후 변연계 이론의 열광자들은 뇌의 어느 부외가 실제로 변연계를 구성하는지 제대로 보여 주지 못했다. [134p]



- 카르텐(Karten, H.)과 노스컷(Northcutt. G.) 같은 해부학자들은 소위 원시 동물에게도 신피질의 구조적, 기능적 기준에 부합하는 영역이 있었음을 밝히고 있다. 다만 이 피질 영역이 포유류들의 피질과 같은 바로 그 자리에 있지 않았기 때문에 그것들이 실제로 동질의 구조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혼동이 있었을 뿐이다. 이 발견의 결과로 포유류 피질의 몇몇 부위가 다른 부분보다 더 오래 되었다고 말하는 것은 더 이상 가능하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한 번 구피질과 신피질 사이의 차이가 무너지자 포유류의 뇌 진화라는 개념이 엉망이 되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변연엽, 후뇌, 장기뇌, 그리고 변연계 개념이 의심스러워졌다. [135p]



- 선언적 기억이란 당신이 몇 분 전에 한 일을 알고 그 정보를 저장하며 이후에 끄집어 내어 당신이 기억하는 바를 언어적으로 묘사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것은 분명히 맥클린이 제안한 장기뇌와 변연계는 관여하지 않아야 하는 그런 과정이다. 변연계를 무어라고 정의하든 간에 이 시스템이 정서에는 별 관여를 하지 않고 오히려 인지기능에 관여하는 것이 분명한 이상 이를 정서뇌라고 부르기엔 무리가 있다. [137p]



- 맥클린이 이루어 낸 중요한 통찰 중 하나는 정서를 이해하기 위해 뇌의 진화적 측면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정서가 개인 및 종족의 생존에 관계된 뇌 기제라고 보았다. 지금에 와서 돌이켜 보면 그의 실수는 진화의 역사와 정서의 뇌를 통째로 묶어서 한 시스템으로 포장한 것이라 생각된다. 내 의견으로는 정서적 진화에 관한 그의 논리는 완벽했다. 다만 그는 이것을 너무 넓게 적용하였다. 정서는 그의 주장대로 생존에 필요한 기능이다. 하지만 여러 다양한 정서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생존에 기여한다. [138~139p]



05 그 옛날의 모습들



- 서로 다른 정서는 각각 서로 다른 뇌의 회로망이나 모듈에 의해서 조정되며, 특정 회로망에 있어서의 진화적 변화는 다른 영역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물론 간접적인 영향은 미칠 수 있다. 위험을 탐지하고 그것을 방어하는 능력이 향상됨으로써 한 개체는 로맨틱한 관심에 더 많은 시간과 자원을 배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다목적 정서 시스템이 존재한다는 주장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이다. [145p]



- 다윈은 비록 정서 표현이 때로는 의지에 의해 조절될 수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것은 의지에 의해 통제되지 않는 불수의적 행동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는 억지 웃음과 자연스러운 웃음을 구별해 내기란 어렵지 않다고 지적하면서, 자연스럽게 표출되는 정서반응을 억지로 하게 할 때 이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자신의 경험을 예로 들어 진술한다. “나는 런던 동물원의 아프리카 산 독사 우리 유리벽에 얼굴을 대고, 만일 뱀이 유리벽을 치더라도 절대 뒤로 물러서지 말자고 다짐을 했다. 그러나 뱀이 유리벽을 치자마자 내 결심은 간 곳 없고, 나는 놀라울 정도로 재빨리 1야드 정도를 뒤로 뛰어서 물러났다. 처음 경험하는 위협적인 광경 앞에 나의 의지와 이성은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153~154p]



- 플럿칙은 정서의 통합에 관한 보다 세련된 이론을 제시했다. 플럿칙은 기본색들을 섞어서 새로운 색들을 만들 수 있는 색상환의 개념을 본따서 소위 정서환을 구성하였다. 정서환의 각 위치에는 기본적인 정서들이 배열된다. 이러한 정서환 내에서 두 가지 기본적인 통합은 쌍(dyad)이라 칭한다. 의미상으로 가까운 정서들끼리의 통합은 일차적 쌍이라 하고, 하나 건너 있는 정서들끼리의 통합은 이차적 쌍이라고 한다. 이러한 도식에 근거하면, ‘사랑’은 서로 접해 있는 즐거움과 수용이라는 두 기본 정서의 일차적 쌍이라 할 수 있고, 죄책감은 수용을 사이에 두고 서로 떨어져 있는 즐거움과 공포라는 두 기본 정서의 이차적 쌍이라 할 수 있다. 두 기본 정서들이 서로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그들 간의 통합이 일어나면서 갈등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 공포와 놀람이라는 두 정서는 서로 인접해 있고, 이들 간의 통합은 ‘경악’이라는 보다 고차적인 형태의 정서를 유발한다. 반면 즐거움과 공포는 수용을 사이에 두고 서로 떨어져 있으며, 그러므로 이들 간에 완전한 통합은 불가능하다. 이로 인해 갈등이 발생하고 이는 죄책감이라고 하는 정서의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한다. [156p]



- 사회구성주의 이론가들은 정서가 생물학적인 산물이 아니라 사회적 산물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이론들에서는 인지과정이 과거 경험과 미래에 대한 기대를 기반으로 사회적 환경을 표상하고 해석하는 메커니즘을 제공한다. 각 문화권들 사이에서 나타는 정서적 다양성이 이러한 시각의 근거이다. [158p]



- 서구 문화권에 속한 이들에게는 생소하게 들릴 정서의 또 다른 상태 중 하나는 일본인들이 ‘아마에’라 칭하는 마음의 상태이다. 인도-유럽 어족에 속하는 언어들에는 아마에에 대한 적절한 번역이 존재하지 않는다. 혹자는 아마에라는 일본인 특유의 정서상태를 이해하는 것이 일본인들의 성격 구조의 중요한 측면을 이해하기 위한 열쇠와도 같다고 말한다. 아마에는 간단히 말해서 타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상상하는 것이며 또한 상대방의 친절에 탐닉하는 등의 정서상태를 가리킨다. 일본인 정신과 의사 도이(Doi)는 아마에가 무력감, 사랑 받고자 하는 욕망, 사랑의 대상이 되고자 하는 수동성의 발로라고 설명한다. 그는 서구인들에게도 아마에와 같은 정서상태가 존재하나, 상대적으로 훨씬 적은 수의 서구인들만이 이를 느낀다고 말한다. 비록 많은 일본인들이 자주 아마에를 경험하지만 이에 대해 언어적 형태의 표현을 주고받는 경우는 드물다. 아마에가 말로 표현하기 힘든 정서 상태이기 때문이며 또한 그러한 부분을 서로 언급하는 것이 부적절한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도이에 의하면, “서로 극히 가까운 사람들끼리는-말하자면, 서로 깊게 몰입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 받은 사람들끼리는-서로의 감정을 굳이 말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 만일 누군가가 상대방에게 몰입하고자 하는 욕구(아마에의 상태)를 말로 표현해야만 한다면, 그건 분명히 몰입하고 있는 사이가 아닌 것이다!” 도이에 의하면 미국인들은 언어적 의사소통을 통해 서로 용기를 복돋우고 서로 안심시키지만 일본인들은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않을 뿐 아니라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한다고 한다. [159~160p]



- 그는 사람들이 각기 자신들의 정서 표현을 제어하기 위해 사용하는 나름의 관습, 기준 드응을 지칭하기 위한 ‘표현규칙(display rules)'이란 용어를 사용했다. 표현규칙은 어떤 사람이 어떤 정서를 언제, 누구에게, 얼마만큼 드러낼 것인지를 규정한다. 서양 문화권에서는 장례식에서 취해야 할 슬픔 강도의 위계 구조가 있다. 마크 트웨인(Twain, M.)이 말했듯이, “장례식장에서 고인의 혈족은 흐느껴 울어야 하고, 가까운 지인들은 굳은 표정을 유지하며, 먼 친구들은 한숨을 내쉬고, 낯선 사람들은 동정어린 표정으로 손수건을 더듬으면 된다.” 만일 그의 아내보다 여비서가 더 슬퍼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괜한 의심을ㄹ 사게 될 것이라고 에크만은 말한다. 그는 또한 표현규칙이 개인에 따라 다를 수 있고, 이러한 개인차가 문화적 규준보다 더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어떤 사람들은 마치 금욕주의자인양 그가 속한 사회가 자유로운 정서 표현을 보장하는 상황에서도 자신의 정서를 거의 드러내지 않기도 한다. 에크만의 관점에 의하면, 기본정서란 개념은 개인과 문화권을 초월하여 공통적인 기본정서 표현에 있어서의 유사성이 존재하는 이유를 설명해 주며 반면에 표현규칙은 그들 간의 차이를 이해할 수 있게 해 준다. [162p]



- 인지과학자인 오토니(Ortony, A.)와 터너(Turner, T.)는 기본정서들이 보편적인 얼굴표정들에 의해 정의될 수 있을지 아니면 다른 기준들이 필요한 것인지에 관한 중요한 문제를 제기했다. 그들의 물음은 기본정서들이 그처럼 ‘기본적인 것’ 이라면 무엇인 기본정서인가에 대해 왜 그토록 이견이 분분한가 즉, 어떤 학자들에 의해서 기본정서로 간주되는 정서들(흥미나 욕구 등)을 다른 학자들은 아예 정서로 인정하지 조차 않는 일들이 어떻게 가능한가 하는 것이다. 오토니와 터너는 결국 기본적인 것은 어떠한 정서 자체나 그 표현방법이 아니라는 주장에 이르렀다. 대신에 그들은 정서 표현에 있어서도 사용되고, 비정서적 상황에서도 사용되는, 기본적이고 선천적인 반응 구성요소들을 제안하였다. 그들의 이론은 “정서 표현은 생물학적으로 결정된 요소들의 레퍼토리를 기반으로 구성된다. 많은 정서들은 항상은 아니지만 매우 높은 빈도로, 매번 동일한 특정 구성요소들의 부분집합들과 연관된다.”라고 주장하였다. 그들은 특정 정서 표현과 유사한 신체표현들이 정서와는 무관하게, 즉 정서 없이 나타날 수도 있으며 특정 정서에 의해 전형적으로 유발되는 표현들이 다른 정서의 국면에서도 유발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우리는 추워서 떨기도 하지만 무서울 때에도 떤다. [164p]



- 한 종을 다른 종들로부터 구별되도록 하는 특성은 주로 그 종의 조상이 처했던 특정한 환경에서 살아남는 데에 도움이 되었던 특성들이며, 조상들은 그러한 특성들을 그들의 자손에게 물려주었다. 한 동물이 취할 수 있는 행동 양식은 분명 그의 몸이 지니는 물리적 특성에 의해 제한된다. 그러나 많은 종들이 공통적으로 부딪히는 생존의 문제에 대한 진화적 해결책들은, 신체적 특성의 차이에서 비롯된 행동양식의 차이들을 뛰어넘는 기능적 동일성을 가질 수도 있다. 

이러한 논의는 다음과 같은 의문을 던진다. “어떻게 행동의 기능적 동일성이 종을 뛰어넘어 유지될 수 있는가? 특히, 특정한 기능이 행동적으로 구현되는 방식이 확연히 다른 종들 간에도 어떻게 이러한 기능적 동일성이 유지될 수 있는가?” 이 복잡한 문제에 대한 간단한 대답은 다음과 같다. “서로 다른 종들에서 동일한 뇌 시스테이 그 기능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169p]



- 진화는 서로 다른 종들이 각각 직면한 생존의 문제들에 대해 독창적인 행동적 해결책들을 창조해 내는 과정이다. 단, 기존에 존재하는 뇌 시스템이 ‘고장나기 전에는 굳이 고칠 필요 없다’ 라는 한 가지 단서가 붙는다. [171p]



- 하지만 ‘정서적 행동’이라는 이름을 붙임으로써 정서적 행동의 범주에 속하는 모든 행동들이 단일한 두뇌 시스템에 의해 통제된다는 오해를 갖도록 해서는 안 된다. 시각과 청각, 둘 다 감각 기능이라고 불리지만 서로 다른 신경계 조직에서 처리된다. [174~175p]



- 신경계의 관점에서 정서를 담당하는 단위는 크게 입력(input)부, 평가(appraisal)부, 출력(output)부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평가 메커니즘은 진화의 과정을 통해 특정한 기능과 관련 있는 입력, 혹은 유발자극(trigger stimuli)들을 탐지하도록 프로그램화되어 있다. 우리는 이러한 입력 혹은 방출 자극들을 ‘자연적인 유발자극’이라고 부른다. [175p]



- 때로 겉보기에는 공포라는 정서와 대조적인 것으로 보이는 여러 종류의 정서들 이면에도 공포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보자. 용기라는 정서, 이는 공포를 극복하기 위한 능력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어린이의 도덕학습에는 그들이 잘못된 행동을 할 경우 겪게 될 일들에 대한 공포감이 상당한 기여를 한다. 법에는 사회의 무질서에 대한 우리의 공포심이 담겨 있다. 같은 원리로 완벽하지는 않지만 사회질서의 유지에는 법을 어기는 과정에 대한 공포심이 크게 공헌한다. 세계평화는 인도주의자들의 바람직한 목표지만, 현실세계 정치의 역학 속에서 전쟁을 억지하는 힘은 상당 부분 약자들이 강자에게 갖는 공포에 의존하고 있다. 이런 식의 얘기들이 너무 삭막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물론, 약간의 과장이 개입되었다고도 할 수 있겠으나 인간과 사회의 정신적 구조 속에 공포라는 정서가 매우 깊이 부리내리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179p]



- 분명한 사실은 유전자가 우리의 정서 형성을 위한 원재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유전자에 의해 우리가 어떠한 자율신경계를 갖게 될지 결정되며, 자율신경계가 관여하는 정신작용의 양상과 자율신경계가 조절하는 신체기능 또한 결정된다. 그러나 우리가 특정한 상황에서 행동하고, 사고하고, 느끼는 구체적 방식은 수많은 다른 요인들의 영향을 받으며, 유전적 결정론만으로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분명, 정서는 생물학적 토대에 기반하지만 사회적인, 즉 인지적인 요인들 역시 매우 중요하다. 유전(nature)과 양육(nurture) 둘 다 우리의 정서적 삶을 이끄는 동반자들인 것이다. 문제는 각각의 독립적인 공헌이 무엇인가 하는 점을 밝혀내는 것이다. [190p]



06 6단계 법칙



- 그러나 반복적으로 US의 제시 없이 CS에만 노출시키면 공포조건화는 ‘소거(extinction)'된다. 다시 말해서 공포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는 CS가 US 없이 단독으로 제시됨에 따라서 그 능력을 잃게 되는 것이다. -중략- 

그러나 소거가 CS와 US 사이에 형성된 관계를 사라지게 하지는 않는다. 파블로프는 조건화된 반응이 어느 날 완전히 사라진 것처럼 보였지만 그 다음날 CS가 다시 조건화된 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을 관찰하였고, 이러한 현상을 ‘자발적인 회복(spontaneous recovery)' 이라고 불렀다. -중략- 자발적인 회복, 재기, 복원과 같은 현상들이 보여 주는 것은 소거를 통해 기억이 지워지는 것이 아니라 CS가 공포 반응을 일으킬 가능성이 감소된다는 것이다. [203p]



- 당신이 낯선 곳에 있다고 상상해 보라. 그리고 당신은 출발점과 도착점이 표시된 지도를 한 장 건네받는다. 그 종이에는 다른 점들이 많이 표시되어 있다. 또한 어떤 점들 간에는 서로 왕래가 가능함을 알려주는 선이 연결되어 있다. 그러나 당신은 그 선들이 실제로 연결된 지점들을 나타내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과 또한 모든 지점이 그 지도 위에 표시된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당신이 이제부터 풀어야 할 문제는 차를 몰고 출발 지점부터 도착 지점까지 갈 수 있는 가장 좋은 길을 찾아내는 것이며, 길을 따라 정확한 지도를 만드는 것이다. [209p]



- 신피질을 거치지 않는 신경 통로에 의해 정서 학습이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은 사고, 이성, 의식 등에 관여한다고 여겨지는 두뇌의 고등한 처리 영역의 개입 없이 학습이 이루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221p]



- 지금까지 언급된 실험들은 전기충격과 연합된 간단한 청각 자극을 사용하였다. 이러한 간단한 처리에 청각피질은 필요치 않음이 확실하다. 그러나 보다 복잡한 상황을 가정해 보자. 전기충격과 연합된 간단한 청각 자극 하나만을 사용하기보다 매우 유사한 두 개의 청각 자극을 사용하여 하나는 전기충격과 연합시키고 하나는 연합시키지 않았다는 가정이다. 이때 두 소리를 구분할 필요가 생기게 되는데 이 경우 청각피질이 필요할까? -중략- 그러므로 두 가지 유사한 소리가 사용된 실험에서 시상은 어떤 소리가 주어지든지 편도체로 동일한 정보만을 보내게 된다. 그러나 청각피질을 통해 청각 자극의 차이가 지각될 경우 청각피질은 편도체로 이러한 차이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게 된다. 만약 청각피질이 손상된다면 실험 동물은 단순히 시상 경로만을 이용하게 될 것이고, 편도체는 두 가지 소리를 같은 것으로 여기게 되어 두 소리 모두에 공포 반응을 보일 것이다. [221~223p]



- 시상체계는 정보를 명확히 구별하지는 못하지만, 피질로부터 입력을 받아 편도체까지 전달하는 경로보다 유리한 점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바로 시간이다. 쥐의 뇌에서, 시상 경로를 통해 청각 자극을 편도체까지 도달하게 하는 데에는 12밀리세컨드(1000분의 12초)가 걸리고, 피질 경로를 통해서는 거의 2배의 시간이 걸린다. [224p]



- 맥락공포조건화 실험에서 맥락은 외현적 CS를 제외한 다른 모든 자극들로 구성된다. CS는 전경(foreground)이다. 가장 두드러진 자극이며 전기충격에 대한 예언력도 가장 높다. 다른 모든 자극들은 CS의 배경에 존재하며 맥락을 구성한다. 맥락은 언제나 존재하지만 CS는 때때로 제시된다. 이러한 이유로 한 번도 전기충격과 연합된 적이 없는 새로운 맥락에서 제시된 CS의 효과를 시험해 볼 필요가 있다. 항상 제시되는 맥락에 의해 유발되는 공포 반응이 가끔식 제시되는 CS에의해 유발되는 진정한 반응을 정확히 측정하지 못하도록 방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맥락조건화는 부수적인 학습이다. 조건화과정에서 피험자는 가장 명백하게 제시되는 자극(소리 CS)에 집중하지만 다른 자극들에도 집중하게 된다. 이는 진화의 관점에서 볼 때 매우 유용하다. 여우로부터 탈출한 토끼는 여우와 즉각적이고 직접적으로 연합된 자극, 즉 모습, 냄새, 공격할 때 나는 소리뿐만 아니라 여우와 마주친 장소, 물웅덩이 및 그 주변에 대해서도 조건화된다. 이러한 추가적인 자극들은 가장 명백하고 직접적인 자극을 뛰어넘어 조건화의 영향을 확장시키는 데 매우 유용하다. 별로 상관없는 단서들이라도 위험으로부터 탈출하고 회피하기 위해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227~229p]



- 편도체는 본질적으로 정서적 의미를 해석하는 데 관여한다. 자극이 반응을 유발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는 곳이 편도체인 것이다. [230p]



- 해부학은 달리 말하자면 심리학을 증명한다. [232p]



- 많은 동물들이 주로 정서 반응의 주도권을 자동적인 메커니즘에 맡기고 살아가는 것에 비해, 자동적인 반응에서 의도적인 제어로 빠르게 전환할 수 있는 동물들은 엄청난 이점을 가지고 있다. 이 이점은 정서와 인지기능의 결합에 달려 있다. 준비된 정서 반응을 유발시킬 수 있는 신호의 출처로서 인지적 처리의 역할은 중요하다. 인지는 또한 우리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으며 다음에 어떤 행동을 해야만 하는지에 대한 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해줌으로써 정서에 기여한다. 인지가 매우 유용한 정신적 도구인 이유 중의 하나는 ‘수동적 반응’에서 ‘능동적 행동’으로의 전환을 가능하게 해 주기 때문이다. 이렇게 전환이 가능한 능력은 생존에 큰 이점을 제공하고 아마도 이점이 영장류, 특히 인간에게 있어 인지의 폭발을 가져온 이유를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237p]



- 전전두 피질은 영장류에서 가장 넓은 대뇌 피질의 한 부분이다. 이 영역이 손상된 사람들은 계획을 세우는 데 매우 어려움을 겪는다. 소위 전두엽 환자들은 같은 일을 계속 반복해서 하는 경향이 있다. 그들은 현재에만 집중할 뿐 자신의 미래 모습을 그려 보지 못한다. 전전두 피질의 어떤 영역들은 편도체와 연결되어 있는데, 가능한 다른 영역들과 함께 이 부분들은 정서적인 행동들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 [239p]

07 추억 속의 느낌들

- 그러나 지금은 서로 다른 종류의 기억을 담당하는 다중 기억 시스템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245p]

- 20세기 초에 프랑스의 내과의사인 클라팔드(Claparede, E.)는 뇌 손상으로 인하여 새로운 기억을 생성하는 능력을 잃은 것으로 보이는 여성환자를 진찰하게 되었다. 클라팔드는 병실에 들어설 때마다 그녀에게 다시 자기소개를 해야만 했는데 그녀가 이전에 의사를 만났던 경험을 기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그녀의 기억 문제는 클라팔드가 병실을 떠난 지 채 몇 분도 지나지 않아 다시 찾아왔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처음 본 것처럼 의사를 대할 정도로 심각하였다.

어느 날 클라팔드는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보았는데, 우선 늘 하던 것처럼 병실에 들어가서 그녀에게 악수를 청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평범하게 악수를 하기 위해 손을 뻗었는데 손이 닿자마자 재빨리 손을 뺐다. 왜나하면 클라팔드가 손바닥에 조그만 압정을 숨겨 두었다가 그녀의 손바닥을 따끔하게 찔렀기 때문이다. 그 다음 진료에서 그녀와 악수하기 위해서 병실에 왔을 때 그녀는 역시 클라팔드를 알아보지 못하였지만 완강히 악수하기를 거부하였다. 허나 왜 자신이 의사와 악수하고 싶지 않은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했다. [246~247p] 



- 기억이 수초간 지속되는 단기저장과 몇 분에서 몇 시간까지 혹은 평생에 걸쳐 유지되는 장기저장으로 구분될 수 있다는 학설은 오늘날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금 당신이 의식하는 것은 잠시 단기기억에 저장되고(이는 단기기억의 특별한 형태로 작업 기억working memory이라고 부르며 9장에서 논의할 것이다), 이 저장된 정보가 장기기억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 이렇게 기억을 두 가지로 구분한 것은 19세기 후반에 제임스에 의해 제안되었다(당시 그가 사용한 용어는 달랐다). 그러나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이 서로 다른 뇌 시스템에 의해서 조절되는 별개의 처리과정이라는 결정적인 증거는 바로 밀너가 수행한 초기 H.M.의 연구로부터 밝혀지게 되었다. -중략-

따라서 H.M.을 연구하여 발견한 사실로부터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을 명확하게 구별할 수 있었고, 나아가 장기기억은 H.M.에게서 제거된 측두엽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초기 단계와 신피질과 같은 다른 뇌 영역을 사용하는 후기 단계, 이렇게 최소한 두 단계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측두엽은 장기기억을 형성하기 위해서 필수적이지만 이렇게 형성된 기억은 점차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측두엽을 포함하는 뇌 체계로부터 독립하게 된다. [252~253p]



- H.M.이 손상당한 뇌 부위는 측두엽 영역 중에서도 주로 해마와 편도체 및 그 두영역의 주변 영역들을 포함한다. 이 세부 영역 중 일부는 예전에 맥클린이 변연계의 구성요소로서 확인하였다시피 정서 체계와 관련되어 기능하고 있다고 알려져 왔다. 그러나 H.M.의 연구 결과는 정서에 대한 변연계 이론에 반론의 여지를 제공해 주었고, 변연계의 일부 영역은 정서뿐만 아니라 인지 기능에도(기억과 같은)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를 보여 주었다. [254p]



- 이로 인하여 해마는 새로운 기억의 형성에 관여하는 뇌 영역으로 주목 받기 시작하였다. 현재의 외과의사들은 측두엽을 수술해야 할 때, 해마와 관련된 영역을 완전히 보존하거나 최소한 한쪽 영역은 보존하는 방법을 채용함으로써 기억 기능을 손상시키는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54p]



- 국립 정신 건강 연구소의 미쉬킨(Mishkin, M.)은 기억에서 해마가 담당하는 역할에 대한 이렇듯 깔끔하고 단순한 이론에 대해 한 가지 문제점을 보고하였다. 측두엽 손상으로 기억상실증에 걸린 H.M.을 포함한 모든 환자들은 해마뿐만 아니라 편도체도 손상을 입었다는 중요한 점을 지적하였다. [258p]



- 그러나 다른 연구자들은 편도체가 기억 체계의 일부분이라는 견해를 완전히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리고 1980년대 후반의 시대 조류는 오히려 후퇴하여 해마가 장기기억 체계의 핵심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회의의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샌디에고의 스콰이어(Squire, L.), 졸라-모간(Zola-Morgan, S.), 애머럴(Amaral, D.)은 H.M.과 매우 비슷한 기억 장애를 가지고 있는 환자를 관찰하였다. 얼마 후 이 환자는 사망하였으나 조사를 위해서 자신의 뇌를 기증하였다. 그의 뇌를 관찰해 본 결과 해마에만 손상이 발견되었고, 그 이외의 다른 부위에서는 아무런 손상도 관찰되지 않았다. 해마에 있는 세포에만 손상을 입은 이른바 선택적 손상의 원인은 산소공급이 감소하는 산소결핍증(anoxia) 때문이었다. 이 사례는 해마의 손상만으로도 기억상실증을 일으킨다는 것을 보여 준다. [260p]



- 대부분의 연구자들은 측두엽 기억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해 거식적으로는 대체로 일치된 견해를 보인다. 피질의 감각처리 영역들은 외부 사건에 대한 정보를 받아들이고, 자극에 대한 지각표상을 만들어 낸다. 이후에 이 표상들은 주변 피질 영역으로 옮겨지고, 피질 영역은 표상들은 한 번 더 가공하여 해마로 보낸다. 그런 다음 해마는 다시 주변 영역들로 정보를 보내고, 이들은 신피질로 전달된다. 기억을 몇 년 정도 유지하려면 이러한 측두엽 기억 시스템이 완전히 갖추어져야 한다. 그 이유는 측두엽 시스템에 속해 있는 요소들은 기억이 지나간 흔적을 저장하고, 측두엽 시스템과 신피질 사이의 상호교류를 통해서 이 흔적을 유지시키기 때문이다. 점차적으로 여러 해가 지나면서 해마는 기억에 대한 통제권을 신피질에게 넘겨준다. 그러면 기억은 신피질에 오랫동안, 어쩌면 평생 동안 남아 있게 된다. [261~263p]



- 외현기억과 암묵기억의 구분은 스콰이어아ㅘ 그의 동료들이 수행한 연구에 의해서 극적으로 입증되었다. 그들은 단지 어떠한 지시를 내렸느냐에 따라서 기억상실증 환자들이 기억 검사에서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다시 말해서 환자들에게 외현적인 기억 경로를 사용하도록 지시내용이 만들어진 경우에는 수행에 장애가 있었다. 반대로 지시내용이 암묵적인 기억에 접근하도록 유도한 검사에서는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다. 두 조건 모두에서 자극은 동일했으나 단지 기억을 이끌어 내는 지시만 변하였을 뿐이다. [268p]



- 해마가 신피질로부터 받는 입력정보를 조사해 봄으로써 해마가 기억과 관련하여 그렇게 중요한 기여를 하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게 된다.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해마와 신피질 간에 주요 연결고리는 해마 주변에 있는 중계 피질(transition cortex)이다(그림 7-4). 이 지역은 주요 감각 영역으로부터 고차단계의 신피질 정보처리를 거친 입력정보들을 받아들인다. 그래서 피질의 감각 시스템이 빛이나 소리와 같이 받아들인 모든 자극을 처리하게 되면, 자극은 정보로 변형되어 중계 피질로 전송된다. 이곳에서 의미하는 바는 중계 회로에서는 더 이상 시각, 청각 또는 후각적인 요소에 국한되지 않는 표상이 형성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정보들은 순수한 지각의 범주를 뛰어넘어 뇌의 개념적인 영역으로 들어간다. 그러고 나서 이들 중계 회로는 개념적인 표상을 해마로 전달해 한층 더 복잡한 표상들로 변형시킨다. [270p]



- 일반적으로 뇌에는 다양한 기억 시스템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의식적, 선언적 또는 외현적 기억은 해마와 이와 연결되어 있는 피질영역에 의해서 조절되는 반면에, 여러 가지 무의식적 암묵적인 기억 형태는 서로 다른 시스템들에 의해서 각각 조절된다. 한가지 암묵기억 시스템은 편도체 및 이와 연결된 영역이 관여하고 있는 정서(공포)기억시스템이다. 외상적 경험에서 암묵 및 외현기억 시스템은 동시에 기능한다. 시간이 흘러서 충격을 받았을 당시에 존재했던 자극에 다시 노출되면, 두 시스템은 다시 활성화된다. 해마 시스템을 통하여 당시 사건이 일어날 때 당신이 누구와 함께 있었는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기억하게 될 것이고, 아무런 정서적 요소도 가미되지 않은 냉정한 사실로써 당시 사건이 끔찍했다고 기억할 것이다. 한편 편도체 시스템을 통해 근육이 긴장되고, 혈압과 심박율이 변하고, 호르몬이 분비되는 일련의 신체적인 반응이 유발될 것이다. 이 시스템들은 동일한 자극에 의해 활성화되고 동시에 기능하기 때문에 두 종류의 기억들은 단일 기억 기능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동물 실험 연구나 인간을 대상으로 한 사례연구를 통하여 두 시스템을 서로 분리해 보면, 우리들은 이 시스템들이 서로 독립적인 기억 기능으로써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274p]



- 그러나 선언적 기억 시스템 내에서는 당신이 한 친구와 함께 타고 있었고 사고가 끔찍했다는 사실만이 존재한다. 다시 말해서 아무런 정서적 기억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 단순한 사실로 단지 정서적 경험에 대한 선언적 기억만이 떠오른다. 이러한 기억은 측두엽 기억 시스템에서 조절되며, 이 자체는 정서가 아닌 것이다. 신체적인 반응까지도 뒤따르는 정서기억을 갖기 위해서는 정서 기억 시스템(지금의 예에서는 편도체를 포함하는 암묵적 공포기억 시스템)을 활성화해야만 한다. 

이 두 가지 기억, 즉 정서에 대한 외현적 기억과 암묵적 정서기억이 만나는 곳이 있다면 그곳은 작업기억으로 여기에서 즉각적으로 의식적인 경험이 생겨난다(작업기억과 의식의 관계는 9장 참조). 경적 소리는 암묵적 정서기억 시스템을 거쳐 정서적 각성의 배출구를 일제히 개방함으로써 공포 및 방어와 연합되어 있는 모든 신체 반응을 표출시킨다. 표출된 반응은 당신이 각성되었음을 의미하며, 그 자체로 또 다른 현재 경험의 일부가 된다. 정서적 각성은 교통사고에 대한 외현적 기억과 함게 의식(작업기억) 속에 나란히 머물게 된다. 암묵적 시스템을 통해서 발현되는 정서적 각성이 없다면, 의식기억은 정서 없이 단조롭고 무미건조한 것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의식기억과 정서적 각성에 대한 표상이 동시에 일어나게 되면, 의식기억에 정서라는 색을 입히게 되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두 사건(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각성)은 완전히 통합되어 하나의 의식경험을 형성하게 되고, 당신이 과거의 사건을 떠올렸을 때 얼마나 공포스러웠는지를 포함하는 새로운 외현기억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이 경우 교통사고에 대한 기억자체가 정서적 각성을 유발하지는 않는다. 암묵적인 정서각성이 외현기억에 정서적인 색채를 입히게 된다. [275p]



- 첫 번째는 외현기억 시스템은 잊혀지기 쉽고 부정확하다(밑에서 살펴볼 것이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조건화된 공포 반응은 시간이 지나도 잘 소거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공포 반응은 종종 시간이 흐르면서 그 위력이 점차적으로 증가하는데, 이러한 현상을 ‘공포의 숙성(incubation)'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영구적으로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학습이 촉발인자인 CS를 US없이 반복적으로 제거하면 조건화된 반응이 나타날 가능성을 감소시킬 수 있다. 소위 말하는 소거 현상이다. 그러나 소거된 반응은 꼭 스트레스를 받는 사건에 의해서 다시 삶으로 표출되지 않더라도 대개 스스로 재발하는 경향이 있다. 이를 근거로 조건화된 공포반응은 원상태로 회귀하는 경향이 있으며, 쉽게 지울 수 없는 표상을 형성한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277p]



- 네이덜과 제이콥스(Jacobs, J.)는 유아기의 기억상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발달상에서 늦게 성숙되는 해마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뇌가 완전하게 기능하기 위해서는 세포들이 성장해야 하고, 여러 다른 영역들과 연결을 맺어야 한다. 해마는 대부분의 다른 뇌 여역들보다 더 긴 시간 후에 준비를 완료한다. 그러므로 제이콥스와 네이덜은 어린 시절의 외현기억이 없는 이유가 외현적 기억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하였다. 반면 이 기억상실 기간 동안 비록 아이들은 의식적인 기억을 갖니는 못하지만, 이외의 다른 뇌 시스템들은 충분히 성숙되어 작동할 준비를 갖추므로 지속적으로 생존해 나갈 수 있게 된다. [278p]



- 만화가 랄슨(Larson, G.)은 자신의 만화집인 『먼 곳에서』에서 숲을 배경으로 여러 종의 동물들이 둘어앉아 있는 그림을 그려 넣었다. 이 그림에 대한 설명은 숲속에 사는 동물들은 밤비의 어머니가 총에 맞았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자신이 누구와 함께 어디에 있었는지 알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 만화는 케네디 대통령이 저격당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미국의 베이비붐 시대 아이들과 부모들이 그 순간 자신들이 하고 있던 일을 정확히 기억할 수 있었다는 것에서 착상을 얻었다는 것을 눈치 챘을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심리학자들은 ‘섬광기억(flashbulb memory)'이라고 표현하며, 이는 정서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매우 생생하고 명확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 기억이다. [279~280p]



- 지속적으로 보아온 것처럼 편도체가 혐오적인 정서 상황을 탐지하게 되면, 자율신경계를 포함하는 모든 종류의 신체 관련 시스템을 작동시킨다. 부신에 있는 자율신경계 역시 활성화되고, 그 결과 아드레날린이 분비되어 혈액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 후에 아드레날린은 간접적인 방법이긴 하지만 뇌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러한 피드백은 곧바로 여러 시스템과 상호작용하고, 상황에 대한 외현적 기억을 형성시키는 해마 시스템 역시 활성화된다. 피드백이 외현기억을 강화시키는 방식은 아직 완전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뇌로 들어온 아드레날린이 측두엽 기억 시스템에 영향을 미쳐서 이 지역에서 생성되는 기억을 강화시키는 것처럼 보인다. [281~283p]



- 외현적 기억은 경험하고 있는 동안 무엇에 주의를 두고 있었는지에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284p]



- 정서경험에 대한 기억이 확실하고 생생하다 할지라도 반드시 정확한 것은 아니다. 우선, 외현기억의 경우 실제 경험이 있는 그대로 기억되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단지 회상을 통해서 재구성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회상을 할 당시의 뇌의 상태가 인출된 기억을 회상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바틀렛(Bartlett, F.) 경이 오래 전에 입증해 보인 것으로, 경험의 학습을 통하여 외현기억이 생성될 때 단순화, 첨가, 정교화 그리고 합리화 기제가 사용되며 또한 어떤 부분들은 생략되기도 한다. 요약하자면 기억은 바틀렛이 인지도식(cognitive schema)이라고 명명했던 맥락에서 만들어지는 것으로서, 이러한 기억 속에는 개인적인 기대와 편향이 포함되어 있다. [284~285p]



- 기억은 형성된 이후에 발생하는 새로운 사건에 의해서 공격을 받아 쉽게 변형된다. [285p]



- 때때로 충격을 안겨주는 정서적인 사건들은 생생하게 기억되기보다 선택적인 기억상실을 유발하기도 한다. 이러한 일화에 대한 수많은 문서들은 강간, 근친상간 및 폭력범죄의 피해자들이나 전쟁에 참여한 군인들이 가지고 있는 충격적인 기억들에 대한 외현적 기억이 매우 약하거나 존재하지 않을 수 있음을 넌지시 시사한다. 이러한 관찰한 불쾌한 사건들을 억압하고 의식으로 떠오를 것을 회피하려 한다는 프로이트의 이론과 일치하는 것이다. 기억을 촉진시키는 것과는 달리 기억손실을 야기하는 조건들은 아직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나, 정서적 충격의 강도나 지속기간과 관련되어 있을 것이다. [286p]



- 어떤 상황이나 상태에서 발생한 학습은 일반적으로 그와 똑같은 상황이나 상태에 있을 때 가장 잘 기억된다. 만약 당신이 마리화나의 여운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단어목록을 암기하였다면, 맑은 정신 상태에서보다 마약에 흠뻑 취해 있는 상태에서 단어를 더 잘 기억할 것이다. 이러한 소위 상태의존적인 학습은 단지 약물중독 상태뿐만이 아닌 여러 상황에 적용 가능하다. 단어를 암기했던 바로 그 방에서 기억 여부를 측정 받는 것이 새로운 방에서 측정 받는 것보다 단어 암기에 더 효과적이다. 또한 학습을 할 때와 같은 기분상태일 때 회상하도록 요구된다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이로부터 한 가지 추론을 하자면 우리들이 슬플 때 불쾌한 기억을 주로 하게 되고 기쁠 때 기분 좋은 기억을 주로 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287p]



- 기억이 의식으로 떠오르기 위해서는 연합 네트워크가 특정한 수준까지 활성화되어야만 한다. 이때 네트워크가 활성화되는 정도는 기억을 이루는 요소들의 수와 각각의 요소들의 영향력에 비례한다. 여기에서 한 요소의 영향력이란 네트워크 안에 있는 전체 기억을 구성하는 데 기여하는 정도이다. 어떤 기억을 이루는 핵심 요소들은 주변 요소들에 비해 더 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을 수 있다. 학습시 제시되었던 단서들이 가능한 한 많이 제시될수록 그리고 단서에 의해 활성화되는 기억의 요소들의 영향력이 강할수록 기억이 잘 일어날 것이다. [287~288p]



- 잘 알려져 있듯이 시냅스는 한 뉴런의 종말단추와 다른 뉴런의 수상돌기가 맞닿아 있는 곳이다. 세포체에서 축색의 종말단추 방향으로 전기자극이 흘러내려 간다. 그 다음에 종말단추에서 신경전달물질이라는 화학물질이 분비되어 시냅스 사이로 퍼져 나가 정보를 받아들이는 뉴런의 수상돌기에 있는 수용기(특정 신경전달물질을 받아들이는 목적에 알맞도록 만들어져 있다)와 결합하게 된다. 충분한 양의 신경전달물질이 수용기와 결합하게 되면 전기자극이 촉발되어 축색을 따라 전해 내려가게 된다. 이러한 방식으로 다음 뉴런으로 정보를 전달하게 된다. [289p]



- 1949년에 유명한 캐나다의 심리학자인 헵(Hebb, D.)은 시냅스 수준에서 어떻게 학습이 일어나느냐에 대해서 한 가지 제안을 하였다. 이해를 돕기 위해서 우선 X와 Y라는 두 개의 뉴런이 있다고 상상해 보자. 두 뉴런은 해부학적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긴 하지만 정보전달 차원에서 약한 시냅스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X가 발화할 때 Y는 약한 연결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발화될 가능성은 가지고 있지만 실제로 발화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수시로 Y가 발화하는 때와 동일한 시간에 X의 전기자극이 Y에 도달하게 되면 기능적인 결합이 만들어진다. 그 결과로 다음 번에 X가 발화하면 Y역시 발화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이러한 방법으로 두 세포 간의 연결이 강해지게 되는데 이를 헵의 시냅스(Hebbian synapse)라고 한다. [290p]



-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향상된 반응 크기는 일시적이지 않고 지속되는 특성을 나타낸다는 점이다. 단기간의 자극의 결과로서 시냅스 강도가 변화하는 현상을 ‘장기상승작용(long-term potentiation:LTP)'이라고 한다(그림 7-10 참조). [292~293p]



- LTP는 두 개의 뇌 영역(A와 B영역) 사이의 기능적인 연결이 강화되는 것이다. 뇌영역들 사이의 연결이 시냅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LTP는 시냅스를 통한 정보 전달 능력의 증가와 관련되어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실험실에서 A영역에 단숨에 여러 번의 전기자극 버스트를 줌으로써 LTP를 유도할 수 있다. 이러한 처치의 결과로 단일한 시험자극에 대한 뉴런의 반응은 증폭된다. 버스트 처치 이후 동일한 자극에 대해서 더 큰 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에 버스트 자극이 전달을 향상시켰다고 볼 수 있다. [292p]



- LTP의 특성들 중 하나는 특이성(specificity)이다. 하나의 뉴런은 수많은 뉴런들로부터 입력정보를 받는다. 예를 들어, Z뉴런이 X,Y 그리고 다른 뉴런들에게서 입력을 받는다고 가정해 보자. 만약 X-Z 통로를 자극하여 발생된 LTP가 X-Z 시냅스뿐만 아니라 Y-Z 시냅스도 촉진시킨다면 이 현상에는 아무런 특이성도 없는 것이다. 또한 특별한 학습 경험을 통해서 기억이 형성되는 방법을 설명하는 모델로 사용하기에도 부적절하다. 그러나 실제로 X-Z 통로를 자극하게 되면 Y-Z 연결 강도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오로지 X-Z 시냅스 연결 강도만을 변화시킨다. LTP는 시냅스 이후에 있는 모든 뉴런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특정 입력정보에 선택적으로 작용한다. LTP는 경험과 관련되어 있는 시냅스 후 뉴런의 특정 시냅스만을 변화시킨다. 학습과 마찬가지로 LTP는 경험 특이적이다.

LTP의 다른 중요한 특성은 협동성(cooperativity)이다. LTP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다수의 입력정보들이 세포를 자극하여 시냅스를 충분히 활성화시켜야 한다. 세포들이 충분한 정도로 자극 받지 못하면 LTP는 일어나지 않는다. 즉, 입력정보들은 LTP가 일어나도록 협력해야 한다. 

협동성의 한 가지 유형이자 LTP와 학습 사이의 연결을 이끌어 내는데 특히 중요한 것은 연합성(associativity)이다. 다시 한 번 X와 Y로부터 입력을 받는 Z뉴런을 고려해 보자. X-Z와 Y-Z 통로를 동시에 자극하면 두 통로 모두 이전보다 더 큰 반응을 얻을 수 있다. 이 반응의 크기는 두 통로를 독립적으로 자극할 때보다 훨씬 크게 나타난다. 이것은 두 통로 사이의 협동성이다. 이로써 두 통로는 서로 연결되고 연합되었음을 의미한다. [293~294p]



- 종말단추에서 분비된 신경전달물질은 시냅스 반대쪽에 있는 수용기들과 결합하여 뉴런을 흥분시키거나 억제시키는 기능을 한다. 흥분성 신경전달물질은 시냅스 건너편에 있는 뉴런(시냅스 후 뉴런)들이 발화될 가능성을 높여 주고,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은 그 뉴런들의 발화가능성을 낮추어 준다. 글루타메이트는 뇌에서 주요한 흥분성 신경전달물질이다. 글루타메이트는 종말단추에서 분비되어 시냅스를 건너, 글루타메이트 수용기의 한 종류인 AMPA 수용기와 결합하게 된다. 이 과정이 일어난 이후, 시냅스 후 뉴런은 전기자극을 발화시켜 축색으로 내려 보낸다. 정상상태에서 글루타메이트는 다른 종류의 수용기인 NMDA와도 결합하나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시냅스 후 뉴런이 발화하게 되면 글루타메이트와 결합되어 있는 NMDA수용기는 비로소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한다.

NMDA 수용기는 이 수용기를 가지고 있는 뉴런이 발화할 때에만 열리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하여 NMDA 수용기는 자극들 사이에 연합을 형성하는 매체 역할을 하게 된다. NMDA 수용기는 헵의 법칙(함께 발화하는 세포는 서로 연결된다)이 실제로 뇌 안에서 어떻게 실현되는지를 보여 준다.

신경 신호가 어떤 한 입력경로를 통해 글루타메이트를 방출시키고, 이 신경전달물질이 시냅스 후 뉴런에 결합하여 그 뉴런의 발화를 촉발시키는 장면을 상상해 보자. 이 순간에 또 다른 뉴런이 동일한 시냅스 후 뉴런으로 글루타메이트를 방출한다면, 이 신경전달물질은 뉴런이 발화하였을 때 때맞추어 이곳에 도달하게 된다. 바로 이 상황에서 시냅스 후 뉴런의 NMDA 수용기가 잠시 열리게 되고(물론 AMPA 수용기도 열린다) 그 틈을 타서 글루타메이트가 NMDA 수용기에 가서 붙는다. 그 결과 두 자극 사이에 연합 또는 연결이 형성된다.

그러므로 NMDA 수용기는 LTP의 연합적 특성이자 헵의 학습원리가 이루어지는 기제, 즉 동시에 일어난 사건들이 서로 연합되는 기제를 설명할 수 있다. 따라서 NMDA 수용기와 글루타메이트가 결합하는 것을 차단하는 약물을 뉴런에 처치하면 해마 회로에서 LTP가 일어나는 것을 막을 수 있고, 또한 해마의존적인 학습(예컨대 수중미로에서 공간학습)을 방해할 수 있다. 현재 NMDA 수용기가 LTP와 기억에 관여하는 정확한 방식은 신경과학 분야에서 가장 중요하게 연구되고 있는 주제 중 하나이다. 또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사실은 이 과정에서 시냅스 후 뉴런에 칼슘 이온의 유입이 일어나는데, 이는 일련의 분자적인 연쇄반응을 일으켜 시냅스 연결을 안정화시키고 결과적으로 시냅스 반응을 상승시킨다. [294~297p]



- 특히 중요한 한 가지 화학물질은 cAMP(cyclic AMP)이다. 시냅스후 뉴런에서 신경전달물질이 수용체와 결합한 뒤에는 cAMP가 다음단계를 맡아 진행한다. 신경전달물질이 X세포와 Y세포가 Z세포와 서로 소통하도록 만들어 주면, cAMP는 Z에서 X와 Y가 서로 동시에 했다는 사실, 즉 X와 Y가 연합되어 있다는 것을 기억하도록 도와준다. cAMP는 세포들 사이에서 작용하기보다는 세포내부에서 여러 지역간에 의사소통하는 데 관여한다. [299p]



- 무수히 많은 종류의 동물들이 존재하고 각 동물마다 수많은 학습네트워크가 존재하지만, 분자적 수준에서는 전 자연계를 통틀어 하나 또는 소수의 메커니즘만이 사용되고 있다는 발견은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는 학습의 형태가 다르다고 해서 반드시 분자적 수준에서 다른 메커니즘을 사용할 필요가 없으며, 그보다는 학습이 일어나는 신경 회로의 독특한 특성에 의해 학습 형태의 특수성이 나타남을 의미한다. 시스템 수준에서는 기억의 다양성이 존재하지만 분자적 수준에서는 기억의 보편성 혹은 적어도 일반성이 존재할 것이다. [300p]



- 분자수준에서는 암묵적(무의식적) 정서기억과 정서에 대한 외현적(의식적) 기억 사이에 아무런 차이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신경 시스템과 기능 수준에서 이것들은 분명히 구분되는 뇌의 기능이다. 현재 우리들은 독립적으로 작용하는 기억 시스템에 관하여 이전보다 훨씬 많은 것을 알고 있지만 앞으로는 이것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있는지도 밝혀내야 한다. 바로 이러한 상호작용이 정서와 관련된 과거의 사건을 떠올렸을 때 그 기억에 정서적인 성질을 부여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302p]



08 야수들이 사는 나라



- 불안과 공포는 상당히 유사하다. 두 가지 모두 유해하거나 잠재적으로 유해한 상황에 대한 반응이다. 일반적으로 불안은 반응을 이끌어 내는 외부 자극이 없다는 점에서 공포와 다르다. 불안은 우리 내부에서 생기고, 공포는 외부에서 생긴다. 뱀을 보았을 때에 생기는 것은 공포이지만, 뱀과 관련된 경험을 떠올리거나 뱀과 마주칠지도 모른다는 예감에 의한 것은 불안이다. 또한 불안은 해결되지 않은 공포를 의미하기도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공포는 위협적인 상황에서 도피 혹은 회피하는 행동과 연관이 있다. 그리고 이러한 행동이 방해되는 경우에 공포는 불안이 된다. [311p]



- 공포와 불안은 위험(진짜이든 상상이든)에 대한 일반적인 반응이다. 그리고 이것 자체는 병적인 것이 아니다. 공포와 불안이 그럴 만한 상황에서 일어나는 것보다 더 빈번하고 지속적으로 나타날 때 혹은 공포와 불안이 정상적인 삶을 방해할 때, 공포장애 및 불안장애가 있다고 본다. [311p]



- 일단 먼저와 마찬가지로 쥐가 칸막이를 뛰어 넘으면 경고음이 꺼지도록 훈련시켰다. 그리고 이번에는 쥐가 칸막이를 뛰어넘었음에도 불구하고 경고음을 계속 울리도록 하고, 쥐가 레버를 눌러야만 경고음이 꺼지도록 했다. 일단 쥐가 바뀐 방식을 학습하면, 경고음을 끄기 위해서는 또 다른 반응을 학습해야만 하도록 훈련 방식을 바꾸었다. 최초에 학습한 뛰어넘기 반응을 강화한 것은 전기충격으로부터의 회피라고 할 수 있지만 그 이후에 학습한 반응들은 결코 전기충격과 연합된 적이 없다. 이후에 학습한 반응들은 경고음이 꺼졌다는 사실로 인해 강화 받은 것이다. 밀러의 발견은 공포는 동기이고 행동을 하도록 만드는 내부의 요인이라는 것을 보여 준다. 또한 공포를 감소시키는 행동들은 강화되고 점차 습관적인 행동으로 발전한다. [318p]



- 인간의 공포증은 동물들의 조건화된 공포보다 더 없애기 힘들고 더 비논리적으로 보인다.

셀리그만의 관점에서 인간과 동물의 차이는 실험실 동물의 경우 임의의 의미 없는 자극(불빛이나 경고음)을 사용하지만, 사람의 공포증은 매우 의미 있는 대상이나 상황(곤충, 뱀, 높이)과 연관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는 사람들이 진화를 통해 다른 종들보다 더 쉽게 무언가를 학습하고 오래 지속시킬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공포증은 진화적으로 위험을 학습하고 학습된 정보를 특별히 강하게 유지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반영해 준다. [322p]



- 준비성 이론은 곧 미네카(Mineka, S.)의 연구에 의해 강한 지지를 받게 되었다. 원숭이는 처음 뱀을 보았을 때에도 두려워하는 행동을 보이고 스스로를 보호하려 하기 때문에 뱀에 대한 본능적인 공포를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왔다. 그러나 미네카는 실험실에서 사육된 원숭이들이 처음 뱀을 보았을 때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전 연구들의 대부분은 어미 원숭이와 함께 있는 어린 원숭이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던 것이다. 어린 원숭이가 어미로부터 떨어진 상태에서 뱀을 보면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이런 실험결과는 어미가 두려워하는 것을 봄으로써 어린 원숭이는 뱀을 두려움의 대상으로 학습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러한 사실을 통해 관찰학습을 잘하도록 하는 생물학적 기제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간은 사회적 상황에서 다른 사람들과 관찰하면서 많은 것을 학습하며 불안, 특히 병적인 불안은 종종 사회적 관찰을 통해 학습한다는 주장들이 있었다. [323p]



- 결과적으로 대부분의 인간들은 위험에 대한 공포를 쉽게 학습할 준비를 갖추게 되었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일부의 사람들은 특정한 공포를 획득하는 데 다른 사람들보다 더 준비가 되어 있었음이 틀림없다. 이러한 준비된 사람들은 공포증에 약하다고 위만은 주장한다. [324p]



- 이것은 공포증이 무의식적으로 학습되고 표현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이러한 무의식 과정이 공포증 환자들의 비이성적으로 보일 수 있는 행동을 설명해 줄 수 있을 것이다. [325p]



- 불안장애는 뚜렷한 외상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이것은 외상적 조건형성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때로는 불안장애 이전에 확실한 외상이 존재하는 경우에도 외상과 불안이 연관되지 않을 수 있다(예를 드렁, 고소 공포증이 발생하기 전에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하더라도 이는 연합되지 않는다). 그러나 조건화된 공포와 관련된 뇌 메커니즘과 스트레스의 영향을 알게 되면서, 이러한 간격을 메울 수 있는 단서를 발견하게 되었다. [325p]



- 이 연구에서 스트레스 사건 때문에 해마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발생했던 외상을 떠올리지 못하는 것은 해마에서 일어나는 기억 기능이 스트레스로 인해 고장을 일으켰기 때문이라고 주장하였다. 어떻게 왜 이런 고장이 발생하는가를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스트레스의 생물학적 효과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스트레스 상황에 놓이면, 부신(adrenal grand)에서 스테로이드 호르몬이 분비된다. 이 호르몬은 몸의 에너지 지원을 동원하여, 스트레스 상황에 대처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6장에서 보았듯이 편도체는 부신의 호르몬 분비를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위험을 감지하게 되면 편도체는 시상하부(hypothalamus)에 메시지를 보낸다. 시상하부는 뇌하수체(pituitary gland)에 메시지를 보내고, 그 결과로 ACTH라 불리는 호르몬이 분비된다. ACTH는 혈액을 따라 부신으로 흘러들어가 스테로이드 호르몬의 분비를 유발한다. 분비된 스테로이드 호르몬은 신체의 여러 목표 부위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혈액을 타고 뇌로 들어간다. 뇌에서 스테로이드 호르몬은 해마, 편도체, 전전두피질, 그리고 기타 여러 부위에 있는 수용기를 자극한다. 이렇게 부신과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은 스트레스 사건에 의해 유발된 것이기에 스트레스 호르몬이라 불린다. 

해마에 있는 스테로이드 수용기는 부신 호르몬의 분비량을 조절하는 데 관여하고 있다. 부신 스테로이드가 해마의 수용기를 자극하면, 이에 대한 반응으로 해마는 뇌하수체와 부신의 호르몬 분비속도를 늦추라는 메시지를 시상하부로 전달한다. 스트레스 상황에 처하여 편도체는 ‘분비하라’ 해마는 ‘늦추라’ 하고 계속 요구한다. 이러한 정교한 회로를 통해 혈액 속의 스트레스 호르몬의 농도는 스트레스 상황이 요구하는 바대로 적절히 조절된다. 

만약 스트레스 상황이 너무 오래 지속되면, 해마는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의 조절을 비롯한 자신의 일상적인 기능을 잃기 시작한다. 스트레스를 받은 쥐들은 해마의존적 행동 과제를 잘 학습하지 못하고 기억하지도 못한다. [327~328p]



- 스트레스를 생물학적으로 연구하는 연구자들 중 리더격인 맥큐웬(McEwen, B.)은 일시적인 심한 스트레스가 해마 내부의 수상돌기를 수축시킨다는 것을 밝혔다. 수상돌기는 뉴런의 한 부분으로서 입력신호를 받기도 하고 장기상승작용의 초기 단계나 기억의 형성에서 중요한 부분을 담당한다. 맥큐웬은 또한 스트레스가 지속되지 않는다면 이러한 변화는 원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스트레스가 길어지면 변화된 상태는 그대로 유지되고 해마의 세포들은 실질적으로 퇴화하기 시작한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잃어버린 기억은 되돌릴 수 없다. [328p]

 

- 스트레스는 기억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섬광기억 가설을 기억해 보자), 외현기억을 엉망으로 만들기도 한다. 우리는 이제 이러한 역설을 그럴듯하게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아드레날린의 촉진 효과(7장 참조) 덕분에 약한 스트레스 상태에서는 기억력이 향상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스트레스가 매우 강하고, 부신 스테로이드 수치가 높아져 해마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스트레스가 지속된다면 기억력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330p]




- 앞 장에서 강조했던 것처럼 외현적 의식 기억은 장기기억에 저장된 정보를 그 사람의 근래의 기억과 혼합하여 재건한 것이다. 해마가 완벽하게 잘 작동되어 형성된 기억들조차도 다른 경험에 의해 쉽게 망가질 수 있다. [332p]



- 그러나 단순히 자신의 생각만으로 조작된 기억과 진짜 기억을 구별하는 것은 간단하지 않다. [333p]



- 지금까지 알려진 대로 스트레스는 편도체의 활동을 방해하지 않는다. 게다가 이제 살펴보겠지만 스트레스는 편도체의 기능을 향상시킨다고 볼 수 있다. [333p]



- 스트레스에 의해 해마가 손상되고 편도체의 활동이 촉진된다면, 위험상황에서 스트레스는 ‘생각하기’보다는 ‘반응하기’쪽으로 우리의 행동 양식을 바꾼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변환이 과연 일부러 만들어진 적응방식인지 아니면 고등사고 기능이 멈출 때 자연스럽게 전환되는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으며, 이는 앞으로 오랜 세월에 걸친 진화과정을 통해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335~336p]



- 이는 소거를 통해 조건화된 공포 반응이 발현되는 것은 차단하지만 근원적인 암묵기억은 지우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서 소거는 편도체의 기억 기록판을 닦아 지우는 것이 아니라 편도체의 출력 신호를 피질 통제로 덮어 버리는 것이다. [340p]



- 조건 자극은 무의식적으로 편도체를 활성화시킨다. 그러나 동시에 측두엽 기억 시스템에 도달하고 초기의 외상을 상기시키거나 그 외상이 떠올려졌던 최근 사건들을 떠올리게 할 수 있다. 이런 강력한 정서상태(편도체를 통한 무의식적 공포 반응들의 활성화로 인한)에 대한 자각과 더불어 의식기억은 의식적인 불안과 걱정을 일으킨다. 그리고 이러한 정서적 각성에 대한 인지는 신피질과 해마에서 다시 편도체로 흘러간다. 이에 더해서 편도체에 의해 일어난 신체적 표현은 정서적 각성이 일어나고 있음을 대뇌피질이 계속해서 알게 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불안한 생각과 기억들을 촉진한다. 뇌는 정서적, 인지적 흥분의 악순확에 빠지게 되고, 폭주 기차와 같이 계속 가속력을 더해간다. [348~349p]



- 마우라와 밀러가 제안한 바에 따르면 회피 학습은 일반적으로 두단계로 일어난다. 첫째로 공포조건화가 형성된다. 이후 조건화를 통해 학습된 공포를 감소시키는 반응을 우연히 발견하게 되고 습관화된다.[354p]



- 편도체가 마음대로 활동하지 못하도록 통제를 가할 수 있는 시냅스 연결을 만들어 내는 것이 바로 치료인 것이다. 알고 있다시피 편도체의 정서기억들은 반영구적으로 회로에 새겨진다. 우리가 바랄 수 있는 최선의 것은 이 회로의 발현을 통제하는 것이다. 이렇게 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피질에 의한 편도체 통제를 향상시키는 것이다. [357p]



- 흥미롭게도 편도체에서 피질로의 연결보다 피질 영역에서 편도체로의 연결이 약하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이것은 왜 정서적 정보가 우리의 의식적 생각에 침투하는 것은 쉬운 데 반해 정서를 의식적으로 조절하는 것은 그토록 어려운지를 설명해 준다. 피질과 편도체 연결의 이러한 불균형 때문에 정신분석 치료과정은 상당히 길어질 수밖에 없다. [358p]



09 한 번 더, 감정을 넣어서



- 의식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정서적 경험에 대한 나의 생각은 매우 간단하다. 주관적인 정서적 경험은 뇌 정서 체계의 활성화를 인식함으로써 비롯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두려움을 느낀다는 것은 방어 체계의 활성화에 대한 인식이다. 이런 관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요건이 필요하다. 하나는 방어체계이고 하나는 그 체계의 활성화에 대한 의식적인 인식 능력이다. 이 패러다임의 장점은 일단 의식을 이해하면 주관적인 정서적 경험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단점은 그러기 위해서는 의식을 이해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363~364p]



- 작업기억을 흔히 단기기억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작업기억이라는 용어는 단순히 정보의 임시저장장치가 아닌 사고와 논리에 필수적인 능동적인 제어 장치이기도 하다. [366p]



- 배들리는 이 실험을 토대로 단기기억의 개념을 수정했다. 단기기억을 조금 더 복잡한 작업기억으로 대체한 것이다. 작업기억은 한 개의 일반적인 임시정보저장체계와 여러 개의 전문화된 임시정보저장체제를 갖추고 있는데, 전자는 모든 사고에 사용되고 후자는 특수하게 분화된 정보를 저장할 필요가 있을 때만 쓰인다고 주장하였다. 

많은 기억연구자들은 컴퓨터 용어를 차용하여, 임시정보저장체계를 버퍼(buffer)라고 부른다. 여러 가지 버퍼가 존재한다는 것이 오늘날의 통설이다. 예를 들어, 각각의 감각체계마다 여러 개의 버퍼가 존재할 수 있다. 감각체계들은 지금 보고 듣는 것과 방금 전의 순간에 보고 들었던 것을 비교함으로써 지각이 원활이 이루어지도록 돕는다. 언어와 관련된 버퍼도 존재할 수 있다(예를 들어, 한 문장 전체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문장의 뒷부분을 읽을 때 앞부분을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분화된 기억 버퍼들은 서로 독립적으로 작용한다. 

일반적으로 임시정보체제는 특성화된 버퍼들로부터의 정보를 임시로 보관하는 작업공간과 정보들의 처리와 관련된 집행기능(executive functions)들로 이루어져 있다. 집행기능은 어느 버퍼를 언제 사용해야 하는 것인지의 문제, 작업공간들 사이에서 정보를 주고받는 등 작업기억의 원활한 활동을 위한 상호조율을 담당한다. [366~367p]



- 기억이 감각에 영향을 주는 것을 하향식 정보처리(top-down processing)라고 하고, 반대로 감각정보들을 처리해서 통합된 지각을 만드는 것을 상향식 정보처리(bottom-up processing)라고 한다. 

즉, 작업기억은 상향식 정보처리와 하향식 정보처리의 중간매개 역할을 하는 셈이고, 이는 곧 고차원적 사고와 논리적 추론을 가능하게 한다. [368p]



- 피질의 시각정보처리는 후두엽에 위치한 일차시각영역(primary visual area)에서 시작된다. 이 부위는 시상에서 들어오는 시각 신호를 처리하고, 다른 피질 영역으로 처리한 정보를 재분배한다. 시각 시스템은 매우 복잡하지만, 시각처리에 관한 두 가지 뇌 회로에 대해서는 비교적 많이 알려져 있다. 고차시각정보처리는 자극이 ‘무엇’인가를 처리하는 회로와 자극이 ‘어디’ 있는지를 판단하는 회로로 기능적으로 분리되어 있다. 자극의 ‘무엇’에 대한 정보는 일차 시각 피질에서 측두엽으로 흐르는 회로를 따르며, ‘어디’에 대한 정보는 일차시각피질에서 두정엽으로 흐르게 된다. [371~372p]



- 또 다른 중요한 연구대상은 안와영역(orbital region)으로 전두엽 양쪽 옆 아래에 위치하고 있다. 이 부위에 손상을 입은 동물들의 경우 판단력이 저하되고 보상정보에 대한 단기기억이 방해를 받는다. 이 영역의 세포들은 자극이 보상이나 처벌과 관련 있는지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한다. 안와전두피질(orbitofrontal cortex)이 손상당한 사람들은 사회적, 정서적 신호에 무감각해지고 반사회적 행위를 나타낸다. 이 부위는 임시 버퍼들을 포함하는 여러 가지 감각처리 시스템들로부터 정보를 받고, 편도체나 전측 대상피질과 긴밀하게 연결을 이룬다. 안와피질은 편도체에서 처리된 정서를 작업기억으로 보내어, 신피질의 감각지역에서 온 정보들과 연결을 맺도록 도와준다. [374~375p]



- 극작가 윌리엄스(Williams, T.)는 ‘인생은 기억이고, 기억이 아닌 것은 지나가는 것을 지각할 수 없을 정도로 빨리 지나가는 현재일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에 대한 인식도 기억에 얼마나 의지하는지 윌리엄스는 몰랐을 것이다. 우리가 현재에 대해 아는 것은 작업기억안에 있는 것이다. 작업기억은 ‘지금 이 순간 여기서’라는 자각이 실제로 ‘지금 이 순간’에 일어나고 있으며 그 장소는 바로 ‘여기’라는 사실을 알게 해 준다.[375p]



- 바스(Baars, B.)는 의식에 관한 인지적 이론(A Cognitive Theory of Consciousness)라는 유명한 저서에서 “의식이란 순간적인 작업기억의 일종이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376p]



- 사고의 의식적 그리고 무의식적 양상을 병렬적인 혹은 직렬적인 기능들로 설명할 때가 있다. 의식은 직렬적으로 사고하는 경향이 있고, 여러 가지 시스템으로 구성된 무의식은 대략 병렬적으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어떤 인지과학자들은 의식이 병렬로 작동하는 특성화된 처리 장치들보다 높은, 즉 인지 서열의 꼭대기에서 작동하는 제한된 용량을 가진 직렬제어장치라고 추측한다(코슬린과 데넷과 같은 인지과학자들은 의식을 가상직렬처리장치로 묘사했다. 즉, 직렬처리장치를 흉내내는 병렬처리장치인 셈이다). 직렬처리장치들은 상징들을 조정함으로써 표상을 만들고, 우리는 상징적으로 표상된 정보들만을 의식하게 된다. 존슨-레어드는 이렇게 말했다. “의식이 최상위에 있는 한 의식의 명령들은 분명한 상징적 표시들로 목표를 나타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일어나서 걸어가라고 할 때 근육들을 어떻게 수축하는지에 관한 세부적인 지시를 내릴 필요가 없다. 이런 세세한 명령들은 하위처리장치들이 담당하게 된다. 의식은 하위장치들이 처리한 결과를 고차원적이고 상징적인 형태로 받는다.” [377p]



- 다시 말해서 인간의 마음이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일반적인 설명을 제공할 수는 있지만 특정 경험이 개개인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는 설명하지 못한다. 작업기억 내에서 표상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짐작하게 할 수는 있지만 그 표상을 느낀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깨닫게 하지는 않는다. 작업기억에서 의사결정과정이 어떻게 행동에 이르게 되는지를 예측하게 하지만 행동하기로 결정한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에 관한 정보는 제공하지 않는다. 작업기억이 의식의 중요하고 필수적인 요소인 것은 분명하다. 작업기억이 의식을 받쳐 주고 있는 기반이라고 이야기해도 과장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의식은, 특히 그 현상학적 혹은 주관적 측면은 현재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작업기억의 연산처리과정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378p]



- 숲 속에서 길을 걷다가 토끼를 발견한다. 토끼로부터 반사되는 빛이 눈 속으로 들어간다. 빛에 의한 물리적 신호는 시각시상을 거쳐 시각피질로 전해진다. 시각피질에서 토끼에 대한 감각적 표상이 생성되고 단기시각대상버퍼에 저장된다. 시각피질과 장기기억을 담당하는 피질 네트워크 간의 연결을 통해 토끼에 대한 장기기억이 활성화된다. 이렇게 활성화된 장기기억과 자극으로 활성화된 작업기억의 감각적 표상들이 통합되어, 지금 보고 있는 대상이 토끼라는 것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한다. 

길을 조금 더 걸어가다가 나무토막 옆에 또아리를 틀고 있는 뱀을 발견한다. 눈은 이 자극을 받아들인다. 토끼의 경우에서처럼 작업기억과 장기기억이 협동하여 뱀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한다. 하지만 뱀의 경우에는 지금 바라보고 있는 동물에 대한 의식적인 자각에 더하여, 이 동물이 매우 위험할 수 있으며 따라서 지금 당신이 큰 위험에 처해 있다는 메시지가 장기기억으로부터 인출된다. [380~381p]



- 편도체는 또한 장기기억 네트워크와 많은 연결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장기기억과 관련된 해마 시스템이나 해마와 연결된 피질 지역과도 자주 소통한다. 즉, 편도체는 자극을 장기기억과도 연관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비록 외측 전전두피질과는 비교적 적은 수의 연결을 가지고 있지만 작업기억 집행기능과 관련된 또 다른 기관인 전측 대상피질과는 많은 연결을 가진다. 보상이나 처벌과 관련된 작업기억을 담당한다고 추측되는 안와전두피질과도 연결되어 있다. 이런 전문화된 기억 버퍼들, 장기기억 네트워크들 그리고 전두엽의 네트워크들과의 연결로 인해 편도체는 작업기억의 내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382~383p]



- 무엇을 경계하고 있거나 집중하고 있을 때 피질은 각성되어 있다. 졸리거나 집중하고 있지 않을 때 피질은 각성되어 있지 않다. 잠을 자고 있을때 피질도 쉬지만 꿈을 꾸고 있을 때에는 각성된다. 꿈을 꾸고 있을 때의 상태는 바깥에서 자극을 받지 않는 것을 제외하면 깨어 있을 때와 유사하다. [385p]



- 일단 각성상태가 되면 피질의 세포들과 피질에 대부분의 신호를 공급해 주는 시상의 세포들이 예민해진다. 기본상태에서는 매우 느리고 규칙적으로 발화하다가 자극이 들어오면 불규칙적으로 발화하며 그중의 일부 뉴런들은 특히 입력 자극에 따라 발화율이 변화한다. 

각성 시 대부분의 피질은 입력 신호에 예민해지는데 이 예민한 상태의 덕을 가장 많이 보는 시스템들은 자극과 관련된 정보를 처리하고 있는 시스템들이다. [385p]



- 각성은 모든 심리적 기능에 필요하다. 주의, 지각, 기억, 정서, 그리고 문제해결능력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각성이 없으면 작은 것에 신경을 쓰지 않게 되어 환경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모르게 된다. 하지만 과다한 각성도 좋지 않다. 너무 각성이 되어 있으면 긴장되고 비생산적인 행위를 하게 된다. 최고의 효율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적당한 수준의 각성이 필요한 것이다. [387p]



- 각성은 정서적 자극만이 아닌 모든 종류의 새로운 자극에 의해서도 일어난다. 새롭지만 중요하지 않은 자극으로 인한 각성은 일시적으로 나타났다 사라지지만 정서적 자극으로 인한 각성은 오랜 시간 지속된다. 그래야만 호랑이나 상어를 만낫을 때 주변의 사소한 일들에 주의를 빼앗기지 않고 생존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이야기는 생각해 볼 필요조차 없을 만큼 당연하게 들리지만 당연하게 느껴진다는 사실은 그만큼 뇌가 위협에 대해 대처하는 방식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왜 다른 자극이 아닌 정서적 자극에만 이렇게 각성될까? 이것은 편도체와 관련 있을 것이다. 그저 새롭기만 한 자극에 의한 각성은 편도체의 개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대신 감각기관에서 각성 네트워크들로 바로 입력된다. 이런 각성 효과들은 오래지 않아 습관화된다. 자극이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면(위험하다면), 편도체가 동원되어 각성시스템을 가동하게 된다. 편도체의 동원으로 각성 시스템은 탄력을 받는다. 자극의 지속적인 존재는 편도체 활성화를 통해 각성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가동할 것이며 이러한 각성은 자극처리를 담당하는 피질 네트워크를 초민감 상태로 계속 유지할 것이다. 여기서 지피고 넘어가야 할 점은 편도체가 각성 시스템들로부터 입력을 받는 경로가 존재해서 각성 시 편도체도 자극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끊임없이 순환하는 정서의 악순환이 유지될 수 있다. 각성은 어떤 정서상태가 출현하면 그 정서에 우리를 몰아넣고 가두어 둘 수 있다. 여기서 벗어나는 방법은 다른 유의미한 자극이 나타나서 관심이 그리로 옮겨 가는 수밖에 없다. [388~389p]



- 그 결과 얼굴 근육에 의해 표현된 표정과 실제로 그들이 느끼는 감정 사이에 유의미한 연관성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우울할 때 행복한 미소를 지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그리 나쁜 생각만은 아닌 것이다. [395p]

- 지금까지 정서적 반응을 의식적인 정서경험으로 연결시키는 데 필요한 모든 요소들을 살펴보았다. 먼저 전문화된 정서 시스템은 감각입력을 받아들여 행동 반응, 자율신경계 반응 및 호르몬 반응을 생산해 낸다. 피질의 감각버퍼는 방금 들어온 자극에 관한 정보를 저장하는 일을 담당한다. 그리고 작업기억의 집행기능은 단기버퍼를 감독하고, 장기기억에서 정보를 얻고, 장기기억에서 얻어진 정보를 바탕으로 단기기억에 저장되어 있는 내용을 해석한다. 여기에 덧붙여 피질의 각성이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신체 근육 반응과 장기 반응에서 뇌로 전달되는 신체 피드백이 있다. 이 모든 시스템이 함께 기능할 때 의식적인 정서경험이 탄생한다. 이들 중 한두 개의 요소가 빠지더라도 정서경험이 일어나는 경우가 있으나 이는 어느 요소가 빠지는가에 따라 다르다. [396p]



- 지속적인 공포 감정이 유지를 위해서는 신체로부터의 피드백, 혹은 피드백을 대체할 만한 장기기어에서 비롯되는 ‘착각’ 피드백이라도 필요하다. 하지만 결국 ‘착각’ 피드백도 실제 피드백에 대한 경험으로부터 학습되는 것일 수밖에 없다. 신체는 정서적 경험에 필수적이다. 신체는 현재 경험하고 있는 정서적인 사건이 어떤 특정한 방식으로 느껴지기 위해 필요한 감각 정보를 제공하거나 혹은 적어도 과거의 경험으로부터 그런 감각들에 대한 기억을 형성하여 현재에 제공하기 때문이다. [397~399p]



- 의식적인 정서적 느낌과 의식적인 생각은 어떻게 보면 매우 흡사하다. 일단 둘 모두 무의식에서 비상징적으로 작동하는 과정들이 작업 기억 내에서 (의식적인) 상징으로 표상화되는 작업을 포함한다. 느낌과 생각 간의 차이는 의식적인 작업을 수행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다음의 두 가지 요인에 달려 있다. 첫째, 정서적 느낌과 생각은 각각 다른 비상징적 시스템에 의해 생성된다. 둘째, 정서적 느낌은 생각보다 더 많은 뇌 시스템들을 요구한다. [400p]



- 동물의 의식에 관한 내 생각은 이렇다. 의식은 포유류에서 피질이 팽창하면서 생겨났다. 의식은 어느 한 순간에 많은 정보를 통합하는 능력을 전제로 한다. 예를 들어, 어떤 자극이 어떻게 생겼는지, 그 자극 혹은 그와 비슷한 자극과 관련된 과거 경험은 무엇인지, 경험의 주체인 자아에 대한 인식이 있는지 등을 모두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럴 수 없다면 의식은 가능하지 않다. 의식을 이렇게 정의한다면, 일단 인간에게는 의식이 확실히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동물의 경우 작업기억에 필요한, 비슷한 육체적 하드웨어가 있다면 그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영장류와 같은 포유류에게도 의식이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에게 있어서 자연 언어라는 능력은 다른 동물들과 큰 차이를 야기한다. 인간은 언어로 경험을 분류하고 명명하며 이렇게 저장된 정보를 언어적으로 인출한다. 따라서 이런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의식은 인간의 것과 매우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402~403p]



- 분명히 의식은 사고기능을 한 단계 높은 차원으로 끌어 올렸지만, 모든 사고가 다 의식적인 사고는 아니다. [403p]



- 지금으로서는 피질이 편도체에 끼치는 영향보다 편도체가 피질에 끼치는 영향이 더 크다. 그 차이로 인해 정서적 각성은 생각을 지배하고 조정한다. 이것은 모든 포유류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생각에 의해 정서를 유발하는 것은 간단하지만(편도체를 활성화함으로써), 반대로(편도체를 비활성화시킴으로써) 진행 중인 정서과정을 중단하는 것은 어렵다. [40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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