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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우울한 건 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때문이야

Jobs9 2023. 4. 24.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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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우울한 건 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때문이야

 


“아침에 다이어트를 하겠다고 결심했지만, 저녁에는 어느새 치킨과 맥주를 즐기고 있다. 달콤한 딸기 케이크까지 해치워 버리고는 이내 후회를 다락같이 한다. 의지력에는 자신이 있다는 사람들도 식욕에는 어김없이 무릎을 꿇고 만다. 원래 인간이란 나약한 존재라고 변명해도 될까? 늘 굶주림에 시달리던 인류의 몸과 마음은 다음과 같이 진화했다. 첫째, 우리의 마음은 달고 기름진 것을 좋아하도록 적응했다. 열매나 꿀, 그리고 다른 동물의 고기 등인데, 모두 양질의 에너지원이다. 인간은 육즙이 흐르는 고기와 달콤한 열매를 좋아한다. 과거 조상들이 생각하는 파라다이스는 바로 이런 음식이 넘쳐나는 곳이었다. 둘째, 우리의 몸은 에너지를 절약하도록 적응했다. 이를 절약 유전자 가설이라고 한다. 섭취한 에너지를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잉여 에너지가 들어오면, 차곡차곡 지방으로 바꾸어 저장한다. 내일은 굶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연비가 우수한 자동차다.”  

“인간의 여러 행동이나 정서, 인지, 관계 등 다양한 정신적 형질은 진화적 산물인 동시에 주변 환경에 어떻게든 적응하려고 했던 생태적 압력의 결과다. 따라서 매일매일 우리가 경험하는 정서적 고통, 인지적 고민, 대인 갈등 등을 긴 진화사적 입장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물론 죄 없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게 모든 책임을 덮어씌우는 것은 아니다. 사실 책에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이야기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 지나가다 딱 한 번 나온다. 다만 오스트랄로피테쿠스로 대표되는 우리의 선조가 험난한 자연환경과 복잡한 사회환경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투쟁해 온 진화적 결과물이 바로 현대인의 정신적 활동의 기저를 이룬다는 뜻이다.” 


인간 마음의 비합리성을 설명해 보려고 심리학, 철학, 종교가 학문으로 발달한 것이라고도 하는데, 여기에 하나가 더 얹어졌다. 바로 진화론이다. 아무리 인간이 지구에서 가장 발달한 종족이라고 해도, 그 뿌리를 캐 올라가면 침팬지와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있고, 거기서부터 쌓인 여러 가지 요소들이 몸과 마음 깊숙이 남아 있다 여전히 우리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신경인류학은 마음에 관해 무엇을 이야기해 줄까? 인류 진화의 기나긴 시간과 다양한 사회적·생태적 조건을 고려해 마음의 비밀을 탐구하는 신경인류학의 특성은 우리 마음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설명하는 것을 넘어, ‘왜’ 이렇게 만들어졌는지 이야기한다. 예컨대 ‘좋아요’를 더 많이 받으려고 SNS에 집착하는 인간의 심리는 사회적 관심을 많이 받는 개체가 번식상 이득을 얻었기 때문이라는 진화론적 가설로 설명된다. 문명사회에서도 사회적 관심은 ‘여론’으로 이어져 중요한 결정을 좌우하므로 현대인 역시 여전히 타인의 관심을 추구한다고 말한다. 

“진화학자 폴 길버트에 따르면, 인간 사회의 주된 힘은 자원 확보 능력이 아니라 사회적 관심 확보 능력이다. 즉 사회적 관심을 많이 받는 사람이 직접적인 번식상의 이득을 얻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지난 수백만 년 동안 우리의 마음은 이러한 사회적 관심 확보에 맞도록 빚어져 왔다는 것이다. 인간이 ‘관심종자’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것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리 선조는 오랜 세월 동안 타인의 관심을 끌고, 또 관심을 주는 방식으로 적응해 왔다. 관심을 추구하는 것도, 관심을 받지 못할까 전전긍긍하는 것도 여러분의 잘못이 아니다. 밥을 먹지 못하면 배가 고픈 것과 같은 이치다. 먹지 않아도 배가 고프지 않았던 선조들은 아마 자손을 남기지 못했을 것이다.” 

인간 뇌와 마음의 진화를 다학제적으로 접근해 해명하려는 신경인류학의 시선은 박씨에게 마음의 다양한 병리적 현상을 새롭게 이해할 수 있는 통찰과 지식을 제공했다. 그리고 정신과 의사로서 겪은 임상 경험에 신경인류학자로서 찾은 인간 마음의 진화적·문화적 설명을 더해 현대인이 경험하는 마음의 고통을 조금 색다른 방식으로 바라보며 책을 썼다. 

“마음의 고통에 시달릴 때마다 우리는 그 원인을 주변에서 얼른 찾아내려는 경향이 있다. 연인이나 가족 탓을 하거나, 자신이 속한 학교나 직장을 비난하곤 한다. 더 나아가서 사회나 국가에 화살을 돌리기도 한다. 반대로 나약한 자기 자신을 비난하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어린 시절에 사랑을 받지 못해 그렇다면서, 부모님을 원망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우리 마음에 있는 고통은 종종 진정한 고통이 아니라 적응을 위한 불가피한 진화적 선택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미움과 질투, 우울, 불안 등 감정적 고통, 어리석고 서툰 판단과 결정, 끊이지 않는 대인 갈등에 힘들어하는 사람이 많다. 마치 입에 쓴 약이 몸에 좋듯이, 마음의 고통이 우리 삶을 좀 더 건강하고 다채롭게 만들어주는 필요악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마음의 고통에 순순히 굴복하라는 뜻은 아니다. 우리 안에 존재하는 서툴고 불완전한 인간의 본성을 아예 지워버릴 방법은 없다. 그렇다고 인생이라는 자동차의 운전석을 폭주하는 본성에 넘겨주는 것도 현명하지 않다. 어쩔 수 없는 동반자로 인식하고, 잘 다스려서 의미 있는 삶의 경험으로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1.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씨, 내 마음은 왜 이렇게 만들어진 거죠?
- 마음 진화의 ‘근본적 이유’를 찾는 신경인류학 에세이
신경인류학은 일반인에게 무척 생소한 학문이다. 이름에서 드러나듯 인류학의 한 분과인 신경인류학은 신경생물학, 진화생물학, 심리학, 정신의학, 집단유전학, 인간행동생태학, 인지과학, 민족지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를 포괄한다. 신경인류학은 인간의 정신 현상을 연구 대상으로 하여, 생물학적 진화와 문화적 적응을 통해서 우리의 마음이 왜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빚어졌는지 알아내고자 한다. 즉 우리의 마음은 왜 이리 결함이 많은지, 우리는 왜 서로 사랑하고 질투하고 미워하는지, 우리는 왜 가족 안에서 울고 웃으며 살아가는지, 우리는 왜 집단을 이루어 협력하고 속이고 갈등하는지를 연구한다. 
이 책 《내가 우울한 건 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때문이야》는 신경인류학의 관점에서 인간의 마음이 왜 이렇게 허약하게 진화했는지를 들여다본다. 그렇다면 신경인류학은 마음에 관해 무엇을 이야기해줄까? 인류 진화의 기나긴 시간과 다양한 사회적·생태적 조건을 고려하여 마음의 비밀을 탐구하는 신경인류학의 특성은 우리 마음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설명하는 것을 넘어, ‘왜’ 이렇게 만들어졌는지 이야기한다. 예컨대 SNS에 집착하는 인간의 심리는 사회적 관심을 많이 받는 개체가 번식상 이득을 얻었기 때문이라는 진화론적 가설로 설명된다. 저자는 문명사회에서도 사회적 관심은 ‘여론’으로 이어져 중요한 결정을 좌우하므로 현대인 역시 여전히 타인의 관심을 추구한다고 말한다. 또한 사회적 관심을 얻는 양적·질적 전략과 그에 따른 집단 분화에 관한 이야기 등 인간 마음에 관한 입체적 접근을 시도하며, 그 실체를 찾아간다. 

진화학자 폴 길버트에 의하면, 인간 사회의 주된 힘은 자원 확보 능력이 아니라 사회적 관심 확보 능력입니다. 즉 사회적 관심을 많이 받는 사람이 직접적인 번식상의 이득을 얻었을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집단 내 권력의 차등이 일어나기 어려우니 사회적 관심의 차등성이 가지는 힘이 더 부각됩니다. 지난 수백만 년 동안 우리의 마음은 이러한 사회적 관심 확보에 맞도록 빚어져 왔다는 것이죠. (중략) 인간이 ‘관심종자’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것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선조는 오랜 세월 동안 타인의 관심을 끌고, 또 관심을 주는 방식으로 적응해왔습니다. 관심을 추구하는 것도, 관심을 받지 못할까 전전긍긍하는 것도 여러분의 잘못이 아닙니다. 밥을 먹지 못하면 배가 고픈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먹지 않아도 배가 고프지 않았던 선조들은 아마 자손을 남기지 못했을 것입니다. 
- 〈‘좋아요’를 갈구하는 사람들〉 중에서(208~210쪽)

2. 인간 마음의 ‘결함’에 대한 근본적인 호기심에 답하다
- 정신과 의사&신경인류학자 박한선의 마음 상담소를 찾다
이 책의 저자 박한선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자 신경인류학자라는 매우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그가 의사라는 안정적인 직업을 가졌음에도 없는 시간을 쪼개서 공부하고 지금은 본업을 미뤄두면서까지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이유는 우리 마음에 관한 궁금증 때문이다. 그는 정신과 의사로서 수많은 환자를 진료하며 인간 마음의 결함에 관한 의문을 지울 수 없었다. ‘도대체 인간의 마음은 왜 이렇게 허약하게 진화했는가?’ 진단·예방·치료에 집중한 기존 정신의학적 접근법의 한계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심과 더불어 인간 마음에 관한 근본적인 호기심이 그를 신경인류학 연구자의 길로 이끌었다.
인간 뇌와 마음의 진화를 다학제적 접근하여 해명하려는 신경인류학의 시선은 그에게 마음의 다양한 병리적 현상을 새롭게 이해할 수 있는 통찰과 지식을 제공했다. 그리고 정신과 의사로서 겪은 임상 경험에 신경인류학자로서 찾은 인간 마음의 진화적·문화적 설명을 더하여 현대인이 경험하는 마음의 고통을 조금 색다른 방식으로 바라보며 이 책을 썼다. 마음의 문제가 개인이나 주위 사람, 환경의 탓이 아니라 불가피한 진화적 선택일 수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마음의 결함을 동반자로 인식하고, 그것을 잘 다스려서 건강한 삶을 살자고 제안한다.

3. 쓸데없이 걱정하고 괜히 불안하고 맨날 후회하는 당신에게
- 일상에서 겪는 다양한 사례로 마음의 문제를 돌아보다
이 책은 총 네 장으로 구성됐다. 저자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사례를 제시하고, 그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하며 현대인이 겪는 다양한 마음 문제를 돌아본다. 
1장 〈내 마음에 조상님이 산다〉는 강박 장애, 시험 불안, 자기기만, 확증 편향, 결정 장애 등 개인 차원의 마음 문제를 다룬다. 다이어트를 결심하고서도 야식을 시키는 일, 강박적으로 보고서 서식에 집착하다 정작 중요한 내용을 빠뜨리는 일, 식사 메뉴를 고르거나 쇼핑을 할 때 선택하지 못하는 일 등의 이야기를 읽으면 우리가 일상에서 겪는 여러 문제들의 근본 원인을 확인할 수 있다. 
2장 〈사랑과 결혼 그리고 짝짓기〉는 연인과 부부 사이에서 겪을 수 있는 마음의 문제를 담았다. 우리는 왜 서로 사랑하고, 질투하고, 미워할까? 이상적인 배우자를 서로 다르게 생각하는 남자와 여자, 사랑했던 사람을 갑자기 증오하는 사람, 결혼 전 불안함을 느끼는 사람 등의 사례를 통해 우리가 지혜롭게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전해준다.
3장 〈물보다 진한 피와 유전자〉는 가족 및 친척 간에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다. 출생 순서에 따라 성격이 결정된다는 말은 사실일까? 현대 사회 이전에 영아 살해는 왜 보편적으로 일어났을까? 근친상간이 금지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 같은 질문에 대한 신경인류학의 설명을 들어보면 익숙하기만 했던 가족·친척 관계를 돌아보고, 그들과의 새로운 관계를 모색할 수 있다.
4장 〈원시인들의 현대 사회〉는 우리가 사회적 관계 속에서 겪는 마음 문제를 살펴본다. 간호사의 ‘태움’ 문화는 왜 생겼을까? 나를 싫어하는 상사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 사기꾼이 넘치는 세상에서 속지 않고 사는 방법은 무엇일까? 저자는 이러한 문제들이 발생한 근본적 원인을 찾고 어떻게 이를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을지 조언한다. 

날씬하고 건강해지고 싶은 것은 모든 현대인의 바람입니다.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닙니다. 아침에 다이어트를 하겠다고 결심했지만, 저녁에는 어느새 치킨과 맥주를 즐기고 있습니다. 달콤한 딸기 케이크까지 해치워버리고는 이내 후회를 다락같이 합니다. 의지력에는 자신이 있다는 사람들도 식욕에는 어김없이 무릎을 꿇고 맙니다. 원래 인간이란 나약한 존재라고 변명해도 될까요? (중략)
늘 굶주림에 시달리던 인류의 몸과 마음은 다음과 같이 진화했습니다. 첫째, 우리의 마음은 달고 기름진 것을 좋아하도록 적응했습니다. 야생의 환경에서는 이런 음식을 얻기 어렵습니다. 열매나 꿀, 그리고 다른 동물의 고기 등인데, 모두 양질의 에너지원입니다. 인간은 육즙이 흐르는 고기와 달콤한 열매를 좋아합니다. 과거 조상들이 생각하는 파라다이스는 바로 이런 음식이 넘쳐나는 곳이었죠. 둘째, 우리의 몸은 에너지를 절약하도록 적응했습니다. 이를 절약 유전자 가설이라고 합니다. 섭취한 에너지를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입니다. 조금이라도 잉여 에너지가 들어오면, 차곡차곡 지방으로 바꾸어 저장합니다. 내일은 굶을 수도 있기 때문이죠. 아주 연비가 우수한 자동차입니다. 
- 〈먹방 시대의 심리학〉 중에서(43~45쪽)

1996년 프랭크 설로웨이는 출생 순서에 따라 성격이 달라진다는 연구를 발표했습니다. 예를 들어 맏이는 부모의 사랑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부모에게 협력하려는 성향을 발전시킨다는 것이죠. 그리고 권위와 힘, 나이를 이용해서 동생을 제압합니다. 자연스럽게 보수적이고 순응적인 성격이 되며, 책임감도 강해집니다. 부모도 첫째 아이에게 상당히 의존하게 됩니다. 시간이 지나면 첫째 아이는 점점 제 역할을 하게 됩니다. 육아와 집안일을 도울 뿐 아니라 외부 자원을 획득하는 일에 동참하기도 하죠. 제법 부모 역할을 대행하게 되는 것입니다. (중략) 설로웨이의 주장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란이 분분합니다. 단지 출생 순서에 따라서 성격이 정해진다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화된 주장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그러나 여러 연구에 따르면, 약간의 경향성은 분명히 있는 것 같습니다. 
- 〈형제자매, 가장 가까운 경쟁자〉 중에서(150~151쪽)

아마도 지나치게 서열을 강조하는 우리 문화는 이러한 유전자-문화 불합치에 따른 결과물인지도 모릅니다. 위계질서가 현대 사회에서도 효과적으로 작동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더 민주적이고 다양화된 문화를 가진 집단이나 기업이 승승장구하는 것을 보면, 아마도 위계질서에 철저하게 기반을 둔 조직은 현대 사회와 ‘불합치’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당장 악랄한 상사 밑에서 고생하는 이 땅의 수많은 ‘부하 직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상사의 ‘갈굼’이 진화적 산물이라는 것을 이해한다고 해서 괴로움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까요. 일단 당신과 직장의 관계를 분명하게 해야 합니다. 당신이 직장에서 인생의 진정한 지혜를 찾고 싶다면, 그런 이상은 접는 것이 좋겠습니다. 직장은 일단 돈을 버는 곳이지, 교회나 법당이 아닙니다. 운이 좋다면 직장 상사 중에서 진정한 스승을 만날 수 있겠지만, 아주 예외적인 경우입니다. 
- 〈나만 못살게 구는 상사〉 중에서(194~19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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