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자동차, 여자 명품, 열광 이유, 진화심리학, 인간의 역사는 전쟁과 약탈의 역사, 계급과 서열, 인간의 본능, 계급 표시, 신호 효과, 인상 관리
남자는 자동차에, 여자는 명품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이 어떠한 현상의 이유를 찾을 때 ‘here & now'에서 찾곤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현상의 이유는 ’there & then'에 있는 경우가 더 많다. 사람이라는 존재가 백지상태로 있어서 ‘here & now'에서 딱 결정하는 존재가 아니라, ’there & then'에서 이미 만들어진 마음의 모양을 가지고 ‘here & now'에서 결정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there & then'에서 만들어진 마음의 모양이 어떠한지를 살펴보는 것은 어떠한 현상의 이유를 찾을 때 꼭 필요한 일이다. 이렇게 ‘there & then'에서 만들어진 마음의 모양을 살펴보는 학문이 진화심리학이다.
진화심리학에서는, 우리 현 인류의 마음의 모양이 몇백만 년 전 우리 조상들의 마음의 모양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렇기에 현 인류 남성과 여성들이 각각 자동차와 명품에 열광하는 이유도 ’here & now'에서 찾을 게 아니라, ‘there & then'에서 찾아본다면 지금껏 우리가 보지 못했던 새로운 관점을 얻게 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한다.
지금이야 남녀평등 사상이 만연되어 있어 당연시 여겨지고 있지만, 사실 인류 역사의 대부분은 그러하지 못했다. 불과 100년 전이 조선시대였다는 점을 상기해본다면 몇백만 년의 인류 역사에서 지금의 분위기는 아주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미미하다.
대부분의 시간 동안 인류는 남성에 의해서 권력 구도가 정해지고, 여성은 거기에 따라가는 형태였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이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사실 여부의 문제이다.
사실과 가치문제는 별개이다. 이 부분을 잊어버리면 진실을 찾아가고자 하는 여행이 불편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진화심리학은 사실을 설명하려는 학문이지 어떠한 가치를 주장하는 학문이 아니다. 이 부분을 꼭 구별해주셨으면 좋겠다. 진화심리학이라는 말만 들어도 경기를 하시는 분들이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인간의 역사는 전쟁과 약탈의 역사이다. 현시대에 살고 있는 인간의 평균 살아온 시간은 약 40년 정도일 테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살아온 경험을 토대로 판단하기 때문에, 전쟁과 약탈의 역사가 잘 체감되지는 않을 것이다. 근래 40년은 체감할 만한 전쟁과 약탈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사책을 조금만 뒤져봐도 얼마나 많은 전쟁과 약탈이 있었는지 알 수 있다. 게다가 역사로 기록된 것은 실제 인류 역사에서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까지 상기한다면, 역사 이전에는 얼마나 더 많은 전쟁과 약탈이 있었는지는 우리가 짐작하는 것 이상일 것이다.
사실 현시대에 살고 있는 아마존 원주민들을 연구한 자료만 보아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 곳에서는 여전히 전쟁과 약탈이 존재하고 있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더 높은 계급과 서열을 차지해서 더 많은 자원을 차지하려고 하는 본능이 있기 때문에, 이 본능에 따르면 전쟁과 약탈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이 시대에 법이 한순간에 사라져 어떠한 행위도 처벌받지 않는다고 가정을 해본다면 이 사회가 어떻게 변해갈지는 짐작이 되리라 생각한다. 이 말은 현시대의 평화는 법치주의로 인해 자연스럽지 않게(?) 유지되고 있다는 반증이 될 터이다.
계급과 서열을 나누고 더 높은 위치를 점하려고 애쓰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이러한 본능을 우리 조상 남성은 좀 더 직접적으로 수행했다. 원시 시대에는 힘으로 서열을 나누고 힘이 센 알파맨이 많은 자원과 여성을 독점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서열을 나누는 기준들(땅과 돈의 소유 정도, 금수저의 정도, 정치나 종교적 기준 등)이 다양화되기는 하였지만, 어떠한 기준이든 조상 남성들은 직접적으로 부딪혀 더 높은 서열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역사를 거쳐 왔다.
하지만 우리 조상 여성들은 그 모양새가 많이 달랐다. 대부분은 간접적으로 서열이 정해졌다. 즉, 어떤 서열의 조상 남성을 만나느냐에 따라 조상 여성의 서열도 정해지는 형태였다.
왕후(왕비)라는 말의 어원을 보아도 그러한 의미들이 드러난다. 본래 후(后)는 ‘뒤’라는 뜻으로 왕후는 왕의 뒤에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결국 왕비(왕후)의 서열은 남편(왕)의 서열에 의해서 정해진다는 의미를 드러낸다.
인류의 길고 긴 이러한 모양의 역사가 인간의 심리 구조에 아무런 영향을 남기지 않았을 리는 만무하다. 그렇다면 이러한 역사는 현재 남성과 여성의 심리와 문화에 어떠한 족적을 남기게 되었을까?
조상 남성들의 입장을 먼저 살펴보자. 조상 남성들의 경우는 서열이 비교적 직접적으로 형성되었기 때문에, 계급을 나타내는 장신구가 굳이 많지 않아도 그네들끼리 모여 있으면 비교적 자동적으로 서열이 정해졌다.
오히려 장신구가 많으면 전쟁을 수행하는 데에 있어 방해요소가 될 확률이 높다. 그래서 차라리 전쟁에 도움이 되는 물건들로 계급을 표시하는 게 유리했다. 그래서 좋은 무기나 좋은 말로 자신의 계급을 드러내곤 했다.
삼국지에서도 적토마 등 수많은 명마가 등장하며, 그 명마를 지니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의 지위를 유추할 수 있다. 또한, 명마를 지니고 있다는 것은 전쟁에서 우수한 기동력을 발휘한다는 의미로 실제적으로도 도움이 많이 되었을 것이다.
즉, 조상 남성들은 전쟁에 실제적인 도움이 되는 도구들로 자신의 계급을 표시하려고 하는 문화들이 형성되었을 것이다. 이것은 조상 남성들의 경우, 서열이 비교적 직접적으로 형성이 되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이러한 심리와 문화를 현시대에 가져오면 어떻게 될까? 현시대에는 무기랑 말 따위는 사라졌다. 그것들과 비슷한 의미를 가지는 현시대의 물건은 무엇일까?
그렇다. 자동차이다. 자동차는 현시대의 적토마인 것이다. 현시대 남성들이 그토록 자동차라는 물건에 열광하는 이유는, 그리고 그것으로 자신의 계급을 과시하려는 이유는 이러한 진화역사에 기인한다. ‘here & now'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지만 그 이유는 ’there & then'에 기인한다.
다음으로는 조상 여성들의 입장을 살펴보자. 조상 여성들의 경우는 서열이 비교적 간접적으로 형성이 되었음을 설명하였다. 자신이 직접 계급을 쟁취하기보다는 짝인 조상 남성에 의해서 정해지는 경우가 많았다. 남성에 비해 보다 간접적이기 때문에 설명이 많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조상 여성들은 많은 장신구를 통해 그 계급을 표시하려고 애썼다.
이러한 신호 효과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이 하나 있다. 신호의 효율을 떨어뜨리면 신호 효과의 효율성은 더 높아진다.
이게 무슨 말인가 싶으실 거다. 가령 3000만 원으로 자동차를 산 경우와, 같은 돈으로 다이아몬드 반지를 산 경우를 비교해보자. 둘 중 누가 더 부자인 것 같은가? 후자가 더 부자로 보이지 않은가?
둘 다 정확히 같은 돈을 소비했지만 다르게 느껴진다. 왜냐하면, 전자의 경우는 필요한 경우에 돈을 썼고, 후자의 경우는 쓸데없는 데(다이아몬드의 쓸모는 제로에 가깝다. 예쁘지 않으냐고 주장할지 모르겠지만, 일반인이 구별할 수 없을 정도의 다이아몬드 모조품도 예쁘긴 매 한 가지다.)에 돈을 썼기 때문에 신호 효과의 효율성은 훨씬 더 높다.
‘나는 이렇게 쓸데없는 데에다가도 이 정도의 돈을 쓸 수 있어’라는 과시는, 내가 돈이 얼마나 많은 사람인지를 표시하는 시그널로써 신뢰도가 무지 높아진다. 조상 여성들은 이렇게 실제 효용이 덜한 물건들로 자신의 계급을 표시하려고 애썼다.
물론, 진화 역사에서 조상 여성들이 조상 남성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가장 큰 무기 중의 하나가 외모였기 때문에 더더욱 장신구가 그러한 역할을 하게 된 것도 있다. 쓸모없고 예쁜 게 장신구이니까.
원주민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보면 족장 부인의 경우, 과할 정도로 많은 장신구들을 온몸에 치렁치렁 달고 있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것은 분명 계급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쓰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장신구의 역할이 현시대에서는 명품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명품을 불편하게 정의해본다면, ‘쓸데없이 비싼 것’이 될 거 같다. 명품은 절대로 그 가격의 쓸모를 하지 않는다. 그 가격의 쓸모를 하는 순간 그것은 명품으로의 가치를 잃어버린다. 신호 효과의 효율성은 신호 자체의 효용이 떨어질수록 그 가치를 발하기 때문이다.
여성들이 명품을 좋아하는 것은 ‘here & now'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지만, ’there & then'의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 현상을 온전히 이해하기란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우리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과거다.
인간은 백지상태에 있다가, 지금 여기서 바로 어떠한 결정을 하는 존재가 아니다. 과거에 의해 형성된 프로그램들이 이미 내장이 되어 있으며, ‘지금, 여기’에서의 자극이 이미 내장된 프로그램을 건드릴 때 어떠한 결정을 하는 것이다. 이미 내장된 프로그램은 진화에 의해서 만들어졌다. 나의 성격이 부모의 성격을 닮았듯이, 우리 마음에 내장된 프로그램도 우리 조상에게 내장되어 있었던 프로그램과 닮아있다. 이렇게 우리 마음에 내장되어 있는 프로그램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이 진화심리학이다.
신호 효과(信號效果, signalling/signaling effect)
경제학에서 정보 비대칭 상황(모든 사람이 똑같이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더 많은 정보와 더 강력한 경쟁력을 가진 사람이 자신의 우월성을 드러낼 목적으로 특정한 수단을 사용할 때 나타나는 효과를 말한다.
즉, 신호 효과는 차별화 전략의 일종으로, 자신의 우월성을 간단하게 드러내기 위한 수단으로 볼 수 있다.
예시
서로 다른 품질의, 겉보기는 같은 차량이 존재하는 경우
소비자가 구매하고자 하는 자동차에 대한 정보를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황이 존재한다. (정보 비대칭 상황)
두개의 자동차 회사(편의상 A, B로 칭함)는 서로 다른 품질의 자동차를 생산한다. A는 B에 비해 우수한 품질의 차량을 생산하나 소비자는 이를 확인 할 수 없다.
이때, A 회사는 B 회사에 비해 우월한 품질을 드러내기 위해 일종의 품질보증 을 실시 할 수 있다. 즉 [폐차까지 모든 고장 무상수리]와 같은 행사를 실시 한다.
단, 이때 품질보증 은 B 회사가 실행할 수 없는 종류의 것이어야 한다. 즉 [폐차까지 모든 고장 무상수리]라는 품질보증이 A회사의 차량은 높은 품질 덕분에 고장이 발생할 확률이 0에 가깝기 때문에(=추가비용이 거의 없기 때문에) 가능한 반면, B 회사의 차량은 낮은 품질 때문에 고장이 잦아(=품질보증 시행시 높은 추가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품질보증을 실행할 수 없을 때에만 이와같은 품질보증이 신호 효과를 가질수 있다.
공작새의 경우
공작색의 수컷이 가지는 장식 꼬리 깃털의 경우, 크고 화려할수록 생존에는 불리한 특성이 된다. 즉 크고 화려한 장식 꼬리 깃털을 가지고 성체까지도 살아 남았다는 것은 그와 같은 장애 요인을 흡수 할 수 있을만큼 우월한 능력(=유전자)를 보유했다는 신호 효과를 발생시킨다.
인상 관리(impression management)
사회적, 심리적, 물질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자신의 이미지를 통제하고 노력하는 행위, 타인의 지각에 영향을 미치도록 의도적으로 디자인된 행동을 말한다.
미국의 사회학자 Erving Goffman(1959)이 '연극학적 관점'으로 접근하여 만들어진 개념이다.[1] 인상관리의 기본적인 전제는 행위자가 주어진 상황 속에서 자신의 이익이 극대화 되도록 인상을 의식적으로 구성한다는 것이다. 권력이나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다른 이들로부터 호의를 얻고자 할 때 또는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결과를 얻고자 할 때 조직 구성원들은 가장 호의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내기 위해 여러 가지 행동들을 보이게 된다(Sussman et al., 2002).[2] 이렇게 사회적, 심리적, 물질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자신의 이미지를 통제하고 노력하는 행위, 타인의 지각에 영향을 미치도록 의도적으로 디자인된 행동을 인상관리라고 할 수 있다.
남자=자동차’, ‘여자=명품’을 사랑하는 이유
남자와 여자는 단순히 성性의 차이만으로 구분되지 않는다. 애초 남녀는 뇌 기질적으로 서로 다른 특성을 지니고 태어난 존재이다. 똑같은 상황에서도 남자의 언어와 여자의 언어는 화성과 금성의 차이만큼이나 다르다. 그런 남녀가 만나 서로 다른 언어로 고민하고, 서로 다른 이상형을 찾고, 서로 다른 결혼을 꿈꾼다. 남과 여, 누군가 더 행복한 세상이 아니라 함께 불행하지 않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남자들은 변신 로봇이나 합체 로봇을 왜 그렇게 좋아하는 걸까요?”
“지금 나이에도 그런 장난감은 재밌더라고요. 남자는 기계적 논리가 정확히 성립할 때 쾌감을 느끼니까요. 정확하게 요철이 맞으면서 다른 존재로 변하는 로봇은 매력적이죠. 일본 장난감이나 <트랜스포머> 같은 영화는 여자들도 좋아하잖아요?”
“여자들도 재밌어는 하지만, 남자들만큼은 아닌 것 같아요.”
“여자들은 기계의 변화보다는, 장신구나 옷을 통해 더 매력적인 존재로 변신하는 데 관심이 있죠. <세일러 문>을 보세요. 사실 머리띠 두르고 미니스커트 입었다고 변신했다는 건 좀 이상하지 않아요? 남자는 강해졌을 때 변신이라고 느끼고, 여자는 매력적으로 되었을 때 변신했다고 느끼는 거 아닐까요?”
남자아이들은 물리적으로 강한 존재를 선호합니다. 변신물에서 주인공은 새나 사자 같은 특정 능력을 가진 동물로 변신하는데, 동물이라는 원시적이고도 강력한 파워(힘, 시야, 정보력 등)를 손에 넣고자 하는 욕망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동물적 요소들이 기계적이고도 논리적인 과정(그렇게 보일수록 매력적입니다)을 거쳐 합체하게 되면 대개는 사람의 형태를 띠는데, 이는 동물적인 힘을 조절할 수 있는 이성을 갖춘 인간의 형상을 상징합니다. 매우 심리학적이죠. 인간, 특히 남자(남자는 신체 부위만으로도 흥분할 수 있죠)는 신체 부위를 통합하여 인식하는 힘이 부족해서일 수도 있습니다. 가끔 더 큰 존재와 결합하여 불사조 같은 존재로 변신하기도 하는데, 이는 이성을 초월한 영원 혹은 신성으로의 변화를 상징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어른보다 더 강한 자로 변하기를 바라는 남자아이와는 달리, 여자아이는 강함 자체보다는 주인공의 아름다운 변화에 더 주목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매력적인 성인 여성의 형태로 변해서 문제를 해결하죠. 일단은 매력적인 모습이 1차 목표 같다는 생각입니다. 무기도 총이나 레이저 포 같은 구체적인 것이 아니라 ‘그린 페어리 리본 어택’이라든가 ‘옐로 헤븐 미러’ 같은 애매한 물건(사실 남자가 보기엔 잘 납득이 안 되는)으로 해결을 보죠. 여자아이들은 ‘합체’라는 주제에서도 사람과 사람끼리의 정서적 유대감을 중요시하는 반면, 남자아이들은 기계적 결합 자체에 열광합니다. 간단히 말하면 여자는 감성, 남자는 수학 되겠습니다.
이러한 성향은 세월에 따른 변화도 있습니다. 제가 어릴 때는 남자아이들은 강철로 만들어진 로봇 혹은 로봇 조종사를 좋아했었고, 여자아이들은 예쁜 성인으로 변해서 기지로 사건을 해결하는 밍키(<요술공주 밍키>, 물론 남자들도 누드 변신 때문에 좋아했지만) 스타일을 선호했었죠. 요즘은 강한 힘을 가진 애완동물 조련사(<포켓 몬스터>)라든가 장난감 팽이나 자동차 조종사 정도로 강한 힘에 대한 동경이 줄어들고 현실적으로 변한 반면, 여자아이들은 더 예쁘고 화려하지만 전투능력도 강화(<프리큐어>나 <캐릭캐릭 체인지>)된 캐릭터를 선호합니다. 남녀의 성 역할에 융합이 일어나는 것은 만화에서도 느껴집니다.
이러한 차이는 문화권에 따른 영향도 있습니다. 1960년대의 미국 아이에겐 슈퍼맨이나 배트맨같이 근육질 남자가 영웅인 반면, 일본에서는 아톰 같은 로봇이 영웅이었습니다. 당시엔 백인에 대한 동아시아인의 신체 이미지의 열등감이 반영된 것이라고들 했었죠. 이후 경제력 상승과 함께 아시아권에서도 로봇보다는 초능력, 잠재 능력 등이 중요하게 되었고(아시아에서 근육질 캐릭터는 여전히 조연이나 악역입니다만), 미국에서는 힘을 과시하는 캐릭터들이 사라지고 자신의 본성으로 고민하거나(<배트맨>) 초인들의 갈등(<어벤저스>)이 전면에 두드러지게 되었습니다.
놀이 방식에서도 남녀차를 볼 수 있습니다. 장난감을 갖고 놀더라도 남자는 기계적 요소를 중요시합니다. 남성적 두뇌의 강점은 복잡한 형태에서 일정 공식을 인식하고, 반대로 공식에 맞춰서 다른 현상을 이해하는 쪽이라고 합니다(아닌 사람이 더 많지만). 어릴 때도 레고, 퍼즐, 로봇, 기계장치 등에 관심을 보입니다. 여성은 감정적 요소에 민감하죠. 소꿉놀이나 인형놀이처럼 사람 사이의 갈등을 재현하고, 그를 해결하려고 합니다. 똑같이 개 인형을 줘도, 남자아이는 개의 이빨과 스피드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여자아이는 개의 귀여움과 친근함에 초점을 맞춥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남자들은 스마트 폰, 자동차, 컴퓨터를 통해 능력 있는 존재로 ‘변신’하고 싶어 하고, 여자들은 옷, 명품, 몸매를 매개로 매력적인 존재로 ‘변신’하고 싶어 합니다. 많이 다른 것 같지만, 이러한 남녀 변신의 최종 목표는 더 좋은 이성과의 ‘합체’에 있다는 것은 아이로니컬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