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 국어/현대문학

봄은 간다, 김억 [현대시]

Jobs9 2022. 4. 16.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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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간다

 

밤이도다
봄이다

밤만도 애달픈데
봄만도 생각인데

날은 빠르다
봄은 간다

깊은 생각은 아득이는데
저 바람에 새가 슬피 운다

검은 내 떠돈다
종소리 빗긴다

말도 없는 밤의 설움
소리 없는 봄의 가슴

꽃은 떨어진다
님은 탄식한다

 


 

봄날 밤에 느끼는 개인의 애상적 정서를 간결한 시어를 통해 형상화하고 있다.

* 갈래 : 자유시, 서정시
* 성격 : 감상적, 낭만적, 애상적, 독백적
* 제재 : 봄밤
* 주제 : 봄날 밤의 애상적 정서
* 특징 
① 두운(ㅂ)과 각운(-다, -데, ㅁ)을 사용함
② 각 연이 2행의 대구로 구성됨.
* 출전 : “태서문예신보” (1918)

봄은 간다(김억) 시어 풀이

* 내 : 냄새 또는 연기
* 빗긴다 : 비끼어 간다.

 

 

이해와 감상

이 시는 암담한 상황 속에서 여러 상념에 사로잡혀 있는 화자가, 지나가는 봄을 깨닫고 깊은 절망감에 탄식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화자가 처한 암담한 상황이 어떤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일제 강점하라는 시대적 배경과 관련지어 이해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1~3연에서는 애달픈 상념 속에서 봄을 보내야 하는 화자의 안타까운 처지가 드러난다. 희망을 표상하는 봄이건만, 밤을 맞은 화자는 자신의 처지를 애달파하며 여러 상념에 사로잡혀 있다. 그런 가운데 문득 봄날이 지나가고 있다고 느끼는 순간, 무상감마저 화자를 감싼다.
4~5연에는 화자의 절망감이 드러난다. 덧없이 지나가 버리는 봄에서 느끼는 무상감과 더불어 상념은 아득할 정도로 더욱 깊어지고, 자신의 서글픔을 알아 주듯 새의 슬픈 울음소리는 들린다. 또한 어두운 밤을 감싼 안개 저편으로 종소리는 화자를 피해 울려 퍼지는 듯하다.
6연은 화자가 자신의 이런 서러운 처지, 안타깝고 답답한 심정을 말할 수 없는 형편에 놓여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는 침묵할 수 밖에 없는 당대 현실과 관련지어 생각할 수 있다.
이러한 정황 속에서 7연에서는 이제 마지막인 듯한 봄 꽃잎이 하나 맥없이 떨어져 버린다. 순간 화자는 견딜 수 없는 서글픔과 안타까움에 깊은 탄식을 하게 된다.
시기적으로 최초의 자유시로 알려져 있는 주요한의 '불노리'보다는 약간 앞선 이 시는, 교훈성이나 계몽성이 사라지고 서정적 자유시로서의 요소를 잘 갖추고 있다. 그리고 '밤'과 '봄'에서 보이는 양성 모음의 대비, '-다, -데, -ㅁ'에 드러난 각운 등의 운율적 배려, 2음보 가락으로 빠르게 읽히는 속도감 등을 통해 시인이 형태적인 배열과 율격에 세심한 배려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작품 연구실

작품 속 시어 사전

* 밤 : 화자가 처한 암담한 상황
* 새 : 화자의 슬픈 감정이 이입된 대상
* 검은 내 : 절망적 상황
* 종소리 : 희망 *종소리 빗긴다 - 희망의 상실

 

'봄은 간다'에 드러난 상징주의적 경향

이 시 전체의 분위기는 어둡고 침울한데, 어두운 현실을 '밤, 바람, 검은 내' 등의 상징적 시어로 표현하여 상징주의적 경향을 느낄 수 있다.
또한 '밤, 봄, 애달픈데, 간다, 깊은 생각, 새가 슬피 운다, 검은 내, 밤의 설움, 꽃은 떨어진다, 님은 탄식한다' 등 일련의 이미지와 사물의 연쇄를 통해 상징주의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암시, 몽롱, 음울, 절망' 을 나타냄으로써 시적 상황을 모호하게 하고 있다. 이러한 모호한 형상화를 통해 이 시는 봄밤에 시적 화자가 까닭 없는 상실감으로 스스로의 존재에 대해 느끼는 연민과 슬픔을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봄은 간다'의 문학사적 가치와 한계

“태서문예신보”에 발표된 '봄은 간다'는 개화기 시가에서 지적되는 계몽성을 탈피하여 개인의 주관적 정서를 형상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근대 자유시로의 면모를 보여 주기에 충분한 작품이다.
형태적 측면에 있어서도 이전 개화기 시가의 고정된 율격이나 정형성에서 벗어나 시인이 보여 주고자 했던 시상과 어울리는 개성적인 운율과 시 형식을 보여 주고 있다. 특히 표현 기법에 있어서 시인의 감정을 '새'에 의탁한 감정 이입과 '종소리 빗긴다'에 나타나는 공감각적 이미지는 동시대의 시엥서는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이 작품만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시행 배열의 규칙성, 대구법의 남발, 의도적인 각운법, 불필요한 이미지의 반복, 무절제한 감정 표출 등으로 작품의 전체 구조가 약화된 점이 이 시의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봄은 간다'의 형태적 특징

전체 7연, 각 연이 2행으로 배열되어 있는 이 시는 3 · 4조, 4 · 4조의 애조띤 민요 가락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1, 3, 5, 7연은 '-다' 형태의 종지부가 나타나고, 2연은 '-데', 6연은 '-ㅁ' 형태를 이루고 있어 각운에 의한 율격 조화를 보여 주고 있다.

 

김억의 작품 활동

김억은 시 창작과 외국시의 번역 · 소개 등을 통해 한국 시단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특히 최초의 근대 문학 번역 시집 “오뇌의 무도”는 베를렌 · 보들레르 등의 시를 번역한 것으로서, 1920년대 한국 시단에 상징적 · 퇴폐적 경향을 보이는 데 영향을 끼쳤다. 또한 1923년에 간행된 시집 “해파리의 노래”는 근대 최초의 개인 시집으로 인생과 자연을 7 · 4조, 4 · 4조 등의 민요조(民謠調) 형식으로 담담하게 노래하게 있다.

 

작가 소개 - 김억(金億, 1896~?)

시인. 평북 곽산 출생. 호는 안서(岸曙). 초기에는 프랑스 상징주의시와 서구 시론을 번역 소개하며, 상징적 경향의 시를 썼으나, 후기에는 근대시와 민요를 접목시키고자 노력했다. 시집으로 “해파리의 노래” (1923)가 있고, 우리 나라 최초의 번역 시집으로 “오뇌(懊惱)와 무도(舞蹈)” (1921)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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