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 국어/현대문학

초혼(招魂), 김소월 [현대시]

Jobs9 2022. 4. 15.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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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혼(招魂)

김소월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虛空) 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心中)에 남아 있는 말 한 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 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해설 

- 성격 : 전통적, 민요적, 격정적, 애상적, 여성적

- 표현

    * 3음보의 민요적 율격과 전통적 정서 표출

    * 심리적 추이에 따른 시상 전개(충격과 슬픔 → 허무와 좌절 → 미련과 안타까움)

    * 반복과 영탄을 적절히 배합하여 시적 정서를 생생히 표현함

    * 강렬한 어조와 감정의 직접적 표출

- 주제 : 죽은 임에 대한 그리움과 절규 / 임을 잃은 처절한 슬픔

- 제목 : 전통적 상례의 한 절차인 '고복의식'을 가리키는 말

    ※ 고복의식(皐復儀式) - '招魂'이라 불리는 이 의식은 사람의 죽음이 곧 혼의 떠남이라는 믿음에 근거하여 이미 떠난 혼을 불러들여 죽은 사람을 다시 살려내려는 간절한 소망이 의례화된 것으로서, 사람이 죽은 직후에 그 사람이 생시에 입던 저고리를 왼손에 들고 지붕이나 마당에서 북쪽을 향해 죽은 사람의 이름을 세 번 부르는 행위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즉, 초혼은 죽은 사람을 재생시키려는 의지를 표현한 일종의 '부름의 의식'이라 할 수 있다.  

 

중요 시어 및 시구풀이

* 1연 → 임의 부재(죽음) 상황을 제시함 / 영탄적 어조로 '이름이여'를 반복함으로써 죽은 임을 향한 절규가 나타남.

* 붉은 해(지는 해) → 허무적 배경 / 하강, 소멸, 파괴, 죽음의 심상

*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 슬픔을 비장미로 승화, 화자의 감정이 이입된 대상

*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 저승과 이승 사이의 거리감, 화자와 죽은 임과의 절망적인 거리감

*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 망부석 : 영원한 사랑의 상징물 / 시적 자아의 확고한 결의 표명(임의 죽음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의지와 임이 돌아오기를 바라는 간절한 소망이 담김.) 

 

시상의 흐름

- 1연 : 부재(죽음)하는 이름을 부르는 슬픔

- 2연 : 사랑을 고백하지 못한 안타까움

- 3연 : 충격적 슬픔의 확산 및 처절한 허무감

- 4연 : 극복할 수 없는 절망적 거리감(단절감)

- 5연 : 임을 향한 슬픈 사랑(슬픔의 응집-망부석) 

 

이해와 감상

죽은 사람의 혼을 불러들여 다시 살려 내려는 의식이 고복의식, 곧 초혼이다. 이 시에 나타난 이별은 뜻밖의 죽음이 가져다 준 운명적 결별이다. 더욱이 가슴 속에 남아 있는 마지막 말 한 마디조차 전하지 못한 이별이기에 시적 자아는 그 이름을 부르다가 삶을 다하는 것이 임을 잃은 자로서의 속죄의식인 셈이다. 그러기에 해가 지도록 산마루에 올라 임을 부른다. 그러나 임의 혼이 올라간 천상의 세계와 현실과는 너무나 넓고도 아득하여 살아 있는 자로서도 도저히 죽은 임과의 만남이 불가능함을 깨닫는다. 이러한 설움은 마지막 연에서 '돌'로 응축된다. 돌(망부석)은 생자와 망자의 양면성으로 현실로는 살아있지만 죽음과 같은 삶을 영위함으로써 마음만은 죽은 임의 곁에 있다는, 현실 부정과 초월의지의 형상물이라 여겨진다. 이제 임을 부르다 부르다 시름에 지친 시적 자아는 영원한 '도의 몸짓으로 임을 기다릴 수밖에 없으리라.   

<초혼>은 소월의 다른 시 <옛 임을 따라 가다가 꿈 깨어 탄식함이라>를 원형으로 하고 있다. 부모의 강요로 마음에도 없는 시집을 갔다가 시어미의 시샘으로 죽은 여인의 이야기인 이 시에서의 여인의 비극적 운명과 서정적 자아의 애상은 <초혼>에서의 임의 상실과 그 임을 부르는 행위로 연결된다. 소월의 시에서 '임'은 국가를 상실한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임은 잃어 버린 조국이며, 임을 부르는 행위는 상실된 조국을 찾으려는 염원과 이상을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임을 부르는 애절한 통곡의 목소리는 일제에 대한 항거의 소리이며, '선 채로 돌이 되어도' 끝끝내 버릴 수 없는 민족애의 열정과 의지를 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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