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꽃
김소월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영변(寧邊)에 약산(藥山)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우리 민족의 보편적 정서라고 할 수 있는 이별의 정한을 노래한 시로, 민요적 율격과 애절한 여성적 어조로 이별의 슬픔과 그것을 극복하려는 내적 의지를 형상화하고 있다.
* 갈래 : 자유시, 서정시
* 성격 : 전통적, 애상적, 민요적, 향토적
* 제재 : 임과의 이별
* 주제 : 승화된 이별의 정한(情恨)
* 특징
① 이별의 상황을 가정하여 시상을 전개함.
② 3음보의 민요조 율격과 ‘-우리다’의 반복을 통해 운율을 형성함.
③ 여성적이고 간절한 어조를 띰.
* 출전 : “진달래꽃”(1925)
시어 풀이
* 아름 : 두 팔을 벌려 껴안은 둘레의 길이.
* 즈려밟고 : ‘지르밟다’의 방언형. 위에서 내리눌러 밟고.
작품의 구성
[1연] 이별의 상황에 대한 체념(기)
[2연] 떠나는 임에 대한 축복(승)
[3연] 원망을 초극한 희생적 사랑(전)
[4연] 인고의 의지로 이별의 정한 극복(결)
이해와 감상
이 시는 이별을 가정한 상황을 바탕으로 내용을 전개하고 있다. 1연에서 화자는 자신을 버리고 떠나가는 임을 원망하지 않고 보내 드리겠다는 체념의 자세를 보여 준다. 이는 운율의 배치를 통해 효과적으로 드러나는데 1행과 2행은 각각 2음보, 1음보로 구성되어 천천히 읽힘으로써 임을 떠나보내는 고뇌에 찬 마음이 드러나는 반면, 3행은 3음보로 구성되어 단숨에 읽힘으로써 화자의 결단이 느껴진다. 2연에서는 더 나아가 떠나는 임의 앞길에 진달래꽃을 한 아름 뿌리겠다고 노래하는데, 이는 이별을 견디고 수용하는 차원을 넘어 임에 대한 축복의 자세를 보여 준다. 3연에서는 떠나는 임에게 자신이 뿌린 꽃을 사뿐히 짓밟고 가라고 한다. ‘진달래꽃’이 화자의 분신임을 고려할 때, 임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전하고 임을 위해 희생하려는 태도를 드러내는 표현으로 볼 수 있다. 4연은 1연의 점층적 반복으로 수미 상관의 형식을 이루고 있다.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떠나는 임이 편안하게 떠날 수 있도록 배려하겠다는 의미로, 임과의 이별에서 오는 슬픔의 절제와 인종(忍從)의 자세를 보여 주고 있다.
‘진달래꽃’의 상징적 의미는?
이 시의 제목이자 중심 소재인 ‘진달래꽃’은 ‘두견화’라고도 하며, 설화와 연결되어 슬픔의 이미지를 드러낸다. 이 시에서도 ‘진달래꽃’은 단순한 자연물이 아니라, 임에 대한 화자의 헌신적 사랑을 형상화하기 위해 선택한 표상이자, 화자의 분신과도 같은 꽃이다. 즉, 화자의 아름답고 강렬한 사랑의 표상이자, 떠나는 임에 대한 원망과 슬픔의 표현이며, 끝까지 임에게 헌신하려는 화자의 순종을 상징하는 것이다.
이 시의 심층적 의미
이 시의 형태와 율격
*자유시로서 7·5조의 3음보 율격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각 연이 1행 2음보, 2행 1음보, 3행 3음보로 행에 따른 호흡의 속도를 다르게 함으로써 리듬에 변화를 주고 있다.
*종결 어미 ‘-우리다’의 반복을 통해 음악적 리듬감을 형성하고 있다.
*수미 상관의 구조를 통해 주제를 강조하고, 구성의 안정감을 주고 있다.
‘진달래꽃’의 어조
이 시의 화자는 이별의 슬픔을 감내하면서 임에 대한 애절한 사랑을 은근히 드러내는 인종(忍從)적인 여성의 어조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애상적인 호소 속에 자신의 충격과 슬픔, 그리고 이별이 가져다줄 커다란 상처를 은근히 드러냄으로써 임이 떠나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심정을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가시리’, ‘서경별곡’, ‘진달래꽃’의 비교
‘진달래꽃’과 고려 가요인 ‘가시리’, ‘서경별곡’은 이별의 정한(情恨)을 주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사성을 보인다. 하지만 ‘서경별곡’의 화자는 가는 임에 대해 하소연, 다짐, 원망, 그리고 질투심까지 나타내는 반면, ‘가시리’, ‘진달래꽃’의 화자는 임을 고이 보내드린다는 점에서 구별된다. 또한 ‘가시리’는 임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임으로써 언제까지나 이별의 슬픔을 인내하겠다는 ‘진달래꽃’의 화자와 태도상의 차이를 보인다.
‘진달래꽃’에 드러난 문학적 전통
‘진달래꽃’은 김소월의 대표작으로, 이별의 슬픔을 인종의 의지로 극복해 내는 여성 화자를 설정하여 이별의 정한이라는 문학적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 고대 가요인 ‘공무도하가(公無渡河歌)’, 고려 가요인 ‘가시리’, ‘서경별곡(西京別曲)’, 조선 시대의 황진이 시조, 민요 ‘아리랑’으로 이어지는 우리 민족의 전통 정서와 맥을 잇고 있는 것이다. 또, 꽃을 뿌리는 행위는 향가 ‘도솔가’의 ‘산화 공덕(散花功德)’과 관련지을 수 있다.
작가 소개 - 김소월(金素月, 1902 ~ 1934)
시인. 평북 구성 출생. 본명은 정식(廷湜). 1920년 “창조”에 ‘낭인의 봄’ 등을 발표하면서 등단하였다. 이별과 그리움에서 비롯하는 슬픔, 눈물, 정한 등을 주제로 하여 일상적이면서 독특하고 울림이 있는 시를 창작했다. 시집으로 “진달래꽃”(1925)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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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의 침묵’, 한용운/이별의 상황
‘님의 침묵’은 임과의 이별을 새로운 만남에 대한 희망으로 전환하여 노래하고 있는 작품이다. ‘진달래꽃’과 ‘님의 침묵’은 공통적으로 임과의 이별을 시적 상황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님의 침묵’은 불교의 역설적 진리를 통해 이별의 슬픔을 극복하고 임에 대한 영원한 사랑을 다짐하는 반면, ‘진달래꽃’은 화자의 헌신적 사랑을 상징하는 진달래꽃을 뿌리며 임과의 이별에서 오는 슬픔을 참고 견디는 인종의 자세를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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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는 신앙인이기도 한 시인이 인간의 사랑과 이별의 아픔은 진달래가 해마다 피고 지는 것처럼 반복되는 것임을 표현한 작품이다. 화자는 사랑은 ‘지병’처럼 반복되는 것이며, 모질게 먹은 마음도 꽃가루처럼 부서질 수밖에 없다고 노래한다. 인간의 숙명인 사랑과 그로 인한 아픔을 진달래의 진한 빛깔로 시각화한 시이다.
‘낙화’, 이형기/이별의 상황에서 인내하는 화자의 모습
‘낙화’는 꽃이 피고 지는 자연의 섭리를 거스를 수 없는 것처럼 만남과 이별 역시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이며, 꽃이 진 후 열매가 맺히듯이 이별의 아픔을 통해 더 큰 정신적 성숙을 얻을 수 있음을 노래한 작품이다. ‘진달래꽃’의 화자가 임을 떠나보내는 반면, ‘낙화’의 화자는 자연의 섭리에 따라 떨어지는 낙화처럼 가야 할 때를 알고 떠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화자는 젊은 시절의 사랑과 이별로 인한 고통을 인내한 후 영혼의 성숙이라는 가치를 얻게 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별을 긍정적으로 수용하고 극복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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