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 gomm(곰), gum, ゴム(고무), Rubber, 라텍스, gummy, 젤리, 메틸고무(Methyl Rubber), SBR 고무, 에틸렌-프로필렌 고무, 실리콘 고무
탄성중합체의 일부로서, 고무나무에서 분비된 수액을 응고시킨 생고무가 원료인 고분자 화합물이다. 천연고무는 온도가 높아지면 부드러워지면서 질척질척해지고 온도가 낮아지면 딱딱해지거나 잘 바스러지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물이 스며들지 않는 내수성과, 전기가 통하지 않는 절연성, 힘을 가해도 쉽게 찢어지지 않는 등 탄력성과 신축성이 뛰어난 특징을 가지고 있어 각종 산업이나 생활용품, 장난감 등에 쓰인다.
고무 발견과 어원
15세기 초에 북미로 진출한 유럽의 탐험가들에 의해 발견되었고, 이들은 이 요상한 물질을 가지고 유럽으로 돌아왔으나, 장장 1~4세기 동안 유럽인들은 고무를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몰랐다.
산소를 발견한 과학자인 조지프 프리스틀리가 연필로 쓴 글씨를 고무로 문지르면(rub) 잘 지워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는데, 이게 고무의 영칭인 Rubber(문지르개)의 어원.
한국어 '고무'는 프랑스어인 gomme(고므), 네덜란드어의 gomm(곰)의 일본식 표현인 ゴム(고무)가 넘어온 것이다. 영어로는 gum, 독일어로는 Gommi에서 유래한 단어이다.
하지만 현재는 고무나무의 수지를 말하는 rubber와 그것을 흉내낸 합성 고무만 한국어로 고무라고 부르고, 일반적 나무 수지를 말할 때는 껌 또는 검이라고 부른다. 씹는 껌(gum)은 rubber 고무와 마찬가지로 치클나무의 수지에서 나온 물질로 gum과 어원이 같은데 한국어로는 고무가 아닌 껌이라고 따로 부르고 있다.
식품 등의 유화제 등으로 널리 쓰이는 아라비아검(gum arabic)도 아프리카 등의 아카시아 나무의 수지에서 얻기 때문에 나무 수지를 말하는 껌이다. 그래서 아라비아껌이라고 불러야 하지만 일본발음의 영향으로 흔히 아라비아고무라고 불리기도 한다. 순화된 표준어는 아라비아검.
젤리의 이름도 gummy 로 어원은 같은데 마이구미 구미베어라든가 한국어로 구미라고 불리고 있다.
고무 활용
최초로 고무를 사용한 이들은 중앙아메리카 원주민들이었다. 중앙아메리카 최초의 문명인 올멕 문명의 이름은 나후아틀어로 '고무 인간'이라는 뜻의 "올멕카틀(Ōlmēcatl)"에서 유래한 것으로, 뒷날 이들의 유적을 발견한 아즈텍족이 대량의 고무나무를 찾은 것에서 유래했다. 올멕인을 비롯한 원주민들은 고무나무의 수액에 발을 담가서 그대로 굳힌 다음에, 필요없는 부분을 깎아내서 자신만의 신발을 만들어 신고 다녔다고 한다. 그리고 고무 제품으로 만들어 쓰지 못할 만큼 흐물흐물한 수액은 양치용이나 간식용으로 씹기도 했는데, 이것이 치클이며 오늘날의 껌의 원형이 되었다.
이런 용도로나 쓰이던 고무가 본격적으로 상업적으로 개발되어 쓰이기 시작한 것은 19세기부터이다. 1824년에 스코틀랜드의 화학자인 훅스 매킨토시는 기후가 온난할 때면 부드럽게 되며 반대로 한냉할 때면 굳고 뻣뻣하게 되는 생고무의 특성에 착안하여, 두 장의 천 사이에 생고무와 콜타르, 나프타류의 혼합물을 대고 압력을 가하여 그것을 접합시켜 세계 최초로 완벽한 방수 소재를 개발했다. 이 천으로 만든 코트가 매킨토시 코트(맥 코트)로, 땡땡이 입고있는 코트가 바로 이것.
한편 고무 산업 초기에는 고무의 내수성에 주목하여 여러가지 물건들이 많이 생산되긴 했는데, 초기의 천연고무는 열기가 가해지면 엿처럼 늘어져 끊어지고 냉기가 가해지면 굳어서 부스러지는 등 온도변화에 매우 민감하여 여러모로 산업용으로 쓰기엔 거추장스러운 물건이었기에 각종 산업에서 사장될 위기에 놓였다.
미국의 발명가인 찰스 굿이어는 고무의 유용한 특성에 흥미를 느끼고, 고무가 온도변화에 강해지기만 한다면 많은 용도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여러모로 연구를 시도했다. 그러나 그가 여러가지 방법을 시도해도 고무의 열 내성은 그대로였으나, 어느 날 그는 우연하게도 고무에 유황을 섞은 실험용 물질을 난로 근처에 놓게 되었는데, 이 고무-유황 화합물이 고열을 받았음에도 약간 탄 것 이외엔 전혀 손상이 없는 걸 발견하면서 그는 고무에 유황을 섞으면 온도변화에 강해진다는 사실을 알아내게 된다.
굿이어는 이어서 실험을 계속하면서 가황고무를 안정화시키는데 필요한 최적의 비법을 연구했고, 1844년 특허를 내었다. 굿이어의 발명으로 인해 미국의 고무 산업은 대규모로 불어났다. 그러나 굿이어는 특허권 분쟁으로 인해 가황고무의 로열티를 거의 받지도 못한 채 거액의 빚을 지고 사망했다.
독일은 천연고무를 생산하는 말레이반도 등 열대식민지를 가지지 못해 1차 대전에서 고무의 수급에 큰 애로를 겪자 합성고무를 발명하기도 했다. 일본도 고무 수급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다가 2차대전 초기에 동남아시아를 점령하면서 고무의 수급이 넉넉해지자 그 당시로는 신기한 물건이었던 고무공을 일본(과 조선)의 학교 학생들에 공짜로 배포해서 동남아시아에서의 일본의 승전을 과시하기도 했다.
합성고무, 메틸고무(Methyl Rubber)
원래는 천연고무만이 쓰였으나, 천연고무의 생산량으로는 자동차 산업으로 인해 폭발적으로 늘어난 전 세계의 요구량을 맞추기가 벅찼고 이에 화학자들이 천연고무의 분자구조를 연구하여 천연고무와 거의 흡사한 합성고무를 개발하게 되었다.
합성고무의 선두자는 독일이었다. 제1차 세계 대전 중 연합군의 해상봉쇄 때문에 고무자원 부족을 겪은 독일은 메틸고무(Methyl Rubber)라는 합성고무를 개발해내나, 산소와 접촉하면 내구성이 약화되는 문제가 빈발하여 생산이 중단되었다. 그 이후에 연구를 거듭하여 SBR 고무를 개발했고 이는 천연고무와 비슷한 성질을 갖고 있었다. 그 후 에틸렌-프로필렌 고무, 실리콘 고무 등이 차례로 개발되고 상용화되었다.
합성고무가 전 세계에서 쓰이기 전인 제2차 세계 대전 초기에, 부족한 고무 물량을 채우기 위해 특히 천연고무가 나는 열대지역과 거리가 먼 소련에서는 민들레에서 천연고무를 채취한 적도 있었는데 미국은 그런 고무의 품질에 의구심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따라서 합성고무의 개발에 전미의 화학계가 총동원되었는데 그 해답은 독일의 IG Farben이 갖고 있었다. 독일 정부는 전략물자인 고무의 합성법이 유출되는 걸 막으려고 했으나 결국 미국은 합성법을 습득하였고 총 고무 합성량은 1941년에 겨우 8000톤이였던 것이 45년이 되면 80만톤 이상 합성되어 4년사이에 100배가 증가했으며 이는 전체 고무 소비량의 절반 이상이었다.
현대에는 합성고무의 품질이 괜찮아졌기에 열대림 지역에서밖에 나지 않는 희소한 자원인데다가 삼림 파괴로 인해 점점 더 생산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는 천연고무는 생산량의 문제와 더불어 석유에 약한 문제 때문에 95% 이상 합성고무로 대체되었다. 실리콘이 합성고무의 대표적인 예시다. 현대에 천연고무가 사용되는 물건은 보통 이름에 라텍스를 붙여서 마케팅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