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를 기다리며
등장인물
에스트라공--------------------------------------------------------------------
브라디미르--------------------------------------------------------------------
포 조--------------------------------------------------------------------
럭 키--------------------------------------------------------------------
소 년--------------------------------------------------------------------
[페이지] 에-001,, 0A0010
[막] 1막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는 시골길)
(저녁)
(에스트라공이 돌 위에 앉아서 신을 벗으려고 한다.
두손으로 잡아당기려고 애쓴다. 헐떡거린다.
힘이 빠져 그만둔다.
숨을 헐떡이며 잠시 쉬다가 다시 시작하다.
같은 동작을 되풀이)
(블라디미르 등장)
[에] (다시 단념하며) 빌어먹을!
[블] (두다리를 벌리고 종종 걸음으로 닥아서벼) 그렇지도모르지 (걸음을 멈추고) 그런 생각은 떨쳐 버리려고 오랬동안 속을로 타일러 왔지.
<블라디미르, 정신차려, 아직 다 해본 적 아니잖아> 하면서 말야. 그래서 다시 싸움을 계속해 왔단 말이야.
(머리 속에 싸움을 그려보며 생각에 잠긴다. 에스트라공에게)
[블] 아니, 또 너를 만났구나!
[에] 그래서!
[페이지] 에-002,, 0A0020
[블] 너를 다시 만나니 반갑구나. 아주 떠나버린줄 알았는데
[에] 나도 그래
[블] 우리가 다시 만난 걸 어떻게 축하한다?
(잠시 생각하더니) 일어나, 껴안아 줄께
(에스트라공에게 손을 내민다)
[에] (짜증스럽게) 조금 있다가, 조금있다가
(침묵)
[블] (기분이 상해서 냉정하게) 나으리께서는 어디서 밤을 지내셨나이까?
[에] 개천에서
[블] (기가 막혀서) 개천이라니!
어느 개천
[에] (아무동작없이) 저기 저쪽
[블] 얻어 맞지나 않았냐?
[에] 얻어 맞았지--- 많이는 안 맞았지만
[블] 같은 녀석들한테?
[에] 같은 녀석들이냐구? 모르겠다.
(침묵)
[블] 그런데 말야--- 벌써부터 생각헤온 건데-- 넌 내가 없으면 어떻게 됐을까하구 말야---
(단호하게) 지금쯤은 죽어서 한웅큼의 뼉다귀만 남았을걸.
[페이지] 에-003,, 0A0030
틀림없어
[에] (급소를 찔듯) 그래서 어떻다는 거야?
[블] (풀이 죽어서) 혼자 감당하기엔 너무 어렵구나
(자시 사이, 활기를 띠고) 또 한면으로 생각해 보면, 지금와서 실망해 봤자 별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뻘써 오래전부터 가령 1900년쯤부터그걸 생각해 왔어야 했던 건데 말야
[에] 집어 치워! 이 놈의 신이나 좀 벗겨줘
[블] 손을 마주잡고 에펠탑 꼭대기에서 뛰어 내렸겠지. 맨 처음에 뛰어 내리는 자들 틈에 끼어서 말이야. 그땐 제법 풍채도 좋았었는데. 허지만
이젠 너무 늦었어 이젠 우리 같은 건 올라가지도 못하게 할걸.
(에스트라공은 구두를 벗으려고 기를 쓴다,)
뭘 하고 있는 겨야?
[에] 구두를 벗고 있는 거다.
너헌텐 이런 일이 한번도 없었냐?
[블] 그러게 그전부터 내뭐라고 하데? 구두는 매일 벗어야 한다고 그랬잖아? 내 말을 들었어야 했단 말이다.
[에] (약한 소리로) 좀 거들어 줘!
[블] 아프냐
[에] 아프냐구? 그걸 말이라구 하냐?
[페이지] 에-004,, 0A0040
[블] (화를 내며) 이 세상에 고통을 당하는 게 너 하나밖에 없는줄 알어? 나 같은 건 문제도 아니란 말이지.
네가 내 입자이 되면 어떤 꼴이 될지 보고 싶구나.
당해봐야나 알거다.
[에] 너도 아팠었냐?
[블] 아팠었나구? 그걸 말이라구 하는 거야?
[에] (집게 손가락을 가리키며) 그렇다구 단추까지 안끼고 다닐거야 없지 않아?
[블] (아래를 내려다보며) 참 그렇군
(단추를 키운다)
작은 일이라고 소홀히 해서는 안되지
[에] 뭐라고 할까 넌 늘 마지막 순간을 기다리고있는거지
[블] (꿈 속에서 인양) 마지막 순간이라-----
(생각에 잠긴다)
그건 길지만, 좋은 거다. 누가 그럼 말을 했더라?
[에] 나 좀 안 거들어줄래?
[블] 그래도 그건 오고야 말거라고 가끔 생각해보지.
그런 생각이 들면 기분이 묘해지거든
(모자를 벗는다. 모자 속을 들연다 보고손으로 만져 보고 흔들어 보고 다시 쓴다)
뭐라고 할까? 기분이 후련해지면서 동시에---
[페이지] 에-005,, 0A0050
(적당한 말을 찾는다)---
[블] 섬득해 오거든 (힘을 넣어서) 섬-득-해-진단 말이다.
(다시 모자를 벗고 속을 드여다본다)
이럴수가!
(무엇을 떨어뜨리려는듯 모자 꼭대기를 툭툭 친 다음 다시 안을 들여다 보고, 다시 쓴다)
결국----
(에스트라공은 있는 힘을 다해서 마침내 구두를 잡아뺀다 구두속을 들여다보고 손으로 더듬어보고, 뒤집어 보고, 흔들어보고, 혹시 땅바닥에
무엇이 떨어지지나 않나 살펴본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자, 눈을 멍청히 뜨고 구두속에 손을 넣어본다)
[블] 어떻게 됐어?
[에] 아무것도 없다
[블] 어디봐
[에] 아무것도 볼게 없다니까
[블] 그럼 다시 신어봐
[에] (발을 살펴보고나서) 발에 바람을 좀 쇠야겠다.
[블] 제 발이 잘못됐는데도 구두 탓만하니, 그게 바로 인간이라는 거지
(또 모자를 벗고속을 들여다 보고 손으로 더듬어 보고
[페이지] 에-006,, 0A0060
흔들어 보고 모자 꼭대기를 두드렸다가 안으로 입깁을 불어넣은 다음 다시 쓴다)
[블] 걱정이 되는데
(침묵, 에스트라공 바람이 잘 통하라고 발가락을 놀리면서 발을 흔든다)
도둑놈 하나가 구원을 받았다. (사이) 비유치고는 괜찮지.
(사이) 고고----
[에] 왜?
[블] 혹시 뉘우친다면?
[에] 뭘 뉘우쳐?
[블] 그야---(말을 찾는다) 자가한 것까지 캐고 들어갈건 없겠지
[에] 이 세상에 태어난 것 말이쟈?
(블라디미르는 한바탕 웃기 시작하더니 한 손을 볼두덩에 갖다 대고 얼굴을 찡그리며 곧 웃음을 억누른다)
[블] 이젠 맘대로 웃을수도 없게 됐군
[에] 얘 뭘 빼앗기기라도 했단 말야?
[블] 기껏해야 미소를 띠울 뿐이지.
(그의 얼굴은 최대한의 미소로 일그러진채 굳어버려 한동안 계속되다가 벼란간 사라진다)
아무래도 그레 아냐. 그러니까---(사이) 고고---
[에] (짜증을 내며) 대관절 무슨 소릴 하는거야?
[페이지] 에-007,, 0A0070
[블] 너 성서 읽어봤냐?
[에] 성서라---(생각에 잠김다) 한번 훑어본 것도 같은데.
[블] (놀라서) 신없는 학교에서?
[에] 신이 없는 학교였는지 신이 있는 학교였는지 그건 모르겠다.
[블] 너 로케트 감화원을 가지고 그러는 거 아냐?
[에] 그렇지도 모르지. 어쨌든 성지의 지도는 생각난다.
색칠한 지도였는데 아주 예뻤었지.
사해는 옥색이어서, 그걸 들여다 보기만 해도 목이 말라 왔었지 난 신혼여행을 거기로 가야겠다고 생각했었지.
헤엄도 치고 행복하게 될 것 같았다.
[블] 넌 시인이 될걸 그랬구나
[에] 응 사실 난 시인이었다.
(누더기옷을 가리키며)
그렇게 안 보이니?
(침묵)
[블] 내가 무슨 얘기를 했었더라--- 발은 좀 어떠냐?
[에] 부어오르는데
[블] 참 그렇지. 도둑놈들 얘기를 하더랬지. 너도 생각나지?
[에] 아니
[블] 얘기해 줄까?
[에] 싫다.
[페이지] 에-008,, 0A0080
[블] 심심풀이가 될거야 (사이) 구세주하고 같이 십자가에 못박힌 두 도둑놈 얘기였지.
그런데---
[에] 누구하고라구?
[블] 구세주라니까. 도둑놈 들하고 그런데 그중 한 놈은 구원을 받았는데 또 한 놈은 ---
(구원의 반대말을 찾으려고 애쓴다)---
저주를 받았지
[에] 무엇에서 구원을 받았다는 거야?
[블] 지옥에서
[에] 난 가겠다.
(하지만 움직이지 않는다)
[블] 그런데 말야---(사이) 도대체 어떻게 됐길래--- 내 얘기가 듣기 삼으냐?
[에] 난 안 듣겠다.
[블] 도대체 어떻게 됐길래 복음서를 슨 네 사람중의 하나만이 그런식으로 얘기를 하게 됐는지 모르겠단 말야
네 사람이 다 그 자리에 있었을텐데
어쨌던 거기서 멀지 애은 곳에 있었을 텐데 말야
그런데 그중 한 사람만이 구원 받은 도둑놈 얘기를 써 놓았거든(사이) 이봐. 고고 가끔씩은 대꾸를 해 줘야하지 않아?
[페이지] 에-009,, 0A0090
[에] 얘기나 계속해 보시지
[블] 넷 중에 하나만 그렇게 말했거든
나머지 셋중에서 둘은 수째 언급도 없고, 나머지 한 사람은 그둘이 그자에게 욕지거리를 했다는 거야
[에] 누구말이냐?
[블] 뭐라구?
[에] 난 원 무슨 소린지 모르겠구먼---
(사이) 누구헌테 욕지거리를 했다는 거야?
[블] 구세주에게
[에] 왜?
[블] 자기네를 구해주려 하지 않았으니까
[에] 지옥에서 말야?
[블] 아니지. 이런 바보가 있나!
죽음에서 말야
[에] 그래서?
[블] 그러니 두놈이 다 저주를 받았을 거거든
[에] 그런데?
[블] 그런데, 복음서를 쓴 한 친구만은 그자들 중의 하나가 구원을 받았다는거야
[에] 그래? 그렇다면 그 친구들 견해가 서로 다른거로구나.
얘긴 단지 그것뿐이지 뭐야?
[페이지] 에-010,, 0A0100
[블] 넷이 다 거기 한 자리에 있었다니까.
그런데 그중 한 사람만이 구원받은 도둑 얘기를 하고 있는데. 왜 나머지 세 사람 얘기는 없이 그 사람 말만 믿는지 모르겠다니까
[에] 누가 믿는다는 거야?
[블] 누구나 다 그렇게 믿고 있잖아?
그 사람의 해석 밖엔 모르고 있는거지
[에] 사람들이 다 바보니까 그렇지
(그는 힘겹게 몸을 일으키더니 절둑 거리며 무대 왼쪽끝까지 가서 선다.
손을 두 눈 위에 대고 먼 곳을 바라본다.
다시 돌아서서 오른쪽 끝으로 가 역시 먼곳을 바라본다 블라디미르가 눈으로 그를 따르다가 구두를 주우러 간다 구두 속으 들여다 보더니 벼란간
내팽개친다.)
[블] 푸우!
(바닥에 침을 뱉는다
에스트라공이 무대 한가운데로 돌아와서 배경쪽을 바라본다)
[에] 기막힌 곳이로군!
(그는 돌아서서 무대 전면 끝까지 나와 관객쪽을 바라본다)
[페이지] 에-011,, 0A0110
[에] 화창한 경치로군
(블라디미르를 돌아보며) 자, 가자
[블] 갈순 없어
[에] 왜?
[블] 고도를 기다려야지
[에] 참 그렇지 (사이) 여기가 확실하냐?
[블] 뭐가?
[에] 여기서 기다려야 하느냐 말이다.
[블] 나무 앞이라구하던데
(둘은 나무를 바라본다)
다른 나무들이 보이냐?
[에] 이건 무슨 나무지?
[블] 버드나무 같은데
[에] 잎이 없잖아?
[블] 죽었나 보지
[에] 눈물도 다 마른 모양이지
[블] 제철이 아닐수도 있잖아
[에] 이건 버드나무라기 보단 차라리 관목 같다.
[블] 교목이야
[에] 관목이라니까
[블] 교-(말을 고쳐서) 너 그런 말을 하는 속셈이 뭐냐?
[페이지] 에-012,, 0A0120
우리가 장소라도 잘못 알았다는 거냐?
[에] 이리 오기로 돼 있는데
[블] 딱히 오겠다고 말한건 아니잖아
[에] 만일 안 온다면?
[블] 내일 다시 오지
[에] 그리고 또 모래도
[블] 그래야겠지
[에] 그 뒤에도 쭉
[블] 결국은---
[에] 그자가 올 때까지
[블] 너 지독한 놈이로구나
[에] 우린 어제도 왔었잖아
[블] 무슨 소리야? 너 정신 나갔구나
[에] 그럼 어제 우리가 뭘했다는거야?
[블] 우리가 어제 뭘 했느냐구?
[에] 그래
[블] 나 참----(화를 내며) 남을 혼란시키는 일이라면 널 따라 갈 사람은 없을거다
[에] 내 생각으로는 우린 분명 여기 왓엇다
[블] (주위를 둘러보며) 이 자리가 눈에 익은 모양이지?
[에] 난 그러 말은 안했다.
[페이지] 에-013,, 0A0130
[블] 그렇다면?
[에] 아무튼 그렇다니까
[블] 그래도---이나무가---
(관객쪽을 행하며) 이 진창구덩이가---
[에] 오늘 저녁이 틀림 없냐?
[블] 뭐가?
[에] 우리가 기다려야 하는게 말이다.
[블] 토요일이라고 했는데 (사이) 그런것 같은데
[에] 일이 끝난 후랬지
[블] 어디 적어 둔게 있을거야
(그는 별에별 잡동사니가 가득 찬 호주머니들을 뒤진다)
[에] 토요일이라니 어느토요일 말이냐?
오늘이 토요일이던가? 아니면 혹시 일요일일런지도 모르지? 아니면 월요일이거나 금요일지도 모르고
[블] (마치 날짜가 풍경속에 적혀 있기라도 한듯 주변을 정시없이 둘러보며) 그럴리가 없다
[에] 그럼 콕요일인가?
[블] 어떻거지?
[에] 혹시 그가 저녁에 왓다가 헛탕을 쳤을지도 모르겠는데. 그렇다면 오늘은 나타나지 않겠지?
[블] 무슨 소리야? 우리가 어제 저녁에 왔었다고 했잖아?
[페이지] 에-014,, 0A0140
[에] 내가 잘못 생각했을지도 모르지 (사이) 자, 이제 그만 입 좀 닥치지 않을래?
[블] (힘엇이) 그러지
(에스트라공은 다시 땅바닥에 앉는다.블라디미르는 흥분해서 무대를 왔다 갔다 한다. 간간히 발을 멈추고 지평선쪽을 살핀다.에스트라공은 잠이
든다. 블라디미르가 에스트라공앞에 와서 선다)
고고---(침묵) 고고고---!
(에스트라공이 놀라서 눈을 뜬다)
[에] (자신의 무서운 현실로 되돌아오며) 좀 잤다. (나무라도) 왜 넌 잠도 못자게 하는거냐?
[블] 외로워서
[에] 꿈을 꾸었다.
[블] 꿈 얘긴 할것 없다
[에] 꿈에---
[블] 듣기 싫다니까!
[에] (온 천지를 가리키며) 이것만 있으면 넌 된단 말이냐?
(침묵) 디디. 넌 인정머리고 없는 놈이로구나
내 악몽 얘기를 너한테 못 한다면 누구헌테 하란 말이냐?
[블] 너 혼자서 삭여야지
내가 그런 얘긴 질색이라는걸 알고 있잖아?
[에] (쌀쌀하게) 우리가 서로 헤어져 버리는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대가 있다.
[블] 그래봤자 네가 갈때나 있구?
[에] 허긴 바로 그게 큰 문제라니까
(사이) 디디, 안 그러냐?
그게 큰 문제가 아니냐 말이다.
(사이) 하기야 길이 아름답겠다. (사이) 나그네들도 착하
[페이지] 에-015,, 0A0150
겠다.
(사이를 두었다가 상냥하게) 안 그러냐? 디디?
[블] 조용히 해
[에] (황홀한 듯이) 조용히 라--- 조용히---
(꿈꾸듯) 영국놈들은 카아암이라고 하더군
영국놈들은 카아암한 작자들이지
(사이) 넌 영국놈이 갈보집에 갔었던 얘기 아냐?
[블] 그래
[에] 어디 얘기해 봐
[블] 집어 치워
[에] 어떤 영국 놈이 술이 곤드레만드레가 되서 갈보집엘 갔었지. 포주 아주머니가 금발 머리와 갈색 머리와 빨강머리 줄에서 어느 것을
원하느냐고 물었겠다.
어디 그다음은 네가 얘기해 봐라
[블] 집어치우라니까!
(블라디미르 퇴장.
에스트라공도 일어서서 무대 끝까지 그의 뒤를 따라간다 에스트라공 권투 선수를 으원하는 구경꾼들의 모습과 비슷한 시늉을 한다.
블라디미르가 돌아온다.
눈을 내리깐채 에스트라공 앞을 지나서 무대를 가로질러
[페이지] 에-016,, 0A0160
간다. 에스트라공 몇발자욱 그에게로 닥아가다가 멈춘다)
[에] (부드럽개) 대게 무슨 할말이라도 있었냐?
(블라디미르 대답없음.
에스트라공 한 발자욱 닥아선다)
내게 무슨 할 말이 있었냐니까
(침묵. 한 발자욱 더 닥아선다)
디디, 어서 말해봐
[블] (돌아보지도 않고) 할 말은 없다
[에] (한 발자욱 더 닥아서며) 화났니?
(침묵. 한걸음 더 나서며)
미안하다!
(침묵. 한 걸음 더 닥아서서, 그의 어깨를 잡는다)
이봐 디디, (침묵) 손을 좀 내놔봐!
(블라디미르 돌아선다)
날 좀 껴안아 다오!
(블라디미르의 표정 굳어진다)
버틸 것 없어!
(블라디미르의 표정이 누구러진다. 둘은 껴 안는다. 에스트라공이 물러서며)
마늘 냄새가 난다!
[블] 허리가 아파서 먹고 있는 거야
[페이지] 에-017,, 0A0170
(침묵. 에스트라공이 나무를 유심히 쳐다본다)
[블] 이젠 어떻거지?
[에] 그다리는 거지
[블] 그야 그렇지만 기다리는 그동안 뭘하지?
[에] 목이나 매고 말까?
[블] 그러면 그게 일어서겠지
[에] (호기심이 생겨) 그게 일어선다구?
[블] 그래 그러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거기서 떨어진 물에서 만드라고르 풀이 자란다더라
(만드라고르는 가지과의 식물.
목매달아 죽은 남자의 성기에서 떨어진 물에서 돋아난다는 전설이 있음-역주)
그래서 그걸 뽑으면 삑하는 소리가 나는 거야.
너 그것도 몰랐냐?
[에] 그렇다면 당장에 목을 매자
[블] 나무가지에?
(둘은 나무앞으로 닥아가서 쳐다본다)
이 나무는 믿을수가 없는걸
[에] 그래도 한번 해 보자
[블] 너 해봐라
[에] 네가 먼저
[페이지] 에-018,, 0A0180
[블] 아냐. 네가 먼저 해
[에] 왜?
[블] 네가 나보다는 가벼우니까
[에] 바로 그러니까 하는 말이다.
[블] 무슨 소린지 모르겠군
[에] 잘 생각해 봐라
(블라디미르 생각한다)
[블] (생각한 끝에) 모르겠는데
[에] 그럼 내 설명해 주지
(생각해 보고 나서) 나무가지는---나무가지는---(화를 내며) 네가 이해를 해 보려고 해야할 것 아냐!
[에] 네 설명을 들어야만 알겠다
[에] (애를 쓰며) 고고는 가벼워서-나무가지가 안부러지구-고고는 죽구-디디는 무거우니까-나무가지가 부러져서-디디만 남는다 (사이) 그런데---
(적절한 표현을 찾아내려고 애쓴다)
[블] 그런 생각을 내가 미쳐 못했구나
[에] (적절한 말을 찾아내어) 대(大)는 소(小)를 겸한다 이거지
[블] 하지만 내가 너보다 무게가 더 나간단 말이냐?
[에] 네 입으로 그랬잖아?
내가 알게 뭐냐? 가능성을 반반이지. 대충 그런 셈이지
[페이지] 에-019,, 0A0190
[블] 그럼 어떻헌다?
[에] 아무 짓도 안하는거지 그게 더 안전하니까
[블] 그 자는 뭐라고 할지 어디 기다려 보자
[에] 누가?
[블] 고도 말이다
[에] 참 그렇지.
[블] 우선 우리의 결심이 설때까지 기다려 보는 거야
[에] 하지만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말이 있잖아?
[블] 그자가 와서 뭐라고 할지 궁금한데
그자가 뭐라든 마찬가지지만
[에] 그자헌테 정확히 무슨 부탁을 했지?
[블] 너도 같이 있었잖아?
[에] 난 정신을 안 차렸었거든
[블] 저- 딱히 뚜렷한건 없었지
[에] 일종의 기도엿지
[블] 맞았어
[에] 막연한 탄원이었구
[블] 말하자면 그렇지
[에] 그래 그 잔 뭐라고 대답하데?
[블] 좀 두고 보자는 거야
[에] 아무 약속도 못하겠다는 거군
[페이지] 에-020,, 0A0200
[블] 생각을 해봐야겠다는거지
[에] 머리를 식히구
[블] 가족들하구 의논도 하구
[에] 친구들 하구도
[블] 지배인들 하구도
[에] 거래상들 하구도
[블] 자기 장부하구도
[에] 은행통장하구도
[블] 그래야 결정을 내리겠다는 거지
[에] 그건 당연하지
[블] 하긴 안 그렇겠니?
[에] 그런 것 같군
[블] 내 생각도 그렇다.
(휴식)
[에] (불안하게) 그런데 우리는?
[블] 뭐라고?
[에] 그런데 우린 어떻게 되는거냐구?
[에] 그 일을 하는데 우리의 역활은 뭐냐 말이다.
[블] 우리의 역활이라니?
[페이지] 에-021,, 0A0210
[에] 생각을 해 보라구
[블] 우리의 역활이라? 그야 탄원자의 역활이지.
[에] 그 정도야?
[블] 왜? 나리께서는 무슨 요구라도 내세울 게 있으시나이까?
[에] 그럼 우리에겐 아무 권리도 없게 됐단 말이냐?
(블라디미르가 웃으려고 하다가 전처럼 뚝 그친다. 같은 동작. 미소가 사라져 버린다.)
[블] 네 그런 소릴 들으니 웃을수만 있다면 한바탕 웃고 싶구나
[에] 우린 권리를 잃은 거냐?
[블] (명료하게) 헐 값으로 팔아 버렸지
(침묵. 둘이 다 움직이지 않고 서 있다.
두 말은 흔들거리고 고개를 푹 숙인채 무릎에는 맥이 빠졌다)
[에] (힘없이) 우린 꽁꽁 묶여 있는게 아닐까? (사이) 안 그래?
[블] (손을 들며) 무슨 소리가 난다!
(그들은 우스꽝스럽게 몸이 굳은채 귀를 기울인다)
[에] 아무 소리도 안 나는데
[블] 쉿!
(둘이 귀를 기울인다. 에스트라공이 몸의 중심을 잃고
[페이지] 에-022,, 0A0220
쓰러질뻔한다.
그는 블라디미르의 팔에 매달린다. 블라디미르 휘청거린다. 그들은 서로 붙잡고 마주쳐다 보면서 귀를 기울인다)
[블] 내 귀에는 아무 소리도 안 들린다.
(안도의 한숨. 긴장이 풀린다.
그들은 서로 떨어진다)
[에] 너 때문에 괜히 놀라기만 했다.
[블] 그 자가 오는줄만 알았지
[에] 누구?
[블] 고도 말이야
[에] 흥 갈대가 바람에 흔들린 소리야
[블] 내 귀엔 고함 소리 같았는데
[에] 그 자가 고함을 칠 이유가 어디 잇어?
[블] 말을 타고 올테니까
(침묵)
[에] 가자
[블] 어딜 가? (사이) 오늘밤엔 그 자의 집에서 자게될지도 모른다 배불리 먹고 습기 없는 따뜻한 짚요를 깔구 말야
그러니까 기다려 볼만 하지. 안 그러냐?
[에] 그렇다고 밤을 샐 수야 없지
[페이지] 에-023,, 0A0230
[블] 아직 해도 지지 않았지 않아
(침묵)
[에] 배가 고프다
[블] 당근 먹을래?
[에] 다른 건 없냐?
[블] 순무가 몇개 있을거다
[에] 그럼 당근이나 하나 다오
(블라디미르는 호주머니를 뒤져 순무 한 개를 꺼내서 에스트라공에게 준다)
고밥다
(그는 한 입 깨물더니 투덜대듯이) 이건 순무 아냐?
[블] 아. 미안하다! 난 당근인줄 알았지
(다시 호주머니를 뒤졌으나 순무 밖에 나오지 않는다)순무밖에 없는데 (계속 뒤진다) 지난 번에 네가 먹은게 마지막 남은 당근이었나 보다
(또 뒤진다) 가만 있어. 됐다.
(마침 내 당근 하나를 꺼내 에스트라공에게 준다)
자 예 있다.
(에스트라공은 소맷자락으로 당근을 닦아서 먹기 시작한다)
[페이지] 에-024,, 0A0240
[블] 그럼 순무는 도로 다오
(에스트라공 순무를 돌려준다)
조금씩 오래오래 먹어라. 더는 없으니까
[에] (씹으면서) 아까 네게 물어본게 있었지
[블] 그래서?
[에] 더 대답해 줬쟈?
[블] 당근맛이 좋으냐?
[에] 달콤하다
[블] 잘 됐구나 잘됐어
(사이) 그래 뭐가 알고 싶었냐?
[에] 생각이 안난다. (씹어 먹는다) 그래서 지랄이라니까
(그는 당근을 즐거운듯이 디려다보더니 허공에서 손가락끝으로 돌려본다)
당근 맛이 좋은데
(그는 당근 끝을 음미하듯 빨아본다)
가만 있어. 이제 생각났다.
(한입 깨문다)
[블] 그래 뭐냐?
[에] (입안이 가득이 물고 건성 문듯이) 우린 꽁꽁 묶여 있는게 아닐까?
[블] 그게 도대체 무슨 소리냐?
[페이지] 에-025,, 0A0250
[에] (집어 삼킨다) 우린 꽁꽁 묶여 있는게 아니냔 말이다.
[블] 묶여 있다구?
[에] 그래. 묶-여-있단 말이야
[블] 묶여 있다니 어떻게?
[에] 수족이 다
[블] 도대체 묶긴 누가 묶고, 누구에게 묶여 있다는 거야?
[에] 네가 말하는 그 작자에게
[블] 고도에게? 고도에게 묶여있다구? 무슨 소리야?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야? (사이) 아직도 안 그렇다
[에] 그 자 이름이 고도라구!
[블] 그럴걸
[에] 이런!
(먹다 남은 당근 청의 한 끝을 집어들고 눈 앞에서 돌린다)
이상한데, 먹을수록 맛이 없어진다 말야
[블] 나느 정 반대다
[에] 그건 무슨 소리냐?
[블] 난 먹을수록 맛이 난단 말이다
[에] (한참 생각하더니) 그게 바로 정 반대라는 거냐?
[블] 체질 문제지
[에] 성격 문제다
[페이지] 에-026,, 0A0260
[블] 어쩔수 없는 일이지
[에] 아무리 날뛰어봤자 소용 없는 일이지
[블] 사람은 타고난 그대로거든
[에] 꿈틀거린다고 별수 있니?
[블] 속은 달라지지 않는거지
[에] 별 도리가 없는거야
(먹다 남은 당근을 블라디미르에게 내민다)
마저 먹을래?
(무서운 소리가 아주 가까이서 들려온다. 에스트라공 당근을 덜어뜨린다. 둘이 다 얼어 붙은듯 서 있다가 무대 옆구리로 도망친다.
에스트라공이 중간에서 멈춰 서서 되돌아와 당근을 줍고 호주머니에 넣는다. 다시 그를 기다리고 서 있는 불로디미르에게로 달려가다가 다시
멈추고 되돌아와서 구두를 주은 다음 블라디미르에게로 다시 뛰어간다.
둘은 서로 얼싸안고 고개를 상대편의 어깨에 쳐박고 소리가 난쪽으로 등을 돌린채 기다린다.
포조와 럭키가 등장한다.
포조가 럭키의 목에 맨 끈으로 럭키를 몰고 들어온다.
그때문에 처음엔 럭키만이 나타나고 그 다음에 끈이 달려 나오는데 그 끈이 너무 길어서 럭키만이 나타나고 그 다음에 끈이 달려나오는데 그 끈이
너무 길어서 럭키가 무대 한가운데까지 온 다음에야 무대 옆구리로 포조의 모습이 나타난다.
럭키는 무거운 트렁크와 접은 의자와 음식 바구니를 들고
[페이지] 에-027,, 0A0270
팔에는 외투를 걸치고 있다. 포조는 채찍을 들고 있다)
[포] (무대 뒤에서) 좀 더 빨리!
(채찍 소리, 초조 나타난다. 그들은 무대를 가로지른다. 럭키가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의 앞을 지나 퇴장한다. 포조는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를 보자 발을 멈춘다. 끈이 팽팽해진다. 포조가 사납게 잡아당긴다.)
뒤로!
(쓰러지는 소리, 럭키가 짐을 든채 넘어진 것이다.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 공이 그를 바라본다. 한편으로 도와주러 가고 싶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상관없는 일에 말려드리가 두려우 듯.
블라디미르가 럭키 쪽으로 한 걸음 내딛자 에스트라공이 그의 소매를 잡아당긴다)
[블] 놓아!
[에] 가만있어!
[포] 조심하시우! 나쁜 놈이니까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이 그를 본다.)
낯선 사람들에겐-----
[에] (낮은 소리로) 저 작자냐?
[블] 누가
[에]저-----
[블] 고도 말야?
[페이지] 에-028,, 0A0280
[에] 그래
[포] 내 이름은 포조라고 하오.
[블] 아니야
[에] 고도라고 했잖아?
[블] 아니라니까.
[에] (포조에게) 선생님께선 고도씨가 아니십니까?
[포] (무서운 목소리로) 내 이름은 포조요! (침묵) 그래도 모르겠오? (침묵)
내 이름을 듣고도 누군지 모르겠단 말이오?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의 의아한 누으로 마주본다)
[에] (기억을 더듬는척 하며)
보조라----보조----
[포] 포-조-!
[에] 아! 포조요----포조라----
[블] 포조, 보조 어느쪽이야?
[에] 푸조라지 않아? --- 누군지 모르겠는데.
[블] (상냥하게)-전에 고조하는 집안을 알고 있었죠.
그집 어머니는 수툴에 수를 놓고 있었는데---
(포조가 위협하듯 닥아선다)
[에] (황급히) 우린 이 고장 사람이 아니지요.
[포] (발을 멈추며) 그래도 인간임엔 틀림 없을 것 아뇨?
[페이지] 에-029,, 0A0290
(안경을 쓴다) 내 보기엔 그래. (안경을 벗는다) 다 같은 인간이란 말이오. (그는 요란스런 웃음을 터뜨린다)
포조와 같은 종자라는 거지!
신의 자손이란 말이오!
[블] 그러니까---
[포] (단호하게)--- 고도는 누구요?
[에] 고도라뇨?
[포] 날 고도로 잘못보지 않았오?
[블] 천만에요. 선생님, 그냥 아는 사람이죠.
[에] 무슨 소리야?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랍니다.
[블] 그럼은요----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죠---- 하지만----
[에] 저 같으면 알아보지도 못할텐데요.
[포] 그런데 당신들은 나를 그 사람인줄 알았단 말이야.
[에] 그러니까--- 그런----
날은 어두워진데다가-----
피곤하고---- 기운없고-----
기다리다 지쳐서----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그만 잠깐 그런 생각이---
[페이지] 에-30,, 0A0300
[블] 이 친구 말은 듣지도 마십시오.
선생님 들을 것도 없읍죠.
[포] 기다렸다니? 당신들이 그를 기다렸다는 거요?
[블] 그러니까. 저어----
[포] 여기서? 내 땅에서?
[블] 나쁜 짓할 할 생각은 있었읍니다.
[에] 아니, 좋은 일을 하려고 그랬던 거죠.
[포] 길이야 만인의 거니까.
[블] 저희도 그렇게 생각했었죠.
[포] 염치없는 생가기지만, 그렇게 되어 있지
[에] 별 수 없는 일이죠
[포] (거드름을 피우며) 더 이상 그 얘긴 맙시다.
(끈을 잡아 당긴다)
일어서! (사이) 넘어지기만하면 잔단 말이야.
(다시 끈을 잡아당긴다)
일어서, 이 망할 것아!
(얼키가 일어나서 짐을 줍는 소리.
포조는 끈을 잡아당긴다)
뒤로!
(럭키 뒷걸음질 친다)
서! (럭키 멈춰선다) 돌아서!
[페이지] 에-031,, 0A0310
(럭키 돌아선다.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에게 상냥하게)
두분을 마나게 되서 기쁘구려.
(둘이 의아해하는 표정을 보고)
진심으로 기쁘오.
(끈을 잡아당긴다)
좀 더 가까히!
(럭키 닥아온다)
서! (럭키 선다.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에게) 아시겟오?혼자 가는 길은 멀다오. 더군다나---(시계를 들여다 본다.) 더군다나----(계산해
본다)----여섯시간이라. 그렇지 여섯시간 동안이나, 사람의 그림자 하나 못 보고 걸었으니 말이오. (럭키에게) 외투!
(럭키 트렁크를 내려놓고 앞으로 나와 외투를 주고 뒤로 둘러서 다시 트렁크를 든다)
이걸 들고 있어!
(포조가 럭키에게 채찍을 내민다. 럭키 닥아온다.
손이 모자라므로 허리를 굽혀 채찍을 입에 물고는 뒤로물러선다.포조는 외투를 입기 시작하다가 멈춘다)
외투!
(럭키가 짐을 모두 내려놓고 앞으로 와서 포조가 외투 입는 것을 거든다음 다시 짐을 든다)
공기가 싸늘하군.
[페이지] 에-032,, 0A0320
(단추를 다 채우자 허리를 굽혀 주의를 살피더니 다시 몸을 일으킨다)
채찍!
(럭키가 닥아와 허리를 구부린다. 포조는 럭키의 입에 물린 채찍을 빼앗는다. 럭키 물러선다)
두 양반, 나느 말이오.
내 동포들과 사귀지 않고 오랫동안 견디지는 못하는 성미라오.
(두 동포를 바라본다)
나하고 꼭 비슷한 류의 사람이 아닐때라도 말이오
(럭키에게) 의자!
(럭키는 가방과 바구니를 내려놓고 앞으로 나와 접은 의자를 펴서 땅바닥에 놓고 물러서서 다시 트렁크와 바구니를 든다. 포조가 접는 의자를
바라보며)
더 가까히!
(럭키는 트렁크와 바구니를 놓고 안으로 나와 의자를 옮겨놓은 다음 물러서서 바구니를 다시 든다.
포조는 의자에 앉는다. 채찍 끝을 럭키의 가슴에 대고 밀어낸다)
뒤로! (럭키 물러선다) 더----
(럭키 더 물러선다) 서----
(럭키 멈춰선다.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에게)
그래서 길을 다시 떠나기 전에 잠시 두 양반 곁에 머물고
[페이지] 에-33,, 0A0330
싶은데--- 괜찮겠오?
(럭키에게) 바구니---
(럭키가 닥아와 바구니를 주고 물러선다)
바깥 바람을 쐬면 배가 고파진단 말야.
(그는 바구니를 열고 닭고기와 빵 한조각과 포도주 한 병을 꺼낸다. 럭키에게)
바구니!
(럭키가 앞으로 나와 바구니를 들고 물러서서 부동자세)
더 멀리! (럭키 더 물러선다) 됐어!
(럭키 멈춘다) 고약한 냄새가 나니까.
(그는 한 컵이나 되는 술을 병째로 마신다)
건강을 축하하오,
(병을 놓고 먹기 시작)
(침묵,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 차츰 담이 생겨 럭키의 주위를 돌며, 이모저모로 살펴본다.
포조 닭고기를 맹렬히 뜯고는 뼉다귀까지 빨아먹은 다음 던져버린다. 럭키는 트렁크가 땅바닥에 닿을 정도로 몸을 기울어지다가는 얼른 허리를
편다. 또 다시 허리가 구부러지기 시작. 그것은 선채로 잠이 든 사람의 리듬이다.)
[페이지] 에-034,, 0A0340
[에] 왜 그러지?
[블] 피곤한가 봐
[에] 왜 짐을 내려놓지 못할까?
[블] 그걸 내가 어떻게 아니?
(둘은 좀 더 가까이 가본다)
조심해!
[에] 말을 걸어 볼까?
[블] 저것 좀 봐
[에] 뭘?
[블] (가리켜 보이며) 저 목아지 말야.
[에] (목을 바라보며) 목이 어떻다는 거야?
[블] 이리 와봐
(에스트라공이 블라디미르 곁으로 간다)
[에] 정말
[블] 지옥하군
[에] 끈 때문이야.
[블] 쓸려서 그렇지
[에] 별 수 없겠지
[블] 매듭 때문이야
[에] 도리없지
(둘은 다시 살피다가 얼굴을 들여다 본다)
[페이지] 에-035,, 0A0350
[블] 괜찮게 생겼는데.
[에] (어깨를 으쓱해 보이고 입을 비쭉내밀며) 네 눈엔 그렇게 뵈니?
[블] 약간 계집애같긴 하지만
[에] 침을 흘린다.
[블] 그럴 수 밖에
[에] 거품을 뿜는데
[블] 아마 바보인가 보지.
[에] 백치야
[블] (고개를 내밀며) 바보야
[에] (같은 동작으로) 그야 알 수 없지.
[블] 헐떡거리고 있군
[에] 당연하지
[블] 저 눈을 좀 봐
[에] 왜 그래?
[블] 눈알이 튀어나온다.
[에] 아무래도 죽어가는 가봐
[블] 그건 알 수 없지만 (사이) 뭘 좀 물어봐라.
[에] 물어도 괜찮을까?
[블] 위험할 거야 없잖아?
[에] (주뼛거리며) 여보세요----
[페이지] 에-036,, 0A0360
[블] 더 크게
[에] (더 큰 소리로) 여보세요----
[포] 가만 둬요!
(둘은 포조 쪽으로 돌아선다. 포조는 식사를 마치고 손등으로 입을 닦는다)
그놈이 쉬고 싶어하는 걸 모르시겠오?
(그는 피잎을 꺼내 담배를 답기 시작.
에스트라공은 땅바닥에 버려져 있는 닭뼈다귀를 보자 구미가 당기는 듯 쏘아본다.
포조는 성냥을 켜서 파잎에 불을 부치기 시작 한다.)
바구니!
(럭키가 움직이지 않자, 포조는 성냥을 획 던지고 끈을 잡아당긴다)
바구니!
(럭키가 넘어질뻔 하다가 정신을 차리고 앞으로 나와 술병을 바구니에 넣고 제자리에 돌아가 먼저 자세로 되 돌아간다. 에스트라공 닭뼈를
응시하고, 포조는 다시 두 버째 성냥을 켜 파잎에 불을 부친다.)
별 수 없죠, 그 놈으로선 할 수 없는 일이니까.
(그는 담배 연개를 한보금 빨고는 두 다리를 죽 뻗는다)
아! 기분이 좀 나아지는군!
[페이지] 에-037,, 0A0370
[에]
[포]
[에] 저--
안 잡수<<0>><<>>
뼈다귀---
[블] (화를 내며)
[포] 아니, 아니, 괜찮<<0>><<>>
뼈다귀가 필요하냐구?
(채찍 끝으로 뼈다귀를
아니, 난 이제 필요없오.
(에스트라공이 뼈다귀를 주우려고 <<>>하지만---(에스트라공 멈춘다) 하지만, <<>>래 저 집군 몲이오. 그러니 저 놈에게 달래<<>> (에스트라공은
럭키쪽으로 가서 멈춘다)
[에] 여보세요---- 실례합니다.
여보세요----
(럭키 아무 반응이 없다. 포조가 채찍 소리를 내자 럭키 고개를 든다)
[페이지] 에-038,, 0A0380
[포] 이 망할 놈아, 너 헌테 하는 소리야.
어서 대답해. (에스트라공에게) 말해 보시오.
[에] 실례합니다. 저 뼈다귀가 필요하신가요?
(럭키는 한창동안 에스트라공을 바라본다)
[포] (혼잣말로) 여보세요라니!
(럭키가 고개를 떨군다)
대답해! 필요한 거야?
아닌 거야? (럭키의 침묵, 에스트라공에게) 당신이나 가지쇼.
(에스트라공 뼈다귀에 달려들어 그것을 주위 뜯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상한데. 뼈다귀가 싫다는 건 처음 있는 일이란말야.
(그는 걱정 스런 얼굴로 럭키를 바라본다)
설마하니 저 놈이 병이 난 건 아니겠지.
(그는 파 잎을 빤다)
[블] (고함치며) 더럽다!
(침묵, 에스트라공 어리둥절해서 닭다리 뜯기를 멈추고 블라디미르와 포조를 번갈아 바라본다.
포조는 태연하다. 블라디미르는 점점 어색해진다)
[포] (블라디미르에게) 뭘 두고 하는 소리신지?
[페이지] 에-039,, 0A0390
[블] (단호하게 그러나 더듬거리며) --한 인간을 (럭키를 가리키며) 저런 식으로 다루다니---
그건---한 인간을---- 정말----더럽다!
[에] (자기도 거들어야겠다는 듯)
치사하다!
(그는 다시 뼈다귀를 뜯기 시작한다)
[포] 까다로운 양반들이구려
(블라디미르에게)
실례가 될지 모르지만 몇 살이시오? (침묵)
예순? 일흔? (에스트라공에게) 몇 살이나 됐겠오?
[에] 직접 물어보시죠.
[포] 내가 실례했나보오.(그는 파임을 채찍에 대고 두드려 재를 떤 다음 일어선다)
이젠 가봐야겠오. 같이 있어 주어서 고밥소.
(잠시 생각해본다)
어떻게들 생각하오?
당신들 곁에서 한 대 더 피우고 갈까 하는데?
(두사람 아무 대꾸가 없다)
내 담배 실력이란게 별게 아니오. 연거푸 두 대를 피우는 일은 거의 없으니까. (가슴에 손을 대고는)
[페이지] 에-040,, 0A0400
그럼 가슴이 두근거리거든 (사이) 니코틴 때문이지. 아무리 조심을 해도 니코틴을 들여마시게 된단말이야.
(한숨 짓는다) 별 수 있오? (치묵) 두 양반은 담배를 안 피우시는 모양이지?
그렇소?
안 그렇소? 그건 뭐 아무래도 좋구. (침묵)
그런데 일단 일어섰으니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다시 앉을수가 있다?-----뭐라고 할까?
----말하자면 꺾이느듯한 인상을 주지 않고 말이오.
(블라디미르에게) 뭐라구요?
(침묵) 그건 아무래도 상관없고, 그런데----
(다시 뼈다귀를 던진다)
[블] 그만 가자.
[에] 벌서?
[포] 잠깐만! (그는 끈을 잡아당긴다) 의자!
(채찍으로 가리킨다. 럭키 의자를 옮긴다)
좀 더!
됐어!
[페이지] 에-41,, 0A0410
(다시 앉느다. 럭키 물러서서 트렁크와 바구니를 다시 든다)
자, 이젠 다시 앉았구나!
(파앞에서 담배를 넣기 시작)
[블] 가자
[포] 나 때문에 가는 건 아니시겠지?
좀 더 계시오.
후회하지 않으테니.
[에] (혹시 뭐라도 주는게 아닐까 해서) 저희야 뭐 바쁘진 않습니다.
[포] (파잎을 피우며) 두번째는 항상 맛이 덜하단 말야
(파잎을 입에서 떼고 그것을 바라본다)
첫번째 담배보다 말이오. (다시 파잎을 입에 문다) 하지만 이만하면 괜찮은 거지.
[블] 난 가겠다.
[포] 나하고 더 이상 있기가 싫은 모양이구먼.
내게 인간미가 모자랄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게 이유가 안될까? (블라디미르에게) 잘 생각해 보시지.
경솔한 행동을 하기전에. 아직 날도 저물기 전인데 지금 떠난다고 해보쇼. 어쨌든 아직은 날이 저물기 전이니까
(셋은 하늘을 쳐다본다)
[페이지] 에-042,, 0A0420
좋아요. 그렇다면 어떻게 된다?
(파잎을 입에서 떼고 그것을 바라본다)
불이 꺼졌구먼! (다시 파잎에 불을 붙인다)
그렇다면 어떻게 된다?
---그렇다면 당신들의 약속 말이오---- 그 고데인지, 고도인지, 고뎅인지 하고 했다는--- (침묵)----내가 누구 얘기를 하는지 아시겠지? 당신들의
미래가 달려있는 그 사람말이오.
(침묵)---- 장차 닥처올 미래가 달려있는----
[에] 저 사람 말이 맞다.
[블] 그걸 어떻게 아셨읍니까?
[포] 내게 또 말을 거는군!
이렇게 나가다간 정이 들고 말겠는데
[에] 저 사람은 왜 짐음 내려놓지 않죠?
[포] 나도 그 사람을 만나게 됐으면 기쁘겠오.
난 사람을 많이 만날수록 기쁘단 말이오. 아무리 하찮은 인간은 만나더라도 다 배울 점이 있고 마음이 푸짐해지고 더 많은 행복을 맛보게 되니까.
그러니 당신들도
(둘을 다 상대로 한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번갈아 유심히 바라본다)
당신들도 내게 무엇인가 안겨준 게 있을지도 모르지.
[페이지] 에-043,, 0A0430
[에] 저 사람은 왜 짐을 따바닥에 내려놓지 않죠?
[포] 하지만 그렇진 않을거야.
[블] 질물을 못 들으셨나요?
[포] (기분이 좋아져서) 질문을 했다구?
누가? 어떤 질문을?
(침묵) 조금 전만해도 부들부들 떨면서 내게 <선생님> 소리를 하더니 이젠 질문까지 하다니, 이러다간 재미없겠는데
[블] (에스트라공에게)
네 말을 들으려나보다.
[에] (럭키의 주위를 돌기 시작하다가) 뭐라구?
[블] 어서 물어봐.
들어줄 준비가 돼있으니,
[에] 뭘 물어보라는 게야?
[블] 저 자가 왜 짐을 땅바닥에 내려놓지 않느냐는거 말야
[에] 글쎄 왜 그럴까?
[블] 그걸 물어보라니까
[포] (혹시 질문을 안하면 어떻게 될까 걱정스러워 두 사람의 대화를 유심히 듣고 있다가) 당신 말은 저 놈이 왜 짐을 땅바닥에 내려 놓지 않는지
알고 싶은 모양이구려.
[블] 바로 그겁니다.
[포] (에스트라공에게) 당신도 그걸 알고 싶은 거요?
[페이지] 에-044,, 0A0440
[에] (계속 럭키의 주위를 돌며) 바다표범처럼 훅훅거리고 있군
[포] 내 대답해 주리라.
(에스트라공에게) 제발 좀 가만히 있어요.
신경이 쓰이는군.
[블] 이리와
[에] 왜 그래?
[블] 얘기해 준대
(둘은 마주선 채 꼼짝도 않고 기다린다)
[포] 됐어.
다들 있는거지?
다들 나를 보고 있고?
(그는 럭키를 쳐다보고는 끈을 잡아당긴다.
럭키 고개를 든다)
날 봐 이 망할 것아!
(럭키 그를 쳐다본다)
됐어!
(그는 파잎을 주머니에 넣고 조그만 스프레이를 꺼내 목에 뿌린 다음 스프레이를 다시 주머니에 넣는다. 속청을 가다듬기 위해 마른 기침을 하더니
침을 뱉고 나서 다시 스프레이를 꺼낸 다시 목을 추기고 다시 스프레이를 주머니에 넣는다)
[페이지] 에-045,, 0A0450
이젠 듣고 있나?
(그는 럭키를 보고 끈을 잡아당긴다) 앞으로! (럭키가 앞으로 닥아온다) 됐어!
(럭키 선다) 다들 준비가 됐나?
(그는 세 사람을 둘러본다. 마지막으로 럭키를 보더니 끈을 잡아당긴다)
뭐야, 이 놈아? (럭키 고개를 든다) 난 허공에 대고 얘길하고 싶진 않아! 됐어. 그런데----
(생각한다.)
[에] 난 가겠다.
[포] 당신이 알고 싶은 게 뭐였더라?
[블] 왜 저 사람은----
[포] (화를 내며) 내 말을 가로막지 말아요!
(사이 더 조용하개) 모두 한꺼번에 말을 하면 아무 것도 안되지. (사이)
내가 무슨 말을 했더라?
(사이, 더크게) 대가 무슨 말을 했었지?
(블라디미르가 무거운 짐을 든 사람의 시늉을 한다. 포조는 그 뜻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바라만 본다)
[에] (큰 소리로)----짐!
[페이지] 에-046,, 0A0460
(그는 손가락으로 럭키를 가리켜 보인다)
왜 그렇죠? 계속 들고 있으니,
(그는 헐떡이면서 짐에 짓눌린 사람의 시늉을 한다)
절대로 땅바닥에 놓는 일이 없으니.
(두 손을 펴고 거뜬한 표정으로 몸을 일으킨다)
왜 그러냐구요?
[포] 알겠오.
진작에 그렇게 말할 것이지.
왜 저놈이 제 몸을 편하게 하지 않느냐 이 말이지?
어디 한번 생각해 봅시다. 그럴 권리가 없는 걸까?
그건 아니지. 그렇다면 그러고 싶질 않아설까?
그게 옳은 소리지. 그렇다면 왜 싫은 걸까?
(사이) 여러분 내가 그 이유를 설명해 드리지
[블] 어디 좀 들어보자!
[포] 그건 내게 감도을 주려는 거요.
버림받지 않으려고
[에] 뭐라구요?
[포] 내 설명이 서툴렀던 모양이군.
저 놈은 내 동정을 사려는 거요. 내가 자기와 헤어지지 못하게 말이요.
아니 꼭 그런건 아니지만.
[페이지] 에-047,, 0A0470
[블] 그렇다면 쫓아버릴 생각이신가요?
[포] 저 놈은 나를 유혹하려고 하지만, 내가 넘어갈 줄 알구?
[블] 그렇다면 쫓아버릴 생각이신가요?
[포] 저 놈은 제가 훌륭한 짐꾼이라는 걸 내게 보여주면 내가 저를 앞으로도 계속 짐꾼으로 쓸거라고 생각하는 거지.
[에] 하지만 이젠 저자가 싫어졌단 말씀이신가요?
[포] 사실 저 놈은 짐을 다루는게 꼭 돼지 같다오.
직업을 잘못 택한 거지.
[블] 그래 쫓아버릴 생각이신가요?
[포] 저놈은 제가 지칠줄도 모르고 짐을 들고 섰는 꼴을 보면 나중에 내가 후회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지.
허나 그건 졸렬한 계산을 하고 있는거요.
짐꾼이 저 하나 밖에 없는 것처럼 말이오.
(셋이 다 럭키를 본다)
제가 무슨 주피터의 아들 아틀라스라도 된 것처럼 말이지!
(침묵) 자 어떻소?
이만하면 당신들 질문에 대답한 게 되 것같은데, 또 물어볼 게 있오? (스프레이를 뿌린다)
[블] 그러니까 쫓아버릴 생각이신가요?
[포] 하긴 운명의 장난이 없었기에 망정이지 저 놈과 내 처지가 바뀌지 말란법도 없지.
[페이지] 에-048,, 0A0480
다 팔자소관이라오.
[블] 그러니까 쫓아버릴 생각이냐구요?
[포] 사실을 그렇소. 하긴 궁둥이를 한 대 걷어차서 문 밖으로 쫓아낼 수도 있었지만, 색-소뵈르 시장까지 데리고 가서 적당한 값으로 팔아버릴
생각이오.
그건 내 선의지 솔직히 말해서 이런 녀석은 쫓아버릴 것도 없이 그대로 죽여버려야 하는 건데.
(럭키 운다)
[에] 운다.
[포] 늙은 개라도 저 놈보다야 위신이 있을 거요.
(그는 손수건을 에스트라공에게 내준다)
불상히 여기는 모양이니, 위로해 주시지.
(에스트라공 망서린다)
자 어서. (에스트라공 손수건을 받는다)
눈물을 닦아줘요.
그럼 저녀석도 버림받았다는 생각이 좀 덜 들겠지.
(에스트라공 여전히 망서린다)
[블] 이리 내. 내가 할테니
(에스트라공 손수건을 내주려하지 않는다.
[페이지] 에-049,, 0A0490
어린애 같은 시늉)
[포] 자 어서요.
곧 눈물을 거둘지도 모르니까.
(에스트라공 럭키에게로 닥아 가 눈물을 닦아주려는 자세를 취한다. 럭키가 정가이를 냅다 걷어찬다. 에스트라 공 손수건을 떨어뜨리고 뒤로
물러서서 절뚝거리며 신음 소리를 지르며 무대를 한바퀴 돈다.)
손수건!
(럭키가 트렁크와 바구니를 놓고 손수건을 주어 앞으로 닥아와 초조에게 그것을 주고 물러서서 다시 트렁크와 바구니를 든다)
[에] 망할 자식! 개 새끼!
(그는 바지를 추켜 올린다)
저놈 때문에 병신이 됐다.
[포] 그래 내 뭐랍디까?
저 놈을 낯선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니까.
[블] (에스트라공에게) ----어디 보자.
(에스트라공 다리를 내보인다. 포조에게 노한 목소리로)
피가 나요!
[포] 건강하다는 증거지
[에] (다친 다리를 추켜들고) 난 이제 걸을 수도 없게 됐다!
[페이지] 에-050,, 0A0500
[블] (다정하게) ---내가 업고 가지. (사이)
정 그렇다면
[포] 이젠 울지 않는군
(에스트라공에게) 말하자면 당신이 저 녀석 대신을 하게 된거구려. (생각에 잠긴듯) 이 세상의 눈물엔 변함이 없지.어디선가 누가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면 하 쪽에선 눈물을 걷우는 사람이 있단 말야.
웃음도 마찬가지요. (웃는다)
그러니 우리 시대가 나쁘다는 말은 하지 맙시다.
우리 시대라고 해서 옛날보다 더 불행할 것도 없으니까 말이오.(침묵)
그렇다고 좋다고 말할 것도 없지. (치묵) 그런 얘긴 아예 하지도 맙시다. (침묵) 인구가 는건 사실이지만.
[블] 어디 걸어 봐.
(에스트라공 절둑거리며 걷기 시작하더니 럭키 앞에 가서는 침을 뱉고 처음 막이 올랐을 때 앉아있던 자리로 가서 앉는다.)
[포] 그런 훌륭한 걸 다 누가 나헌테 가르쳐 줬는지 아시오?
(사이, 손가락으로 럭키를 가리키며) 럭키 저 놈이오!
[페이지] 에-051,, 0A0510
[블] (하늘을 쳐다보며) 왜 이렇게 어두워지질 않는 걸까?
[포] 저녀석이 아니었더라면 난 천한것들 밖엔 생각하지도 못하고 느끼지도 못했을거요. 왜 직업이란게 뭐, 그런건 아무래도 좋지만 -최상의
아름다움이라든다 멋이나 진리 같은것과는 무관한 것이라서 통 알수가 없었거든.
그래서 크누크를 두기로 했디.
[블] (하늘을 살피다가 자기도 모르게) 크누크라니오?
[포] 그런지가 벌써 근 육십년이나 되었지----(속으로 계산해 본다)---그렇지. 근 60년이 됐지.
(거만하게 몸을 일으키며) 내 나이가 그렇게는 안 들어보이지 않소?
(블라디미르 럭키를 쳐다본다)
이 녀석에 비하면 난 청년으로 보일테지? 않 그렇소?
(사이. 럭키에게) 모자!
(럭키가 바구니를 놓고 모자를 벗는다.
숱이 많은 백발이 얼굴위로 쏟아진다.
그는 모자를 겨드랑에 끼고 바구니를 다시 든다)
이번엔 내 머리를 보구려.
(포조가 모자를 벗는다.
여기 등장한 인물들은 모두 중절모를 쓰고 있다.
포조의 머리는 완전히 대머리다.
모자를 다시 쓴다)
[페이지] 에-052,, 0A0520
다들 보셨지?
[블] 크누크가 뭐죠?
[포] 당시은 이 고장사람이 아니군.
그렇다고 해서 시대까지 다른 시대 사람은 아니겠지?
옛날엔 어릿광대들을 두었지만 요즘엔 크누크를 둔다오. 물론 그럴만한 여유가 있는 사람들 얘기지만.
[블] 그런데 이제 와선 쫓아 버리겠다는 건가요?
저렇게 충실하고 늙은 하인을?
[에] 사람도 아니다!
(포조는 더욱 더 흥분한다)
[블] 단물은 다 빨아먹고 나서 내 던지겠다는 거지----
(말을 찾는다)
바나나 껍질 버리듯이 말야. 솔직히 말하면------
[포] (신음하며, 두 손을 머리에 얹고서) 더 이상을 못 찾겠오---못찾겠다구---이놈이 하는 짓을---당신들은 모르겠지만--끔직하다구---제발 이
놈좀 없어졌으면 좋겠오----
(두 팔을 내 젓는다)
내가 미칠것 같다구----
(두팔로 머리를 감싸고 쓰러지듯)
정말 못 견디겠어.
(침묵. 모두들 초조를 바라본다.럭키 몸서리친다)
[페이지] 에-053,, 0A0530
[블] 못 견디겠다는 거야.
[에] 끔찍한 일이군.
[블] 미치나보다.
[에] 고약하군.
[블] (럭키에게) 같히 그럴수가 있오?
부끄럽지도 않아요?
이렇게 착한 주인양반을 가지고! 이렇게 괴롭여주다니! 수 십년을 같이 지내고도 말이오!
암그렇구 말구!
[포] (흐느끼며) 전엔----착했었지----
날 도와주고---위로도 해주고---날 더 착한 사람이 되게 해주었는데----지금은 날 못살게 군단 말이오-----
[에] (블라디미르에게) 다른 사람을 두겠다는 걸까!
[블] 그렇진 않을걸
[에] 뭐라구!
[블] 모르겠다.
[에] 그럼 물어 봐야갰다.
[포] (진정하고) 두 앙먈 어떡허다 이렇게 됐는지 나도 모르겠군.
[페이지] 에-054,, 0A0540
미안하오. 깨끗이 잊어버려요.
(점점 제 자신으로 돌아오며)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잘 모르지만 어쨌던 확실한 것은 옳은 말이라곤 단 한마디도 없었으니 그런줄을 아시오.
(몸을 펴고 가슴을 두드린다)
그래 내가 괴로움을 당하는 사람같이 보이오?
이 내가? 그렇수가!
(주머니를 뒤진다)
내가 파잎을 어떻게 했더라?
[블] 아름다운 저녁이로구나!
[에] 잊을수가 없군.
[블] 그런데 아직 끝나진 않았다.
[에] 안 끝난것 같군.
[블] 이제 겨우 시작인걸
[에] 끔찍하구나.
[블] 마치 연극 같구나.
[에] 서커스 같다.
[블] 뮤직홀 같다.
[에] 서커스 같다니까.
[포] 그런데 내가 파잎을 어쨌나?
[에] 웃기네! 파잎을 잃어버렸구먼1
(폭소를 터뜨린다)
[페이지] 에-055,, 0A0550
[블] 곧 돌아올께
(무대 옆으로 나가려 한다)
[에] 왼쪽 복도 끝이다.
[블] 내 자리좀 봐줘.
(퇴장)
[포] 내 압둘라를 잃어버리다니!
[에] (포복 절도하며) 혹시 못보셨나?
(블라디미르가 없어진 것을 깨닫고 낙담한듯이)
저런! 그 양반 가버렸군!---나한테 인사 한마디 없이!꼴사납게 그게 뭐요! 왜 좀 참으라고 하지 그랬오?
[에] 제딴엔 참고 있었던 거죠.
[포] 아, 그랬군! (사이)
그럼 됐군.
[에] (일어서며) 이리 좀 와 보세요.
[포] 왜 그러오?
[에] 와보면 알거예요.
[포] 그래 날더러 일어서라는 거요?
[에] 빨리 좀 오래두요---빨리---빨리---
(포조가 일어나서 에스트라공에게로 간다)
[에] 보세요!
[포] 저런, 저런!
[페이지] 에-056, 0A0560
[에] 이제 끝났어요.
(블라디미르 침울한 얼굴로 돌아와 럭키를 밀치고 의자를 발길로 걷어찬 다음 흥분해서 왔다 갔다한다)
[포] 불만스런운 모양인데?
[에] 너 기가 막힌걸 못보고 말았구나.
참 아깝게 됐는데-----
(블라디미르 걸음을 멈추고 의자를 일으켜 세우더니, 다시 왔다 갔다한다
아까보다는 한결 진정한 태도로)
[포] 좀 가라앉았군. (주위를 한번 둘러보고) 하긴 모든게 다 갈아앉은 것 같군.
커다란 평화가 내려앉고 있오. 좀 들어보구려.
(그는 한손을 쳐든다)
목신도 잠들고 있오.
[블] (발을 멈추며) 밤은 영영 오지 않는 걸까?
(세사람 모두 하늘을 쳐다본다)
[포] 이젠 먼저가고 싶은 생각이 없어졌오?
[에] 사실은 ---아시겠지만---
[포] 그야 당연하지. 당연하고 말고.
내가 당신들이라도 그 고댕인지---고데인지--고도인지---하여튼 그자하고 만날 약속을 했다면 날이 완전히 어두워질때까지 기다려 보고 나서야
단념을 하든말든 하겠오.
[페이지] 에-057,, 0A0570
(의자를 바라본다)
다시 앉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앉을수가 있다?
[에] 거들어 드릴까요?
[포] 당신이 부탁을 한다면 혹시?
[에] 뭐를요?
[포] 내게 다시 앉아달라고 말이오.
[에] 그게 거드어 드리는게 될까요?
[포] 그럴것 같은데!
[에] 좋습니다. 선생님. 부디 다시 앉으시지요.
[포] 아니, 아니, 그럴 필요없어요. (사이. 낮은 소리로)
좀더 간곡히 부탁을 해요.
[에] 저, 그렇게 서 계시지 마십시오. 감기 드시겠읍니다.
[포] 그렇까?
[에] 암요. 그건 틀림없읍니다.
[포] 당신 말이 옳을것도 같구려.
(다시 앉는다)
고맙소. 자, 이제야 다시 앉게됐군.(에스트라공도 다시 앉는다.
포조 시계를 들여다보며)
이젠 헤어져야할 시간이 됐군.
이러다간 늦겠는걸.
[블] 시간은 멈춰버렸는걸요.
[페이지] 에-058,, 0A0580
[포] (시계를 귀에다 대면서) 무슨 소릴!
그렇게 생각하면 안되지.
(시계를 다시 주머니에 넣는다)
무얼 어떻게 생각해도 상관 없지만 그것만은 안되지.
[에] (포조에게) 이 친구는 오늘 모든걸 비관적으로 보고 있답니다.
[포] 하늘은 빼놓고겠지.
(자신의 훌륭한 말에 만족하여 웃는다)
좀더 참으면 될거요?
하긴 당신들은 이 고장 사람들이 아니니까 이 고장 황혼이 어떻다는걸 아직 모를 거요.
내 가르쳐 드릴까?
(침묵,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는 각각 구두와 모자를 다시 살피기 시작. 럭키는 모자가 떠어지지만 자신은 그런줄도 모른다)
만족하게 해 드려야지. (스프레이를 뿌린다)
좀 이쫏을 봐 주실까?
(에스트라공과 블로디미르 꼐속 구두와 모자에 정신이 팔려있고, 럭키는 졸고 있다.
포조가 채찍질을 하지만 그 소리가 아주 약하다)
이 채찍이 왜 이모양이지?
(그는 일어서서 더 세게 채찍을 쳐본다.
마침내 성공.
[페이지] 에-059,, 0A0590
럭키는 깜짝 놀라고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는 각기 구두와 모자를 손에서 떨어뜨린다.
포조가 채찍을 내던진다)
이 놈의 채찍 이젠 아무 짝에도 못쓰게 됐군.
(두사람을 바라보며) 내가 무슨 얘길 했었더라?
[블] 가자
[에] 그렇게 서 계시지 말래두요.
그러다간 감기 드시겠읍니다.
[포] 참 그렇지. (그는 다시 앉아서 에스트라공에게) 성함이 어떻게 되시지?
[에]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까뛸
[포] (대답도 듣지 않고) 참 그렇지.
밤에 대한 얘기였지.
(고개를 든다)
좀 더 정시을 차려 들어봐요. 안 그러면 말짱 헛일이 될테니까. (하늘을 쳐다보며) 보시오.
(모두들 하늘을 쳐다본다.
럭키만이 다시 졸기 시작.
포조가 그 꼴을 보자 끈을 잡아 당긴다)
하늘을 쳐다보라니까 이 돼지같은 놈아!
(럭키가 고개를 젖힌다)
좋아요. 그만하면 됐오!
[페이지] 에-060,, 0A0600
(모두들 다시 고개를 바로 잡는다)
뭐 그렇게 이상할것 있겠오?
그저 하늘일뿐이지? 빛이 흐미하게 밝긴 하지만 어느 하늘이든 이 시간엔 그런거 아니오?
(사이) 이 지방에선 (사이) 날씨가 좋을때 얘기지만(목서리가 노래하는듯) 한 시간쯤 됐을까
(산문적인 어조로 시계를 보면서)
하늘에서 이런 빛이 쏟아진 것이
(다시 서정적인 어조)
아침 여섯시 부터라고 칩시다.
(어조가 높아진다)
붉고 하얀 빛을 억수처럼 줄기차게 내려쏟던 하늘이 그 빛을 잃고, 엷어지더니 (두손을 조금씩 내리는 동작) 조금씩 조금씩 더 엷어져서
결국은----
(극적인 중단. 두 손을 수평으로 넓게 내젖는 동작)
딱 끝장이 나서 움직이질 않는단 말이오. (침묵) 하지만 (훈계하듯 한 손을 들고) 허지만 부드럽고 고요한 이 베일 뒤에서,
(하늘을 쳐다본다. 럭키를 제외하고는 모두들 그를 딸라 하늘을 쳐다본다)
밤이 달려와 (목소리가 더욱 떨린다)
우리에게 달려든단 말이오.
[페이지] 에-061,, 0A0610
(손가락 소리를 내며) 이렇게 와락!
(영감이 사라진다)
우리가 전혀 예상도 못한 순간 순간에 말이야.
(침묵, 침통한 목소리로)
이놈의 빌어먹을 땅 덩어리 위에선 모든게 이렇게 되고 마는거지.
(오랜 침묵)
[에] 하지만 이미 약속을 받은 거니까
[블] 찾을수가 있지.
[에] 믿는데가 있으니까
[블] 걱정할거 없지.
[에]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거야.
[블] 기다리는 거야 버릇이 돼 있으니까
(모자를 줍고 안을 들여다 보고 흔들어 보고 다시 쓴다)
[포] 그래 어땠오?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 무슨 뜻인지 몰라 그를 쳐다본다)
좋았오? 보통이오?
그저 그렇소? 시시하오?
영 형편 없었오?
[블] (에스트라공 보다 먼저 알아차리고) 썩 좋았읍니다.아주 훌륭했어요.
[페이지] 에-062,, 0A0620
[포] (에스트라공에게) 당신 생각은? (사이)
[에] (영어의 억양으로) 네, 아주 좋았읍니다.아주 아주 좋았읍니다.
[포] (신이 나서) 고밥소. 두양반!
(사이) 난 격려해주는 사람이 필요하단 말야.
(생각한다)
끝 부분에 가선 맥이 좀 풀렸지만 그렇다고 생각 안했오?
[블] 아, 예 약간 그런 느낌이 있었던것도 같군요.
[에] 난 또 일부러 그러시는줄 알았죠.
[포] 그건 내 기억력이 썩 좋질 못한 탓이오.
(침묵)
[에] 그런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군.
[포] (안됐다는듯) 지루한 모양리구려.
[에] 말하자면 그렇죠.
[포] (블라디미르에게) 그럼 당신은?
따분해요.
(침묵. 포조는 내심 갈등을 겪는다)
[포] 두 양반, 당신들은------
(적절한 말을 찾는다)
내게 친절히 채해주셨오.
[에] 원 별말씀을!
[블] 무슨 말씀을!
[페이지] 에-063,, 0A0630
[포] 아니, 아니 그건 사실이오.
두분 다 아주 깍듯이 대해 주셨지.
그래서 생각해 봤는데, 이 착한 두 분께서 지루한 모양인데 내가 뭘 해줄 수 있을까 하고-----
[에] 금화 한개라도 주시면 기꺼이 받아 들이죠.
[블] 우린 거지가 아냐.
[포] 이 양반들의 지루한 마음을 좀 덜어주려면 내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 생각한 거요.
벌써 뼈다귀도 주었겠다. 이것 저것 얘기도 해 주었겠다. 황혼이 어떻게 오는가도 설명해 주었겠다. 그런건 그 정도먈 된 것 같은데, 그만하면
해줄건 다 해준셈인지 어떤지 모르겠단 말이야. 어떻소? 그만하면 충분하오?
[에] 단 돈 5프랑이라도---
[블] 닥쳐!
[에] 난 그래 보겠다.
[포] 그만하면 되겠오? 아마 그렇겠지.
하지만 난 원래 마음이 넓은 편이라서.
오늘만 해도 그렇지. 그렇건 내겐 손해지만 할 수 없지.
(끈을 잡아당긴다. 럭키가 그를 쳐다본다)
내가 괴로움을 당할게 뻔하니까 말이오.
(몰을 일으키지도 않고 허리를 굽혀 채찍을 다시든다)
[페이지] 에-064,, 0A0640
어느 쪽을 원하오?
춤을 추게 할까? 노래를 부르게 할까?
낭독을 하게 할까? 생각을 하게 할까?
아니면------
[에] 누구에게 말입니까?
[포] 누구에게라니? 당신들은 생각도 할줄 모르는 사람이란 말이오?
[블] 저 작자가 생각도 합니까?
[포] 하다마다, 그것도 큰 소리도 하지.
전에는 하도 멋있는 생각을 해서 내가 몇 시간씩이고 귀를 기울인 일도 있었다오.
그런데 지금은------
(몸서리 친다)
하는 수 없지. 그럼 무슨 생각을 해보도록 할까?
[에] 차라리 춤을 추게 하는게 어떨까요?
그쪽이 더 유쾌할테니까요.
[포] 반드시 그런것도 아니오.
[에] 디디 어때? 그쪽이 그래도 유쾌하지 않을까?
[블] 난 생각하는 걸 듣고 싶다.
[에] 그럼 우선 춤을 추게 하고, 그 다음에 생각을 하게 할수도 있지 않을까?
너무 무리한 요구가 아니라면.
[페이지] 에-065,, 0A0650
[블] (포조에게) 그러수도 있을까요?
[포] 암. 그건 문젤도 아니오.
더구나 그게 자연스러움 순서지.
(짧막한 웃음)
[블] 그럼 춤추는 걸 보죠.
(침묵)
[블] (럭키에게) 들었지?
[에] 거절하는 법은 없나요?
[포] 그건 이따 설명하기로 하고(럭키에게) 춤춰.
이 망할 놈아!
(럭키는 바구니와 트렁크를 내려놓고 무대 전면으로 조금 걸어나와 포도를 향해 돌아선다. 에스트라공이 더 잘 보려고 일어선다.럭키가 춤을 춘다.
곧 멈춘다)
[에] 벌써 다 춘겁니까?
[포] 더 춰!
(럭키 같은 동작을 되풀이한 후 멈춘다)
[에] 빌어먹을, 그게 춤이야?
(럭키의 동작을 흉내낸다)
나도 그 정도는 추겠다.
(흉내 내다가 넘어질뻔 한다. 다시 앉는다)
연습만 조금하면.
[페이지] 에-066,, 0A0660
[블] 피곤한 거야.
[포] 전엔 파랑돌, 알메, 브랑르, 지그, 팡당고에 오른피프까지 추었다오. 훨훨 날랐지.
그런데 이젠 그짓밖엔 못하거든. 지금 저 녀석이 춘 춤을 뭐라고 하는지 아시오?
[에] 램프상인의 죽음
[블] 노인의 암
[포] 노끈 춤이라고 한다오.
제가 노끈에 칭칭 감겼다고 생각하고 있거든.
[블] (예술에 대해 아는척 하며) 하긴 어딘지 모르게-----
(럭키가 짐을 다시 챙기러 가려한다)
[포] (말에게 외치듯) 워이!
(럭키 동닥을 멈춘다)
[에] 거절하는 법은 없나요?
[포] 설명해 드리지.
(주머니를 뒤진다)
가만 있어라!
(또 뒤진다)
내가 스프레이를 어쨌더라?
(또 뒤진다)
이럴수가!
[페이지] 에-067,, 0A0670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든다.죽어가는 소리로)
스프레이를 잃어버렸는데!
[에] (죽어가는 소리로) 없어졌어도 할 수 없지.내가 무슨 얘길 했더라?
(생각한다)
가만 있자!
(생각한다)
이럴 수가!
(고개를 든다)
내가 무슨 얘길 했는지 당신들 모르겠오?
[에] 나도 생각하고 있는 중이예요.
[블] 나두요.
[포] 가만 있자!
(세사람이 동시에 모자를 벗고 이마에 손을 얹고 골똘히 생각한다. 우쿠린 자세. 오랜 침묵)
[에] (의기양양하게) 아! 알겠다!
[블] 생각이 난 모양이군.
[포] (초초하게) 그래 뭐요!
[페이지] 에-068,, 0A0680
[에] 왜 저자가 짐을 내려놓지 않는냐는 거였죠.
[블] 아냐, 그건 아냐
[포] 아닌게 분명하오?
[블] 그럼요. 그 얘긴 아까 하셨잖아요.
[포] 그 얘긴 벌써 해줬다구?
[에] 그 얘긴 벌써 해줬던가?
[블] 더구나 지금은 짐을 내려놓고 있는 걸요.
[에] (럭키를 힐끗 보더니) 정말. 그렇다면?
[블] 짐을 내려놓고 있는 이상에야 왜 짐을 안내려놓느냐고 물어봤을리가 없지.
[포] 지당한 말이오!
[에] 그런데 왜 내려 놓았을까?
[포] 그러게 말이오.
[블] 춤을 추려고 그랬지.
[에] 맞았어.
[포] 맞았어.
(오랜 침묵)
[에] (일어서며)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고 누구하나 오지도 가지도 않는군. 정말 못견디겠다.
[블] (포조에게) 저 자에게 생각하라고 해 보시죠.
[포] 놈에게 모자를 갖다 줘요.
[블] 모자라뇨?
[페이지] 에-069,, 0A0690
[포] 모자가 없으면 생각을 못하니까.
[블] (에스트라공에게) 모자를 갖다 줘!
[에] 내가? 그런 봉변을 당했는데?
천만에 말씀!
[블] 그럼 내가 갖다주지.
(움직이지 않는다)
[에] 제 손으로 갖다 쓰래면 돼잖아?
[포] 아니, 갖다 주는편이 나을 거요.
[블] 그럼 내가 갖다 주지.
(그는 모자를 줏어 손끝으로 럭키에게 내민다.럭키 움직이지 않는다)
[포] 갖다 씌워 주시오.
[에] (포조에게) 받아서 쓰라고 그러시죠.
[포] 씌워 주는게 좋을거요.
[블] 내가 씌워주지.
(그는 조심스럽게 럭키의 주위를 돌다가 뒤로 해서 가만가만 다가가다 모자를 씌워 주고는 얼른 물러선다. 럭키 움직이지 않는다. 치묵)
[에] 뭘 꾸물거리는 걸까?
[포] 좀 뭘러서시오.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 럭키에게서 물러선다. 포조가 끈을 잡아당기자 럭키가 그를 쳐다본다)
[페이지] 에-070,, 0A0700
생각해 이망할 놈아!
(사이. 럭키 춤추기 시작)
그만! (럭키 멈춘다.)
앞으로!
(럭키 포조 쪽으로 다가선다)
됐어!
(럭키 멈춰선다)
생각해!
(사이)
[럭] 또 한면으로 보면 그것은-----
[포] 그만 둬!
(럭키 입을 다문다)
뒤로!
(럭키 물러선다)
됐어!
(럭키 멈춘다)
돌아서!
(럭키 관객을 향해 돌아선다)
생각해!
[럭] (단조로운 어조로) 프왕송과 와트만의 최근의 공동 사업에서 밝혀진 바에 의하면 까까흰 수염이 달린 까까까까 인격신은
[페이지] 에-071,, 0A0710
공간의 시간밖에 존재하고 있어 거룩한 무감각과 거룩한 실어증 위 높은곳에서 일부의 예의를 제외하고는 우리를 사랑하는데 그 까닭은 모르지만
곧 알게 될터이고 거룩한 미랑다의 본을 따서 고뇌속에 불 속에 있는 자들과 함께 그 고통의 겪는데 그 까닭은 모르지만 시간을 두고 생각해 보기로
하고,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듣는다. 포조는 낙담과 혐오의 표정)
그 불과 불길은 조금만 더 계속되념 의심할 여지없이 결국에는 대들보에 불을 지르게 되겠는데 다시 말하면 지옥을 하늘까지 들오 올리게 되겠는데
그 하늘은 오늘까지도 때로는 파랗고 고요하고 너무나 고요해서 비록 단속적이긴 하지만 그래도 반 가운데 속단은 금물이고 보니, 또 한편으로는
미완성인데도 불구하고 브레스의 베르스와 테스튜와 코나르의 인체체체 측정학 아카카카데미 수상 연구결과 인간의 계산에서 나오는 오류 이외에는
다른 어떠한 오류의 공산도 없이 다음과 같은 것이 설설 설정되었으니 바꾸어 말하면 속단은 금물이나 그 이유는 분명치 않지만 프왕송과 와트만의
연구결과 명백하게 아주 명백하게 다음과 같은 사실이 판명 되었으니,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 처음으로 수군거리기 시작. 포조는 더욱 괴로운 표정)
[페이지] 에-072,, 0A0720
왜 그런지 이유는 분명치 않지만 미완성의 미완성의 테스튜와 코나르의 브레스의 인간은, 요컨데 영양 섭취와 오물아 제거의 향상에도 불구하고
계속 여위고 있고 또 이와 병행해서 왜 그런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육체 훈련의 발달, 스포츠 행사의 발달, 이를테면 이를테면 테니스, 축구,
도보, 자전거, 경주, 수영, 마수르 항고그 총포, 테니스, 빙상 스케이트, 로러 스케이트, 테니스, 항공, 겨울, 여름, 가을, 가을스포츠 잔디밭 위의
전나무위의 땅바닥 위의 테니스 항공 테니스 땅바닥 위의 바다위의 공중의 락키 페니실린과 그 대용 약품에도 불구하고 요컨대 다시 말하거니와,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 다시 귀를 기울이고 포조의 흥분은 고조 되어 신음 소리까지 낸다)
테니스 항공 아홉 구멍짜리와 열 여덟 구멍짜리 골프 빙상 테니스 요컨데 왜 그런지 모르지만 세느현 세느와즈현, 세느에 마르느현 마르느에
와즈현 다시 말하면 동시에 병행해서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다시 와즈 마르를 들자면 볼테르가 죽은 후로 파잎의 골통만큼 바싹 마르고 오그라들어
두 손가락 백그람 정도가 되고 평균치로는 약 파잎의 골통만큼 되니 어림해서 대개 노르망디의 벌거벗은 사람의 몸무게는 넉넉히 되는데 왜 그런지
모르지만 그것은 문제가 안되지만 그게 사실이고 보면
[페이지] 에-073,, 0A0730
또 한편으로는 이게 더욱 중대한 문제지만 다음과 같은 사실이 들어나서 더욱 중대한 문제지만 스타인베그와 퍼터만이 진행중에 있는 실험에
비추어 볼때 다음과 같은 사실이 들어나니 더더욱 중대한 문제지만,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고의 감탄의 소리.
포조는 벌떡 일어나서 끈을 잡아 당긴다)
모두들 소리친다. 럭키가 끈을 잡아당기고 휘청거리며 으르렁 거린다. 모두들 럭키에게 달려든다.
그래도 럭키는 몸부림을 치며 대사를 외쳐 댄다)
스타인베그와 페터만이 포기한 실험에 비추어 볼때 들에서 산에서 바닷가에서 물가에서 불가에서 공기는 똑같고 땅도 같고 다시 말해서 공기와
땅은 혹독한 추위 때문에 공기와 땅은 오호라 그 제7기원의 혹독한 추위 때문에 돌들을 위해서 이루어졌고 그것은 다시 말하거니와 왜 그런지
모르지만 테니스에도 불구하고 사실이 그러하며 다시 말하거니와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아무도 의심할 수 없지만 돌을 위해서 다시 말하지만 그러나
속단은 금물이니 다시 말하지만 머리가 동시에 병행해서 왜 그런지 모르지만 테니스에도 불구하고 다음과 같이 수염 불길 눈물 그토록 푸르고 고요한
돌들이 오호라 머리, 머리 노르망디에서는 어리가 테니스와 더욱 중대한 문제지만
[페이지] 에-074,, 0A0740
포기된 미완성의 업적에도 불구하고 요컨대 돌은 다시 말하거니와 오호라 오호라 포기된 미완의 업적에도 불구하고 머리 노르망디에서는 머리가
테니스에가 불구하고 머리가 오호라 돌들이 코나르 코나르-----
(난투, 럭키는 그래도 몇마디 소리를 더 지른다)
테니스! 돌들이!----- 그토록 고요한 ---코나르!---미완성!----
[포] 이놈의 모자를
(블라디미르가 럭키의 모자를 잡아 제낀다.
럭키는 입을 다물고 쓰러진다.
무거운 침묵.
승리자들은 헐떡인다)
[페이지] 에-075,, 0A0750
[에] 이제야 원수를 갚았다.
(블라디미르가 럭키의 모자를 살피고 그 속을 드려다 본다.)
[포] 이리 주오!
(블라디미르의 손에서 모자를 빼앗아 땅바닥에서 내던지고는 그 위로 겅중겅중 뛰면 짓밟는다.)
[포] 이래야 다시는 생각을 못하지!
[블] 그러다간 정신도 못차리게 되는 거 아닐까요?
[포] 내가 정시을 차리게 해주지.(럭키를 발길로 걷어찬다) 일어서! 이 망할 놈아!
[에] 죽었나봐요.
[블] 그러다간 죽이겠어요.
[포] 일어서! 이 더러운 놈아!
(끈을 잡아다긴다. 럭키 미끄러지듯 약간 끌려간다.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에게)
[포] 좀 거들어 주구려.
[블] 어떻게요?
[포] 저 놈을 들어올려요!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 럭키를 일으켜 세우고 잠시 붙들고 있다가 놓는다. 럭키 다시 쓰러진다.)
[에] 일부러 그러는 거야.
[페이지] 에-076,, 0A0760
[포] 붙작고 있어야지 (사이) 자, 어서 일으켜 세워요!
[에] 이제 더는 못참겠다.
[블] 자 한번만 더 해보자.
[에] 우릴 뭘로 아는 거야?
[블] 자 어서
(그들은 럭키를 일으켜 세운 뒤 붙작고 있다.)
[포] 놓지 마시오!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 휘청거린다.)
[포] 움직이지 말랴두!
(포조가 바구니와 트렁크를 집으러 가서 그것들을 럭키에게 갖다준다.)
[포] 잘 붙잡고 있어요!
(그는 트렁크를 럭키의 소네 쥐어주지만 럭키는 그것을 곧 놓지고 만다.)
[포] 놓지 말아요!
(그는 다시 시작, 럭키는 손에 트렁크가 닿자 차츰 정시을 하리기 시작하여 마침내는 손잡이를 손가락으로 꼭 쥔다.)
[포] 계속 붙들고 있어요!
(바구니를 가지고 같은 동작)
[포] 자, 이젠 놓아도 좋소.
(에스트라공과 브라디미르 럭키에서 몸을 떼자, 럭키는 쓰러질뻔 하다가 휘청거리고 몸을 앞으로 휘더니 트렁크와
[페이지] 에-077,, 0A0770
바구니를 손에 쥔채 간신히 서게된다. 포조가 뒤로 물러나 채찍 소리를 낸다.)
[포] 앞으로!
(럭키 앞으로 나온다.)
[포] 뒤로!
(럭키 물러선다.)
[포] 돌아서!
(럭키 몸을 돌린다.)
[포] 됐어! 걸을 수 있군!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를 향해)
[포] 고맙소, 두 양반, 두분에게---(호주머니를 두진다.) 진심으로---(뒤진다) 진심으로---(뒤진다)진심으로---(뒤진다)--- 내가 시계를 어쨌나?
(뒤진다) 이럴 수가!
(고개를 든다. 당황한 표정) 뚜껑이 이중으로 달리고 초침까지 있느 기가 막힌 시겐데 아버지 헌테서 받은 거라오 (뒤진다) 어디다 떨어뜨린
모양이지 (땅바닥을 살펴본다.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도 같은 동작, 포조가 럭키의 망가진 모자를 발로 뒤집어 본다) 이럴수가 있나!
[블] 혹시 조끼 주머니에 넣으신 게 아닐까요?
[포] 어디 봅시다.
(그는 허리를 굽혀 머리를 배에 가져가며 귀를 기울인다.)
[페이지] 에-078,, 0A0780
[포] 아무 소리도 안나는데.
(두 사람 가까히 오라는 시늉을 한다.)
[포] 이리와 보쇼.
(두 사람 그에게로 닥아가 그의 배에 귀를 갖다댄다. 침묵)
[포] 째깍 째깍 하는 소리가 들리 텐데.
[블] 조용히!
(모두들 허리를 굽히고 듣는다.)
[에] 무슨 소리가 들린다.
[포] 어디서?
[블] 그건 심장이야.
[포] (실망해서) 비러먹을!
[블] 조용히!
(모두들 귀를 기울인다.)
[에] 시계가 섰나보지.
(그들은 몸을 편다.)
[포] 누구헌테서 나는 거요.
이 구린내는?
[에] 이 친구는 입에서 냄새가 나고 난 발에서 나죠.
[블] 이젠 가봐야겠오.
[에] 시계는 어떻거시구요?
[페이지] 에-079,, 0A0790
[포] 아마 집에다 놓고 왔나보오.
[에] 그럼 안녕히 가십쇼,
[포] 잘들 계쇼.
[블] 안녕히 가십쇼.
[에] 안녕히 가십쇼.
(침묵,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다.)
[블] 안녕히 가십쇼.
[포] 잘들 계쇼.
[에] 안녕히 가십쇼.
(침묵)
[포] 여러가지로 고맙소.
[블] 저희야 말로 고맙습니다.
[포] 천만에
[에] 아니, 정말 고맙습니다.
[포] 원 별 소릴 다.
[블] 아니 정말 고맙습니다.
[에] 원 별 소릴 다하는 군.
[포] 아무래도---(망서린다)---떠날 말음이 안나느데.
[에] 그게 인생이죠.
(포조 돌아서서 럭키에게서 멀어져 간다. 무대 옆으로 가는데 따라 끈이 길게 끄린다.)
[페이지] 에-080,, 0A0800
[블] 방향이 틀렸어요.
[포] 끌어 다이는 힘이 필요하니까.
(끈이 팽팽해질 때까지 무대 옆으로 멀어져 갔다가 멈추고 돌아서서 외친다.)
[포] 물러들 서쇼!
(블리디미르와 에스트라공 무대 안쪽으로 가 서서 포조쪽을 본다. 채찍 소리)
[포] 앞으로!
(럭키 움직이지 않는다.)
[에] 앞으로!
[블] 앞으로!
(채찍 소리. 럭키 휘청거린다.)
[포] 더 빨리!
(그는 무대 옆에서 나와 럭키를 뒤따라 무대를 가로질러간다.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 모자를 벗고 손을 흔든다. 럭키 나간다, 포조가 끈과 채찍
흔드는 소리를 낸다.)
[포] 더 빨리!
더 빨리!
(무대에서 사라지려는 순간 포조가 발을 멈추고 돌아본다. 끈이 팽팽해지고 럭키가 넘어지는 소리)
[포] 내 의자!
(블라디미르가 의자를 찾아다가 포조에게 준다. 포조는
[페이지] 에-081,, 0A0810
럭키를 향해 의자를 던진다.)
[포] 잘들 계쇼!
[에.블] (손을 흔들며) 안녕히 가세요!
안녕히!
[포] 알어서, 이 망할 놈아!
(럭키가 일어서는 소리)
[포] 앞으로!
(포조 퇴장, 채찍 소리)
[포] 앞으로! 잘들 계쇼! 더 빨리! 망할 놈아! 이랴! 잘들 꼐쇼!
(침묵)
[블] 덕분에 시간은 잘 보냈다.
[에] 시간이야 안 그래도 지나갔을 텐데 뭐.
[블] 그야 그렇지.하지만 더 더뎠을 거다.
(사이)
[에] 이젠 뭘한다?
[블] 글쎄 말이다.
[에] 가자
[블] 갈 순 없다--
[에] 왜?
[블] 고도를 기다려야지.
[에] 참 그렇지.
(사이)
[페이지] 에-082,, 0A0820
[블] 많이 달라졌다.
[에] 누가?
[블] 그 두 사람 다
[에] 그래, 얘기나 좀 더 하자
[블] 많이 달라진 것 같지 않냐?
[에] 그럴지도 모르지. 우리만 밤낮 이 꼴이구나.
[블] 그렇지도 모른다구? 아냐 달라진 게 분명해. 너도 그 둘을 잘 봤잖아?
[에]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하지만 난 그 사람드이 누군지는 잘 모르겠다.
[블] 아냐, 어도 아는 사람들이야
[에] 난 모른다니까.
[블] 우리가 아는 사람들이래두.
넌 뭐든지 다 잊어버리니까. (사이) 혹시 같은 사람이 안닐지도 모르지만.
[에] 그 증거로 그 사람들도 우릴 몰라 보았잖아?
[블] 그야 상관 없지. 나도 몰라보는 척 했으니까. 더구나 우릴 알아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
[에] 집어 치워라, 문제는 ---아야!
(블라디미르 꿈적도 않는다.)
[에] 아야!
[페이지] 에-083,, 0A0830
[블] 혹시 같은 사람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에] 디디! 이번엔 이쪽 발이야!
(절둑거리며 처음 막이 올랐을때 앉아 있던 자리로 간다.)
(무대 뒤에서 나는 소리)
아저씨!
(에스트라공 멈춘다. 둘 다 서리가 나느 족을 바라본다.)
[에] 또 시작이로구나.
[블] 이리 오너라 얘야.
(어린 소년이 겁먹은 표정으로 나타난다. 걸음을 멈춘다.)
[소] 알베르 아저씨는요?
[블] 나다
[에] 왜 그러냐?
[블] 이리와
(소년은 움직이지 않는다.)
[에] (큰 소리로) 이리 오래두!
(소년은 겁먹은 듯이 닥아오다가 멈춘다)
[블] 무슨 일이냐?
[소] 고도 아저씨가요---(입을 다문다.)
[블] 알겠다. (사이) 이리 오너라.
[페이지] 에-084,, 0A0840
(소년은 움직이지 않는다.)
[에] (큰 소리로) 이리 오라니까!
(소년은 겁먹은 표정으로 닥아오다가 멈춘다.)
[에] 왜 이렇게 늦게 왔냐?
[블] 너 고도씨의 부탁을 받고 본 거지?
[소] 네, 아저씨
[블] 그럼 어서 말해 봐라
[에] 그런데 왜 이렇게 늦게 왔냐?
(소년은 누구에게 대답해야할지를 몰라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본다.)
[블] (에스트라공에게) 잠자코 좀 있어
[에] 너나 가만히 있어. (소년에게 닥아서며) 너 지금 몇시인지 아니?
[소] (물러서며) 제 탓이 아니에요. 아저씨.
[에] 그럼 내 탓이냐?
[소] 무서웠어요. 아저씨
[에] 무섭다니 뭐가? 우리가?
(사이) 어서 대답을 해봐!
[블] 알겠다. 그 작자들이 무서웠다는 말일게다.
[에] 너 여기 온진 얼마나 되지?
[소] 방금 왔어요.
[페이지] 에-085,, 0A0850
[블] 채찍이 무섭더냐?
[소] 너,
[블] 고함 소리는?
[소] 네
[블] 그 두 사람은?
[소] 네
[블] 네가 아는 사람들이냐?
[소] 아뇨
[블] 너 이 고장 아이냐?
[소] 네
[에] 모두 거짓말이야! (소년의 팔을 잡고 흔든다.) 사실대로 말해!
[소] (떨면서) 다 정말이에요.
[블] 가만 두라니까! 너 왜 그러는 거야?
(에스트라공 소년을 놓아주고 물러서서 두 손을 얼굴에 갖다댄다.
블라디미르와 소년이 그를 바라본다. 에스트라공 손을 뗀다. 이즈러지 표정)
[블] 왜 그래?
[에] 난 불행하다.
[블] 원 별 소릴 다 듣겠네
언제부터?
[페이지] 에-086,, 0A0860
[에] 잊어버렸다.
[블] 기억력이 농간을 부리는 게야.
(에스트라공 무슨 말을 하려고 하다가 그만두고 절둑거리며 앉으러 가서 구두를 벗기 시작한다. 소년에게)
[블] 그래서?
[소] 고도씨가---
[블] (말을 가로막으며) 너를 전데 본 일이 잇는 것 같은데---
[소] 글쎄요---
[블] 넌 나를 모르겠니?
[소] 모르겠는데요.
[블] 너 어제도 오지 않았냐?
[소] 아뇨
[블] 그럼 처음 온거냐?
[소] 네
(침묵)
[블] 그렇게 말하겠지 (사이) 그래, 얘기해봐라
[소] (단숨에) 고도씨가 오늘 밤엔 못오고 내일은 꼭 오겠다고 전하랬어요.
[블] 그게 다냐?
[소] 네
[블] 넌 고도씨 밑에서 일하고 있냐?
[페이지] 에-087,, 0A0870
[소] 네
[블] 그래 무슨 일을 하지?
[소] 염소를 지켜요.
[블] 고도씨는 너헌테 잘해주냐?
[소] 네
[블] 때리진 않니?
[소] 아뇨, 난 안 때려요.
[블] 그럼 다른 사람은 때리구
[소] 제 형은 때려요.
[블] 아, 너 형이 있구나?
[소] 네
[블] 그래 네 형은 뭘하냐?
[소] 양떼를 지켜요.
[블] 그런데 왜 너는 안 때리지?
[소] 모르겠어요.
[블] 널 귀여워하는 모양이구나.
[소] 모르겠어요.
[블] 먹을 건 넉너히 주구?
(소년은 망서린다.)블
먹을 건 잘 주느냐 말이다.
[소] 내 넉넉히 얻어 먹어요.
[페이지] 에-88,, 0A0880
[블] 넌 불행하진 않냐? (소년 망설인다.) 내 말이 안들리냐?
[소] 들려요.
[블] 그럼?
[소] 모르겠어요.
[블] 넌 네가 불해한디 아닌지도 모른단 말야?
[소] 몰라요.
[블] 꼭 나같구나.
(사이) 잠은 어디서 자냐?
[소] 헛간에서요.
[블] 형하고 같이?
[소] 네
[블] 마른 풀 속에서?
[소] 네
(사이)
[블] 됐다 그만 가봐라
[소] 가서 고도씨한테 뭐라고 할까요?
[블] 가서---(망설인다.) 가서---그냥 우리를 만났다고만 하려므나.(사이) 네가 우릴 만나 건 사실이니까 말이다.
[소] 네
(소년은 물러서려다가 망서리고 뒤돌아보고는 뛰어나간다.
[페이지] 에-089,, 0A0890
빛이 별안간 약해진다. 순식간에 어둠이 깃든다. 달이 떠올라 하늘 저쪽 끝에 머문다. 무대 전체가 은빛으로 싸여있다.)
[블] 이제야 밤이 됐구나!
(에스트라공이 일어서서 블라디미르 쪽으로 간다. 손에는 구두 두 짝을 들고 그는 푸르라이트 가까히 구두를 내려놓고 허리를 펴 달을본다.)
[블] 뭘 하는 거야?
[에] 너처럼 달을보고 있다.
[블] 구두를 가지고 뭘 하느냐 말이다.
[에] 여기 놔 두었다.(사이)
누군가 오겠지.
나---나같은 놈이 ---나보다 발이 작은 놈이 오면 이걸 신고 좋아 할 거다.
[블] 그럼 닌 맨발로 다니겠다는 거야?
[에] 예수도 그랬는걸.
[블] 예수라! 그건 또 무슨 소리냐? 설마하니 너 자신을 예수에 비교하려는 건 아니겠지!
[에] 평생을 난 예수와 비교해 온걸.
[블] 하지만 예수가 살던 곳은 따뜻하고 날씨도 좋았지!
[에] 그래 십자가에서 빨리 못박아 죽었구.
(사이)
[페이지] 에-090,, 0A0900
[블] 여긴 더 있어봤자 할 일도 없구나.
[에] 다른데 가도 마찬가지다.
[블] 이봐 고고, 그런 소리 하지 말어. 내일이면 다 잘될테니까.
[에] 어떻게?
[블] 고도가 내일은 꼭 온다고 그랬지 (사이) 그래도 모르겠어?
[에] 그럼 여기서 기다리는 수 밖에.
[블] 미쳤냐? 우선 잠자리를 찾아야지
(에스트라공의 팔을 잡는다.)
이리와
(그는 에스트라공을 끈다. 에스트라공이 처음에는 끌려가다가 버틴다. 둘 다 그 자리에 멈춘다.)
[에] (나무를 보며) 제길헐, 끈이라도 한 오라기 있었으면
[블] 어서 가자. 추워진다.
(에스트라공을 끈다. 같은 동작)
[에] 우리가 이렇게 같이 붙어 있은지가 얼마나 될까?
[블] 모르겠다. 한 50년?
[페이지] 에-091,, 0A0910
[에] 내가 뒤랑스 가에 뛰어들던 날이 언젠지 너 생각나니?
[블] 그래 포도를 거둬들이고 있었지.
[에] 네가 나를 건저주었지.
[블] 다 지나간 얘기다.
[에] 내 옷이 햇볕에 말랐었지
[블] 그런 생각 집어치우라니까.
자 가자
(같은 동작)
[에] 잠깐
[블] 춥다.
[에] 우린 서로 떨어져 있어던 편이 낫지 않았을까?(사이)어차피 같은 길을 걷게 돼있는 건 아니었으니까.
[블] (노하지도 않고) 그야 알 수 없지
[에] 그래, 알 수 없지 아무것두,
[블] 헤어지는 게 낫다고 생각되거들랑 언제라도 헤어질 수야 있지.
[에] 이젠 그럴 필요도 없다.
(침묵)
[블] 허긴 그래, 이제 와서야 그럴 필요도 없지
(침묵)
[에] 그만 갈까?
[페이지] 에-091,, 0A0910
[에] 내가 뒤랑스 강에 뛰어들던 날이 언젠지 너 생각나니?
[블] 그래 포도를 거둬들이고 있었지.
[에] 네가 나를 건저주었지.
[블] 다 지나간 얘기다.
[에] 내 옷이 햇변에 말랐었지
[블]그런 생각은 집어치우라니까.
자 가자.
(같은 동작)
[에] 잠깐
[블] 춥다.
[에] 우린 서로 떨어져 있어던 편이 낫지 않았을까? (사이) 어차피 같은 길을 걷게 돼있는 건 아니었으니까.
[블] (노하지도 않고) 그야 알 수 없지
[에] 그래, 알 수 없지 아무것두.
[블] 헤어지는 게 낫다고 생각되거들랑 언제라고 헤어질 수야 있지.
[에] 이젠 그럴 필요도 없다.
(핌묵)
[블] 허긴 그래, 이제 와서야 그럴 필요도 아벗지
(침묵)
[에] 그만 갈까?
[페이지] 에-092,, 0A0920
[블] 가자
(두 사람다 움직이지 않는다.)
막
[페이지] 에-093,, 0A0930
[막] 2막
(이튼날 같은 시간 같은 장소)
푸르라이트 가까히 에스트라공의 구두 두짝이 있다. 뒤꿈치는 모아져 있고 앞축은 벌려져 있다. 럭키의 모자도 같은 자리에 있다.
나무에는 잎이 약간 덮여있다.
블라디미르 활기있게 등장. 발을 멈추고 나무를 한참동안 쳐다본다.
그러다라 갑자기 부산스럽게 무대를 이리저리 돌아다니기 시작한다.
그는 다시 구두를 앞에서 멈추더니 허리를 굽혀 구두 한 짝을 집어 이리저리 살피고 냄새를 맡은 다름 조심스럽게 제 자리에 내려놓는다. 그리고
나서 다시 허둥대며 왔다갔다한다.
이윽고 오른쪽 무대 입구 가까히 서서 이마위에 한 손을 대고 한동안 먼 곳을 바라본다.다시 왔다갔다한다. 이번에는 외쪽 무대 입구에 서서 같은
동작.
다시 왔다갔다한다. 별안가 멈춰선다. 뒤로 젖힌 자세로 목청을 높여 노래부르기 시작한다.
[블] 개한마리 들어왔네---
[페이지] 에-094,, 0A0940
(너무 낮은 음정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중단 기침을 한 다음 좀 더 높은 음정으로 다시 시작)
[블] 개 한 마리 들어왔네 주방 속으로 들어와서 순대 하나 슬쩍 훔쳤네 주방장이 나타나서 국자 자루로 뼈다귀도 못추리게 때려 죽었네.
그것을 보고있던 다른 개들이 빨리 빨리 친구를 묻어주었네
(그는 노래를 멈추고 생각에 잠기더니 다시 시작한다.)
[블] 그것을 보고있던 다른 개들이 빨리 빨리 친구를 묻어주었네 하얀 나무 십자가 밑에 비문까지 이렇게 새겨주었네
개 한 마리 들어왔네 주방 속으로 들어와서 순대를 슬쩍 훔쳤네 주방장이 나타나 국자 자루로 뼈다귀도 못추리게 때려 죽였네
그것을 보고있던 다른 개들이 빨리 빨리 친구를 묻어주었네---
(노래를 멈춘다. 다른 동작 좀 낮은 음정으로)
빨리 빨리 친구를 묻어주었네---
(그는 입을 다물고 잠시 움직이지 않더니 다시 열에 뜬 사라머럼 무대를 이리 저리 왔다갔다한다.
다시 나무 앞에서 발을 멈추었다가 왔다갔다하고, 구두 앞에서 멈추었다가 왔다갔다하고 왼쪽 무대 입구로 달려가 먼곳을 바라보고는 오른쪽 무대
입구로 달려가 먼 곳을 바라본다. 그 때 왼쪽 무대입구에서 에스트라공등장.
[페이지] 에-095,, 0A0950
맨발에 고개를 숙이고 천천히 무대를 가로질러간다.블라디미르가 고개를 돌려 그를 본다.)
[블] 또 너로구나!
(에스트라공 발을 멈춘다. 그러나 고개느 들지 않는다. 블라디미르가 그에게 닥아간다)
[블] 이리와, 껴안아 줄께!
[에] 손대지 마!
(블라디미르 풀이 죽어 낙담한 표정을 한다. 침묵)
[블] 내가 가버렸으려 좋겠니?
(사이) 고고!(사이 블라디미르 그를 유심히 본다.) 너 매를 맞았구나?(사이) 고고! (세스트라공 여전히 고개를 숙인채 말이 없다) 어제 밤엔
어디서 보냈지?
(침묵 블라디미르 닥아간다.)
[에] 손대지 말라니까! 묻지도 말구! 아무 말도 말고 그냥 옆에 있어만 줘!
[블] 내가 언제 네 곁을 떠난 적이 있었니?
[에] 나를 혼자 가게 내버려뒀지 않아?
[블] 나를 좀 봐! (에스트라공 움직이지 않는다. 우뢰같은 목소리로) 나를 좀 보래두!
(에스트라공이 고개를 든다. 그들은 마치 예술 작품을 감상할 때처럼 한동안 물러섰다 닥아섰다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서로 바라본다. 그리고 점점
더 몸을 떨면서
[페이지] 에-096,, 0A0960
서로에게 다가서더니 별안간 와락 껴안고 서로 등을 두드린다. 포옹이 끝났을때 에스트라공은 몸을 의자할 곳이 없어져 쓰러질뻔 한다.)
[에] 일수가 나빴어!
[블] 누구헌테 맞았는데? 얘기나 해봐
[에] 또 긴 하루가 지나갔구나
[블] 나로선 하루가 지나간 거야, 무슨 일이 또 있을진 모르지만(침묵) 참 아까 들으니까 너 노래를 하던데
[블] 참 그랬구나.
[에] 노래 소릴 들으니 슬퍼지더라. 저 친구 외로운 모양이구나 내가 아주 떠나버린 줄 알고 노래를 부르고 있구나 하고 생각했지.
[블] 기분이란 건 마으매로 조종할 수가 엇는 건가보다.
낮에는 종일 기분이 아주 좋았었거든 (사이) 간 밤에 한번도 깨지 않았으니까.
[에] (슬프게) 그럼 넌 내가 없으면 오줌도 잘 나온단 말이구나.
[블] 네가 없으니 서운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좋기도 하더라.이상하지 않니?
[에] (기분이 상해서) 좋았다구?
[블] (생각한 끝에) 꼭 그런건 아니지만---
[페이지] 에-097,, 0A0970
[에] 그래 지금은?
[블] (생각해 보고나서) 지금은---(기쁜듯이) 네가 다시 왔고--- (슬프게) 내가 다시 왔지---
[에] 아무래도 넌 내가 있어서 기분이 전보다 못한 것 같구나.나도 혼자 있을 때가 났다.
[블] (발끈해서) 그런데 왜 내게 붙어 다니는 거지?
[에] 모르겠다.
[블] 난 안다. 자기 몸 하나 지킬줄 모르니까 그렇지, 내가 있었으면 맞게 내버려두진 않았을텐데.
[에] 너도 별 수 없었을 거야.
[블] 왜?
[에] 열 놈이나 됐는 걸.
[블] 그게 아니라 내가 있었으면 네가 얻어맞을 짓은 못하게 했을 거란 말이다.
[에] 난 아무것도 안했다.
[블] 그런데 놈들이 널 때린거야!
[에] 모르겠다.
[블] 이봐 고고, 네겐 알 수 없는 것도 난 알 수 있단 말이다.그건 너도 알고 있지?
[에] 글쎄 난 아무 짓도 안했대두.
[페이지] 에-098,, 0A0980
[블] 그랬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얻어맞지 않으려면 방법이 있는거야 방법이, 이제 그 얘긴 그만두지. 어쨌건 네가 돌아와서 반갑다.
[에] 열 놈이나 됐단 말이다.
[블] 너도 마음 속으로는 반갑지? 안 그래?
[에] 뭐가 반가워?
[블] 날 다시 만나서 말이다.
[에] 그럴까?
[블] 그렇다고 해봐. 설사 그렇지 않더라두.
[에] 뭐라고 하란 말야?
[블] 나는 반갑다 라구 해봐.
[에] 난 반갑다.
[블] 나두
[에] 나두
[블] 우린 반갑다.
[에] 우린 빈갑다.(침묵) 그래 반가우니 이제 뭘한다?
[블] 고도를 기다려야지
[에] 참 그렇지
(침묵)
[블] 어제하곤 달라진 게 있다.
[페이지] 에-099,, 0A0990
[에] 만약 안 온다면 어떻거지?
[블] (잠시 알아듣지 못하다가) 그땐 다시 생각해 보기로 하지. 어제 하곤 달라진 게 있대두.
[에] 같은 고름이 두번 흘러내리지야 않지.
[블] 이 나무를 좀 봐라!
(에스트라공 나무를 본다)
[에] 어젠 이 나무가 없었던가?
[블] 있었지, 너 생각 안나냐?
하마트면 목을 맬뻔 했잖아?
(생각해본다) 그래 맞았어 (한 마디씩 끊어서) 목- 을- 맬-뻔-했잖아. 그런데 네가 싫다고 했지. 생각 한나냐?
[에] 너 꿈꾼 얘길 하는구나.
[블] 이럴 수가 있나? 벌써 잊어버렸다니1
[에] 난 원래 그렇다. 금방 잊어버리거나 평생 안 잊어버리거나 둘 중의 하나다.
[블] 그럼 포조와 럭키도 잊어버렸냐!
[에] 포조와 럭키라니?
[블] 다 잊어버렸군?
[에] 어떤 미친 놈이 내게 발길질한 건 생각난다. 그러다간 그 놈이 또 개지랄 을 했지.
[블] 그레 바로 럭키야!
[페이지] 에-100,, 0A1000
[에] 그래 그건 생각난다.
하지만 그게 언제였더라?
[블] 그리고 그 놈을 몰던 작자도 생각나니?
[에] 내게 뼉다귀를 주었지.
[블] 그래 그게 포조다!
[에] 그런데 그게 모두 어제 일이었단 말이냐?
[블] 그렇대두.
[에] 바로 여기서?
[블] 물론이지! 너 여길 몰라보겠다는 거야?
[에] (별안간 흥분해서) 몰라본다구? 뭘 몰라본단 말이야?난 모래 밭 안 군데서 거지같은 인생을 보내왔다.
그런데 무슨 경치의 차이 같은 걸 알아본단 말이냐?
(주위를 둘러보려) 이 더러운 쓰러기들을 보라구 난 여기서 한 발자욱도 떠나지 않았어.
[블] 진정해, 진정해!
[에] 그러니 제발 경치 얘기 따위는 집어치우라구! 차라리 땅속 얘기나 해다오!
[블] 그래도 설마하니 여기가(몸짓) 보끌루즈 지방을 닮았다는 건 아니겠지! 거기하고 여긴 아무튼 굉장한 차이가 있으니까. 보끌루즈라니? 왜
별안간 보끌루즈를 들먹이는 거지?
[블] 넌 보끌루즈에 가본 일이 있잖아?
[페이지] 에-101,, 0A1010
[에] 무슨 소리야? 난 보끌루즈엔 한 번도 가본 일이 없다!
평생을 여기서 똥오줌 깔기고 살았다니까!
여기 이 메르드꾸르즈에서 말이다!
[블] 하지만 우린 보끌루즈에 같이 갔었단 말이다!
거짓말이면 손에 장을 지지겠다.
우린 포도를 땄지 그래 루씨용의 보넬리라는 사람 집에서.
[에] (약간 가라앉아서) 그랬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난 아무것도 몰랐다.
[블] 거긴 사방이 온통 시뻘겋지 않았니?
[에] (짜증스럽게) 난 아무것도 몰랐다니까!
(침묵, 블라디미르가 같은 한숨을 쉰다.)
[블] 고고, 너허고 같이 사는 건 힘이드는구나.
[에] 그럼 헤어지는게 낫겠다.
[블] 넌 입으로만 밤낮 그러군 밤낮 다시 나타나지 않아.
(침묵)
[에] 제일 좋은 길은 날 죽여주는 거다. 다른 놈들처럼.
[블] 다른 놈이라니? (사이)
다른 놈이라니 누구 말야?
[에] 수 십억의 다른 놈들 말이다.
[블] (격언조로) 인간은 저마다 자근 십자가를 지도다.
(한숨짓는다) 사는 동안에 잠깐 동안에 또 잠깐후에.
[페이지] 에-102,, 0A1020
[에] 그래 그 동안 우리 흥분하지 말고 얘기나 해보자꾸나. 어차피 침묵을 지킬 수는 없으니까.
[블] 맞았어. 우린 끊임없이 지껄여대는 거지.
[에] 그래야 생각을 안하지.
[블] 구실이야 늘 있는 거니까.
[에] 그래야 들리지 않지.
[블] 우리나름대로 이유가 있으니까
[에] 모든 죽은 소리들이---
[블] 날개치는 소리가 들린다.
[에] 나뭇잎 소리다.
[에] 나뭇잎 소리다.
(침묵)
[블] 온통 한꺼번에 떠들어댄다.
(침묵)
[에] 저마다 혼자 떠들어댄다.
(침묵)
[블] 아니 소근거린다.
[에] 중얼거린다.
[블] 살랑거린다.
[에] 중얼거린다.
(침묵)
[페이지] 에-103,, 0A1030
[블] 무슨 얘길 하는 걸까?
[에] 제 인생의 얘기겠지
[블] 살아온 것만으로는 부족한 모양이지?
[에] 그 얘기를 꼭 해야겠다는 거지
[블] 죽었으면 그만일텐데
[에] 그걸로는 부족한 거야.
(침묵)
[블] 날개치는 소리 같은 것이 들린다.
[에] 나뭇잎 소리다.
[블] 새 소리다.
[에] 나뭇잎 소리다
(긴 침묵)
[블] 무슨 말을 좀 해봐라.
[에] 지금 찾고 있는 중이다.
(긴 침묵)
[블] (괴로운 표정) 무슨 말이든 해봐라!
[에] 지금 뭘하고 있는 거지?
[블] 고도를 기다리고 잇지
[에] 참 그렇구나
(침묵)
[블] 정말 어렵구나!
[페이지] 에-104,, 0A1040
[에] 노래나 불러보지 그래?
[블] 싫다, 싫어, (말을 찾는다) 다시 시작하면 되겠다.
[에] 그래, 그건 과히 어렵지 않을 것 같군.
[블] 처음이 어렵지
[에] 아무 말이나 먼저 시작하면 된다.
[블] 그렇긴 하지만 할말을 먼저 정해야지.
[에] 그건 그렇지.
(침묵)
[페이지] 에-105,, 0A1050
[블] 네가 좀 해봐!
[에] 지금 찾고 있는 중이다.(침묵)
[블] 찾고 있노라면 무슨 소리가 들린다.
[에] 맞어
[블] 그게 찾는데 방해가 된다.
[에] 그렇다니까
[블] 생각하는데도 방해가 된다.
[에] 그래도 생각은 한다.
[블] 아냐. 그럴순 없다.
[에] 바로 이거야. 우리 반대되는 말을 하기로 하자.
[블] 그건 안된다.
[에] 그럴까?
[블] 생각할 가능성이 없어지니까.
[에] 그렇다면 투덜거릴 이유도 없지않아?
[블] 생각한다는 게 반드시 최악의 상태는 아니거든.
[에] 맞다.맞다. 하지만 그건 벌써 그렇다.
[블] 무슨 말이야? 그건 벌써 그렇다니?
[에] 그건 그렇다. 우리 서로 질문을 하자.
[블] 그건 벌써 그렇다니 그게 무슨 뜻이냐긴까?
[에] 벌써 그만큼 덜 그렇단 말이야.
[페이지] 에-106,, 0A1060
[블] 물론이지
[에] 이러면 어떨까? 우리가 행복한 걸로 해두면?
[블] 벌써 생각했다가 게 무서운 거야.
[에] 하지만 우리가 그랬던 적이 한번이라도 있었을까?
[블] 이 시체들은 다 어디서 온 걸까?
[에] 이 해골들 말이지?
[블] 그래.
[에] 물론이지
[블] 우리가 뭘 좀 생각한 모양이다.
[에] 처음엔 그랬지.
[블] 시체 보관소다. 시체 보관소야.
[에] 안 보면 된다.
[블] 그래도 자꾸 눈에 뜨이는걸
[에] 그건 그렇다.
[블] 하는수 없지.
[에] 뭐라구?
[블] 하는 수 없다구.
[에] 모름지기 자연을 정면으로 대해봐야지.
[블] 그래보려고 했었지.
[에] 그건 그렇지.
[페이지] 에-107,, 0A1070
[블] 그건 물론 최악의 상태는 아니다.
[에] 뭐가?
[블] 생각했다는게.
[에] 물론이지.
[블] 하지만 생각을 안해도 괜찮을 걸.
[에] 하지만 하는 수 없지.
[블] 알겠다.알겠어. (침묵)
[에] 처음 해본걸로는 과히 나쁘지 않은 거지.
[블] 그건 그래. 하지가 이제부턴 다른 얘깃거리를 찾아야 할텐데.
[에] 글쎄 말이야.
[블] 글쎄 말이야.
[에] 글쎄 말이다.
(둘 다 생각에 잠긴다)
[블] 내가 무슨 말을 했었더라?
거기서부터 계속하면 될텐데.
[에] 언제 말이냐?
[블] 아까 맨 처음에 말이야.
[에] 워의 맨 처음?
[블] 오늘 저녁의 말이다. 내가 한 게--내가 한게---
[에] 그런 것까지 나한테 묻다니 너무하잖아?
[페이지] 에-108,, 0A1080
[블] 가만 있자---우려가 서로 껴안았겠다---반가웠지---반가워서---반가우니 뭘한다?---기다린다고 했지---가만 있자---맞았어---반가우니
기다린다고 했지--- 가만 있자---그리고는 ---아 그렇지.
나무!
[에] 나무라니!
[블] 생각 안나냐?
[에] 난 피곤하다.
[블] 저걸 좀 봐.
(에스트라공 나무를 쳐다본다)
[에] 뭘 보라는 거야?
[블] 어제 밤엔 온통 시커멓고 뼈만 앙상했었거든! 그런데 오늘을 온통 잎으로 덮여있잖아?
[에] 잎으로?
[블] 단 하룻밤 사이에!
[에] 봄이 왔나보지.
[블] 하룻밤 사이에 봄이와?
[에] 그러니까 우린 어제 저녁에 여길 오지 않았대두.
그래! 네 꿈에서 본 모양이구나.
[블] 그렇다면 어제 저녁엔 어디있었다는 거야?
[페이지] 에-109,, 0A1090
[에] 내가 알게 뭐야. 어쨌던 다른 데지. 다른 세계였다구. 공간이야 얼마든지 있으니까.
[블] (자기 생각에 확신이 있으면서도) 좋아. 그럼 우린 엇저녁에 여기 안왔다고 해두자. 그렇다면 엇 저녁에 우린 뭘했니?
[에] 뭘 했냐구?
[블] 그래. 좀 생각을 더듬어봐.
[에] 그야---잡담이나 했겠지.
[블] (태연해지려고 애쓰며) 어떤 잡담을? 그야 뭐---이것 저것 아무 얘기나 지껄였겠지---구두가 어떻다든지(자신있게) 그래 생각난다. 어제
저녁에 우린 구두 얘기를 했었지. 그 얘기를 해온지가 50년이나 된다.
[블] 그리군 무슨일이 일어났었고 뭐가 어떻게 됐는지 생각안안단 말이야?
[에] (지친듯이) 디디, 날 좀 못살게 굴지 마라.
[블] 해도 달도 통 생각이 안난단 말이야?
[에] 해도 있었고 달도 있었겠지. 여느 날처럼
[블] 뭐 별난 일 못봤느냐 말이다.
[에] 모르겠대두
[페이지] 에-110,, 0A1100
[블] 포조와 럭키도?
[에] 포조?
[블] 뼈다귀 말이다.
[에] 꼭 생선 뼉다귀 같더라.
[블] 그걸 너한테 준게 포조란 말이다.
[에] 모르겠다.
[블] 발길질도 생각 안나?
[에] 발길질? 참 그렇지. 발길질을 당했다.
[블] 널 걷어찬게 럭키다.
[에] 그게 모두 어제 일이었니?
[블] 어디 다리 좀 보자.
[에] 어느 쪽 말이야?
[블] 두쪽 다. 바지를 올려봐. (에스트라공이 한쪽 발로 서서 블라디미르에게 다리를 내밀다가 넘어질뻔하다 블라디미르가 다리를 잡는다.
에스트라공 휘청거린다)
바지를 걷어 올리래두.
[에] (비틀거리면) 못 하겠다.
(블라디미르가 바지를 걷어올린 후 다리를 드려다 보고 다시 놓는다. 에스트라공 넘어질뻔 한다)
[블] 저쪽(에스트라공 같은 다리를 내민다) 저쪽 다리라니까.
[페이지] 에-111,, 0A1110
(다른 쪽 다리로 같은 동작) 상처가 곪기 시작하는구나.
[에] 그래서 어떻다는 거야?
[블] 구두는 어디있니?
[에] 내팽개쳤을 거야.
[블] 언제?
[에] 모르겠다.
[블] 왜?
[에] 생각 안난다.
[블] 그게 아니라 왜 구두는 내팽개쳤는냐 말이다.
[에] 신으면 아프니까.
[블] (구두를 가리키며) 저기 있다!
(에스트라공 구두를 바라본다)
네가 엇저녁에 바로 저기다 벗어놓았단 말이다.
(에스트라공이 구두 쪽으로 가서 허리를 굽혀 가까이 살핀다)
[에] 이건 내게 아니다.
[블] 네 게 아니라니!
[에] 내 건 검정구두인데, 이건 노랗지 않니?
[블] 네게 검정 구두라는 건 확실하냐?
[에] 말하자면 회색이지.
[페이지] 에-112,, 0A1120
[블] 그리구 그걸 노랗단 말이지? 어디 보자.
[에] (구두 한 짝을 집어들며) 자세히 보니까 푸르스름한데.
[블] (다가서며) 어디 좀 봐. (이스트라공이 그에게 그 구두를 내준다. 블라디미르가 드려다보더니 화를 내며 내던진다) 이럴 수가!
[에] 알겠지? 이런 게 다---
[블] 알겠다.알겠어. 무슨 곡절인지 알겠다구.
[에] 이런 게 다---
[블] 이제 훤히 알겠단 말이다.어떤 놈이 와서 네 것을 신고가고 제걸 벗어놓고 간 거다.
[에] 왜?
[블] 제것이 맞지 않았던게지.
그래서 네 걸 신고 간거야.
[에] 하지만 내 구두는 너무 작은걸---
[블] 너 헌테나 작지 그자헌텐 안 그렇단 말이다.
[에] 난 피곤하다 (사이) 가자.
[블] 가선 안되지.
[에] 왜?
[블] 고도를 기다려야지.
[에] 참 그렇군.(사이) 그럼 무얼한다?
[페이지] 에-113,, 0A1130
[블] 하긴 뭘해?
[에] 하지만 난 더는 못 견디겠다.
[블] 무우나 줄까?
[에] 무우밖에 없냐?
[블] 무우도 있고 순무도 있다.
[에] 당근은 이제 없구?
[블] 없다. 당근에 걸신이 들렸구나.
[에] 그럼 무우를 다오.
(블라디미르 주머니를 뒤진다. 순무밖에 안나온다. 그러다가 마침네 무우 한토막이 나와 그것을 에스트라공에게 준다. 에스트라공 무우를 자세히
살피고 냄새를 맡아본다)왜 이렇게 시커머냐?
[블] 그래도 무우임엔 틀림없다.
[에] 내가 붉은 색 무우만 좋아한다는 걸 잘 알면서도 그래?
[블] 그럼 그건 싫다는 게야?
[에] 붉은색 아니면 싫다!
[블] 그럼 도로 다오.
(에스트라공 돌려준다)
[에] 당근을 얻으러 가봐야겠다.(움직이지는 않는다)
[블] 이거야 원 정말 따분해지는데.
[에] 아직 그 정도는 아니다. (침묵)
[페이지] 에-114,, 0A1140
[블] 한번 시험해 보면 어떠냐>
[에] 다 해봤다.
[블] 내 말은 구두를 한번 신어보란 말야.
[에] 그럴까?
[블] 그럼 시간이 잘 갈거다.
(에스트라공 망설인다)
확실히 심심풀이가 될거다.
[에] 기분전환이지.
[블] 심심풀이다.
[에] 기분 전환이야.
[블] 어서 신어 봐.
[에] 그럼 거들어 줄래?
[블] 물론이지.
[에] 디디, 우리 둘이 같이 있으면 뭐든 이럭저럭 해결해 가는게 아니겠니?
[블] 암, 그렇구 말구. 자 우선 왼쪽부터 신어봐라.
디디, 우린 늘 뭔가 이렇게 차아내게되지? 그래서 살아 있다는 걸 실감하게 되는구나
[블] (답답한듯이) 그래.그래. 우린 마술사니까. 하지만 일단 결정한 걸 어기지 말아야지. (그는 구두 한짝을 집는다)
자, 발을 내밀어 봐.
[페이지] 에-115,, 0A1150
(에스트라공 가까이 다가가서 한쪽 발을 쳐든다.)
[블] 비러먹을. 저쪽 발 말이야! (에스트라공 다른 발을 쳐든다)더 높이!(두 몸이 서로 엉킨채 무대를 이리 저리 뒤뚱거린다. 블라디미르가 마침내
구두를 신피는데 성공) 자 걸어 봐.
(에스트라공 걷는다) 그래 어떠냐?
[에] 맞는다.
[블] (주머니에서 끈을 꺼내며) 끈을 매야지
[에] (질겁을 하읏) 안돼.안돼. 끈은 안돼. 근은!
[블] 무슨 소리야? 자, 한쪽 마저 신어보자. (같은 동작)
어떠냐?
[에] 이쪽도 잘 맞는데.
[블] 발이 아프지 않아?
[에] (힘을 주며 몇 발자욱 걸어보더니) 아직은 안 아프다.
[블] 그럼 네가 신어라.
[에] 너무 크다.
[블] 언젠가는 양말을 얻어신게 될 거 아냐?
[에] 그야 그렇지.
[블] 그럼 그냥 시는거지?
[에] 신발 얘기라면 인제 진저리가 난다.
[블] 그래. 하지만---
[페이지] 에-116,, 0A1160
[에] 진절머리가 난대두!(침묵)
아무튼 앉고나 봐야겠다.
(그는 눈으로 앉을 만한 곳을 찾는다. 그러다가 1막 첫 장면에서 앉아있던 곳으로 가서 앉는다)
[블] 엇 저녁에 네가 앉았던 데도 바로 거기다.
(침묵)
[에] 잠이나 잤으면
[블] 엇저녁에도 넌 잤었지.
[에] 어디 자봐야겠다.
(그는 두 다리 사이에 머리를 박고 마치 자궁 속의 태아와 같은 자세를 취한다.)
[블] 가만 있어 봐(에스트라공에게 다가가서 큰 소리로 노래 부르기 시작) 자장 자장 자장
[에] (고개를 들며) 너무 커
[블] (좀 약하게)
[노래] 자장 자장 자장
`` `` ``
`` `` ``
`` `` `` ------
(에스트라공 잠이 든다. 블라디미르는 윗도리를 벗어
[페이지] 에-117,, 0A1170
에스트라공의 어깨를 덮어주고 자신은 몸을 덮이려고 두팔을 크게 내저으면서 무대 위를 이리저리 걷기 시작한다. 에스트라공이 깜짝 놀라 눈을
뜨고 벌떡 일어나 정신 나간듯 몇 발자욱 옮겨놓는다. 블라디미르가 달려가 팔로 그를 에워싼다)
[블] 자아---자아---나야 나---무서울 것 없다.
[에] 아아!
[블] 자아---자아---이젠 다 끝났다.
[에] 난 넘어졌다.
[블] 이젠 다 끝났대두. 더 이상 생각할 것 없다.
[에] 내가 말이다.
[블] 그만 둬. 아무 말도 말아. 자 우리 좀 걷기나 하자.
(그는 에스트라공의 팔을 잡고 이리저리 걷게한다.이윽고 에스트라공이 더는 못걷겠다고 버틴다)
[에] 그만 걷겠다. 피곤하다.
[블] 그럼 아무 것도 안하고 그냥 우두커니 서 있겠단 말이야?
[에] 그래.
[블] 마음대로 하렴.
(에스트라공을 놓아주고 윗도리리를 집으러 가서 그것을 몸에 걸친다.
[페이지] 에-118,, 0A1180
[에] 가자.
[블] 가선 안되지.
[에] 왜?
[블] 고도를 기다려야지.
[에] 참 그렇지(블라디미르가 다시 왔다 갔다 한다)
좀 가만히 있을 수 없겠니?
[블] 추워서
[에] 너무 일찍 왔나부다.
[블] 전에도 늘 해가 질 무렵에 왔는걸.
[에] 하지만 해가 지질 않는데.
[블] 그러다가 벼란간 질거다. 어저께 처럼.
[에] 그리구 나면 밤이 되어버리지.
[블] 그럼 가도 되겠지.
[에] 그러다간 또 날이 새구(사이) 그러니 어떻허면 좋지?
어떻허면?
[블] (걸음을 멈추고 격력한 소리로) 그만 좀 징징대지 못할까! 네 우는 소리에 머리가 깨지겠다.
[에] 난 가겠다.
[블] (럭키의 모자를 보고) 이런!
[에] 잘 있어
[페이지] 에-119,, 0A1190
[블] 럭키의 모자다! (가까이 간다) 여기 온지 벌써 한 시간이 지났는데 여직 이걸 못봤다니! (퍽 기쁜듯이) 틀림없다!
[에] 나를 다시는 못볼거다.
[블] 그러니 장소는 틀린게 아니야. 이젠 안심이다.
(그는 럭키의 모자를 주워 그것을 들여다보고는 바로잡는다) 아주 멋있는 모자 같은데 (그는 자신의 모자를 벗고 그것을 쓰고는 제 것은
에스트라공에게 준다) 자!
[에] 뭐야?
[블]이걸 좀 가지고 있어.
(에스트라고이 블라디미르의 모자를 받아든다. 블라디미르는 두 손으로 럭키의 모자를 매만진다. 에스트라공은 블라디미르의 모자를 쓰고 제것은
블라디미르에게 건넨다. 블라디미르가 에스트라공의 모자를 받는다. 에스트라공이 두 손으로 블라디미르의 모자를 매만진다. 블라디미르는 럭키의
모자를 벗고 에스트라공의 모자를 쓴다. 그리고 럭키의 모자는 에스트라공에게 준다.에스트라공이 럭키의 모자를 쓴다. 블라디미르가 두 손으로
에스트라공의 모자를 매만진다. 에스트라공이 블라디미르의 모자를 벗고 럭키의 모자를 쓰며 블라디미르의 모자는 다시 블라디미르에게 넘겨준다.
블라디
[페이지] 에-120,, 0A1200
미르가 제 모자를 받아든다. 에스트라공이 두 손으로 럭키의 모자를 매만진다. 블라디미르가 에스트라공의 모자를 벗고 제 모자를 쓰며
에스트라공의 모자를 쓰며 에스트라공의 모자는 에스트라공에게 넘겨준다. 에스트라공이 제 모자를 받아든다. 블라디미르가 두 손으로 제 모자를
매만진다. 에스트라공은 럭키의 보자를 벗고 제 모자를 쓰며 럭키의 모자는 블라디미르에게 넘겨준다. 블라디미르 럭키의 모자를 받아든다.
에스트라공이 두 손으로 제 모자를 매만진다.블라디르가 제 모자를 벗고 럭키의 모자를 쓰며 제 모자를 에스트라공에게 넘겨준다. 에스트라공이
블라디미르의 모자를 받아든다.블라디미르가 두 손으로 럭키의 모자를 매만진다. 에스트라공이 블라디미르의 모자를 블라디미르에게 넘겨준다.
블라디미르는 그것을 받아 다시 그것을 에스트라공에게 넘겨준다. 에스트라공은 그것을 받아들고 블라디미르에게 넘겨준다. 즐라디미르 그것을 받아
내팽개친다 이상의 동작은 모두 재빠르게 진행된다.)
[블] 내게 어울리냐?
[에] 모르겠다.
[블] 모르겠다니, 너 보기에 어떠냐니까?
[페이지] 에-121,, 0A1210
(그는 고개를 좌우로 우아하게 움직여보이고 마네킹의 시늉을 한다)
[에] 꼴불견이구나.
[블] 보통 때보다도 더 그렇다는 건 아니겠지?
[에] 마찬가지다.
[블] 그렇다면 그냥 내가 써야겠다. 내 모자느 거북해서(사이)뭐랄까? 근질근질해서 말이다.
[에] 난 가겠다.
[블] 무슨 놀이 하지 않을래?
[에] 놀이는 무슨 놀이를?
[블] 포조와 럭키 흉내를 내보면 어떨까?
[에] 모르겠다.
[블] 내가 럭키 노릇을 할테니 넌 포조를 해라(짐의 무게에 눌려 어리가 꺾인 럭키의 자세를 흉내낸다. 에스트라공 어처구니 없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본다)자 시작이다.
[에] 날더러 어떻하라는 거야?
[블] 내게 욕지거리를 해봐!
[에] 망할 자식!
[블] 더 심하게!
[에] 더러운 자식! 거지같은 자식!
[페이지] 에-122,, 0A1220
(블라디미르가 여전히 몸을 구부린 자세로 나왔다 물러섰다 한다)
[블] 나보고 생각하라고 해!
[에] 뭐라구?
[블] 이렇게 말해. 생각해! 이 돼지같은 놈아!
[에] 생각해! 이 돼지같은 놈아!
(침묵)
[블] 그건 못하겠다.
[에] 그만 두자
[블] 나보고 춤을 추라고 해봐.
[에] 춤 춰. 이 돼지같은 놈아! (그는 그 자리에서 몸을 비꼰다. 에스트라공이 후닥닥 뛰어 나간다) 이것도 안되겠는데! (그는 고개를 들고
에스트라공이 없어진 것을 알자 애절한 외마디 소리를 지른다) 고고! (침묵, 그는 사뭇 뛰다시피 무대를 우왕자왕. 에스트라공 헐떡이며 다시
다급하게 돌아와 블라디미르에게로 달려간다.몇 발자욱을 사이에 두고 둘은 마주 선다) 결국 또 돌아왔구나.
[에] (헐떡거리며) 난 망했다.
[블] 어디갔었는데 그래? 난 또 아주 가버린줄 알았다.
[페이지] 에-123,, 0A1230
[에] 언덕 마루터기까지 갔었다. 누가 온다.
[블] 누가?
[에] 모르겠다.
[블] 몇이나?
[에] 모르겠다.
[블] (의기양양하게) 고도다! 이제야 오는구나!(그는 에스트라공을 정신없이 겨안느다)고고! 고도다 고도! 우린 인제 살았다! 어서 마중이나
나가자! 어서 와! (그는 무대 입구를 항해 에스트라공을 끌고 간다. 에스트라공은 버티다가 뿌리치고 무대 맞은편 입구로 뛰어 나가나) 고고!
돌아와!(침묵, 블라디미르는 에스트라공이 또다시 황급히 돌아와 블라디미르에게로 달려간다. 블라디미르가 돌아보며) 너 다시왔구나!
[에] 난 망했다.
[블] 멀리까지 갔었니?
[에] 언덕 마루터기까지
[블] 하긴 우리가 있는 곳이 언덕위니까 우린 결국 쟁반위에 올려진 꼴이지.
[에] 저쪽에서도 온다.
[페이지] 에-124,, 0A1240
[블] 그럼 포위당한 거야 !(겁에 질려 에스트라공은 무대 안쪽 휘장을 향해 달려가다 거기 휘말려 쓰러진다) 이 바보야! 그쪽으로는 도망강 구멍이
없어!(블라디미르가 가서 그를 일으켜 무대 전면으로 끌어낸다. 과객을 항해) 여긴 아무도 없다. 그러니 이 쪽으로 달아나라! 자 어서! (그는
에스트라공을 오케스트라 복스쪽으로 밀어낸다.에스트라공 질겁을 해 뒤로 물러난다) 왜 싫으냐? 아 알겠다. 그럼(생각한다) 숨는 수 밖에 없겠구나.
[에] 어디에?
[블] 나무 뒤에 (에스트라공 망서린다) 빨리 빨리 나무뒤로 가라니까. (에스트라공이 나무 뒤로 뛰어가 숨는다. 그러나 조금 밖에는 가려지지
않는다) 이젠 꼼짝 말어!(에스트라공이 나무 뒤에서 나온다,) 이 나무는 아무짝에도 못쓰겠구나.(에스트라공에게) 너 혹시 미친거 아니냐?
[에] (좀 진정해서) 머리가 돌았었다.(그는 창피한듯 고개를 숙인다) 미안하다! (다시 의여하게 고개를 든다) 이젠 다 끝났다. 두고 봐. 네가
하라는데로 할테니.
[블] 할게 잇어야지.
[에] 저기 가서 가만히 서있어(그는 블라디미르를 왼쪽무대 출입구 쪽으로 끌고가서 무대를 등지고 길을 가로막아 서
[페이지] 에-125,, 0A1250
게 한다) 여기 가만히 서 있어. 눈을 뜬채로, (그는 반대쪽 출입구로 달려간다. 블라디미르가 어깨 너머로 그르르 돌아다 본다. 에스트라공은 발을
멈추고 먼곳을 바라본 다음 돌아선다. 둘은 어깨 너머로 시선이 마주친다) 서로 등을 보이고 서니까 꼭 옛날 결투 장면 같은데!(그들은 잠시 서로
바라보다가 다시 고개를 돌려 저마다 망을 본다. 긴 침묵) 아무도 안오냐?
[블] 뭐라구?
[에] 아무도 안 오냐구?
[블] 안 온다
[에] 이쪽도 안온다
(둘을 계속 망을 본다. 긴 침묵)
[블] 네가 잘못 봤나보다.
[에] (돌아다 보며) 뭐라구?
[블] 소리 지르지 마!
(둘은 또 망을 본다. 긴 침묵)
블.에 (동시에 돌아다보며)저건---저건---
[블] 아 미안하다.
[에] 먼저 말해라.
[블] 아니 아니!
[페이지] 에-126,, 0A1260
[에] 먼저 말하래두!
[블] 내가 네 말을 가로막았는걸
[에] 아니다. 그 반대다.
(둘은 화난 얼굴로 마주 바라본다)
[블] 어서 사양말구
[에] 고집부리지 말구 자 어서
[블] (큰 소리로) 하던 말을 해보라니까
[에] (역시 큰 소리로) 너부터 먼저 해봐.
(침묵, 그들은 서로 다가가다가 멈춘다)
[블] 이런 딱한 놈 봤나!
[에] 됐다 됐어! 우리 서로 욕지거리나 하자 (서로 욕설을 퍼 붓는다. 이러서 침묵) 자 그만 화해하자.
[블] 고고!
[에] 디디!
[블] 악수하자!
[에] 좋다!
[블] 내 품안으로 와!
[에] 네 품안으로?
[블] (팔을 벌리며) 이리와!
[에] 그래 간다.
[페이지] 에-127,, 0A1270
(둘은 서로 껴안는다. 침묵)
[블] 장난을 하니까 시가이 빨리 가는구나! (침묵)
[에] 이젠 뭘한다?
[블] 기다리면서 말이야?
[에] 그래 기다리면서 (침묵)
[블] 운동이나 해볼까?
[에] 체조 말이지?
[블] 유연체조
[에] 긴장 풀기 체조
[블] 회전 체조
[에] 긴장 풀기 체조
[블] 몸이 더워지기 위해서
[에] 진정하기 위해서
[블] 자, 시작
(그는 깡충깡충 뛰기 시작한다. 에스트라공이 그 흉내를 낸다)
[에] (멈추면서) 그만하자. 피곤하다.
[블] 신이 안나는구나. 그래도 심호흡은 하자.
[에] 호흡도 하기 싫다.
[블] 네 말이 옳다. (휴식)
[페이지] 에-128,, 0A1280
그럼 평균잡기를 하자.
[에] 평균잡기?
(블라디미르가 휘청거리며 평균잡기를 한다)
[블] (바로 서며) 네 차례다.
(에스트라공이 휘청거리며 한발로 서서 평균을 잡는다)
[에] 하느님이 나를 보고 계실까?
[블] 눈을 감아야지.
(에스트라공 눈을 감는다. 더 휘청거린다)
[에] (중단하고 두 주먹을 휘두르며 목청을 높여 소리친다)
하나님 저를 불쌍히 여겨주소서!
[블] (발끈해서) 그럼 나는?
[에] (같은 동작) 저에요.저! 불쌍히 여겨주소서! 저를요!
(포조와 럭키 등장. 포조는 장님이 되어있고 럭키는 1막에서 처럼 짐을 잔뜩 싣고있다. 근도 1막과 같지만 그때보다는 훨씬 짧아져서 포조가
뒤따르기 쉽도록 되어있다. 러키는 새 모자를 쓰고있다. 그는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을 보자 발을 멈춘다. 포조는 그대로 걸어오다가 럭키의 몸에
부딛친다.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 물러선다.)
[포] (럭키 매달린다. 럭키는 이 새로운 무게에 더욱 눌려
[페이지] 에-129,, 0A1290
휘청거린다) 무슨 일이야? 누가 소리를 질렀지?
(럭키가 들고있던 짐과함께 넘어진다. 포조도 어쩔 수 없이 끌려서 넘어진다. 그들은 짐이 흩어진 한 가운데에 자빠져 있다)
[에] 고도냐?
[블] 마침 잘왔다. (그는 그들이 쓰러져 있는 곳으로 간다.에스트라공이 뒤따른다.) 드디어 원군이 온 거다!
[포] (질린 소리로) 사람 살려!
[에] 고도냐?
[블] 맥이 빠지려는 참이었는데 이제 오늘 밤은 잘 넘기게 됐다.
[포] 이쪽이오!
[에] 살려달라고 하잖아?
[블] 이젠 우리만이 아니다. 밤을 기다리고, 고도를 기다리고... 또.... 어쨌든 기다리는게 말이다. 저녁 내내 우리 둘이서만 갖은 수를 다 써가며
애를 써왔는데, 하지만, 이젠 끝났다. 벌써 내일이 된거나 진배없으니까.
[포] 이쪽이오!
[블] 벌써 시간이 흐르는 게 다르지 않냐 말이다. 이제 곧 해가 지면 달이 뜰테고, 그러면 우리도 떠날 수 있다.
[페이지] 에-130,, 0A1300
여기서 말이야.
[포] 살려줘요!
[블] 포조가 딱하게 됐구나!
[에] 난 또 그자인줄 알았지.
[블] 누구?
[에] 고도 말이다.
[블] 고도가 아니야.
[에] 고도가 아니라구?
[블] 고도가 아니야.
[에] 그럼 누구냐?
[블] 포조다.
[포] 나요. 나! 날 좀 일으켜 줘요!
[블] 일어나지도 못하는구나.
[에] 그만 가자.
[블] 갈 수가 없지.
[에] 왜?
[블] 고도를 기다려야지.
[에] 참 그렇지.
[블] 저자가 또 네게 뼉다귀를 줄지도 모른다.
[에] 뼉다귀?
[페이지] 에-131,, 0A1310
[블] 그래. 닭 뼉다귀 말이야. 생각 안나냐?
[에] 그게 바로 저 자냐?
[블] 그래.
[에] 그럼 달래 봐.
[블] 우선 거들어 주는 게 어떨까?
[에] 뭘 거들어 줘?
[블] 일어나는 걸 말이다.
[에] 혼자서는 일어나지도 못하냐?
[블] 일어나고 싶어는 하지만
[에] 그럼 저 혼자 일어나래지.
[블] 그러질 못한다니까.
[에] 왜 못한다는 거야?
[블] 나도 모르겠다.
(포조가 몸을 뒤틀며 신음하고 주먹으로 땅을 친다)
[에] 뼉다귀를 먼저 달래볼까? 만일 안 주겠다면 그냥 내버려두지 뭐.
[블] 네 말은 저 자를 우리 마음대로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다 이거냐?
[에] 그렇지.
[블] 그럼 조건을 내세워서 살려 주기로 하면 어떨까?
[페이지] 에-132,, 0A1320
[에] 그러자.
[블] 그게 과연 괜찮을 것 같은데, 한 가지 겁나는 게 있지만...
[에] 뭐가?
[페이지] 에-133
[블] 별안간 럭키가 지랄을 하고 덤비면 어쩌지? 그럼 우리가 당하게 될걸.
[에] 럭키라니?
[블] 어저께 너를 친 놈 말이야.
[에] 그건 열 놈이나 됐었대두.
[블] 그게 아니라 그 전에 너헌테 발길질을 한 놈말야.
[에] 그 놈이 여기 있냐?
[블] 저걸 보라구(몸짓) 지금은 죽은듯이 가만 있지만 언제 날뛸지 알게 뭐냐?
[에] 저 자들 둘을 우리가 한번 멋있게 버릇을 가르쳐주면 어쩔까?
[블] 자고 있는 틈을 타서 덮치자는 거냐?
[에] 그래.
[블] 좋은 생각이다. 하지만 우리가 그럴 수 있을까? 저 자가 진짜로 자는 걸까? (사이) 제일 좋은 방법을 포조가 살려달랄 때 살려주고 그 자에게
신세를 지우는 거지.
[에] 하지만 지금은 살려달라지도 않지않아?...
[블] 공연한 얘기로 시간만 허비하겠다. (사이 열띤소리로) 자 기회가 왔으니 그동안에 무엇이든 하자. 우리같은
[페이지] 에-134,, 0A1340
놈들을 필요로한다는게 노상 있는 일은 아니거든. 꼭 우리보고 해달라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놈들이라도 우리 만큼은 잘할 수 있을테니까.
우리보다 더 잘할 수도 있을테고. 방금 들은 살려달라는 소리는 인류 전체에게 한 말이겠지만, 지금 이 자리엔 우리 둘 뿐이니까 싫건 좋건 그
인간이 우리란 말이야. 그러니 너무 늦기 전에 그 기회를 이용해야해. 불행히도 인간으로 태어난 바에야 이번 한번이라도 의젓하게 그 인간이란
족속의 대표가 돼보잔 말이다. 어때? (에스트라공 아무 대꾸가 없다) 하기야 팔장을 끼고 가부를 이모 저모 생각해 보는 것도 우리 인간 조건에
위배되는 것은 아니지. 호랑이는 아무 생각도 안하고 제 동족을 구하러 뛰어들기도 하고 그런가 하면 깊은 숲속으로 달아나 버리기도 하지. 하지만
문제는 그런 게 아니라 지금 이 자리에서 뭘해야 하는가를 따져보는데 있단 말이야. 우린 다행히도 그걸 알고 있거든. 이 모든 혼돈속에서도 하나
확실한 게 꼭 있지. 그건 고도가 오기를 우린 기다리고 있다는 거야.
[에] 그건 그렇지.
[블] 아니면 밤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거다 (사이) 우린 약속을 지키러 나온 거야 그거면 된 거다. 물론
[페이지] 에-135,, 0A1350
우린 성인군자가 아니지만 약속을 지키러 나온건 사실이거든. 그 정도라도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에] 수 없이 많겠지.
[블] 그럴까?
[에] 난 모르겠다.
[블] 그럴지도 모르지.
[포] 사람 살려!
[블] 확실한 건 이런 상황에선 시간이 길다는 거다. 그러니 우린 뭐든 거동을 하면서 시간을 메꿀 수 밖에 없다는 거지. 뭐랠까 얼핏 보기에는
이치에 닿는것 같지만 사실은 버릇이 되어버린 거동을 하면서 말이다. 넌 그게 이성을 잃지 않으려고 하는 짓이라고 말할지 모르지. 그 말은 나도
알겠다. 하지만 난 가끔 이런 생각을 해본다. 이성은 이미 한없이 깊은 영원한 어둠속을 방황하고 있는게 아닐까하고 말야. 너 내말 알아듣겠냐?
[에] 사람은 모두 미치광이로 태어나는 거다. 그 중에는 끝내 미치광이 노릇을 하는 놈들고 있구.
[포] 사람 살려! 돈을 줄께!
[에] 얼마 주겠오?
[페이지] 에-136,, 0A1360
[포] 100프랑
[에] 그건 너무 적어
[블] 난 그렇게까진 생각지 않어!
[에] 그럼 넌 적지 않단 말이냐?
[블] 아니 그게 아니라 난 내가 태어날 때 미치광이었다고 생각하진 않는단 말이다.
[포] 200프랑
[블] 우린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따분하다. (한 손을 치켜든다) 아니, 반대하지 말아! 지독하게 따분하다. 그건 두말할 여지가 없다. 그런데
심심풀이를 할 일이 코앞에 나타났는데 우린 뭘하고 있는 거지? 그냥 썩히고 있잖느냐 말이다. 자, 어서 시작하자. (포조를 향해 가다가 멈춘다)
눈깜짝할 사이에 모두들 사라지고 우린 다시 외톨이가 될 거다. 이 허허벌판한 가운데서. (그는 생각에 잠긴다)
[포] 200프랑!
[블] 가요,가!
(그는 포조를 들어올리려 하지만 성공하지 못한다. 다시 시도해 보다가 짐에 걸려 넘어진다. 일어나려고 하는데 안된다)
[페이지] 에-137,, 0A1370
[에] 다들 왜 이지경이야?
[블] 사람 살려!
[에] 난 가겠다.
[블] 날 버리고 가지 말아! 이놈들이 날 죽일 거다!
[포] 여기가 어디야?
[블] 고고!
[포] 이쪽이오!
[블] 날 도와다오!
[에] 난 가겠다.
[블] 우선 날 도와줘. 그리고 나서 같이가자.
[에] 약속하지?
[블] 그래 맹세한다.
[에] 그리고 다신 안오는거다.
[블] 그래 다신 안온다!
[에] 아리에쥬로가자.
[블] 어디라도 좋다.
[포] 300프랑! 400프랑!
[에] 늘 아리에쥬 지방을 돌아다니고 싶었거든.
[블] 마음껏 돌아다녀라.
[에] 누가 방구를 뀌었지?
[페이지] 에-138,, 0A1380
[블] 포조다.
[포] 나야 나! 살려주오!
[에] 구역질이 난다.
[블] 빨리빨리! 손을 내놔!
[에] 난 가겠다.(사이, 더 큰 소리로) 난 가겠다니까!
[블] 비러먹을! 혼자서도 일어날수 있겠지(일어서려고 하다가 다시 쓰러진다)
[에] 왜 그러냐?
[블] 빨리 꺼져!
[에] 혼자 여기 있으려구?
[블] 당분간은.
[에] 일어나래두. 그러다간 감기 들겠다.
[블] 내 걱정은 말어.
[에] 이봐 디디. 고집부릴 것 없잖니?
(그는 블라디미르에게 손을 내민다. 블라디미르가 얼은 그 손을 잡는다) 자 일어나?
[블] 끌어!
(에스트라공이 끌다가 휘청거리고는 넘어진다.긴 침묵)
[포] 이쪽이오!
[페이지] 에-139,, 0A1390
[블] 여기 있오.
[포] 당신들은 누구요?
[블] 우린 사람이오. (침묵)
[에] 땅바닥에 누워있으니까 기분 좋구나!
[블] 너 일어날 수 있겠니?
[에] 글쎄.
[블] 한번 해봐.
[에] 조금 있다가 조금 있다가.(침묵)
[포] 어떻게 된거요?
[블] (큰 소리로) 입좀 다물지 못할까! 저런 몹쓸 녀석이 있나! 제 생각만 하다니!
[에] 좀 자볼까?
[블] 지금 한 소리 들었지? 어떻게 된거냐는 거야.
[에] 내버려 둬. 자자.(침묵)
[포] 사람 살려! 사람 살려!
[에] (깜짝 놀라며) 뭐라구? 무슨 일이야?
[블] 너 잠들었었냐?
[에] 그랫나 보다.
[블] 또 그 포조라는 놈이다!
[에] 입 좀 닥치라고 해! 주둥이를 쥐어 박아버려!
[페이지] 에-140,, 0A1400
[블] (포조를 몇번 쥐어박으며) 또 그럴테냐? 입 좀 닥치지 못해? 이 버러지 같은 놈아!(포조가 아픈 소리를 지르며 몸을 빼고 기어서
도망친다.이따금 그는 발을 멈추고 럭키를 부르며 장님처럼 손으로 허공을 지어본다. 블라디미르는 팔꿈치를 괴고 눈으로 그의 뒤를 따른다)
도망쳤구나!(포조 넘어진다. 침묵)넘어졌다.
(침묵)
[에] 이젠 뭘한다?
[블] 저놈한테까지 기어가 볼까?
[에] 내 곁을 떠나지 말아.
[블] 그럼 여기서 불러볼까?
[에] 그게 좋겠다. 불러봐라.
[블] 포조!(사이) 포조!(사이) 대답이 없는데.
[에] 같이 불러보자.
[블] 포조!포조!
[에] `` ``
[블] 꿈틀겨렸다.
[에] 저놈의 이름이 포조가 확실하냐?
[블] (걱정스러운 소리로) 포조씨 돌아와요. 이젠 때리지 않을테니!(침묵)
[에] 다른 이름으로 불러보면 어떨까?
[페이지] 에-141,, 0A1410
[블] 아주 뻗은건 아닐까?
[에] 그럼 재미있을 거다.
[블] 뭐가 재미있어?
[에] 다른 이르므로 불러보는게 재미있겠단 말이다.차례차례로 말야. 그럼 시간이 잘 갈거다. 그러노라면 진찌 이름이 나오겠지 뭐.
[블] 포조가 저자 이름이래두.
[에] 이제 두고보면 알게 아냐?
자...(생각한다)아벨!아벨!
[포] 이쪽이오!
[블] 이런 지랄에는 이제 넌더리가 난다.
[에] 또 한 놈의 이름은 아마 카인일 거다. (부른다) 카인!카인!
[포] 이쪽이오!
[에] 그러면 인간 전체다.(침묵) 저길 봐라. 구름 한 조각이 있구나.
[블] (눈을 들며) 어디?
[에] 저기 하늘 한가운데
[블] 그래서? (사이) 그레 뭐 어떻다는 거야? (침묵)
[에] 이젠 다른 걸로 넘어가자 어때?
[블] 내가 막 그러자고 할 판이었다.
[페이지] 에-142,, 0A1420
[에] 하지만 뭘한다?
[블] 바로 그거야.
(침묵)
[에] 우선 일어나볼까?
[블] 또 해보는 거지 뭐.
(둘은 일어선다)
[에] 그렇게 어렵지도 않은데.
[블] 한다면 하는 거지 뭐.
[에] 그럼 이젠 뭘한다?
[포] 사람 살려!
[에] 그만 가자.
[블] 갈 순 없다.
[에] 왜?
[블] 고도를 기다려야지.
[에] 참 그렇지(사이) 뭘 할까?
[포] 사람 살려!
[블] 살려 줄까?
[에] 어떻거면 되지?
[블] 저 놈이 일어나고 싶어하니까.
[에] 그래서?
[페이지] 에-143,, 0A1430
[블] 저 놈이 일어날 수 있도록 거들어 주는거지.
[에] 좋아. 그럼 거들어주자. 우물쭈물할 건 없지.
(그들은 포조가 일어나는 것을 거들어 준다. 두 사람이 떨어지자 포조가 다시 쓰러진다)
[블] 붙잡고 있어야 해. (같은 동작. 포조가 두 사람 사이에 서서 그들의 목에 매달린다)일어서 있어도 어색하지 않게 해줘야지. (포조에게)좀
괜찮아졌오?
[포] 당신들은 누구요?
[블] 우릴 모르시겠오?
[포] 눈이 멀어서
(침묵)
[에] 그럼 장래의 일은 잘 볼지도 모른다.
[블] (포조에게)언제부터요?
[포] 전에는 눈이 아주 좋았다오, 헌데 당신들은 친구요?
[에] (야단스럽게 웃으며)우리더러 친구냐고 묻는 거야!
[블] 그게 아니라 우리가 자기 친구냐는 거지.
[에] 그건 어떨까?
[블] 친구는 친구지. 우리가 도와줬으니까.
[에] 맞았어! 친구가 아니라면 우리가 저를 도와줬을리가 없지.
[페이지] 에-144,, 0A1440
[블] 그럴 거다.
[에] 그렇구 말구--
[블] 그건 그 정도로 해두자.
[포] 당신들 강도는 아니오?
[에] 강도라구? 그래 우리가 강도로 보이냐?
[블] 그만해 둬. 장님이니까.
[에] 제길헐. 그렇구나!(사이) 제 입으로 그렇다니까---
[포] 내 곁을 떠나지 마오.
[블] 그건 걱정마슈.
[에] 당장이야 안 가니까.
[포] 지금 몇시오?
[에] (하늘을 살펴보며) 글쎄---
[블] 일곱시?---여덟시?
[에] 계절에 따라 다르지.
[포] 저녁이오?
(침묵.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이 서쪽을 바라본다)
[에] 도로 솟아오르는 것 같다.
[블] 그럴 리가!
[에] 혹시 새벽이 아닐까?
[블] 멍텅구리 같은 소리 말아. 그쪽은 서쪽이야.
[페이지] 에-145,, 0A1450
[에] 내가 뭘 안다구?
[포] (걱정스럽게)지금이 저녁때요?
[블] 하긴 움직이질 않았군.
[에] 도로 솟아오른대두.
[포] 왜 내 말엔 대답을 안하오?
[에] 엉터리 대답을 하지 않으려고 그래요.
[블] (안심시키듯이) 저녁때라오. 저녁때가 됐단 말이오. 이친구가 자꾸 딴 소리를 해서 나도 잠깐은 헛갈였었지. 하지만 난 오늘 이 긴 하루를
헛되게 보낸 건 아니오. 그래서 오늘의 과정도 이제다 끝나간다는 걸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거요.(사이) 그건 그렇고, 기분은 좀 어떻소?
[에] 언제까지 이 자를 이렇게 짊어지고 있어야 한다지? (그들은 포조를 반쯤 놓으려다가 또 넘어지려는 것을 보고 다시 붙잡는다) 우리가 무슨
버팀 기둥인가?
[블] 아까는 시력이 전엔 굉장히 좋았다고 하지 않았오?
[포] 그렇소. 무척 좋았지.
(침묵)
[에] (짜증을 내며) 계속해요. 계속해!
[블] 가만히 좀 나둬. 지금 옛날의 행복했던 시절을 되새기려고 애쓰는 거니까.(사이)<사라진 그 옛날의 아름다운 추억
[페이지] 에-146,, 0A1460
이어!>괴로울 거다!
[포] 그렇소. 기가 막혔지.
[블] 그런데 갑자기 그렇게 됐오?
[포] 정말 기가 막혔지!
[블] 그런데 갑자기 그렇게 됐는냐고 묻지 않소?
[포] 어느날 깨어보니 캄캄하더란 말이오. 마치 운명처럼.
(사이) 그래서 지금도 나는 혹시 내가 잠을 자고있는게 아닌가 의심이 날때가 있오.
[블] 그게 언제였오?
[포] 모르겠오.
[블] 하지만 어제까지만 해도----
[포] 묻지 마오. 장님에겐 시관관념이 없는 법이오.(사이)그리고 시간과 관련이 있는 것은 다 모른다오.
[블] 저런! 난 그 반대인줄 알았는데---
[에] 난 가겠다.
[포] 여기가 어디요?
[블] 모르겠오.
[포] 혹시 쁠랑슈라는 곳이 아니오?
[블] 모르겠다니까.
[포] 여기가 어떻게 생겼오?
[페이지] 에-147,, 0A1470
[블] (주위를 둘러보며) 뭐라고 설명할 수가 없군. 어떻게 생겼다고 말할 수가 없지. 여긴 아무것도 없으니까.
나무 한 그루가 있을분이오.
[포] 그렇다면 쁠랑슈는 아니겠군.
[에] (허리를 꺽으면서) 이것도 심심풀이라는 거냐?
[포] 내 하인은 어디 있오?
[블] 여기 있오.
[포] 그런데 왜 내가 부르는데 대답도 안할까?
[블] 내가 알게 뭐요?아마 자나보오.죽었는지도 모르고.
[포] 정말 어떻게 된 거요?
[에] 정말 어떻게 됐느냐니 원!
[블] 당신들은 둘이 다 넘어졌어요.
[포] 그럼 그놈이 다치지나 않았나 가봐주구려.
[블] 당신들은 둘이 다 넘어졌어요.
[포] 그럼 그놈이 다치지나 않았나 가봐주구려.
[블] 당신 곁을 떠날 수가 없는걸.
[포] 둘이 다 갈거야 없지 않소?
[블] (에스트라공에게) 뭘 기다리는 거야?
[페이지] 에-148,, 0A1480
[에] 고도를 기다리고 있는 거다.
[블] 이 친구가 어떻게 하면 될지 정확하게 얘기를 해보시죠.
[포] 우선 끈을 잡아끌라고 하시오. 물론 목은 조르지 않도록 조심을 해서 말이오. 그렇게 하면 보통은 반응이 있지. 그래도 반응이 없을 때는
아랫배건 얼굴이건 아무데나 마구 걷어차면 되오.
[블] (에스트라공에게) 알았지? 하나도 무서워할 것 없다.오히려 복수를 할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에] 그러다가 그놈이 덤벼들면?
[포] 아니 절대로 덤벼들진 못하오.
[블] 그럼 내가 달려가서 돌와줄께.
[에] 나를 꼭 지켜보고 있어! (그는 럭키에게오 간다)
[블] 우선 죽지나 않았나 잘보구. 죽엇으면 때릴것도 없으니까.
[에] (럭키를 굽어보고) 숨은 쉬는데
[블] 그럼 한대쳐!
(별안간 에스트라공은 흥분해서 으르렁 거리며 럭키에게 발길질을 한다. 그러다가 제 바을 다치고는 절룩거리고 앓는 소리를 내면서 물러난다.
럭키가 정신을 차린다)
[페이지] 에-149,, 0A1490
[포] 무슨 일이 또 일어났오?
[블] 친구가 다쳤다오.
[포] 그럼 럭키는?
[블] 정말 그 놈이오?
[포] 뭐라구?
[블] 정말 럭키냐 말이오.
[포] 무슨 말인지 모르겠오.
[블] 그리고 당신은 진짜 포조고?
[포] 분명 나는 포조요.
[블] 어제의 그 포조란 말이오?
[포] 어제라니?
[블] 우린 어제도 만났었지 않소?(침묵) 생각이 안나오?
[포] 난 어제 누구를 만난 기억이 없오. 내일이 되면 또 오눌 누구를 만났다는게 생각 안날 것이오. 그러니 내게 뭘 물어본다는건 쓸대없는
짓이오. 하여간 그런 얘긴 그만해둡시다. 일어서!
[블] 일어서는군.
(럭키가 일어나서 짐을 줍는다)
[포] 이젠 됐어.
[페이지] 에-150,, 0A1500
[블] 지금부터 어디로 가시오?
[포] 그런건 생각해보지도 않았오.
[블] 참 많이 변하셨구려!
(럭키가 짐을 싣고 포조의 앞에 와서 선다)
[포] 채찍! (럭키가 짐을 내려놓고 채찍을 찾아 포조에게 준 다음 다시 짐을 든다) 끈!
(럭키가 짐을 내려놓고 끈 한쪽끝을 포조의 손에 쥐어준 다음 다시 짐을 든다)
[블] 그 트렁크 속엔 뭐가 들어있오?
[포] 모래요(그는 끈을 잡아당긴다) 앞으로!
(럭키가 움직이기 시작. 포조는 그 뒤를 따른다)
[블] 아직은 가지 마시오.
[포] (발을 멈추며) 난 가겠오.
[블] 아무도 도와줄 수 없는데 가서 넘어지면 어쩔려구?
[포] 일어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는 거지. 그리고 나서 다시 떠나는 거요.
[블] 떠나기 전에 저자헌테 노래나 한 곡 부르게 하쇼.
[포] 누구 말이오?
[블] 럭키 말이오.
[포] 럭키에게 노래를?
[페이지] 에-151,, 0A1510
[블] 그러호. 아니면 생각을 하게 하던가. 낭독을 시켜도 좋고.
[포] 저 놈은 벙어리인걸.
[블] 벙어리라니!
[포] 그렇다니까. 신음 소리 한마디 못낸다오.
[블] 벙어리라! 언제부터 그렇소?
[포] (별안간 화를 내며) 그 놈의 시간 얘기를 자꾸 꺼내서 나람을 못살게 굴지 좀 말아요! 언제 언제 해대니 당신 정신 나간 사람 아니야? 어느
날이라고만 하면 되는 거지. 여느날과 같은 어느날 저 놈은 벙어리가 되고 난 장님이 된거요. 그리고 어느 날인가는 우리가 귀먹어리가 되겠고,
어느날 우리는 태어났고, 어느날 우리는 죽을 거요. 어느 같은날 같은 순간에 말이오. 그만하면 된것 아니냐 말이오? (더욱 침착하게)여자들은
무덤위에 걸터앉아 아이를 낳는 거지. 해가 잠깐 비추다가 곧 다시 밤이 오는 거요. (그는 끄을 잡아당긴다)앞으로! (그들은 퇴장한다. 블라디미르가
무대 끝까지 그들을 따라가서 그들이 사라지는 것을 지켜본다.무엇인가 쓰러지는 소리가 나는데 블라디미르의 흉내로 그들이 다시 넘어진것을 알 수
있다. 침묵. 블라디미르가 잠들고 있는 에스트라공 쪽으로 와서 잠시 그를 들여다보더니 그를 깨운다)
[페이지] 에-152,, 0A1520
[에] (질겁을 한 동작으로 두서없는 말을 중얼거리더니 마침내) 왜 잠도 못자게 하는 거야?
[블] 외로워서.
[에] 행복하게된 꿈을 꾸고 있었는데.
[블] 그럼 시간이 잘 지나갔겠구나.
[에] 꿈에 말이다.
[블] 닥쳐라!(사이) 그 자가 진짜로 장님이 되었을까?
[에] 누구?
[블] 진짜 장님이라면 시간관념이 없다는 말을 할까?
[에 ]누구 말이야?
[블] 포조
[에] 포조가 눈이 멀엇대?
[블] 제 입으로 그렇다고 했잖아?
[에] 그런데?
[블] 내 보기엔 우리를 보고 있는 것 같았어.(사이)
[에] 너 꿈을 꾼 모양이구나. (사이) 그만 가자. 별수 없다. 별수없구말구(사이) 그 작자가 아닌 게 확실하냐?
[블] 누구?
[페이지] 에-153,, 0A1530
[에] 고도 말야.
[블] 누가 고도라는 거야?
[에] 포조 말이다.
[블] 아냐. 그건 아니다. (사이)아니구 말구.
[에] 어쨌든 이젠 일어나야지.(힘겹게 일어선다) 아야!
[블] 이젠 무슨 생각을 해야할지 모르겠구나.
[에] 내 발이!(다시 앉아서 신을 벗으려 한다) 좀 거들어 줘!
[블] 남들이 괴로워하는 동안에 나는 잠들어 있었을까? 지금도 나는 자고 있는 걸까? 내일 깨어나면 오늘 일을 어떻게 생각하게 될는지? 내 친구
에스트라공과 함께 이 자리에서 밤이 올 때까지 고도를 기자린 걸 생각하게 될까? 포조가 그의 짐꾼과 같이 지나가다가 우리에게 얘기를 한 걸
생각하게 될까? 아마 그렇겠지. 하지만 이 모든게 어느 정도나 사실일까?(에스트라공은 구두를 벗으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벗겨지지 않는다. 그래서
다시 잠들어 버린다. 블라디미르가 그를 바라본다)저 친구는 아무것도 모르겠지. 얻어맞은 얘기나 또 할테고 내게서 당근이나 얻어먹겠지---(사이)
무덤 위에 걸터앉아 무서운 산고를 겪고 밑에서는 일꾼이 꿈 속에
[페이지] 에-154,, 0A1540
서처럼 곡괭이질을 하구. 사람은 서서히 늙어가는데 하늘은 우리의 외침으로 가득하구나. (귀를 기울인다) 하지만 습관은 우리의 귀를 틀어
막지(에스트라공을 바라본다) 나 역시 다른 사람들이 바라보고 있겠지. 그리고 말하겠지. 저자는 잠들고 있다. 아무것도 모른다. 자게
내버려두자고.(사이) 이 이상은 버틸 수가 없구나. (사이) 내가 무슨 말을 지껄였지?
(그는 부산스럽게 왔다 갔다하다가 마침내 왼쪽 무대 출입구 가까이 가서 먼 곳을 바라본다. 오른쪽에서 어제 왔던 소년이 들어온다. 걸음을
멈춘다. 침묵)
[소] 아저씨...(블라디미르가 돌아선다) 알베르 아저씨는...
[블] 다시 시작하는 수밖에 (사이 소년에게) 너 나 모르겠니?
[소] 모르겠어요.
[블] 너 어저께도 왔었지?
[소] 아니요.
[블] 그럼 처음 오는 거냐?
[소] 네.
(침묵)
[블] 고도씨의 심부름이냐?
[페이지] 에-155,, 0A1550
[소] 네
[블] 오늘 밤에는 못오겠다는 얘기겠지?
[소] 네
[블] 하지만 내일은 온다는 거구?
[소] 네
[블] 내일은 틀림 없겠지?
[소] 네
(침묵)
[블] 오다가 누굴 만나지 않았니?
[소] 아뇨.
[블] 두...(망서리다가) 사람 말이다.
[][소] 아무도 못봤어요.
(침묵)
[블] 그래. 고도씨는 뭘하고 있냐? (사이) 내 말 듣고 있는 거냐?
[소] 네
[블] 그럼?
[소] 아무것도 안해요.
(침묵)
[블] 너의 형은 잘있냐?
[소] 아파요.
[페이지] 에-156,, 0A1560
[블] 그럼 어제 온 건 형이었보구나.
[소] 모르겠어요.
[블] 수염이 있냐. 고도씨는?
[소] 네
[블] 노란 수염이냐. 아니면...(망서리다가)까망 수염이냐?
[소] (망서린다)...흰 수염 같아요.
(침묵)
[블] 하나님 맙소사!
(침묵)
[소] 고도씨에게 가서 뭐라고 할까요?
[블] 가서 이렇게 말해라.(말을 중단)...나를 만났다고 말해라.(생각한다) 그냥 나를 만났다고만 해. (사이.블라디미르 앞으로 나오자 소년은
물러선다. 블라디미르 멈추자 소년도 멈춰선다) 틀림없이 넌 나를 만난 거다. 내일이 되면 또 나를 만난 일이 없다는 소리는 안하겠지?
(침묵. 블라디미르가 별안간 앞으로 달려들려 하자 소년은 쏜살같이 달아난다. 침묵. 해가 지고 달이 떠오른다. 블라디미르는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에스트라공이 잠에서 깨어 구두를 벗고 일어선다. 손에는 구두를 무대 전면에 갖다 놓고 블라디미
[페이지] 에-157,, 0A1570
르 쪽으로 가며 그를 바라본다)
[에] 왜 그러니?
[블] 아무것도 아니다.
[에] 난 가겠다.
[블] 나도 가야지.
(침묵)
[에] 내가 오래 잤니?
[블] 모르겠다.
(침묵)
[에] 어디로 갈까?
[블] 멀리 갈 순 없지.
[에] 아냐.아냐 여기서 멀리 가버리자.
[블] 그럴 순 없다.
[에] 왜?
[블] 내일 다시 와야할테니까.
[에] 뭣하러 또 와?
[블] 고도를 기다리러
[에] 참 그렇지 (사이) 안 왔었냐?
[블] 안 왔다.
[에] 지금은 너무 늦었다.
[페이지] 에-158,, 0A1580
[블] 그래 밤이 됐구나.
[에] 바람을 맞혀버릴까?(사이) 바람을 맞혀버리는게 어때?
[블] 우릴 벌할걸(침묵.나무를 바라본다) 나무만이 살아있구나.
[에] (나무를 바라보며) 저게 뭐냐
[블] 나무다.
[에] 아니 무슨 나무냐 말이야.
[블] 모르겠다.버드나무인 것 같다.
[에] 가까이 가보자(블라디미르를 끌고 나무 가까이로 간다.침묵)목이나 맬까?
[블] 무얼루?
[에] 너 끈 오라기라두 없냐?
[블] 없다.
[에] 그럼 할 수 없군.
[블] 가자.
[에] 잠깐만. 내 혁대가 있다.
[블] 그건 너무 짧다.
[에] 네가 내 다리를 잡아당겨주면 된다.
[블] 그럼 내 다리는 누가 잡아 당겨주게?
[에] 참 그렇구나.
[페이지] 에-159,, 0A1590
[블] 어쨌던 어떻게 되는지 보기나 하자. (에스트라공이 바지에 매어있던 끈을 푼다.바지통이 너무커서 발목까지 흘러내린다. 둘은 나무를
바라본다) 이걸로도 안될건 없겠다. 하지만 단단할까?
[에] 어디 보자. 잡어
(그들은 각기 한쪽 끝을 잡고 잡아당긴다. 끈이 끊어지는 바람에 그들은 넘어질 뻔한다)
[블] 아무 짝에도 못쓰겠구나.
(침묵)
[에] 정말 내일 또 와야하니?
[블] 그래.
[에] 그럼 내일은 든든한 끈을 가지고 오자.
[블] 그래.
[에] 디디
[블] 왜?
[에] 이 지랄은 이제 더는 못하겠다.
[블] 다들 하는 소리지.
[에] 우리 헤어지는게 어떨까? 그레 나을지도 모른다.
[블] 내일 목이나 매자(사이) 고도가 안오면 말야.
[에] 만일 온다면?
[페이지] 에-160,, 0A1600
[블] 그럼 살게 되는 거지.
(블라디미르가 모자를 벗는다. 그것은 럭키의 모자다. 그는 모자 안을 들여다 보고 손을 넣어보고 흔들어 본 다음 다시 쓴다)
[에] 그럼 갈까?
[블] 바지나 추켜 올려.
[에] 뭐라구?
[블] 바지나 추켜 올리라구.
[에] 바지나 벗으라구?
[블] 추켜올리라니까.
[에] 참 그렇군.
(그는 바지를 추켜올린다.침묵)
[블] 그럼 갈까?
[에] 가자
(둘은 그러나 움직이지 않는다)
-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