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 국어/현대문학

조그만 사랑 노래, 황동규 [현대시]

Jobs 9 2022. 3. 18.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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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만 사랑 노래

황동규

어제를 동여맨 편지를 받았다.
늘 그대 뒤를 따르던
길 문득 사라지고
길 아닌 것들도 사라지고
여기 저기서 어린 날
우리와 놀아주던 돌들이
얼굴을 가리고 박혀 있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추위 환한 저녁 하늘에
찬찬히 깨어진 금들이 보인다.
성긴 눈 날린다.
땅 어디에 내려 앉지 못하고
눈 뜨고 떨며 한없이 떠다니는
몇 송이 눈
 

 

개관

- 주제 사랑의 상실로 인한 슬픔 / 암울한 시대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과 절망
- 성격 : 현실 참여적, 연가풍, 서정적, 상징적, 감상적, 성찰적, 애상적
- 표현
* 애상적이고 안타까운 어조
* 비약과 압축을 통해 시적 모호성을 추구함.
* 서경을 통해 화자의 서정을 은근히 드러냄.
* 상실과 소멸의 이미지(동여맨, 사라지고, 가리고, 깨어진, 떠다니는)를 통해 주제를 형상화함.
* 제목의 중의성(화자는 이별을 통보받았지만, 사랑의 인연을 송두리째 포기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사랑을 이어가려고 고민하지만 현실의 상황은 너무도 암담하다. 그러한 사랑이 복원될 실마리가 보이지 않으므로 화자의 사랑은 '조그마한' 것일 수밖에 없다. 또, 그러한 사랑을 노래하는 목소리조차 조그맣기만 하기에 '사랑의 노래' 역시 '조그만' 것일 수밖에 없다. 이렇듯 사랑이 조그만 것일 수도 있고, 사랑노래가 조그만 것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 시의 제목은 중의적이다.)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어제를 동여맨 편지 → '낯설게 하기' 수법 /  어제와 오늘 내일을 단절시키는 편지(단절과 상실의 정서) / 지난 날 추구해 오던 가치가 이제는 억류된 상황을 의미함. / 1972년의 정치 파동이 그때까지의 민주주의의 이상 추구를 부정해 버렸다는 의미를 함축함.
* 편지를 받았다 → 이별을 통보 받음.
* 그대 뒤를 따르던 / 길 문득 사라지고 / 길 아닌 것들도 사라지고 → 추구해 오던 가치의 사라짐, 방향성의 상실 / 그대 뒤를 따르던 길은 '과거'를 의미하고 '길 아닌 것들'은 장차 길이 될 수도 있는 가능성을 지닌 것으로 아직 실현되지 않은 미래를 가리킨다고 본다면, 어제와 오늘의 단절이 다시 오늘과 내일을 단절시키는 상황을 암시한다고 할 수 있다.
* 우리와 놀아주던 돌 → 어린 시절 즐겁과 순수했던 추억과 관련된 것.  과거의 소중했던 가치
* 돌들이 얼굴을 가리고 박혀 있다 → 슬픔의 정황을 나타낸 것으로, 추억이 더 이상 행복하지도 자랑스럽지도 않은 상태를 가리킴. / 바람직하지 못한 어긋난 상황으로 나아가는 당시의 현실, 의인법
* 추위 환한 저녁 하늘 → 당대의 안타깝고 고통스런 현실 상황
* 깨어진 금들 → 깨어지고 훼손된 추억의 상처, 지켜야 할 원칙의 무너짐
* 땅 어디에 내려앉지 못하고 / 눈 뜨고 떨며 한없이 떠나디는 / 몇 송이 눈 → 지상에 매여 있기를 거부하고 내려앉기를 겁내는 '몇 송이 눈'은 화자(시인)의 정신의 자유로움을 지향하려는 태도의 반영인 것이다. 또, 그것은 일상화 되는 것을 거부하려는 정신의 고고한 모습이기도 하다. 또한  불안과 방황의 이미지를 환기하기도 함. 
* 눈 → 화자의 내면 의식이 투영된 대상물
 
시상의 흐름(짜임)
- 1~4행 : 과거와 현재의 단절
- 5~7행 : 암울한 현실 상황(추억마저 보이지 않는 현실)
- 8~9행 : 절망적 현실에 대한 재인식(현실의 아픔에 대한 자각)
- 10~13행 : 방황하고 불안해하는 화자의 내면 풍경

 

이해와 감상
제목이 말해 주듯이 이 시는 사랑 노래(연가)이다.  이 사랑 노래는 한 개인에게 전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사회와 국가와 같은 공동체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 특징이 있다.  사회, 국가와 같은 공동체에 대한 사랑을 토로하고 있는 이 작품에서 서정적 화자는 짙은 안타까움과 슬픔을 느끼고 있다. 이러한 정서를 느끼는 것은 1972년 무렵의 우리 공동체가 바람직한 방향과는 어긋난 방향으로 움직여 나갔다는 사실과 관련되어 있다. 
천지가 흰 눈으로 덮여 사물과 사물의 경계가 없어진 상태에서, 혼자만이 깨어 한 곳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워지려는 투명한 정신의 지향을 '눈'이라는 상관물을 통해서 노래하고 있는 작품이다. 이 시에서 '어제를 동여맨 편지'는 '행복했던 과거와의 단절'을 의미하고 있다. 시적 화자는 '길', '돌' 등이 의미하는 과거의 소중했던 가치들을 상실한 상태에 놓여 있다. 이런 암울하고 절망적인 상황을 '추위 가득한 저녁 하늘'이라고 노래하고 있다. 연시풍으로 시상이 전개되는 이 작품은 상징적 시어들을 다양하게 구사하면서 고통스럽고 절망적인 시대상을 절묘하게 노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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