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영시, Poem, English poetry

Le Pont Mirabeau, The Mirabeau Bridge, Guillaume Apollinaire, 미라보 다리, 욤 아폴리네

Jobs9 2024. 10. 28.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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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irabeau Bridge

Under the Mirabeau bridge flows the Seine
And our loves
Must I remember them
Joy always followed pain

The night falls and the hours ring
The days go away I remain

Hand in hand let us stay face to face
While underneath the bridge
Of our arms passes
The water tired of the eternal looks

The night falls and the hours ring
The days go away I remain

Love goes away like this flowing water
Love goes away
Life is so slow
And hope is so violent

The night falls and the hours ring
The days go away I remain

Days pass by and weeks pass by
Neither past time
Nor past loves will return
Under the Mirabeau bridge flows the Seine

The night falls and the hours ring
The days go away I remain

 

 

Le Pont Mirabeau

 

Sous le pont Mirabeau coule la Seine
Et nos amours
Faut-il qu’il m’en souvienne
La joie venait toujours après la peine

Vienne la nuit sonne l’heure
Les jours s’en vont je demeure

Les mains dans les mains restons face à face
Tandis que sous
Le pont de nos bras passe
Des éternels regards l’onde si lasse

Vienne la nuit sonne l’heure
Les jours s’en vont je demeure

L’amour s’en va comme cette eau courante
L’amour s’en va
Comme la vie est lente
Et comme l’Espérance est violente

Vienne la nuit sonne l’heure
Les jours s’en vont je demeure

Passent les jours et passent les semaines
Ni temps passé
Ni les amours reviennent
Sous le pont Mirabeau coule la Seine

Vienne la nuit sonne l’heure
Les jours s’en vont je demeure


This poem has been chiming in my head like a song on repeat for the past few weeks. I live near the Pont Mirabeau, and had read this poem a long time ago, but it had never really meant much to me. However, crossing the bridge the other day I noticed that there is a plaque with the first verse and refrain of this poem inscribed on it. I noticed how the music of the rhyme of the refrain reflects the magic, hypnotic banality of the river’s slow movement, and so I dug up the poem as soon as I got home. 

I have tried to translate it as faithfully as possible, but found it difficult to recreate the music and rhyme of the French… For me, Le Pont Mirabeau makes me think about the unending torrents of people that flow through Paris every day. I often think about this, especially when I see old footage of horses and carriages, or men in tailcoats and top hats walking along the Rue de Rivoli or admiring the construction of the Eiffel Tower. The city hardly changes at all, but the people – so flimsy and fragile – live out there lives and loves here, die, and are then replaced by other lives and stories that begin and end. It’s like the water under the solid, seemingly unmovable Mirabeau Bridge. 

There is certainly a sadness to the poem, and in the idea of love and time flowing past, as unretreivable as the river flowing under the bridge. But I also find something consoling in the resolute solidity of the bridge, which ‘remains” despite the days going by. Though life (and perhaps love) is transitory, there is still art – what we create and leave behind us – which is immortal. To my mind, the bridge in this poem represents the poem, the painting, the symphony, the building, the city – which man creates as a flag to his experience. 




미라보 다리

미라보 다리 아래 센 강이 흐른다
우리 사랑을 나는 다시
되새겨야만 하는가
기쁨은 언제나 슬픔 뒤에 왔었지

밤이 와도 종이 울려도
세월은 가고 나는 남는다
 
손에 손잡고 얼굴 오래 바라보자
우리들의 팔로 엮은
다리 밑으로
끝없는 시선에 지친 물결이야 흐르건 말건
 
밤이 와도 종이 울려도
세월은 가고 나는 남는다
 
사랑은 가 버린다 흐르는 이 물처럼
사랑은 가 버린다
이처럼 삶은 느린 것이며
이처럼 희망은 난폭한 것인가
 
밤이 와도 종이 울려도
세월은 가고 나는 남는다
 
나날이 지나가고 주일이 지나가고
지나간 시간도
사랑도 돌아오지 않는다
미라보 다리 아래 센 강이 흐른다
 
밤이 와도 종이 울려도
세월은 가고 나는 남는다
 
 
마리 로랑생.
  〈미라보 다리〉는 기욤 아폴리네르(G Apollinaire·1880~1918)가 1912년 2월에 발표했는데 5년 동안 연인관계였던 화가 마리 로랑생과의 결별이 이 시를 낳았다. ‘사랑은 가 버린다 흐르는 물처럼’에서 보듯 시간의 덧없음과 사랑의 종말을 담고 있다.
 
  마리 로랑생도 큰 충격을 받았던 모양이다. 그녀는 아폴리네르를 떠올리며 “버림받은 여자보다, 떠도는 여자보다, 죽은 여자보다 더 불쌍한 것은 잊힌 여자”라고 한탄한 일화가 지금도 회자된다. 
 
  아폴리네르의 시는 근엄하지도 가볍지도 않다. 자신에게 닥친 일들을 고백하듯 쉽게 시를 썼다. 1차 세계대전 당시 총탄이 빗발치던 참호 속에서도 시를 쓸 수 있었다. 그래서 “넓은 (시의) 밑천을 타고났다”는 말이 나온다. 스스로도 “내 시 한 편 한 편은 내 생애 일어난 사건들의 기념”이라고 말했었다. 
 
  시인은 가난한 방랑자였다. 은행의 하급직원, 출판사 보조원, 자유기고가 등으로 일하며 20세부터 25세까지 네덜란드, 독일(라인 강변) 등지를 떠돌았다. 그런 보헤미안 기질이 어떤 이론이나 유파(流派)에 귀속되지 않고 놀라운 통찰력으로 독특한 시를 썼다. 그러다 피카소, 마티스 같은 입체주의 미술에 영향받아 시에 입체파 미술을 결부시키려 했고 이후에는 초현실주의 유파로 빠져들었다. ‘초현실주의(surrealisme)’라는 용어를 처음 쓴 이가 아폴리네르다. 
 
  1950년대 전후 한국 문단의 모더니스트 그룹을 이끌던 시인 박인환(朴寅煥·1926~1956) 하면 그가 종로에 문을 열었던 ‘마리서사’라는 서점이 떠오른다. ‘마리’라는 이름은 아폴리네르의 연인 ‘마리 로랑생’에서 따온 이름이다. ‘마리서사’는 갈 곳 없던 당대 시인들의 사랑방 노릇을 했는데 김광균, 김규동, 이봉구, 박영준, 김수영, 이시우, 설정식, 김기림 같은 모더니즘 유파의 문인들이 이곳을 드나들었다.

서울 종로 3가 2번지 파고다공원 근처에 자리했던 서점 마리서사. 시인 박인환이 소장하던 문화·예술 서적이 가득했다고 한다.
  박인환의 시 〈세월이 가면〉(1956년작)은 〈미라보 다리〉와 비슷한 느낌을 준다. 〈미라보 다리〉에서 ‘세월은 가고 나는 남는다’가 〈세월이 가면〉에서 ‘사랑은 가고 과거는 남는 것’으로 표현됐다. 아무래도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지금 그 사람의 이름은 잊었지만/ 그의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어//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고/ 과거는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치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의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어/ 내 서늘한 가슴에 있건만
 
  -〈세월이 가면〉 전문
 
 
  아폴리네르와 한국의 모더니스트들

아폴리네르의 국내 번역 시집 《사랑받지 못한 사내의 노래》(민음사, 2016).
  1956년 환도(還都) 후 예술가들의 아지트인 서울 명동에서 박인환은 〈세월이 가면〉에 샹송과 같은 곡을 붙여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박인환의 〈목마와 숙녀〉(1955년작)도 〈미라보 다리〉와 비슷한 시어가 등장한다. ‘세월은 가고 오는 것/ 이제 우리는 작별하여야 한다’가 그렇다. 
 
  사실 ‘목마’와 ‘숙녀’라는 유사성이 없는 두 단어가 한 편의 시로 창작된 예로 아폴리네르의 초현실주의와 상관이 깊다. 초현실주의 창작론 중에 절연(絶緣·depaysement)이란 표현 방식이 있다. 두 개의 떨어져 있는 현실을 접근시키는 데서 나온 말이다. 접근시키는 현실의 관계가 멀면 멀수록 감동적 힘이 시적 현실성을 가지게 된다. 
 
  앙드레 브르통이 1932년 펴낸 시집 《백발(白髮)의 권총》에서 ‘백발’과 ‘권총’의 관계가 그렇다. 1930년대부터 모더니즘 경향의 시를 쓴 김기림(金起林·1908~?)은 〈바다와 나비〉(1939년작)에서 ‘바다’와 ‘나비’라는 낯선 두 개의 단어로 시를 썼는데 ‘나비’는 새로운 세계를 열망하는 존재, ‘바다’는 냉혹한 현실의 세계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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