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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H. 곰브리치, 서양미술사, 14장 전통과 혁신 Ⅱ- 15세기: 북유럽

Jobs9 2024. 1. 22.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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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장 전통과 혁신 Ⅱ

- 15세기: 북유럽

 

175 <케임브리지의 킹스 칼리지 예배당>, 1446년 착공. ‘수직’ 양식

 

영국에서 소위 ‘수직 양식’으로 알려진 고딕 양식의 마지막 단계에서 이런 경향들이 생겨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 수직 양식이란 명칭은 장식에 있어서 그 이전 시대의 장식적인 트레이서리의 곡선과 아치보다 직선을 더 빈번하게 사용한 14세기 말과 15세기 초 영국 건축의 특징을 나타내기 위해서 만들어진 말이다. 이 양식으로 가장 유명한 예는 1446년 착공된 케임브리지의 킹스칼리지 예배당(도판 175)이다. 이 예배당의 형태는 그전 시대의 고딕 양식의 내부 형태보다 훨씬 더 단순하다. 측랑이 없기 때문에 기둥과 가파른 아치도 없다. 269~270

 

르네상스가 다른 어느 곳에서 보다 이탈리에서 승리를 거둔 반면, 15세기의 북유럽은 아직 고딕 전통을 충실히 지키고 있었다. 반 에이크 형제의 위대한 혁신에도 불구하고 미술은 여전히 과학의 문제라기보다는 관습과 관례의 문제로 생각되었다. 270

 

179 로지에르 반 데르 웨이든,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 1435년경. 제단화, 목판에 유채, 220x262cm, 마드리드 프라도 박물관

 

로마를 방문한(1450년의 순례 여행) 또 한 사람의 위대한 북유럽 화가는 로지에르 반 데르 웨이든(1400?-64)이었다.(…) 도판 179는 십자가에서 예수를 내리는 장면을 그린 대형 제단화이다. 우리는 로지에르가 반 에이크와 같이 머리카락 하나하나, 바느질 솔기 하나하나 등 모든 세부를 충실하게 재현할 수 있었음을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그림은 현실적인 장면을 묘사한 것은 아니다.(…) 폴라이우올로가 직면했던 문제들을 되새겨보면 우리는 로지에르가 내린 결정이 현명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러한 방법으로 고딕 미술의 주요 개념들을 새로운 사실적인 양식으로 번안함으로써 로지에르는 북유럽의 미술에 큰 공헌을 했다.(…) 북유럽의 미술가들은 미술의 새로운 요구와 미술이 오랫동안 복무해온 종교적인 목적을 융화시키려고 노력했다. 274~276

 

180 후고 반 데르 후스, <성모의 임종>, 1480년경. 제단화, 목판에 유채, 146.7x121.1cm, 브뤼주 박물관

 

15세기 후반에 가장 위대한 플랑드르의 화가 중의 한 사람인 후고 반 데르 후스의 미술에는 얀 반 에이크의 평온한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무엇인가 긴장되고 진지한 것이 있다. 도판 180은 그의 작품인 <성모의 임종>이다. 무엇보다 우리를 감동시키는 것은 성모의 임종을 지켜보고 있는 12사도들의 다양한 반응을 묘사한 그 훌륭한 솜씨이다. 276

 

15세기 중엽에 독일에서는 미래의 미술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으며 미술뿐만 아니라 인쇄술의 발명에도 커다란 영향을 끼친 대단히 중요한 미술 기법이 발명되었다. 이로써 그림을 인쇄하는 것이 책을 인쇄하는 것보다 수십 년 앞서게 되었으며 성인들의 성상과 기도문이 들어 있는 작은 책자들은 인쇄되어 순례자들과 신도들의 신심을 위해서 배포되었다.(…) 그림을 인쇄하는 이 간단한 기술을 목판화술이라고 한다. 281

 

중세 말기의 대중적인 판화의 성격은 우리 시대의 가장 훌륭한 포스터를 생각하게 한다. 즉 포스터는 윤곽이 단순하고 수법에 있어서는 경제적인 것이다. 그러나 당시의 미술가들은 오히려 다른 야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세부를 완벽하게 묘사할 수 있는 그들의 능력과 관찰력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들은 나무 대신 동판을 사용한 것이다. 282

 

185 마르린 숀가우어, <거룩한 밤>, 1470-3년경. 동판, 25.8x17cm

 

15세기의 가장 위대하고 유명한 동판화가는 오늘날 알사스 지방인 라인 강 상류의 콜마르에 살았던 마르틴 숀가우어(1453?-91)였다. 도판 185년 숀가우어의 동판화 <거룩한 밤>이다. 283

 

목판술과 동판술은 순식간에 전 유럽에 전파되었다. 이탈리아에는 만테냐와 보티첼리 풍의 동판화가 제작되었고 네덜란드와 프랑스에는 다른 유파의 동판화들이 제작되었다. 판화는 유럽의 예술가들에게 서로 다른 유파들의 미술 개념을 배울 수 있게 해준 또 하나의 새로운 수단이 되었다. 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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