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정희성
어느 날 당신과 내가
날과 씨로 만나서
하나의 꿈을 엮을 수만 있다면
우리들의 꿈이 만나
한 폭의 비단이 된다면
나는 기다리리,
추운 길목에서
오랜 침묵과 외로움 끝에
한 슬픔이 다른 슬픔에게 손을 주고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의
그윽한 눈을 들여다볼 때
어느 겨울인들
우리들의 사랑을 춥게 하리
외롭고 긴 기다림 끝에
어느 날 당신과 내가 만나
하나의 꿈을 엮을 수만 있다면
개관
- 주제 : 당신을 향한 그리움, 당신과 하나의 꿈을 이루며 살고 싶은 소망
- 성격 : 서정적, 낭만적, 의지적
- 특성
① '당신'과 '나'를 날실과 씨실에 비유하여 시상을 전개함.
② 수미상관의 기법을 통해 화자의 소망을 강조함.
③ 가정적 표현으로 시를 끝맺음으로써 여운을 남기고 있음.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비단 → 아름다운 사랑의 결실
* 추운 골목 → 시련과 고난
* 어느 겨울 → 시련과 고난
시상의 흐름(짜임)
- 1~5행 : 당신과 '나'가 하나의 꿈을 이루기를 소망함.
- 6~12행 : 시련과 고난을 이긴 뒤에 만난 당신과 '나'
- 13~15행 : 당신과 만나 하나의 꿈을 꾸기를 소망함.
이해와 감상
당신과 하나의 꿈을 이루며 살아가고 싶은 화자의 소망을 서정적이고 낭만적인 시어를 통해 아름답게 형상화한 시이다. 화자는 당신과 '나'가 엮는 꿈이 한 폭의 비단이 된다면 추운 겨울을 능히 이겨낼 수 있고, 외롭고 긴 기다림도 견딜 수 있다고 하였다. 여기서 화자가 말하는 '꿈'이란 온갖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반드시 지켜야 할 가치 있는 모든 것을 함축하고 있다. 따라서 이 시는 사랑하는 연인이 사랑의 힘으로 역경을 극복하기를 소망하는 시, 암울한 역사적 상황 앞에서 고통의 삶을 이어가는 이들이 밝은 미래를 고대하는 시, 화해와 사랑이 넘치는 공동체적 삶을 바라는 시 등으로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다.
◆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의 지향점
정희성이 자신을 가두었던 은유의 세계를 폐하면서 나아가고자 했던 곳은 이 시에서 알 수 있듯이 '당신과 내가 / 날과 씨로 만나서 / 하나의 꿈을 엮'는 세계라 할 것이다. 그 세계는 비슷한 존재끼리의 단순한 연합에 의해서가 아니라 '한 슬픔이 다른 슬픔에게 손을 주고 /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의 / 그윽한 눈을 들여다보는' 적극적인 연대성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세계이다. 물론 그 연대를 이끄는 근본 힘은 사랑이다. 이 사랑 의식에 충만할 때, 겨울로 표상되는 어두운 현실은 사라질 것이고, 사회적 소통의 단절에서 온 은유의 단절 역시 사라질 것이다. 정희성이 갈구한 꿈이란 바로 당신과 내가 하나가 되는 공동체로 집약된다. 또한 그것은 개인의 언어가 집단의 언어가 되는 현실, 당신과 내가 구분되는 사회가 아니라 당신과 내가 하나가 되는 공동체이기도 하다.
◆ 70년대, 그 가파른 시대의 사랑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는 젊은 시절, 이른바 '가파른 시대'의 사랑을 노래하고 있다. 정희성은 시집 「시를 찾아서」의 후기에 '내가 시를 쓰기 시작한 1970년대 이후 20년 간은 가파른 시대였다. 유신에 반대하던 나의 벗들은 직장에서 쫓겨나고 감옥에 갇힌 바 되었다. 마침내 나는 고전적인 시인을 포기하고 현실적인 시인이 되려고 노력하게 되었다.' 라고 고백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한 슬픔이 다른 슬픔에게 손을 주고 /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의 / 그윽한 눈을 들여다볼 때 / 어느 겨울인들 / 우리들의 사랑을 춥게 하리.'라고 '겨울'의 사랑을 노래한다. 그 사랑은 사랑 자체의 온도를 노래하지 못한다. '하나의 꿈'을 향한 사랑이고 그 사랑은 일종의 동지적 관계처럼도 보인다. 그래서 더 쓸쓸하다. 사랑을 하고 또 사랑을 노래해도 늘 시대의 고뇌를 동반해야 했던 비극이 가난한 시절의 옷가지들처럼 쓸쓸하게 비치는 것이다. 사랑의 뜨거운 온도 대신 깊게 가라앉은 '희망'을 어렵사리 불러내야 하는 힘겨운 주인공들을 바라보라. 파김치가 되어 힘겹게 만남을 이어 가는 가난한 젊은 여인의 모습이 떠올라 안쓰럽기만 하다. 그럼에도 내면에는 서로가 씨줄과 날줄이 되어 '비단'을 만들어 보자 하는 꿈이 꿈틀대고 있으니 사랑은 얼마나 위대한 생존의 에너지인가.
시인은 그 시대를 벗어난 어느 날 문득 봄이 오려는 기미를 이렇게 노래한다. '이제 내 시에 쓰인 / 봄이니 겨울이니 하는 말로 / 시대 상황을 연상치 마라 // 나는 사랑을 시작했네 // 저 산에도 봄이 오려는지 / 아아, 수런대는 소리' ('봄 소식') 이제 겨울이 가고, 아니 겨울을 이기고 봄이 오는 순리처럼 시대를 벗어난 순연한 사랑을 시작했다는 고백이 두 편의 시의 간격을 메우며 환희롭다. 어느 자리에선가 조용히 어린아이처럼 걱정에 가득 찬 표정으로 노모를, 또 가정사의 사소한 걱정을 아주아주 진지하게 털어놓던 순수한 음성도 생각난다.
공무원 두문자 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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