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 국어/현대문학

설일(雪日), 김남조 [현대시]

Jobs 9 2022. 2. 10.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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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일(雪日)

김남조

겨울 나무와
바람
머리채 긴 바람들은 투명한 빨래처럼
진종일 가지 끝에 걸려
나무도 바람도
혼자가 아닌 게 된다.

혼자는 아니다
누구도 혼자는 아니다
나도 아니다.
실상 하늘 아래 외톨이로 서 보는 날도
하늘만은 함께 있어 주지 않던가.

삶은 언제나
은총(恩寵)의 돌층계의 어디쯤이다.
사랑도 매양
섭리(攝理)의 자갈밭의 어디쯤이다.

이적진 말로써 풀던 마음
말없이 삭이고
얼마 더 너그러워져서 이 생명을 살자.
황송한 축연이라 알고
한 세상을 누리자.

새해의 눈시울이
순수의 얼음꽃,
승천한 눈물들이 다시 땅 위에 떨구이는
백설을 담고 온다.

 

개관

- 주제 : 신의 존재를 느낌으로써 고독을 극복하고, 너그러운 삶을 살아가려는 새해의 다짐

- 성격 : 감각적, 서정적, 기원적
- 표현 :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를 구체적 사물로 시각화함(바람-빨래, 은총-돌층계, 섭리-자갈밭) / 의인법, 은유법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나무 → 혼자가 아니라는 인식의 대상
겨울 바람 → 현실
머리채 긴 바람들은 투명한 빨래처럼 / 진종일 가지 끝에 걸려 → 바람부는 모습을 시각화
하늘 → 신앙적 믿음의 대상
은총의 돌층계 → 눈에 보이지 않는 신의 은총을 시각화
섭리의 자갈밭 → 눈에 보이지 않는 신의 섭리를 시각화
 3연 → 층계를 오르는 것 같은 삶의 힘듦도, 자갈밭을 걷는 것 같은 사랑의 역경도 결국은 신의 은총이며 섭리라는 시적 화자의 깨달음
이적진 말로써 풀던 마음 말로써 삭이고 → 내가 가진 세상의 모든 불평들에 대해 말로써 내뱉으며 타인만을 탓하던 모습에서 이제는 조용히 내 내면을 먼저 살펴보아야 한다는 시적 화자의 자아성찰의 자세(한 해를 맞이하는 시적 화자의 각오임)
얼마 더 너그러워져서 이 생명을 살자 → 시적 화자 자신의 내적 다짐이자 독자를 향한 제언임.
황송한 축연이라 알고 / 한 세상을 누리자 → 우리가 가진 생명의 삶은 하늘이 베풀어 준 잔치이므로 단순히 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아닌 '누리며' 살겠다는 화자의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삶의 자세를 드러냄.
백설 → 단순한 자연현상에 의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가슴 속에 지닌 순수한 마음과 안으로 삭인 슬픔의 눈물이 하늘에 올라 눈이 내리는 것으로 보고 있다.(의인, 은유) 

시상의 흐름(짜임)
- 1연 : 혼자가 아니라는 인식
- 2연 : 혼자가 아니라는 인식(1연에 대한 구체적이고 포괄적인 진술)
- 3연 : 삶과 사랑에 대한 이해
- 4연 : 너그러워진 삶에 대한 다짐(주제연)
- 5연 : 눈을 바라보는 마음

 

이해와 감상
독실한 카톨릭 신자인 김남조의 시에는 종교적인 신앙심이 곳곳에 배어 있다. 그의 시에는 신에 의탁하는 시인의 신에 대한 사랑, 그리고 삶에 대한 긍정적인 자세가 두드러진다. 이 시는 새해를 맞이하는 날의 눈 내리는 풍경을 배경으로 하여 신의 존재를 느끼며, 고독을 극복하고, 긍정적인 삶을 살고자 하는 화자의 다짐이 여성 특유의 감상을 바탕으로 잔잔하고 섬세하게 그려져 있다. 바람에 흔들리는 겨울나무를 보면서 혼자 서 있듯 보이는 나무도 바람이 있음으로 해서 그 흔들림이 보이고, 보이지 않는 바람도 흔들리는 나뭇가지에 의해 그 존재가 인식되듯 사람을 포함한 모든 준재는 서로에게서 그 누구도 혼자일 수 없다는 데서 이 시는 출발한다. 특히 어떤 상황에서도 하늘은 늘 우리와 함께 한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그 보이지 않는 하늘, 곧 신의 존재를 '은총의 돌층계', '섭리의 자갈밭' 등으로 시각화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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