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작납작 - 박수근 화법을 위하여
김혜순
드문드문 세상을 끊어내어
한 며칠 눌렀다가
벽에 걸어 놓고 바라본다.
흰하늘과 쭈그린 아낙네 둘이
벽 위에 납작하게 뻗어있다.
가끔 심심하면
여편네와 아이들도
한 며칠 눌렀다가 벽에 붙여놓고
하나님 보시기 어떻습니까?
조심스레 물어본다.
발바닥도 없이 서성서성.
입술도 없이 슬그머니.
표정도 없이 슬그머니.
그렇게 웃고 나서
피도 눈물도 없이 바짝 마르기.
그리곤 드디어 납작해진
천지 만물을 한 줄에 꿰어 놓고
가이 없이 한없이 펄렁펄렁
하나님, 보시니 마땅합니까?
개관
- 제재 : 박수근의 그림 <세 여인>
- 주제 : 서민들의 고달픈 세상살이에 대한 서글픔과 연민
- 성격 : 애상적, 비판적, 시각적
- 표현 : 설의적 표현을 통한 주제 암시
대상에 대한 발상의 전환을 보여 줌.
예술품의 수용 과정을 형상화함.
화가의 독특한 화법에 주목하면서 시적 의미를 새롭게 부여함.
예술 장르 간의 변용을 보여줌.(미술품 감상 → 창의적 발상 → 문학으로 재창조)
고달픈 삶을 살아가는 서민들을 동정하는 입장에서 하느님께 항변하는 목소리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드문드문 세상을 끊어내어 / 한 며칠 눌렀다가 / 벽에 걸어놓고 바라본다. → 미술 작품에 나타나는 표현 기법상의 특징을 시로 형상화해 예술 장르 간의 변용을 보여줌. / 입체적이고 연속적인 속성의 '세상'을 평면적이고 정지된 속성의 '그림'으로의 변용을 보여줌.
- 눌렀다가, 납작하게 → 삶의 무게에 짓눌려 고달프게 사는 서민들의 모습을 형상화함. / 박수근 화백의 화법의 특성을 나타내는 말 / 그림이 지닌 평면적이고 정지적인 속성을 나타내는 말
- 흰 하늘과 쭈그린 아낙네 둘, 여편네, 아이들 / → 그림의 소재로 평범하고 일상적인 소재임. / 서민의 삶을 상징하는 전형적인 인물
- 벽 위에 납작하게 뻗어 있다. → 억압과 삶의 무게에 눌려 안쓰럽고 고달프게 살아가는 삶.
- 한 며칠 눌렀다가 → 삶의 시련과 억압을 나타냄.
- 하나님 보시기 어떻습니까 → 서민들의 안타까운 삶에 대한 설의적 질문(비판적 인식이 담김.) / 서민들이 고달프게 살아가는 부정적 현실에 대한 비판이 담김. / 항변조의 말투
- 발바닥도 없이 서성서성, 입술도 없이 수군수군, 표정도 없이 슬그머니, 피도 눈물도 없이 바짝 마르기 → 그림 속 인물의 형상화 과정
- 피도 눈물도 없이 바짝 마르기 → 세상살이의 각박함과 팍팍함을 나타냄. 억눌린 삶의 현실
- 천지만물을 한 줄에 꿰어놓고 → 박수근 화법의 특징 가운데 '전면화 현상'과 '균질화 현상'이 있다. 원근법을 사용하지 않고 입체적인 대상이나 풍경을 평면으로 표현한다. 그래서 마치 모든 대상이 동일한 평면에 놓여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따라서, 균질화 현상은 '평등한 면'의 또 다른 이름이자 이미지와 바탕의 관계를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 가이 없이 한없이 펄렁펄렁 → 존재감도 없이 세상에서 이리저리 휘둘리는 서민들의 초라한 신세 형상화
- 하나님, 보시기 마땅합니까? → 서민들의 고달픈 삶에 대한 애처로움과 부정적 현실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설의적으로 표현함. / 마땅하지 않다는 의미를 강하게 실음.
시상의 흐름(짜임)
- 1연 : 그림의 작업 과정과 내용 묘사
- 2연 : 부정적 현실에 대한 인식과 비판
이해와 감상
이 시는 박수근 그림(<세 여인>)의 이미지화 화법이 지닌 특성을 시적인 모티프로 활용하여 억압적 사회 현실에 대해 비판하고 있는 작품이다. '박수근 화법을 위하여'라는 부제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화자는 세상을 표현하는 박수근 화백 특유의 색채와 질감을 언어를 통해 표현하고 있다. 박수근의 그림에는 대부분 시골 아낙네, 노인, 어린이 등 평범하고 일상적인 인물들이 등장한다. 박수근은 공간감을 무시하고 대상을 평면화시켜 극도로 단순 명료한 형태를 추구했다. 화자는 박수근의 그림처럼 입체적인 이 세상을 납작하게 눌러서 벽에 걸어 놓겠다고 말한다. 그 속에는 흰 하늘, 쭈그린 아낙네, 여편네, 아이들과 같은 세상이 담겨 있다. 이를 통해 화자는 세상을 사는 것이 그렇게 납작해지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렇게 납작해진 세상을 바라보며 느끼는 정서는 서글픔과 애처로움일 것이다.
2연에서 화자는 아무런 표정없이 서성거리며 살다가 드디어는 피도 눈물도 없이 바짝 말라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게 사는 것이 삶이라는 것이다. 바짝 마르는 것이 삶이라는 것은, 역으로 말하면 이 세상이 사람을 억누르고 납작하게 만든다는 뜻일 것이다. 화자가 하느님에게 던지는 질문은 그러한 바짝 마른 삶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설의적 표현을 통해 강조하고자 한 것이다.
※ 박수근 화법의 특징
박수근의 작품에 등장하는 소재는 대부분 생활에 전념하는 시골 사람들의 꾸밈없는 모습이다. 그는 농악놀이, 빨래나 절구질하는 아낙네 등 일하는 사람들을 즐겨 그렸다. 또, 담소를 즐기는 노인들이나 열중하고 있는 어린아이들 등 삶의 현장에 있는 그대로를 조형화시켰고, 앙상한 나무들과 같이 상식적이고 평범한 소재들을 주로 다뤘다. 그는 구태의연한 사실주의적 묘사 방법에 의한 형상화를 거부했다. 그는 공간감을 무시하고 대상을 평면화시켜 극도로 단순명료한 형태를 추구했다. 이렇듯 절제된 묘법은 배경의 생략과 더불어 주제 의식을 극명하게 하는 효과를 주고 있다. 그의 그림 속의 대상은 거의 선으로 조형화하고 있고, 세부 묘사는 보이지 않는다. 박수근 회화는 화면 바탕의 처리 방식도 독창적이었다. 그는 캔버스에 물감을 두텁게 발라 우둘두둘한 질감을 얻었다. 독특한 질감은 대개 회색이 주조를 이루고 있다. 무채색 계열의 기본 채도는 둔중하면서도 강인한 생명력을 느끼게 한다.
공무원 두문자 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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