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 국어/현대문학

거짓 이별, 한용운 [현대시]

Jobs9 2023. 3. 10.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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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 이별

한용운

당신과 나와 이별한 때가 언제인지 아십니까.
가령 우리가 좋을 대로 말하는 것과 같이, 거짓 이별이라 할지라도 나의 입술이 당신의 입술에 닿지 못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 거짓 이별은 언제나 우리에게서 떠날 것인가요.
한 해 두 해 가는 것이 얼마 아니 된다고 할 수가 없습니다.
시들어가는 두 볼의 도화(桃花)가 무정한 봄바람에 몇 번이나 스쳐서 낙화가 될까요.
회색이 되어가는 두 귀 밑의 푸른 구름이, 쪼이는 가을 볕에 얼마나 바래서 백설(白雪)이 될까요.
머리는 희어 가도 마음은 붉어 갑니다.
피는 식어 가도 눈물은 더워 갑니다.
사랑의 언덕엔 사태가 나도 희망의 바다엔 물결이 뛰놀아요.
이른 바 거짓 이별이 언제든지 우리에게서 떠날 줄만은 알아요.
그러나 한 손으로 이별을 가지고 가는 날은 또 한 손으로 죽음을 가지고 와요.
 

 

개관

- 성격 : 낭만적, 애상적, 의지적, 종교적, 산문적
- 표현 : 경어체의 사용으로 경건한 분위기 조성
   사랑과 이별에 대한 역설의 미학
   여성적 어조, 산문적 율격

 제재 : 거짓 이별
- 주제 : 이별의 극복 의지와 재회에의 소망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당신과 나와 이별한 때가 언제인지 아십니까. → 시적 상황(이별) 제시

* 거짓 이별 → 믿을 수도 인정할 수도 없는 이별. 일시적으로 이별한 상태이지만, 반드시 만날 것이기 때문에
  <님의 침묵>에서 "아아, 님은 갔지만은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는 구절과 상통
* 나의 입술이 당신의 입술에 닿지 못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 마음은 그렇다해도 몸이 함께 하지 못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투정을 부리듯 안타까워함.
* 이 거짓 이별은 언제나 우리에게서 떠날 것인가요. → 한시라도 빨리 만나고 싶은 안타까운 마음이 숨어 있음. 임과의 만남이 쉽게는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가 드러남.
* 두 볼의 도화 → 화자의 젊음
* 낙화가 될까요. → 기다리기만 하다가 아름다움을 잃고 점점 늙어가는 자신의 모습에 대한 안타까움
* 회색이 되어가는 두 귀 밑의 푸른 구름 → 검은 머리
* 백설 → 흰 머리
* 머리는 희어 가도 마음은 붉어 갑니다. → 변함없는 사랑
* 피는 식어가도 눈물은 더워 갑니다. → 젊음의 열정은 없어져도 뜨거운 눈물은 흘릴 줄 압니다.
* 거짓 이별이 언제든지 우리에게서 떠날 줄만은 알아요. → 만남에 대한 소망과 확신
* 그러나 한 손으로 이별을 가지고 가는 날은 또 한 손으로 죽음을 가지고 와요.→ 언젠가 반드시 만날 것이라는 믿음에는 변함이 없지만, 마음이 왠지 불안하고 어수선해요. 설령 이별이 끝나고 만날 수는 있다 해도, 또 다른 삶의 그늘이 우리를 힘들게 할지도 모른다. 

시상의 흐름(짜임)
- 1행 : 시적 상황 제시(오랜 이별)
- 2 ~ 6행 : 거짓 이별과 덧없이 흐르는 세월에 대한 안타까움
- 7 ~ 11행 : 변함없는 사랑과 만남에의 확신

 

이해와 감상
이 작품에서 보여 주려는 것은 객관적 상황을 주관적 의지로 극복하려고 하는 기다림의 자세이다. 이미 임이 떠나가 버린 상황에서 그 사랑의 실패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임의 사랑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별의 조건이나 상황을 부정함으로써 만남의 궁극적인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다. 이 작품에서도 '거짓 이별'이라는 표현을 통해 객관적인 이별 상황을 주관적으로 부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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