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과학 Social Sciences/경제, 경영 Economy

행동경제학

Jobs 9 2020. 9. 22.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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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경제학은 일반경제학을 배척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일반경제학이 설명할 수 없는 합리적이지 못하거나 공정하지 않은 선택 등과 같은 문제를 설명하려고 한다.



경제학은 합리적이고(rational), 계산적이며 이기적인 경제적 인간(homo economicus)
에 기반한 학문이다. 그러나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은 인간이 제한적으로 합리적이며 때론 감정적으로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행동경제학은 인간이 엄청난 계산능력을 가지고 있고, 구조적인 실수도 하지 않는다는 기존 경제학에 인간적인 요소를 넣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경제적 인간의 선택이 항상 옳지는 않아

경제학은 1776년에 발간된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國富論, An Inquiry into the Nature and Causes of the Wealth of Nations)」에서 시작됐다고 보는 견해가 많다. 여기서 보이지 않는 손이 처음 등장하게 되는데 각 경제주체들이 각자의 효용이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경우 최적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이전인 1759년 「도덕감정론(The Theory of Moral Sentiments)」에서 아담 스미스는 사람들이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지 않으며 동정심이나 이타심, 호의 등이 존재한다고 보았다. 여기에서도 알 수 있듯이 행동경제학은 일반경제학을 배척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일반경제학이 설명할 수 없는 합리적이지 못하거나 공정하지 않은 선택 등과 같은 문제를 설명하려고 한다. 다음에서는 행동경제학을 통해 사람들이 왜 선택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근시안적으로 정책을 펼치는지, 어떻게 정책적 대안을 마련하는지 현실에 적용한 사례를 살펴보기로 하자. 


많은 눈이 내려서 한 도시를 마비시키고 있다고 가정하자. 눈을 치우기 위해 사용되는 삽의 가격이 1만원이라고 할 경우 만약 합리성을 기반으로 하는 경제학적 논리에 따르면 눈을 치우기 위해 필요한 삽의 수요가 증가할 것이고, 그러한 수요증가에 따라 삽의 가격은 2만원으로 오를 것이다. 그러나 폭설로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인상된 가격으로 삽을 판매하는 것이 공정한지에 대해 묻는다면 일반적으로 50%가 넘는 사람들이 공정하지 않다고 대답한다. 이처럼 공정성과 합리성이 양립하지 않을 수도 있다. 물론 공정성과 합리성이 양립하는 경우도 존재하지만 최근에는 경제적 인간에 근사하는 사람이나 기업 또는 정부의 선택이 항상 옳다고 보지는 않는다. 


연말정산을 통해 행동경제학에서 많이 알려진 심리적 회계와 대체 가능성을 살펴볼 수도 있다. 여기서 말하는 심리적 회계란 사람들이 마음속으로 이미 연말정산환급에 대해서 계좌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또한 대체 가능성은 심리적 회계가 유지되면 돈을 획득한 출처나 시점에 따라 계좌가 변경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인플레이션이 존재하지 않고 연말정산을 통해 매달 20만원을 1년 동안 받는 경우와 한 번에 240만원을 1년 후에 받는 경우, 5년 후에 240만원을 받는 경우에 대해 사람들의 심리적 계좌는 각각 다르게 나타난다. 매달 20만원씩 1년 동안 받는 경우엔 현재소득계좌로 연결돼 한계소비성향만큼 소비를 한다. 20만원 중 절반 이상을 소비하게 되고, 남은 금액도 저축보다는 소비로 이어진다. 두 번째의 경우는 심리적 회계의 자산계좌로 옮겨진다. 자산계좌도 미래의 은퇴에 대한 대비 등과 같은 저축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여기서도 처음의 경우보다는 한계소비성향이 낮지만 소비로 이어지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5년 후에 받는 240만원은 모두 미래소득계좌에 남게 된다. 예측 가능한 연금이나 상속은 미래소득에 포함되므로 한계소비성향은 매우 낮게 나타난다. 실제로 미국의 2001년 세금환급에서는 환급을 받는 시점이 아니라 환급이 정해지는 시점부터 소비가 늘어났고, 단기간에 환급이 됐기 때문에 미래소득계좌를 현재소득이나 자산계좌로 이동시켜 한계소비성향이 늘어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사람들은 항상 손실을 이득보다 더 크게 보는 경향 있어

전망이론(prospect theory)도 많이 알려져 있다. 전망이론은 사람들이 리스크가 수반되는 행동에서 하는 의사결정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전망이론은 사람들의 판단이나 의사결정이 갖는 인지적 특징이 있는데 기준점 효과, 민감도 체감성, 손실회피성의 세 가지로 정리된다. 복권과 관련해 이들의 특징을 살펴보면 먼저 어떤 것을 기준점으로 삼느냐에 따라서 같은 변화라도 매우 다르게 반응하는 기준점 효과를 생각할 수 있다. 복권의 경우 당첨확률이 워낙 작기 때문에 복권당첨에 대한 기준점이 많이 낮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사람들이 내리는 가치에 대한 평가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현재 상태의 변화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민감도 체감성은 이익이든 손실이든 처음 작은 변화에는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그 변화폭이 커질수록 체감되는 기쁨이나 슬픔은 둔화된다는 의미다. 아직 결과가 발표되지 않은 복권을 손에 들고 있는 한, 손실이라고 느끼지 않게 된다. 마지막으로 손실회피성이 있는데, 사람들은 항상 손실을 이득보다 더 크게 보는 경향이 있다. 개인 측면에서 복권은 손실 자체는 매우 적게 보이고 이득은 매우 커 보인다. 따라서 작은 금액으로 복권을 구입해 기준점을 낮추게 되면 복권번호를 발표하는 당일까지는 기준점보다 높은 행복감을 가질 수 있다. 또한 복권번호를 발표하더라도 기준점과 손실회피가 매우 적어 행복감이 손실회피를 만회할 수 있다. 


헬스클럽과 관계되는 예도 있다. 헬스클럽을 이용할 수 있는 옵션이 네 가지 있다고 하자. 한 번 갈 때마다 1만5천원을 내는 것, 10번 갈 때 10만원을 내는 것, 한 달에 15만원을 내는 것, 1년에 90만원을 내는 옵션이다. 사람들은 과연 최적의 옵션을 선택할까? 연구결과는 그렇지 않다. 실제로 1번 갈 때마다 비용을 따져 보면, 연간 계약이나 한 달 계약보다 10번 갈 때 10만원을 내는 것이 가장 저렴하다. 왜냐하면 처음에 열심히 헬스클럽을 가다가 10번 이후에는 자주 가지 않기 때문이다. 헬스클럽 입장에서는 이를 가격책정 때 역이용할 수 있다. 1천명밖에 수용할 수 없어도 장기간에 1만명과 계약을 맺어 운영할 수 있어 수익은 늘어날 수 있다. 헬스클럽 입장에서 장기간 계약에 가격을 내리면 실제 수익은 늘어나게 되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이 저렴해 보인다. 이 외에도 행동경제학에 응용되는 사례는 매우 많다. 노동, 주식, 부동산, 주택, 거시경제 등 거의 전반에 행동경제학이 등장하는 이유는 효율적 선택에 공정한 선택이 더해지면 보다 나은 결정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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