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리는 해삼(海蔘)처럼 海(바다 해)자를 쓴다. 해파리는 대부분 바다에 살기 때문이다. 해파리를 영어로는 jellyfish 또는 sea jelly라 한다. 그 육질이 마치 젤리처럼 생겨서이다. 이는 한자문화권에서의 해양(海䑋)이란 말과 상통한다. 해양(海䑋)에서의 '䑋(살찔 양)'자는 해파리의 통통하고 식감 좋은 육질을 강조한 말이다. 해파리냉채가 연상되는 긍정적인 명칭이다.
반면, 해파리는 영어로 medusa라고도 하는데, 해양(海䑋)에 비해 부정적이고 무서운 명칭이다. 메두사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괴물로 머리카락이 모두 뱀이다. 해파리 머리의 수많은 촉수에서 뱀독처럼 무서운 독을 쏘기 때문에 메두사라는 별칭이 생긴 것이다. 그래서 蜇(쏠 철)자가 곧 '해파리'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한자문화권에서도 해파리를 뱀(蛇)에 비유한 명칭이 있으니 조선 후기의 <재물보(才物譜)> 등에 기재된 '海蛇'가 그것이다. '海蛇'는 '바닷뱀'과의 혼동을 방지하기 위해 '해사'가 아닌 '해타'로 읽는다. 해파리는 물고기가 아니지만 영어에서 sea jelly라 하듯, 蛇자의 부수를 虫(벌레 충)에서 魚(물고기 어)로 변형시켜 <자산어보(玆山魚譜)>에선 '海鮀(해타)'라고도 하였고 속명은 '해파리'라 하였다.
해파리에서의 '파리'는 거슬리는 소리를 내며 날아다니는 '파리(蠅)'를 말한다. 식사 때의 불청객 파리는 음식물에 쉬(파리알)를 슬어 기분 좋은 식사를 망쳐놓기 일쑤다. 독성 해파리 중 하나인 '작은 부레관 해파리'를 제주에선 '강남쉬'라 불렀다. '강남쉬'는 낚시를 망쳐 사람들이 매우 싫어했다. 해파리는 한 번에 200만~300만개의 알을 낳는다고 하며, 크게 무성생식을 하는 폴립과 유성생식을 하는 해파리 단계로 되어있다. 엄청난 숫자의 부착형 폴립이 곧 알이며, 그것을 쉬를 스는 파리에 비유한 것이 곧 '해파리'란 용어다.
최근 우리나라 근해의 침략자 노무라입깃 해파리는 큰 놈들이다. 대형은 몸무게가 200kg에 육박, 그물을 찢어놓아 어업에 큰 피해를 준다. 우리나라는 현재 독성 해파리 떼와 전쟁 중이다.
해파리
넓게는 자포동물 중에서 단일 개체(medusa)로 바다, 또는 민물을 떠다니는(부유) 특성을 보이는 동물들과 유즐동물(빗해파리류)을 총칭하는 단어이며, 좁게는 자포동물 중에서 해파리강의 생물을 의미한다. 종류에 따라 그 크기와 색, 촉수의 모양 등이 다양하다. 지금으로부터 6억년 전부터 바다에서 헤엄치고 있었던 매우 오래된 생물 중 하나.
아주 원시적인 생물이기 때문에 눈, 코, 귀, 뇌, 심장 등을 비롯한 기관이 없으며, 단지 본능적으로 헤엄치며 살아간다. 그럼에도 배고픔을 느끼는 등 신경계는 있다.
해파리가 헤엄칠 때의 박자가 사람의 심장 박동과 유사해 심리적으로 높은 안정감을 가져다 준다고 하는데 별 근거는 없다. 해파리는 신체 구조상 스스로 헤엄치는 힘이 약하기 때문에 위의 영상에 나온 것처럼 몸을 움츠렸다가 폈다 하는 동작을 반복하면서 헤엄치기도 하지만 주로 물살에 몸을 맡기면서 유영하는 게 대부분이다. 그래서 물살을 타고 흐느적거리는 특유의 모습이 상당히 부드럽고 평화로운 느낌이 들기에 보고 있으면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규모가 큰 아쿠아리움에선 해파리 수조에 조명 장비를 갖추고 일부러 멋진 광경을 연출하는 경우가 많다.
주로 먹는 먹이는 플랑크톤이나 어린 물고기다. 촉수에 먹이가 붙으면 찌릿하게 독침을 한 방 쏘아 꼼짝 못하게 마비시키며, 입과 항문의 구분이 없어 입으로 먹은 음식을 다 소화시킨 다음엔 배설물을 다시 입을 통해 배출한다.
현재까지 알려진 해파리 전문 포식자에는 개복치나 장수거북 같은 바다거북 등이 있다. 이들은 해파리의 독에 내성이 있거나 피부가 매우 두꺼워서 해파리의 촉수 따위도 가볍게 쌈싸먹을 수 있다. 쥐치 등의 작은 물고기는 죽은 해파리는 먹어도, 직접 해파리를 사냥하는 일은 드물다. 특히 바다거북은 고기나 장식품의 용도로 밀렵되며, 바다거북의 경우 바다에 떠도는 비닐이나 어디선가 날아온 바다에 떨어지는 과정에서 다 탈색해서 하얘진 풍선을 해파리로 잘못 알고 먹었다가 죽기도 해서 해파리의 천적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상어, 복어, 다랑어, 황새치, 군함조도 해파리를 사냥하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 따르면 해파리가 생태계에서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중요한 먹잇감이라고 한다. 펭귄, 알바트로스, 뱀장어 등 다양한 동물들이 먹은 먹이를 분석해 본 결과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해파리의 양이 많았다고.
해파리 중에는 형광을 띠는 단백질(GFP, Green Fluorescent Protein)을 가진 종류(Aequorea victoria)가 있는데, 이게 유전공학에서 꽤 인기가 좋다. 연구용 유전자를 새로 삽입할 때 형광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도 같이 붙여놔서 '연구용 유전자가 제대로 활동하는지' 확인하는 생물학적 마커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로저 첸, 마틴 챌피, 시모무라 오사무 이렇게 3명이 녹색 형광 단백질(GFP) 연구로 2008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하였다. 실제 미국 연안에서 해파리를 수도 없이 잡아서 연구를 했다고.
하버드와 Caltech에서 쥐의 심장에서 분리한 세포를 배양하여 실리콘에 이식해 해파리와 유사한 것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 스스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고 외부에서 전기자극을 주면 그에 따라서 움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