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의문자(Ideogram), 표어문자(Logogram), 상형문자(Pictogram)
표의문자(Ideogram), 表意文字
표의 문자는 하나의 문자가 하나의 추상적 개념과 대응되는 문자들을 가리킨다.
하나의 문자가 언어를 거치지 않고 직접적으로 하나의 추상적 개념과 대응될 때에 이를 표의 문자라 한다. 이는 상형 문자와의 공통점으로 상형 문자 또한 지시체를 언어와 무관하게 직접 지시한다.
따라서 문자를 "언어를 표기하는 시각적 기호 체계"로 정의한다면, 상형 문자나 표의 문자를 문자라고 하기 어렵다. 다만 역사적으로 보이듯 상형 문자와 표의 문자는 의사소통이나 연상 기호로 사용되었고, 이것들이 표어 문자 등의 문자를 구성하는 재료가 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원시 문자 체계로 구분하고 있다.
반면 표어 문자는 실제 언어의 단어나 형태소 등과 대응이 되기 때문에 언어를 표기하는 것이 가능하며, 이는 상형/표의 문자와 표어 문자를 구분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즉, 한자와 같이 언어와 대응되는 문자 체계는 표어 문자이며, 표의 문자가 아니다.
단어나 형태소와 대응된다는 것을 아주 거칠게 풀어 쓰면, 해당 글자를 읽을 수 있느냐 없느냐의 여부라고 볼 수 있다. 읽을 수 없는 문자가 상상이 잘 안 된다면 간단하게는 표지판이나 이모티콘 중에 물체를 본 뜨지 않은 기호들을 떠올리면 된다. 예를 들어 유턴 금지 기호의 경우, 이에 대응되는 한 단어가 없고 "유턴 금지", "유턴하지 마시오" 등과 같이 이 기호가 가리키는 추상적 개념을 풀어서 설명해야만 그 문자를 가리킬 수 있기 때문에 표의 문자다.
현재는 아니지만 기원적으로 표의 문자로 추정되는 것들도 있는데 예를 들면, 한자의 지사나 회의로 만들어진 글자들이 그런 경우다. 지사의 경우를 예로 들면, 한자 上의 경우 "윗쪽 방향"이라는 추상적 개념을 문자화 한 것이고, 이것이 막 만들어진 당시에는 중국어 단어나 형태소와 대응이 되지 않아서 읽을 수 없었다면, 표의 문자였을 것이다. 그러나 현대의 한자 上은 shang, 상, しょう 등의 형태소와 대응되므로 표의 문자가 아니라 표어 문자다.
다른 많은 위키나 사전에서는 숫자나 수학적 수식을 표의 문자의 예로 들고 있는데, 숫자나 수학적 수식 문자 체계 안에는 표의 문자와 표어 문자가 섞여 있다. 예를 들어, 쉽게 셀 수 있는 1, 2, 3 등의 숫자는 그에 대응하는 일, 이, 삼, 한, 두, 세 등의 단어나 형태소와 직접적으로 대응되는 표어 문자에 가깝지만, 수 체계 내에 존재하는 일상 생활 밖의 무수한 수를 가리키는 숫자들은 대응하는 단어나 형태소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표의 문자일 것이다. 또한 수학적 수식들도, +(덧셈, 더하기), ∫(integral, integrate, 적분, 적분하다) 처럼 대응되는 단어가 존재하는 경우도 있지만, ≤(작거나 같다)처럼 대응되는 단어가 없이 풀어서 설명해야만 하는 수식들도 존재한다.
또한 "일본어에서 한자를 훈독으로 읽으면 표의문자로 사용하는 것이고, 음독으로 읽으면 표어 문자로 사용하는 것이다." 라는 혼동이 있기도 한데, 일본어 훈독 또한 대응되는 한정된 후보의 일본어 단어나 형태소를 한자에 대응시키는 과정이며, 따라서 문자인 한자가 일본어 단어나 형태소와 결합되어 있기 때문에 표어 문자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下 글자를 대응되는 일본어 형태소나 단어로 읽지 않고, 下가 가리키는 개념을 "어떤 물체 바닥면 방향" 이나 "지구 표면에서 중력이 향하는 방향" 처럼 풀어서 일본어로 말해야만 한다면, 이건 표의 문자로 쓴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훈독의 경우, 下에 대응하는 일본어 형태소 중 하나를 선택하여 읽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표의 문자적 쓰임이 아니다.
표의문자와 표어문자의 용어 혼동
나무위키나 위키백과에서 사용되고 있는 상형 문자(Pictogram)/표의 문자(Ideogram)/표어 문자(Logogram)의 구분에 따르면 한자는 표어 문자이지 표의 문자가 아니다!
기본적으로 공교육에서 표의 문자(Ideogram)와 표어 문자(Logogram)를 구분해서 배운적이 없으며, 국어학 지식을 참고한 백과사전들#1#2 이나 표준국어대사전# 에서도 표의 문자를 Logogram(표어 문자)을 가리키는 용어로 쓰는 것으로 보아 기존에 국어학계 쪽에서도 특별히 그 구분을 따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일반 대중은 표어 문자는 들어본 이가 드물뿐더러 "한자는 표의 문자다" 식으로 표어 문자를 표의 문자로 알고 있는 것이 일반적일 것이다. 애초에 이렇게 배워왔기 때문에 이걸가지고 틀렸다고 하기도 그렇다.
상형문자(Pictogram), 표의문자(Ideogram), 표어문자(Logogram)
서양 언어학계에서도 Ideogram, Logogram 등의 용어 사용에 혼란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이 문서에는 Ideogram 용어를 폐기하고 Logogram을 사용하게 된 역사를 어느 정도 살펴볼 수 있다.
표어문자, 表語文字 / Logograph
표어문자란 특정 언어의 단어 또는 형태소와 대응하는 문자를 가리킨다. 한 문자 체계가 표어 문자로 이루어져 있으면, 표어 문자 체계(logography or logographic system)라 부른다.
상형문자/표의문자와의 비교
상형 문자/표의 문자와 표어 문자를 나누는 중요한 차이점은 언어의 단어나 형태소와 결합을 했는가이다. 즉, 표어 문자는 그것에 대응되는 단어나 형태소가 존재해서 해당 글자와 결합된 형태소를 읽어낼 수 있어야 하며, 상형 문자나 표의 문자는 대응되는 단어나 형태소가 없이 직접 의미 대상을 가리키므로 풀어서 설명할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서 下라는 글자를 보고 한국어 "하" 라는 형태소와 결합할 수 있으면 이건 표어 문자인 것이지만, 이 문자를 보고 전혀 읽을 수가 없고, "아래 쪽", "지구 표면에서 중력이 향하는 방향"과 갈은 식으로 개념을 떠올리고 풀어서 설명해야만 한다면, 표의 문자이다.
좀 더 예시를 들면, 상형 문자나 표의 문자에 해당하는 안내 표지판, 교통 표지판 등을 들 수 있다. 이것들을 보고 즉각적으로 의미를 파악할 수는 있지만, 이 기호들과 대응되는 일정한 단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여러 단어를 조합해서 유턴 금지, 개 출입 금지 등으로 그 의미를 풀어서 설명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반면에 표어문자는 하나의 기호가 독립된 뜻뿐만 아니라 독립된 형태소나 단어를 보유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자 "中"은 "가운데"라는 의미를 나타낼 뿐만 아니라, 표준중국어의 zhōng(/ʈ͡ʂʊŋ˥/), 한국어의 '중'(/t͡ɕuŋ/), 일본어의 ちゅう(/t͡ɕuː/) 또는 なか(/naka/)라는 대응되는 형태소를 가지고 있다. 모든 한자 문자는 이와 같이 각각의 뜻과 형태소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한자는 표어문자 체계라는 것이다.
참고로 이 예에서 한 한자에 대응하는 한자음이 지역마다 다른 것은 한자가 표어문자이냐 아니냐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소리는 달라도 각 언어에서 형태소와 문자가 대응된다는 것에는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반면, A라는 나라에서 한자를 가져다가 상형문자나 표의 문자처럼 쓰고 있다면, 그 경우에 한정해서 한자는 상형 문자나 표의 문자인 셈이다.
표어 문자는 소리를 가지는가?
일단 표어 문자는 정의상 문자가 단어나 형태소와 결합하는 것이지, 소리와 결합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모든 음성 언어의 경우 모든 단어나 형태소가 소리의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이를 기록하는 표어 문자는 당연히 소리 값을 가지게 된다.
그러나, 생각해볼 것은 모든 언어가 음성 언어인 것이 아니며, 시각 언어인 수어의 경우, 수형소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 음가를 가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수어를 표어 문자로 기록하는 가상의 상황을 상정하지 않더라도, 동아시아 수어에서는 다수의 한자 차용어가 있기 때문에, 수어 단어와 한자 문자가 대응되고 그것을 기록할 수가 있는 많은 예가 존재한다. 예를 들면, 山은 중국어 "shan", 한국어 "산", 한국 수어의 "오른 주먹의 2지(중지)를 펴서 등이 밖으로 향하게 세우는" 수형에 대응된다.
표음문자와의 비교
글자가 형태소나 단어를 가리키기 때문에 각 글자 하나하나가 변별되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따라서 글자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 글자가 사용된 언어의 음성/음운적 배경지식이 필수적이지 않다. 따라서 읽지 못해도 문자를 사용하거나 의미를 캐치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반면, 표음 문자의 경우, 각 문자가 음소에 대응되기 때문에 음성/음운적 지식 없이 이 문자를 배우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문자 자체가 소리를 표기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표음 문자로 표기된 언어라 해도 형태소나 단어 이상이 되면 의미를 가지게 되므로, 음성/음운적 지식 없이도 해당 언어를 배우는 것이 가능해진다. 단적인 예가 농인의 경우로, 한국 수어를 모국어로 쓰는 농인은 한국어에 대한 음성/음운적 지식이 전무함에도 불구하고 표음문자인 한글로 표기된 단어를 수어 단어와 대응시켜 외우고 한국어의 문법체계에서 각 단어들이 어떻게 사용되고 굴절되는지 등을 배워서 한글로 글을 읽고 쓸 수 있게 된다.
표어 문자는 표음 문자에 비해 글자수가 많다. 그것도 압도적으로. 예를 들어 이집트 상형문자는 유니코드에 등록된 것만 1072개, 쐐기 문자는 1156개, 한자의 경우는... 문서 참고. 아주 헬이 따로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언어 하나가 가지고 있는 음소는 아무리 많아도 100개 내외지만, 형태소의 개수는 아무리 적어도 몇 천 단위는 기본이다. 이 형태소 하나하나마다 글자를 대응시키니 자동적으로 글자 수가 1000개는 기본으로 넘어 가는 것이다. 따라서 표어 문자는 글자를 익히는 게 표음 문자에 비해서 매우 어렵다.
표어 문자는 거의 항상 표음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다. 이게 무슨 소리인고 하니,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표어 문자 중에서 음을 가리키는 글자가 하나도 없는 순수한 표어 문자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표어 문자는 음성과 결합되는 것이 아니라 단어 또는 형태소와 결합해야 하는데, 한 언어의 단어나 형태소의 수는 많을 경우 몇십만개에 이른다. 완전히 순수한 표어 문자라면, 이 모든 단어나 형태소와에 대응되는 갯수 만큼의 문자가 존재해야 하며, 새로운 단어 또한 계속 만들어지기 때문에 단어나 형태소에 대응될 문자를 전부 가지고 있는 것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자연적으로 발생한 표어 문자 시스템에서는 표어 문자 중 특정 문자를 소리에 대응시켜 표음적으로 사용하는 방식이 거의 항상 발견된다.
표음적인 요소를 덧붙이는 과정은 주로 음절 단위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특성을 보이는 표어 문자는 표어-음절 문자(logosyllabic)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마야 문자에서 b'alam(재규어)라는 단어를 표기할 때는 b'alam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 하나로 표현하는 방법이 있는가 하면, b'a, la, ma라는 음절을 나타내는 글자를 조합해서 표현하는 방법이 있다. 한편 한자의 경우 일정 시기까지는 상형·지사·회의의 방법으로 글자를 만들다가 그 이후로는 죄다 형성으로 갈아타서 현재는 한자의 90% 이상이 형성자인데, 형성자는 뜻을 암시하는 형부(形符)와 소리를 나타내는 성부(聲符)로 구성된다. 즉 성부라는 표음적인 요소를 글자 내에 곁들인 것이다. 예를 들어 梅(매화나무 매)는 형부인 木(나무 목)과 성부인 每(매양 매)를 결합하여 만든 글자이다.
한편 이집트 상형문자는 표음적인 요소가 있는 글자가 '음절'이 아닌 '자음'만을 가리켰기 때문에, 이 문자는 별도로 표어-자음 문자(logoconsonantal)이라고 부른다.
표어 문자 목록
고대에는 많은 문자들이 표어 문자였으나, 알파벳이나 아부기다와 같은 표음문자의 등장으로 인해 거의 다 사라졌다. 세계 인구의 20% 이상이 사용하는 한자를 제외하면 현재 알려져 있는 표어문자는 전부 고대에 사용되었거나 현대의 일부 소수민족만이 사용하고 있다.
☆표가 붙은 문자만 현재 사용되는 문자다.
☆한자 - 중국어, 일본어, 한국어 등. 세계 인구의 약 20% 가량이 사용한다.
☆수 문자 - 수(水)어(수족의 언어).
쐐기 문자 - 수메르어, 아카드어 등. 나중에는 글자가 이두-처럼 뜻을 대표하기도 했다가 소리를 대표하기도 했다가 한다.
이집트 상형문자 - 고대 이집트어. 쐐기문자와 마찬가지로, 후기엔 표어문자이면서도 가끔 표음문자로 쓰이는 복잡한 체계가 되었다고 한다.
쯔놈 - 베트남어
서하 문자 - 서하어
거란 문자 - 거란어
여진 문자 - 여진어
고전 이 문자 - 이(彝)어(이족의 언어). 근대에 들어 이 문자는 중국 정부에 의해 음절 문자로 바뀐다.
마야 문자 - 마야어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