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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냉면, 함흥냉면, 진주냉면, 냉면 종류, 3대 냉면, 부산밀면-함흥냉면 변형

Jobs 9 2023. 6. 16.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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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치미를 섞은 고깃국물로 맛을 낸 차가운 메밀국수, 평양냉면

 

비빔냉면 혹은 회냉면, 함흥냉면

 

육전이 푸짐하게 올라간 진주냉면

평양냉면, 함흥냉면, 진주냉면, 냉면 종류, 3대 냉면

 

평양냉면

동치미를 섞은 고깃국물로 맛을 낸 차가운 메밀국수다.

평양냉면은 평안도 지방을 대표하는 음식이다. 추운 겨울, 따뜻한 온돌 아래서 이가 시리도록 차가운 ‘동치미 국물’에 국수를 말아 먹던 데서 유래했다. 맵지 않고 담백한 맛이 자랑이다.

 

세계적으로 차가운 국수 자체가 꽤 드문 편일 뿐더러, 차가운 국물, 그것도 차가운 고깃국물은 더 찾기 힘든 조합이란 점에서 알 수 있듯, 평양냉면은 일반적인 고기국수와는 꽤나 다른 맛을 내는 면 요리다. 유래 자체는 메밀이라는 작물이 끊어지지 않는 면을 만들기 힘들기 때문에 그나마 뜨거운 것보다는 차가운 것이 훨씬 끊어짐이 덜하므로 지역의 특성과 맞물려 완성된 것이겠지만, 더군다나 냉면이란 것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것은 결국 원시적인 형태의 조미료들이 도입된 이후인지라, 조미료의 사용으로 더더욱 맛이 달라지면서, 하나의 통일된 요리 종류로 꼽기 심히 난감해젔다. 

전반적으로 남한에서 평양냉면이라 하면, 새콤달콤한 맛이 아닌 밋밋한 맛으로 생각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엄밀히는 밋밋한 국물이 아니라, 뭐라 설명하기 힘든 독특한 고깃국물 맛을 찾는 것이다. 뭐 이러면 그냥 고깃국물만 내면 되겠지만, 차갑게 식힌 고깃국물이라는 점 때문에 맛을 내는 방법이 더욱 요상해지게 된다. 이러다보니 고깃국물 맛을 어떻게 내느냐에 따라서 상당히 다른 물건이 나오게 된다. 

냉면이란 게 본격적으로 대중에게 퍼진 시기가 MSG가 도입된 시기다. 때문에 평양냉면에서 조미료가 빠지는 경우는 별로 없다. 그리고 이 조미료를 어떻게 넣느냐에 따라서 맛이 또 천차만별이 된다. 이 또한 차가운 고깃국물을 가진 면요리이면서 여기에 동치미도 섞인 기묘한 조합 탓. 

결국 동치미+고기육수+차가움+메밀면이란 매우 단순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평양냉면은 만드는 방법에 따라서 다 맛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런 탓에 평양냉면이 도대체 무슨 맛이냐는 논쟁은 대한민국 요리에 있어서 최대의 미스터리가 되어 지금까지 논란이 끝없이 일어나고 있다. 

무엇보다도 평양냉면이란 이름에 대한 정통성을 쥔 평양이 현재 북한의 수도이고 남북 간의 교류가 끊겨있기 때문에, 지리적 기준으로 보면 남한에서 먹는 냉면은, 설령 미묘한 고깃국물을 추구하는 냉면이라도, 애초에 평양이 아니니까 완전한 의미의 평양냉면은 아니다. 새콤달콤한 맛이든 밋밋하게 느껴지는 고깃국물이든, 엄밀히 말하면 평양에서 만든 냉면이 아니므로, "남한식" 평양냉면이다. 

더군다나, 남한에 이북에서 월남해서 정착한 사람들도 많고, 지속적으로 북한이탈주민이 들어옴에도 불구하고, 무엇을 냉면이라 부를 수 있느냐는 논쟁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즉, 설령 남북통일이 이루어져서 평양에 직접 갈 수 있게 되어도 평양냉면이 무엇인지에 대한 답은 얻을 수 없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심지어 옥류관 출신 탈북 셰프도 평양냉면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뾰족한 답을 주지 못한다. 

남한에서 통용되는 인식을 모아보면, 최소한 "평양식"이라 하면, 새콤달콤한 맛의 냉면이 아니라, 은은한 고깃국물을 가진 맛을 가진 냉국수, 그중에서도 설명하기 힘든 복잡한 맛이 나는 것을 최고로 친다는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물론 메밀이 제대로 들어간 면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이것은 (적어도 남쪽 생각으론) 평양 현지에서도 통용되는 개념으로 여겨졌고, 김정일 때까지는 교차검증 가능한 사실이기도 했다. 일단 이런저런 루트로 방북한 이들로 인해, 진짜 평양냉면의 국물은 새콤달콤한 국물이 아니라 고깃국물이란 점만큼은 교차검증이 됐었기에, 평양이 아닌 곳에서도 진정한 평양냉면이 뭔지를 두고 어느 정도 갑론을박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평양냉면의 대표격인 옥류관의 풍조가 "양념을 적당히 쳐서 먹는" 것으로 바뀌면서 기존의 통설이 위태로워진 상태. 물론 국물 자체는 기존의 은은한 고깃국물을 계속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원래 안 넣던 양념을 추가로 쳐 먹기 시작한 시점에서, 평양 현지에서는 이미 역사의 한 페이지가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옥류관 냉면의 이러한 변화가 남한식 평양냉면을 작게든 크게든 의식한 결과인지, 우연의 일치에 의한 수렴 진화인지는 불명. 북한 식당에서는 면발에 식초를 뿌리는 방법을 선전하며 '김일성의 발명'이라고 주장하는데#, 진짜로 김일성의 발명인지는 불분명하나 그들의 취향이 없으면 나오기 힘든 소리는 맞다.

물론 옥류관이 전부는 아니다. 평양냉면은 음식점 하나가 레시피를 독점하고 표준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평양이라는 광범위한 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식문화일 뿐이다. 또한 실향민들과 이북 출신 사람들이 기억하는 공통적인 요소들이 오히려 남북단절 이후 남한에서는 교조화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대표적인 예로 면의 메밀 함량을 일정 비율 이상을 준수하는 남한식 평양냉면에 비해, 사진에서도 볼 수 있듯 옥류관의 면은 이미 메밀은 포기한지 오래이다. 오히려 남한의 평양냉면이 어떤 면에서는 더 원류를 지키는 부분도 분명히 존재하는 것이다. 이는 무리한 추정이 아니며, 다른 음식중 예시를 들자면 돈가스는 일본에서 만들어진 음식이지만 시간이 지나며 변화한 현대 일본식 돈가스보단 한국식 돈가스가 오히려 전통적인 돈가스 제조방식을 따르고 있다.

옥류관 역시 남북 단절 이후 개업된 지 62년이 지났다. 지배계층의 취향 등[ 시대의 변화로 옥류관이 62년 전의 당시의 조리법과 맛을 온전히 보존하고 있다고 보기엔 크게 무리가 있는 상황에서 남과 북이 각자 다른 방향으로 발전했다고 보아야 한다. 평양냉면 우월주의자들이 북한과 남한의 차이를 부정하고 '무조건 평양냉면은 이렇게 먹어야 한다'는 교조적 인식을 강요하는 것이 옳지 않은 것처럼, 역으로 현재의 옥류관이 평양에 위치해있다는 이유로 그것이 절대적 정의라 맹신하며 "거기서는 양념도 넣어먹고 식초도 친다던데?" 라는 식으로 남한의 평양냉면은 평양냉면이 아니라고 부정하거나 비아냥거리고 이죽거리는 공격적 태도는 적절하지 않다.

이러한 남북의 단절이 가져온 변화의 방향성 차이로 인해 통일 이후에는 더더욱 풍조가 바뀌어 있을 가능성이 크고, 이리 되면 "평양사람들이 즐겨먹는 그 어떤 냉국수"와 지금 남쪽에서 생각하는 원조 평양냉면은 전혀 다른 물건이 되게 될 것이다. 그리고 평양냉면이란 이름에는 결국 '평양'이 들어가기 때문에 평양냉면이라는 음식의 정체성 역시 평양을 기준으로 삼을 수밖에 없지만, 만약 통일 후 평양쪽의 냉면 맛이 확 변하거나 계속해서 다른 길을 가게 된다면 궁극적으로는 평양냉면의 정의부터 재정립해야 할는지도 모른다.


함흥냉면 
함흥의 냉면으로 진주냉면, 평양냉면과 더불어 한국의 3대 냉면.
흔히 비빔냉면 혹은 회냉면이라고 불리는 음식. 육수가 적거나 없는 것이 특징이다. 북한의 함흥에서 회국수라고 부르던 음식이 남한의 재료 사정에 맞게 현지화된 음식이다.

일제강점기 초기에 함흥에서는 개마고원에서 생산된 감자를 가공해 감자 전분을 생산하는 공업이 발달했다. 그래서 감자녹말을 이용한 국수 요리가 발달했는데, 아래의 물냉면인 농마국수와 회와 매운 양념장을 넣고 비빈 회국수가 생겨났다. 함경도는 평안도와 달리 자극적인 음식을 먹는 곳으로, 이곳 출신 탈북민은 남쪽 음식은 자극적이라기 보다는 '달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흥남 철수로 인해 함흥 출신의 피난민이 많아지게 되었는데, 서울이나 부산에 정착하거나 고향과 가까운 강원도 동해안의 속초에 많이 정착하였다.

피난민들이 고향의 요리를 판매하는 식당을 열면서 상호에 '함흥'이라는 이름을 사용했고 회국수가 냉면이라는 이름으로 정착되었다. 속초시의 '함흥냉면옥'이 처음 문을 열어 가자미회를 올린 회국수를 팔았고, 직접 요리명에 함흥냉면이라는 이름을 사용한 것은 서울특별시 오장동에 1953년 개업한 '오장동흥남집' 식당이었다. 그 밖에 부산의 국제시장에서도 회국수를 팔기 시작하여 최초로 함흥냉면을 시작한 가게에 이름을 올렸다. 남한에는 감자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감자 전분 대신 고구마 전분을 사용하게 되었다.

고명으로 명태살무침을 올려주는데 위의 문단에서 언급된 속초의 냉면집에서 80년대에 개발한 것이다. 본래 가자미회무침을 올렸지만 어획량 감소에 따른 재료 수급 차질로 인해 대안으로 명태살무침을 사용하게 된 것이다. 이북의 원조 방식은 홍어나 간재미(가오리)를 쓰는 게 맞다. 꿩고기 회를 올려주는 집도 있는 듯.

평양냉면만큼은 아니더라도 함흥냉면 역시 남한에 내려오면서 매운 맛이 강해지게 개조가 된 편인데, 서울 오장동, 강원도 속초의 원조 함흥냉면 집은 양념이 적고 약간의 국물과 함께 나온다. 강남이나 판교의 정통 함경도 음식 전문점에서 내주는 냉면도 맛이 부드러운 편이다.

한편 부산에는 밀면이 존재하는데, 이는 함흥냉면이 변형된 것이다. 6.25 전쟁 때 부산으로 피난간 함경도 출신 피난민들이 메밀을 구할 수 없자 당시 미군이 배급하던 밀가루로 면을 만들어 냉면을 만들어 먹은 것이 지금까지 남아있는 것이다. 때문에 밀면을 쓴 것과 양념장을 추가한 것을 제외하고 형태적으로 함흥냉면과 유사하다.



진주냉면 
진주냉면은 냉면의 다양한 종류 중에 하나로, 경상남도 진주시의 향토음식이다. 고명으로 육전을 올리는 점이 인근 사천 냉면과도 상당히 유사하지만, 현재는 별개의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냉면보다는 차가운 잔치국수같은 맛이며, 건어물 과 소고기육수 베이스로 하였으며 아주 뜨겁게 달군 쇠공을 사용하여 특유의 잡내를 제거하였다. 또한 오이고명 등이 들어가지 않는것이 다른 냉면과 차이점이다. 평양냉면보다도 더 마이너한 취향일 수 있으며 기존의 동네 물냉면의 맛을 생각한다면 크게 다른 맛에 당황할 것이다. 

전통적인 냉면은 메밀을 주로 사용하여 면을 뽑지만, 진주냉면은 녹두녹말을 약 7:3정도의 비율로 넣었다 한다. 하지만 함흥냉면식의 전분면을 지역 소비자들이 선호하고, 원가 절감을 위해 녹두녹말은 중국산 고구마전분으로 대체하고 비율도 전분이 80%, 메밀 20% 정도로 되었다고 한다. 

진주냉면은 다른 냉면과 달리 소고기만으로 육수를 내지 않고, 디포리, 왜생이, 멸치, 홍합, 바지락 건문어가 주였으며 집집마다 다양한 건어물을 사용하였다 전통적인 방법으로 육수를 내는 방법 중 특이한 것은 며칠씩 끓이는 과정에서 달군 쇠를 넣는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해산물 육수 특유의 비린내를 잡았다하는데 현재는 대부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최근에는 건새우, 붉은 새우, 황태머리, 디포리, 멸치, 바지락, 다시마를 써서 해물 육수를 뽑는다고. 종종 육수가 제대로 되지 않은 곳이 있어서 항상 겨자와 식초를 듬뿍 치라는 권유를 한다. 

소고기에 계란을 입힌 육전, 실고추, 석이버섯 등 다양한 고명이 올라온다. 특히 육전을 고명에 올리는 것은 이쪽 지방 특유의 문화라고 하며 간혹 일반적인 잔치국수에도 육전을 썰어 올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리고 다른 냉면은 먹은 후에 배가 금방 꺼지는데 진주냉면은 고명이 많아서 그런지 한 그릇 먹으면 배부르다. 

최근에는 체인점들이 등장해 진주 외의 지역에서도 맛볼 수 있다. 다만 전국적으로 확장되는 단계는 아니고, 부산이나 함안 등 진주에서 가까운 지역에 주로 분포한다. 하지만 위의 내용에 있듯이 전통적인 조리법이 전수되어 만들어진 음식이 아니기에(정확히는 복원된 음식) 원조라고 주장하는 집들보다 새로운 집들이 위생과 맛에서 더 나은 평가를 받는 경우도 있다. 

유명한 식당으로는 하연옥, 박군자 진주냉면, 황포냉면, 이설옥, 참진주면옥, 진주냉면, 산홍, 한빈 등이 있다.

일반적으로 인터넷에서 검색해서 가면 진주냉면은 맛집을 찾기에는 불가능에 가깝다. 체인점이 없거나 유명하지 않는 경우는 진주냉면은 평양이나 함흥냉면과 달리 육수내기와 고명 만들기등 만들기가 번거롭고 호불호가 갈리는 음식이라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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