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팹리스(Fabless)’는 Fabrication+less라는 단어가 합쳐진 것으로 반도체를 직접 제조(fabrication)하지 않고 설계만 하는 기업을 뜻한다. 즉, 팹리스라고 불리는 기업은 반도체 설계를 전문적으로 하는 기업이다. 하지만 설계만 한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반도체칩이 생산이 되기 위해서는 제조, 패키징, 테스트 등 일련의 과정을 다 거쳐야 한다. 이 과정들은 모두 외주로 진행이 되며, 과정이 다 완료된 반도체 칩의 소유권이나 판매권은 팹리스에 있다.
보통 팹(생산설비)을 구축할 때 수 조원 이상의 비용이 들기 때문에, 다품종 소량 생산 형태인 시스템 반도체를 제작할 때는 팹을 만드는 것이 비효율적이다. 따라서 시스템 반도체를 제작할 때는 팹리스가 자신의 필요나 고객의 요구에 따른 반도체를 설계하고, 제작은 위탁 생산(외주)을 한다.
삼성전자는 IDM(종합반도체업체)으로 이번 편에서 별도로 다루지는 않지만 팹리스의 역할도 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시스템 메모리 칩 설계는 시스템LSI사업부에서 진행하고 있으며, 이 사업부에서 만든 스마트폰 AP가 한때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했지만 퀄컴과 미디어텍에게 역전 당해 현재 시장 점유율은 한자릿 수로 줄어든 상황이다.
반도체 업체 지형도
글로벌 팹리스 기업 TOP5
퀄컴은 미국 기업으로 스마트폰의 두뇌인 AP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반도체 설계 최강자다. 그동안 퀄컴의 주요 매출처 중 하나는 애플이었다. 애플이 AP 자체설계에 나섰지만 퀄컴은 자율주행, VR, 사물인터넷 등 사업다각화에 속도를 내며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최근 스웨덴 자동차 기술 회사 베오니어를 인수해 자율주행 칩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엔비디아는 미국기업으로 GPU라고 불리는 그래픽처리장치 강자다. 기존에는 비디오 게임의 그래픽 출력 장치로 주로 쓰였지만 최근에는 자율주행차, 가상화폐 채굴, 데이터센터 등으로 사용처가 다양해졌다. 최근에는 게임과 데이터센터 시장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실적이 향상되고 있다.
브로드컴은 미국기업으로 반도체 솔루션, 인프라스트럭처 소프트웨어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이 중 팹리스 부분은 데이터센터, 네트워크, 셋톱박스, 스마트폰용 통신장치, 기지국 등에 사용되는 칩 솔루션을 개발/판매하고 있다.
미디어텍은 대만기업으로 스마트폰 AP 개발 업체이다. 퀄컴이 고사양 AP를 만든다면, 미디어텍은 중저가 제품을 만든다는 인식이 있다. 즉, 가격경쟁력 측면에서 강점이 있는 것이다. 중저가 시장 공략에 성공한 미디어텍은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AP 시장에서 46%의 점유율을 기록해 퀄컴(35%)을 넘어섰다.
AMD는 미국에 위치한 컴퓨터 중앙처리장치인 CPU칩과 그래픽처리장치 GPU칩을 설계하는 회사다. CPU쪽에서는 인텔과 경쟁하고, GPU분야에서는 엔비디아와 경쟁한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1년 4분기 기준 x86 컴퓨터용 CPU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인텔 60.7%, AMD 39.2%다. 플레이스테이션과 엑스박스도 AMD의 게임콘솔용 칩을 사용하고 있다.
국내 팹리스 기업 TOP5
LX세미콘은 국내 1위 팹리스 업체이다. 주력 상품은 디스플레이 패널이 들어가는 가전제품에 탑제되는 칩이다. 상반기 매출만 1조 1,842억원에 달한다. LX세미콘은 LG그룹에서 LX홀딩스가 계열 분리될 때 기존 LG그룹의 실리콘웍스가 LX세미콘으로 사명을 변경하였으며, 추후 반도체 설계 관련 제품군을 늘릴것으로 예측된다. 현직자들은 서울에서 근무할 수 있는 것을 최대의 메리트로 꼽았으며, 회사의 성장세가 뚜렸하다고 평가한다.
어보브반도체는 청주에 위치하고 있다. 다양한 종류의 마이크로콘트롤러(MCU) 뿐만 아니라 논리집적회로(Logic IC)의 경쟁력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업체이다. 범용 MCU, 전용 MCU, 전용 IC 제품을 설계/제조하고 판매를 주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다. 국내 주요 거래처는 삼성전자, LG전자, 위니아대우 등이며 한국을 비롯한 중국, 일본, 인도 등의 전 세계에 어보브반도체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2002년 설립된 에이디테크놀로지는 로직 반도체 설계 및 양산 서비스 전문 기업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디자인하우스파트너로, 반도체 미세 공정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설계 업무의 중요성이 커지며 반도체 집적도를 증가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특히 '파인스'를 비롯한 시스템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 세곳을 인수하며 엔지니어링 역량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2022년 5월, 당사는 5나노 공정 기술의 반도체 설계 플랫폼 'ADP500'을 공개했다. ADP500을 통해 고성능 및 저전력 컨슈머 주문형반도체(ASIC)를 단시간, 저비용으로 개발할 수 있게 됐다. 이에 삼성전자가 구글 '픽셀7' 시리즈 AP 생산에 참여하게 되며, 에이디테크놀로지의 반도체 설계 플랫폼도 주목을 받고 있다. 현직자들은 워라밸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을 회사의 장점으로 평가했다.
2000년에 설립된 제주반도체는 통신장비와 서버 등에 들어가는 메모리반도체 일종인 ‘멀티칩패키지’(MCP)에 주력하며 메모리반도체를 전문으로 개발하고 있는 팹리스 반도체 기업이다. 또한 자체 Mobile SDRAM 라인업 개발을 시작하여 M2M, Data card, IoT 시장향 등으로 다양한 NAND MCP 라인업 구축을 통한 순차적인 개발에 성공함으로써 토탈 솔루션 업체로 성장하며 세계 유수의 모바일 업체로부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지난 2020년에는 세계 최대 통신용 반도체 업체인 미국 퀄컴으로부터 5G제품 인증을 받았으며, 최근에는 글로벌 자동차 전장업체에 메모리반도체를 양산 공급하기 시작했다.
텔레칩스는 1999년 설립된 멀티미디어 및 디지털 통신 분야의 반도체 전문기업이다. 스마트 기기에 적용되는 AP, 각종 모바일 방송 표준을 지원하는 모바일 TV 수신칩 그리고 블루투스, WiFi, GPS 등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2011년 세계 최초로 안드로이드 스마트미디어 플레이어 솔루션을 양산하기 시작했다. 2013년 구글 모바일 서비스를 탑재하기 위한 호환성 인증(CTS)의 '스마트 스틱(Smart Stick)' 솔루션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2015년 국내 최초로 차량용 AVN 프로세서를 국내 완성차 제조사에 공급하는 등 텔레칩스는 멀티미디어 및 통신 관련 응용분야에 필요한 반도체 및 솔루션을 주력으로 개발해 공급해왔다. 테레칩스 현직자는 안정적인 재무구조 및 유연한 근로시간을 회사의 장점으로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