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기자판(破棄自判)
소송법상 제도로 항소법원 또는 상소법원이 상소이유가 있다고 인정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파기환송 또는 파기이송)하지 않고 사건에 대하여 다시 재판하는 것을 뜻한다. 소송 기록과 제일심 및 원심법원에서 조사한 증거에 의해 판결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인정되면 사건에 대해 직접 판결을 고쳐 확정할 수 있다.
형사소송법
제396조 (파기자판)①상고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한 경우에 그 소송기록과 원심법원과 제1심법원이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판결하기 충분하다고 인정한 때에는 피고사건에 대하여 직접판결을 할 수 있다.<개정 1961. 9. 1.>
②제368조의 규정은 전항의 판결에 준용한다.
‘파기자판’ 뭐길래…국힘, ‘이재명 무죄’에도 왜 물고 늘어질까
국민의힘이 29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자 ‘파기자판’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파기자판은 상급심 재판부가 하급심 판단에 잘못이 있다고 보고 원심을 파기할 때 사건을 하급심으로 환송하지 않고 직접 판결하는 행위다. 대법원에서 파기자판은 매우 드문 일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대법원의 직접 판결이 나라를 살리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호준석 대변인은 “1심과 2심의 판단은 정반대다. 판사 잘 만나는 게 로또가 될 수는 없다”며 “대법원이 하급심에 폭탄을 돌리지 말고 직접 판결해야 한다는 여론도 같은 뜻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형사소송법 제396조에는 ‘대법원은 소송기록과 1·2심 법원이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판결하기 충분하다고 인정한 때에는 직접판결을 할 수 있다(파기자판)’고 돼 있다. 호 대변인은 “형사소송법은 제396조에 ‘파기자판’을 먼저 규정하고, 이어 제397조에 ‘파기환송’을 규정했다”며 “입법 취지로 보면 ‘파기자판’이 ‘파기환송’보다 우선 고려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김기현 의원도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흔들리는 사법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대법원이 신속히 파기자판 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도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법리 오해에 관한 판단이 이번 사건의 상고 이유이므로 대법원이 직접 판결할 만한 조건을 갖췄다. 법률상 파기자판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천대엽, 이재명 상고심에 "대법 '파기자판' 쉽게 하지 않아"
천대엽(대법관) 법원행정처장은 3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에서 1심(징역형)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받은 것과 관련해 “(대법원이 상고심에서) 보통 ‘파기자판(破棄自判)’을 쉽게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국민의힘에선 대법원이 이 대표 상고심에서 파기자판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는데, 천 처장이 쉽지 않겠다는 취지로 답변한 것이다.
대법원이 스스로 판결을 내리는 파기자판은 원심 법원으로 사건을 돌려보내 다시 재판하게 하는 ‘파기환송’에 비해 확정 판결까지 시간이 단축된다. 만약 조기 대선이 열릴 경우 선거 전에 대법원이 무죄를 확정하거나 파기자판을 통해 이 대표 출마 자격과 관련한 최종 결론을 내야 혼란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천 처장은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긴급현안질문에 출석해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장 의원이 “(이 대표 선거법 사건) 1심에서 유죄가 났고 항소심에서 전부 무죄가 났다. 통상적 관례에 의하면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로 파기된다고 해도 항소심에서는 양형을 정한 바 없기 때문에 대법원에서 사실상 파기자판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하는데 맞는가”라고 묻자, 천 처장은 “네. 보통 파기자판은 쉽게 하지 않는다는 그 말씀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이에 장 의원이 “그렇다고 하더라도 신속히 재판해서 대법원에서 ‘6·3·3 원칙’을 잘 지켜 달라”고 하자 천 처장은 “상고심에서 잘 판단할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선거법 재판은 1심 판결을 6개월 이내, 2·3심 판결을 각각 3개월 내에 끝내도록 선거법에 정해져 있다.
대선 변수 급부상한 대법원, 3가지 경우의 수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례적으로 속행기일을 바로 잡는 등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사건 심리에 속도를 내면서 이후 상황 예측에 큰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6월 3일 조기대선 전에 대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리느냐에 따라 선거 전체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법조계에선 이례적인 속도전 양상을 볼 때 대법원이 대선 전 결론을 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우세해진 상황.
결국 대법원이 이처럼 속도를 내 대선 전에 판결을 낸다면 예상되는 시나리오는 크게 세 가지인데, 첫 번째는 검찰의 상고가 기각돼 2심 무죄 판결이 확정되는 경우입니다.
이렇게 되면 이 전 대표는 피선거권 박탈 위기를 완전히 벗어나 대선 레이스에 탄력을 받게 됩니다.
두 번째는 2심 무죄를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내는 경우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되더라도 대선까지 5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 사건이 고등법원부터 다시 절차를 밟아 대선 전 확정판결에 이를 가능성은 사실상 없습니다.
이 경우에도 이 전 대표의 피선거권 유지에는 문제가 없다는 건데, 다만 '사법 리스크' 문제가 정치적으로 재점화될 수는 있습니다.
마지막 경우의 수는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하고 있는, 무죄를 유죄로 뒤집고 대법원이 직접 형량까지 선고하는 '파기자판'입니다.
그러나 이럴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법률가 대다수는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이건 집유가 맞나 벌금형이 맞나 이 판단은 하지 않아요. 지난 20년 이상 무죄를 유죄로 바꾸면서 파기자판 한 전례가 없는 게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거든요. 국민의힘 분들도 알 거라고 생각해요. 당연하지만 그런데 파기자판 이야기하는 건 좀 언론용이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대 교수도 "'이러다 대선 후보가 날아가는 것 아니냐' 걱정하는데 그럴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며 "파기자판은 물론 유죄 취지 파기환송 가능성도 매우 낮다"고 주장했습니다.
홍 교수는 그 근거로 "파기자판은 피고인이 너무 명백히 부당한 유죄를 받은 상황을 시급히 정정해야 할 때 나왔고, 2023년 전체 상고심 사건의 0.073%이었다"며 "원심 무죄를 유죄로 파기자판한 경우는 한 건도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홍 교수는 대법원이 이례적으로 속도를 내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대법원이 대선 국면에서 어떤 식으로든 존재감을 드러내겠다는 것 자체가 목적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