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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렴, 퇴염(退染) 한자말

Jobs 9 2022. 4. 24.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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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렴, 퇴염(退染)

말이었다. 물러날 퇴(退)에 물들 염(染)이니까 국물을 부었다 되돌렸다 하면서 밥을 국물에 물들인다의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말이 변한 것이 토렴으로, 한자로는 쓰지 않는다.

밥이나 국수에 뜨거운 국물을 부었다 따랐다 하여 데우고 불리는 과정으로, 보온장치가 없던 과거에 밥을 따뜻하게 먹기 위해 고안된 방법이다.

토렴을 잘 하면 입천장이 데일 정도로 뜨겁지 않고 적당히 먹기 좋은 온도로 손님에게 나온다. 특히 해장국은 토렴으로 마는 것이 좋다. 너무 뜨거우면 술 때문에 약해진 위에 더더욱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장점은 국물로 여러 차례 밥을 덥히므로 밥을 넣고 끓인 것에 근접하게 따뜻한 국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 또한 쌀밥 낱알마다 국물이 배어들게 되므로 밥 자체가 맛있어지게 된다. 

토렴할 때 찬밥을 쓰면 더 맛있어지는데,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쌀에 든 녹말은 생으로는 소화가 잘 안되지만 익히면 소화되기 쉬운 알파 녹말로 변하는데, 식으면 다시 베타 녹말, 생쌀 상태로 돌아가게 된다. (극단적 상태가 냉동실에 넣은 밥이다. 빛깔마저 하얗게 불린 생쌀처럼 된다.) 뜨거운 국물을 부으면 찬밥이 국물을 흡수하면서 알파화되어 갓 지은 상태에 가깝게 돌아가고, 국물 맛 밥에 스며들어 맛있어진다. 그런데 그냥 전기보온밥솥에 보관하였거나 갓 지은 뜨거운 밥을 국물에 넣으면 잘 풀어지긴 하지만 밥과 국물이 겉돌고 맛이 훨씬 덜하다. 따로국밥이 더 맛이 없는 건 그 때문이다. 물론 오래 두면 국물맛이 밥에 배이지만, 그러면 국이 식고 밥도 지나치게 불어서 맛이 없다. 이렇게 찬밥을 쓰는 건 볶음밥을 할 때에 찬밥으로 해야 하는 것과 이유가 비슷하다. 라면에 밥 말아 먹을 때 찬밥을 쓰라는 것도 그 때문이다. 

단점으로는 위생이 문제된다. 재료나 반찬보관도 비위생적으로 하는 국밥집이 널린 판에 실온에 있던 찬 밥과 고명의 위생상태를 보장할 수 없는데, 국물을 따라내는 과정에서 밥알과 고명이 국물에 섞여들어가게 되므로 국물이 오염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뜨거운 국물로부터 화상을 방지하기 위해 천으로 그릇을 잡거나 장갑을 사용하는데, 토렴 과정상 국물에 천과 장갑이 안닿기가 힘들며 손이 빨라야 하는 식당의 특성상 그 천과 장갑의 위생상태 또한 기대하기 어렵다.


현대에서는 밥 요리 대신 국물 면 요리에서 토렴을 하는 사례가 생겼다. 국물 면 요리의 조리 특성상 불지 않게 하기 위해 익히는 시간을 단축하고 국물과는 별도의 물에서 끓이기 때문에 면을 끓이는데 값비싼 육수를 쓰지 않는 이상 면에 국물이 배기 힘든데, 토렴을 하면 면의 탱탱함을 살리면서도 국물의 맛을 충분히 면에 배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요리 비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밥 토렴에 비해 밥알이나 고명이 따로 흘러들어갈 걱정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방법
밥그릇에 찬 밥을 담는다.
가마솥에 끓고 있던 뜨거운 국물을 밥그릇에 부은 다음 가마솥에 따라내고 다시 뜨거운 국물을 붓는다.
밥의 온도가 먹기 좋아질 때까지 2의 과정을 반복한다.
고명이 있으면 3 중간에 고명을 넣고 고명과 밥의 온도가 올라갈 때까지 2를 반복한다.
먹기 좋은 온도가 되면 손님에게 대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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