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과학 Social Sciences/경제, 경영 Economy

탈동조화(decoupling, 디커플링), 재동조화(recoupling, 리커플링)

Jobs9 2020. 12. 16. 09:52
반응형
'디커플링(Decoupling)'이란 말은 쉽게 말하면 동조화의 반대말입니다. 
그래서 디커플링을 '비동조화' 혹은 '탈동조화'라고도 표현합니다.


그럼 동조화(coupling, synchronization, 同調化)란 어떤 뜻일까요?
'서로 닮아간다'는 뜻입니다. 

'미국 증시가 재채기하면 한국 증시가 독감에 걸린다'는 말이 있습니다.

국내 증시의 취약성을 지적한 문장인데 글로벌 증시가 동조화되고 있음을 암시하기도 합니다.
 
최근 증권 기사에 보니 '글로벌 증시가 동반폭락'이라는 제목을 읽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세계 증시가 동조화에 의해 연속적으로 영향을 끼치기도 합니다.

 

■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을 기폭제로 해서 심각한 신용경색과 달러약세 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이것이 미국내 기업실적 악화, 주택시장 침체, 고용축소, 소비축소, 내수부진 등으로 이어지고 있음에도, 신흥시장은 탄탄한 내수와 환율강세, 기업실적 호조, 고용확대, 증시호조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탈동조화(decoupling) 주장의 요지다.


■ 탈동조화를 제기한 것은 지난해 하반기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와 같은 미국의 투자은행들이었다. “최근 미국경제 침체에도 불구하고 여타 국가는 탈동조화(decoupling)되는 경향이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그 증거가 금리, 주가, 환율에 걸쳐 나타났다는 것이다.


■ 탈동조화 주장이 신빙성이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던 시기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여파가 세계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아직 충분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을 때, 그리고 금융부실이 실물경제로 아직 전이되고 있지 않을 때, 정확히 그때까지 만이었다.


■ 금융위기가 미국 국경을 넘어 확산되고 미국의 금융 불안이 월가의 경계를 넘어 실물경제로까지 확산되며 확실한 침체기로 돌입한 지난해 12월에 접어들면서 탈동조화 주장은 설득력을 현저히 상실하게 된 것이다.


■ 특히 실물경제와 달리 세계 금융시장은 현재 완벽히 동조화되어 있는데 “전통적인 교역 경로를 통한 (미국의) 영향력은 약화되었으나 금융 세계화의 진전으로 금융경로를 통한 영향력은 오히려 확대”되었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의 동조화는 이를 명백히 입증해주고 있다.


■ 현재 탈동조화 논의는 자취를 감춘 상태고 <글로벌 인플레이션 동조화> 현상과 <글로벌 경기침체의 동조화> 현상이 어떤 수준에서 진행될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으며 한국경제 역시 이런 상황에 처해 있다고 봐야 한다.


■ 그렇다면 탈동조화 문제제기에 전혀 근거가 없었던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BRICs를 핵심으로 하는 신흥시장의 성장 동력이 커지고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급상승하면서 미국 경기침체에 세계경제가 ‘더 적게 반응’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탈동조화가 강하게 나타나는 나라들은 대부분 탄탄한 내수시장 구조를 가진 나라들이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 제한된 국가들 사이에서 제한된 범위 안에서 나타나는 현상이기는 하지만 탈동조화 현상은 경제적 국면에서 다극화의 초기 신호일 수 있다.


■ 탈동조화 현상을 해석만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적극적 정책으로 탈동조화 전략을 펼칠 필요가 있다. 이것이 세계화시대에 한국경제가 세계경제와 활발하게 교류하면서도 자생력을 갖추고 살아남는 유일한 길이다.


■ 금융에 대한 제어, 최소한의 내수기반 확보, 경제관계의 다극화는 글로벌 시대에 탈동조화 경제로 가는 최소 요건이며, 이러한 탈동조화 경제는 세계적인 금융 불안의 충격을 완화하면서 지속 가능한 성장 국면을 이어갈 미래적 경제가 될 것이다.




1. 새로운 경제 이슈의 부상


최근 전에 없이 새로운 경제 이슈들이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우선, 통제불능 상황으로 팽창한 금융 시스템에 대한 조절과 규제의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신자유주의 전성기에는 보기 어려웠던 장면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세계 경제와 신용 시스템 전체가 불안해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무제한적인 신자유주의 금융 자유화에 대한 우려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파산 직전까지 갔던 노던록(Northern Rock) 모기지 은행을 영국 정부가 지난 2월 21일 전격 국유화하면서 때 아닌 국유화 논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30년 만에 스태그플레이션 조짐을 우려하는 주장이 보수적인 경제지 지면을 장식하고 있는 것도 전에 없던 일이다. 특히 미국 경제가 하강국면을 넘어 침체국면으로 들어섰다는 것이 기정사실화되고 인플레이션까지 심상치 않은 수준으로 치달으면서 스태그플레이션 공포가 시작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흥미로운 이슈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하기 시작한 세계 경제의 동조화(coupling) - 탈동조화(decoupling) - 재동조화(re-coupling)논쟁이다. 세계 경제 특히 미국경제와 아시아 신흥경제권이 여전히 과거와 같은 동조화 현상을 보이는지, 아니면 미국경제와 무관하게 독자적인 경기 흐름을 타기 시작했는지에 대한 논쟁이다. 미국 경제의 침체국면에도 불구하고 과연 아시아 시장이 미국 경제와는 독립적으로 호황세를 이어갈 것인지에 대한 판단 여부가 포함되어 있어 한국경제 전망과 관련해서도 매우 중요한 함의를 담고 있다.


2. 탈동조화(decoupling) 이슈가 나온 배경은 무엇인가


“미국경제가 기침을 하면 한국경제는 감기에 걸린다”는 표현이 오랫동안 미국경제와 아시아 경제, 또는 한국경제의 동조화(coupling) 현상을 집약적으로 설명해주었고 지금까지 확고부동한 진실처럼 받아들여졌다. 그렇다면 미국경제가 “기침 정도가 아닌 폐렴에 걸린”(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경제학교수) 지금, 세계 경제와 아시아 신흥시장 그리고 한국경제는 어떤 모습을 보이고 있을까?


사실 동조화 현상이라고는 하지만, 엄격한 뜻에서 한국 경제가 제대로 된 동조화 현상을 보인 적은 없었다고 봐야 한다. 미국 경제가 성장을 구가할 때는 신흥시장이 함께 성장하는 동조화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90년대 미국 경제가 신경제로 불릴 만큼 10여 년간 고성장을 지속하는 사이 멕시코를 비롯한 남미의 외환위기, 97년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의 외환위기가 발생하는 등 신흥시장은 심각한 경기침체를 겪은 경험이 있다. 즉, 외환위기 당시 신흥시장은 통화가치가 급락하고 주식시장은 폭락하는 등 신용위기에 빠졌지만 미국시장은 전혀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전통적인 동조화 현상은 미국 경제가 호황일 때 신흥시장이 동반 호황으로 가는 동조화가 아니라, 미국경제가 침체국면으로 접어들 때 신흥시장도 동반 침체로 빠져드는 동조화에 불과했던 것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번 버블 붕괴 후유증에선 한국과 미국의 주식시장이 하나인 듯 움직이고 있다. 잘 될 때는 따로 놀던 주식시장도 미국시장이 어려워지면 한국이 그 영향권을 벗어나기 힘들다는 것이 이번 사태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는 주장은 바로 이점을 짚고 있다.(매일경제 3월 7일자)


그런데 지금은 반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미국 경제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을 기폭제로 해서 심각한 신용경색과 달러약세를 보이고 있고 기업실적 악화, 주택시장 침체, 고용축소, 소비축소, 내수부진에 빠지고 있는데, 신흥시장은 탄탄한 내수와 환율강세, 기업실적 호조, 고용확대, 증시호조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과연 미국경제가 폐렴에 걸렸는데도 신흥시장은 호조를 이어갈 수 있는 상황이 온 것일까?


탈동조화를 제기한 것은 지난해 하반기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와 같은 미국의 투자은행들이었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파장이 세계적으로 확산되던 2007년 8월 이후에 부상된 이슈다. 골드만삭스는 2007년 9월 ‘글로벌 경제의 탈동조화 가설에 대한 검증(Stress-Testing Our Global Decoupling Thesis)’을 발표하면서 탈동조화에 불을 붙였는데 핵심내용은 이렇다.(한국 뉴욕총영사관 2007년 9월 20일자 보고)


“최근 미국 경제 침체에도 불구하고 여타 국가는 탈동조화(decoupling)되는 경향이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그 증거가 금리, 주가, 환율에 걸쳐 나타났다는 것이다. (1) 금리를 보면, “미 연준의 금리 인하 조치에도 불구하고 유럽 중앙은행은 금리를 내리지 않고 있고 스웨덴과 중국 중앙은행은 금리를 인상했다(2007년 9월 시점에서-인용자)” (2) 주가와 관련하여, 미국 기업 가운데 대외지향 기업바스켓(GSSU)의 주가는 2007년 7월 중순 이후 주가 하락시에도 3.9% 상승했지만 미국 국내지향 바스켓 주가는 4.1% 하락했다. (3) 환율의 경우, BRICs 등 신흥시장 통화가치 상승이 지속되어 신흥시장 중심의 통화 바스켓이 2007년 7월 중순 이후 3.1% 절상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이런 현상이 발생한 것일까. 골드만삭스가 지적한 탈동조화의 원인은 (1) “세계 수출시장으로서의 미국의 비중이 감소(02년 아시아 수출의 21.3%가 대미수출, 06년에는 16.8%로 감소)” 했고, (2) “최근의 미국경기 침체가 글로벌 이슈가 아닌 미국 내부 주택시장 침체에서 유래”하고 있으며 (3) 미국을 제외한 유럽과 일본 및 주요 신흥국가의 내수가 견고하고, 특히 BRICs의 경제성장 동력이 강해서 미국의 수입수요 감소를 상쇄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2007년 9~11월 세계경제의 탈동조화 주장이 곳곳에서 나오기 시작했고 지난해 하반기 한국경제의 상대적 호조를 이런 시각에서 분석하는 견해도 적지 않았다. 미국 투자은행들의 입장에서 보면 미국경제의 침체와 월가 금융시장의 불안으로 투자처가 막힌 상황에서 아시아 신흥시장으로 투자방향을 돌릴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신흥시장의 투자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평가하고 싶어 했을 것이다. 반면 이와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아시아 신흥시장, 특히 한국경제가 미국경제의 변동성과 무관하게 자체의 내수기반과 시장기반을 확보했는가에 대한 매우 중요한 문제제기를 담고 있었다.


3. 단명으로 끝난 탈동조화, 다시 재동조화(re-coupling)로 이동하다


그러나 탈동조화 주장이 설득력을 얻은 기간은 매우 짧았다. 그 주장이 신빙성이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던 시기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의 여파가 세계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아직 충분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을 때, 그리고 금융부실이 실물경제로 아직 전이되고 있지 않을 때, 정확히 그때까지 만이었다. 11월에 추가적인 서브프라임 손실규모가 드러나고 신용경색이 미국 내수와 고용 등 실물부문으로까지 전파되면서 탈동조화 주장은 약화되기 시작했다.


급기야 탈동조화 견해를 적극적으로 제기했던 골드만삭스 조차도 2007년 12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가 초기에는 미국에 악영향을 미쳤다면 이제 신용경색으로 발전해 글로벌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2008년은 미국이라는 특정 국가에서 시작된 경제 침체가 글로벌 경제 침체로 확산되는 재동조화(re-coupling)의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게 되었고, 이는 새해 벽두에 들어서면서 현실화된다.(아시아경제 2007년 12월 10일자)

올해 1월 미국 실물경기가 침체되었음을 알리는 지표들이 발표되면서 전 세계 증시가 동반 폭락하는 사태가 벌어지게 된 것이다.(2008년 1월 미국 주가 4.6%, 영국 8.9%, 독일 15.1%, 일본 11.2%, 중국 16.7% 하락했다. 한국의 코스피 지수는 12.4% 하락했다)


실상 올해 1월이 아니라 하더라도 적어도 주식시장에서의 동조화 현상은 지난 1년을 추적해 볼 때 명확하다. 특히 한국의 주식시장은 미국의 주식시장과 완벽하게 동조화(coupling)되어 있다는 것을 주가 추이를 보면 확연히 알 수 있다. 실증분석 결과 “2007년 하반기 이후 증권시장에서 단기적인 동조화 정도가 증폭되었으며” 장기적으로도 “미국 다우존스 지수가 1% 하락할 때 우리나라 코스피 지수는 0.2% 가량 하락하는 장기적인 관계”가 나타난다는 것이다.(한국금융연구원, “국내외 주식시장 동조화에 대한 평가 및 시사점”, 2008/2) 마이크로 소프트사의 빌게이츠회장도 지난 1월  탈동조화 견해를 반대하면서 “주가라는 측면에서 확실히 상관성을 볼 수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물론 금리와 환율 추세는 현재 시점에서도 완전히 동조화 경향을 보인다고 할 수는 없다. 미국이 최근 6개월 동안 5회에 걸쳐 무려 2.25%포인트 금리를 내릴 동안 유럽 중앙은행이나 우리나라는 금리를 계속 동결했다. 영국과 캐나다가 약간의 금리인하를 했을 뿐이다. 그러나 이것은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이 함께 진행되는 상황이 나타나면서 물가안정과 경기부양 중 정책적 우선순위를 어디에 둘 것인지에 대한 고려 때문에 발생하는 차이라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확실한 것은 주식시장을 포함한 금융의 동조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고, 이것이 물가상승을 포함하여 경기변동 동조화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미국경제 침체로부터 시작된 탈동조화 주장은 정확히 두 가지 지점을 고려하지 않았음이 분명해졌다. 첫째, 금융위기가 미국 국경을 넘어서 확산되게 되면 사정이 다르다는 것, 둘째 미국의 금융 불안이 월가의 경계를 넘어 실물경제로 확산되고 확실한 침체기로 가면 사정이 달라진다는 것 등이 그것이다. 이 두 가지 상황이 지난해 12월에 나타나면서 탈동조화 주장은 설득력을 현저히 상실하게 되었다. 어쩌면 제대로 탈동조화 된 적이 없으니 실상 재동조화도 허구일 수밖에 없는, 즉 동조화 현상만이 과거부터 변함없이 계속되고 있었다고도 볼 수 있다.


4. 월가의 금융지배력이 살아있는 한 탈동조화는 불가능하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특히 금융 세계화이자 금융을 매개로 한 월가의 금융 지배력 확대라고도 할 수 있다. 사실 신자유주의가 확산된 지난 30여 년 동안 놀라운 성장세를 구가한 것은 정보통신산업만이 아니었다. 전 세계 연간 산업생산 대비 금융자산 비율은 1980년 109%에서 2005년 316%로 급팽창했고, 그 규모도 140조 달러로 성장했으며 제너럴일렉트릭과 같은 미국의 거대 제조업체들은 속속 금융산업을 주력 산업으로 전환시켜왔다.


그 뿐이 아니다. 정보통신산업을 매개로 금융자산의 전 세계적 이동이 가능해지면서 선물, 옵션, 파생상품의 영역에서 신종 금융상품과 위험스런 헤지기법들이 도입되기 시작했고 전 세계는 미국 월가를 중심으로 하여 첨단 금융상품 거래관계로 그물망처럼 얽힌 구조가 되었다. 특히 2001년 IT 버블 붕괴 이후 지속된 파격적인 저금리 기조는 엄청난 유동성 과잉을 만들어냈고 과잉 유동자금은 금융시장과 주택시장에 몰려들어 금융 세계화를 촉진시켰다.


금융 세계화는 평상시 금융수익의 세계적 실현구조를 만들어 내기도 했지만, 동시에 금융 위기의 세계화, 금융 오류의 세계화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미국 금융시장의 위기를 넘어 전 세계 금융시장의 위기로 번진 이유가 여기에 있다. 탈동조화 의견을 내면서 그 원인의 하나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글로벌 이슈가 아닌 미국 국내적인 주택시장의 문제”라고 지적한 골드만삭스의 분석은 이 지점에서 완전히 잘못된 판단이었다. 세계 금융시장은 현재 완벽히 동조화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한국은행이 최근 미국과 세계 경제의 재동조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그 주요한 원인으로 “전통적인 교역 경로를 통한 (미국의) 영향력은 약화되었으나 금융 세계화의 진전으로 금융 경로를 통한 영향력은 오히려 확대”되었기 때문이라는 진단은 정확한 것이다.(한국은행, “미국과 세계경제의 리커플링 가능성 증대”,2008/2)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IMF 총재는 2월 11일(현지시간) 인도 뭄바이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손실이 전 세계적으로 파급될 것”이라며 “일부 신흥시장 국가들의 (미국과의) 탈동조화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특히 미국 주택시장이 지금보다 더욱 악화될 수 있음을 지적하고 세계적으로 번져있는 금융위기에 모든 국가들이 조직적으로 대처할 것을 역설했다.


더욱이 중요한 것은 동조화된 세계 금융시장의 과잉 유동성 자금이 금, 석유, 원자재, 곡물 등 실물시장으로 이동하면서 투기적 가수요를 촉진시켜 세계적인 원자재, 곡물가격 파동에 촉매작용을 하여 결국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전 세계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뚜렷한 인플레이션 징후를 보이고 있고, 소비자 물가가 동반 상승하고 있다. 특히 지난 2월 8.7%까지 급등하고 있는 세계의 공장 중국발 급격한 물가상승은 미국 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뒤이어 글로벌 인플레이션 동조화 현상을 낳는 최대의 위협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동조화 현상과 함께 보다 중요한 것은 경기가 동조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주가나 금리, 환율 동조화의 여부는 결국 각 국가의 경기가 동조화 될 것인지를 가늠할 수 있게 하는 종속적 변수이기 때문이다.


5. 미국 실물경제 침체는 세계경제 침체로 동조화 될 것인가


신용경색으로 촉발된 미국 경제의 침체가 실물부문으로 전이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말 부터다. 금융시장이 절대 실물시장과 완전히 무관하게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미국경제가 보여준 것이다.


2007년 12월, 2년만에 실업률이 5%에 진입하고 내수가 위축되면서 제조업과 서비스업 경기가 하강하기 시작한다. 미국 경제가 본격적으로 침체국면으로 돌입하기 시작한 것이다. 급기야 부시 행정부도 1,600억 달러에 이르는 세금 환급조치를 결정하지 않을 수 없었으며, 6개월 뒤인 올해 하반기 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지만 누구도 이를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재의 금융 위기가 유동성 과잉으로 인해 발생했는데, 또 다시 금리 인하와 감세 조치로 유동성 과잉을 확대시키는 조치를 실행함으로써 오히려 모순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2008년 들어 대부분의 기관들이 미국 경제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지난 1월 IMF도 글로벌 경제둔화를 우려해 세계 성장전망치를 기존의 4.4%에서 4.1%로 하향 조정하는 한편 미국 성장률도 1.9%에서 1.5%로 내렸다. EU 집행위원회도 2월 21일 유럽권 경제성장률을 2.2%에서 1.8%로 떨어뜨렸다. 미국 경제가 본격적인 침체기에 들어선 것이 확인되면서 선진국 경제를 비롯한 세계 각국 경제 전망들도 어두워지기 시작한 것이다. 여전히 미국 경제의 비중이 살아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세계 금융시장에서 미국의 위상은 절대적이다. 전 세계 주식과 채권의 40%를 미국이 쥐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아시아 외환보유고와 중동 오일머니가 세계 금융시장의 강자로 새롭게 부상하고 있고 달러 약세에 따른 유로화의 부상도 눈에 띄기는 하지만 아직은 미국의 영향력에 대한 위협을 말할 단계가 아니다.


금융경제뿐 아니라 실물부문에서도 미국경제는 전 세계 GDP의 1/4을 넘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세계 수요(투자와 소비)의 30%를 담당하고 있으며, 전 세계 수출물량의 16%를 사들이고 있다. 미국의 실물경제가 침체에 빠졌을 때 세계 경제가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는 뜻이다.


올해 1월에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도 디커플링 문제는 주요 이슈로 떠올랐는데, 탈동조화의 유력한 국가로 부상한 인도의 상무장관 카말 나스 조차 “어떤 나라도 미국 경제에서 디커플링될 수 없다”며 “문제는 충격의 차이일 뿐”이라고 말했다. 스티븐 로치 모건스탠리 아시아 회장도 “미국 소비자들의 지난해 소비액은 9조 5,000억 달러로 인도와 중국 소비자들의 소비액을 합친 것의 6배”라며 개도국 경제가 미국 경기 침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렇다면 미국경제가 침체에 접어든 지금 한국경제는 탈동조화 되어 성장 호조세를 보일 수 있을 것인가.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충격 속에서도 4.9% 성장률을 달성한 한국 경제가 올해에도 5% 수준으로 성장하리라고 전망했던 것이 지난해 말이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상황은 달라졌다. 리먼브라더스나 UBS와 같은 주요 투자은행들이 한국경제 전망치를 평균 0.3% 가량 낮추고 있으며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의 하나인 피치는 성장률을 4.1%로 잡고 있기도 하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삼성경제연구소에서도 당초 4.9%에서 0.2포인트 낮춘 4.7%로 한국경제 성장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이에 따라 정부의 경제성장 전망치도 비관적 분위기로 돌아서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애초 공약이었던 7% 성장 목표는 아예 사라졌고 6% 성장도 자신하고 있지 못한 형편이다. 3월 10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내용도 6% “내외”의 성장률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식의 비확정적인 단어로 채워졌을 뿐이다.



결국 현재 탈동조화 논의는 자취를 감춘 상태고 ‘글로벌 인플레이션 동조화’ 현상과 ‘글로벌 경기침체의 동조화’ 현상이 어떤 수준에서 진행될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으며 한국경제 역시 이런 상황에 처해 있다고 봐야 한다. 이미 미국 국내에서는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가 동시에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지금의 세계는 금융을 중심으로 국가 사이의 경제 의존관계가 구조화되어 있고 이에 따라 경제 침체의 동조화 메커니즘이 작동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과 미국의 관계 역시 과거식의 군사, 정치적 의존관계에 더해 금융을 축으로 한 경제적 메커니즘 자체의 의존관계가 점점 더 심화되고 있으며, 이는 주식시장 동조화 현상을 보면 단적으로 알 수 있다. 한미 관계의 실체가 변하고 있는 것이다.


6. 세계경제의 엔진, 미국경제의 그늘을 벗어나려는 조짐들


그렇다면 탈동조화 문제제기에 전혀 근거가 없었던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애초에 탈동조화 논의가 미국 투자자 입장에서, 침체된 미국시장을 대신하는 아시아 신흥시장의 투자가치를 검증하고자 하는 의도가 강했던 것만큼 환율, 금리, 주가 등에만 관심을 기울인 면이 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BRICs를 핵심으로 하는 신흥시장의 성장동력이 커지고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급상승하면서 미국 경기침체에 세계 경제가 ‘더 적게 반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경제의 침체 와중에 중국과 인도는 풍부하고 저렴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고도의 경제성장을 지속하고 있고 산유국인 러시아의 경우도 유가 상승에 따른 막대한 오일달러 덕택에 호경기를 이어가고 있는 현상은 분명 전에 볼 수 없던 현상이다.


특히 탈동조화가 강하게 나타나는 나라들은 대부분 탄탄한 내수시장 구조를 가진 나라들이라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모건스탠리는 미국 경기 침체로 인해 중국의 수출 증가율이 26%에서 16%로 둔화될 것으로 보면서도, 민간 소비가 호조를 지속하면서 이를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즉 민간소비와 인프라 투자 등이 활발해져서 수출이 20~25% 둔화되더라도 성장 둔화는 1.5~2% 정도 감소하는 선에서 그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한국은행, “미국경제 부진이 중국경제에 미치는 영향”, 2008.2) 내수 능력이 세계 경제침체로 인한 수출부진을 보완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일본 재무성 간부도 지난 2월 19일 “신흥 경제국들이 미국으로부터 어느 정도 디커플링 될 수 있다... 특히 중국이 덜 영향 받고 있다”고 주장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세계일보, 2008년 2월 20일자)


물론 신흥 경제국가 누구도 미국과의 완전한 디커플링이 가능하다고 보지는 않지만 그 영향력 정도가 과거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고 보는 것은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경제침체에 무기력한 선진국들과는 다르게 중국, 인도, 러시아 등 내수 기반이 탄탄한 신흥 경제권은 비교적 자국 경제권에 대한 자신감을 그 어느 때 보다 강하게 드러내고 있고, 지난 1월 다보스 포럼에서 열띤 논쟁 주제의 하나였던 탈동조화 논의에서도 상당한 자신감을 표현하기도 했다.


이에 편승하여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한 사공일 인수위원장도 1월 22일 기자 간담회에서 “실물 측면에서 연관을 본다면 우리의 대미 의존도는 15%선이고, 유럽연합은 13~14%, 중국은 18~20%에 이르며 인도와 중동과 같은 신흥시장들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며 미국 경제침체에 대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국 경제의 탈동조화 정도와 가능성은 인도나 중국과 비교될 수 없다. 그 이유는 2000년 이후 4% 수준의 성장률이 내수가 아닌 수출에 의해 견인되어왔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의 주식시장과 금융시장의 대외 의존도는 멕시코에 비견될 정도로 외국자본에 의한 잠식정도가 커서 매우 빠른 금융시장 동조화 현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사공일 위원장이 한국과 중국, 인도가 같은 조건에 있다고 생각한 것은 완전한 착각이다.


어쨌든 제한된 국가들 사이에서 제한된 범위 안에서 나타나고 있기는 하지만 탈동조화 현상은 경제적 국면에서 세계적 다극화의 초기 신호일 수 있다. 탈동조화 혹은 재동조화가 어느 정도 진실에 부합하든지 간에 이런 논쟁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세계 경제구조가 큰 틀에서 구조 변동의 초입기에 진입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7. 한국경제의 활로는 ‘능동적 탈동조화 전략’


그런데 우리는 전혀 다른 전략적 입각점에서 이 문제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사실 특정국가로부터의 탈동조화는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특히 세계화 시대에서 역설적으로 더욱 중요해진다. 미국인이 주택담보 부실로 만들어낸 금융위기와 경제침체가 국경을 뛰어넘어 미국 주택시장과 아무런 연관이 없는 한국 국민의 경제생활에 위협을 주는 것은 합리적이지도 바람직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하나같이 “디커플링으로 가고 있는가, 아니면 리커플링이 되고 있는가”를 수동적으로 지켜보는 수준에서 방어적인 대응 정책을 구상할 뿐이라는 점이다. 탈동조화 현상을 해석만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적극적 정책으로 탈동조화 전략을 펼 필요가 있다. 이것이 세계화시대에 한국 경제가 세계 경제와 활발하게 교류하면서도 자생력을 갖추고 살아남는 유일한 길이다.


이는 이명박 정부에게 특히 절실하다. 미국 경제침체가 1% 수준의 침체에 빠진다는 것이 이미 확정적인 상황, 또 8%를 넘어가고 있는 중국발 인플레이션이 국내 물가상승을 위협하는 현실에서 미국 경제와의 탈동조화 전략 없이 올해 6% 성장률과 3.3% 물가상승률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은 어떤 신뢰도 줄 수 없다. 더욱이 미국도 보류하고 있는 한미FTA가 무엇인가. 바로 한국 경제를 미국 경제와 구조적으로 강력한 커플링 관계를 구성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극단적인 탈동조화 전략은 글로벌 경제와 담을 쌓는 폐쇄경제일 수 있다. 그러나 폐쇄경제가 아니라 글로벌 경제권에 참여하더라도 일정한 조건을 준비하면 얼마든지 탈동조화 경제로 갈 수 있다는 것을 오늘날 세계 경제의 현실은 보여주고 있다.


탈동조화와 재동조화 논쟁을 보건데 우리 경제가 탈동조화 전략을 펴자면 단기적 정책 대응을 넘어 전략적 수준에서 최소한 세 가지 방향 전환을 해야 한다.


첫째, 금융에 대한 조절과 제어기능을 국가가 가지고 있어야 한다. 현재 신자유주의 금융 세계화로 인해 미국경제에 가장 빠르게 동조화되고 있는 분야가 다름 아닌 금융시장임을 보았다. 특히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는 고삐 풀린 금융자본이 예측조차 어려운 세계적 범위의 금융부실을 일으킬 수 있음을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특히 사모펀드나 헤지펀드와 같은 통제가 어려운 자본에 대한 규제책을 마련하는 한편, 신종 파생상품 개방과 업무 허용폭 완화에는 극히 신중해야 한다.


둘째, 최소한의 내수 기반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앞서 확인한 바대로 제한적이나마 탈 동조화 경향을 보이고 있는 나라들은 예외 없이 일정하게 내수가 안정적으로 경제를 뒷받침하면서 성장엔진 역할을 해주는 나라들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이후 극심한 내수 침체를 이어오고 있고 지난해 잠깐 나타났던 내수회복 기미도 다시 꺾이고 있는 형편이다. 내수 회복의 관건이 되는 고용과 중소기업 정책이 부실한 결과다.  


셋째, 경제 관계를 다극화해야 한다. 사공일 위원장이 세계경제포럼에서 발언한 대로 그나마 실물경제에서 미국 경제와의 동조화가 약해진 이유가 바로 무역거래에서 미국 의존도를 줄여왔기 때문이다. 더욱이 현재 한국 경제는 세계 13위에 이를 만큼 적지 않은 규모를 가지고 있기에 한두 나라와의 지나친 경제 의존관계는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경제관계의 다극화 전략이 필요하며 이는 세계적 추세에도 맞는 것이다.


금융에 대한 제어, 최소한의 내수기반 확보, 경제관계의 다극화는 글로벌 시대에 탈동조화 경제로 가는 최소 요건이며 탈동조화 경제는 세계적인 금융 불안 충격을 완화시키고 지속 가능한 성장국면을 이어갈 미래적 경제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미국경제와 한국경제의 동조화와 관련해서 신문에 실린 컬럼 하나를 소개한다. <국내 주식시장 독립선언의 날은 언제인가>라는 제목의 글이다. 결론이 없기는 하지만 주장 자체는 충분한 시사를 주고 있다.(매일경제 3월 7일자)


“미국이 기침하면 한국은 감기가 걸린다고 하던 시절이 엊그제였다. 미국에 대한 무역의존도가 컸었기 때문이었다.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중국 일본 등 아시아국에 대한 의존도가 훨씬 높아졌다. 그래서 미국과 한국경제가 같이 움직이지 않는 디커플링시대를 맞이했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았다. 실제로 미국의 주가가 오르며 경제가 호황을 보이던 시절에도 한국 주식시장은 따로 놀았다.


하지만 이번 버블붕괴 후유증에선 한국과 미국의 주식시장이 하나인 듯 움직이고 있다. 잘 될 때는 따로 놀던 주식시장도 미국시장이 어려워지면 한국이 그 영향권을 벗어나기 힘들다는 것을 이번 사태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문제는 미국이 벌인 잔칫상엔 참여하지 못하고 잔치 끝 설거지 물에만 손을 담가야 한다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경제주권을 찾기 위해서는 이제 금융주변국 탈피를 서둘러야 할 때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