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파민: 고통이 없으면 쾌락도 없다
왜 천국은 심심하고, 지옥은 재밌는 것일까? 그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스트레스를 받는 만큼 도파민 분비량이 상대적으로 많아지기 때문이다.
도파민의 발견
도파민은 1958년 스웨덴의 아비드 칼슨(Arvid Carlsson) 박사와 그의 연구팀이 최초로 발견한 필수적인 신경전달물질이다. 도파민은 뉴런에서 분비되는데, 이 뉴런의 위치에 따라서 그 기능이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도파민이 가장 주목받는, 그리고 중요하게 기여하는 기능이 바로 보상(reward) 및 동기부여(motivation) 능력이다. 이 기능 덕분에 우리는 도파민이 분비될 때 좋은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이 좋은 감정은 정도에 따라서 행복과 쾌락으로 나눌 수 있다.
행복과 쾌락의 경계
도파민네이션(Dopamine Nation)의 저자이자 스탠퍼드대학교 의과대학교수인 애나 렘키(Anna Lembke)는 책에서 행복과 쾌락을 달리 정의한다. 행복은 도파민이 조금씩 분비되는 현상으로, 우리가 흔히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소확행'이 이런 행복을 느끼는 상태에 부합한다. 이와는 달리 쾌락은 도파민이 일상적인 수치를 넘어선 정도로 분비되는 현상으로, 생일선물과 같은 작은 쾌락부터 마약처럼 극단적인 쾌락까지 정도는 다양하지만 행복 그 이상을 쾌락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도파민: 쾌락은 고통을 수반한다
쾌락은 행복과는 달리 필연적으로 고통을 수반한다. 우리 몸은 언제나 저울의 균형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도파민의 분비가 쾌락을 느끼게 만들었다면, 이를 상쇄하기 위해 도파민과 반대되는 물질 또한 분비된다. 다만 이 과정에서 ‘반대 물질의 분비’라는 힘이 한쪽 저울에 가해지게 되면 본래의 균형을 이루는 것에 그치지 않고 쾌락을 느낀 만큼 고통 쪽으로 저울이 기울어진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고통 없는 쾌락이 없는 것이다. 예를 들어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난 뒤의 외로움, 꿈같은 여행이 끝나고 난 뒤의 공허함처럼 행복을 넘어선 쾌락을 느꼈다면,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고통을 느끼게 된다.
심심한 천국, 재밌는 지옥
이 원리를 앞서 언급했던 예시에 적용해 보자. 지옥과 같은 환경에 놓인다면 우리는 도파민 분비량을 넘어서는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우리 몸은 도파민을 더욱 분비할 것이고, 같은 상황이 주어지더라도 평상시에 스트레스를 받던 사람이 그렇지 않던 사람보다 도파민 분비량이 더 많을 것이다. 그리고 도파민 분비량 증가는 곧 더 강한 행복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어느 쪽으로도 추가 기울어지지 않은, 향상성이 유지된 삶을 살아온 사람이라면 그만큼 일상 속에서 느끼는 행복 또는 도파민의 양이 그렇지 않았던 사람에 비해 적어지게 되는 것이다. 또한, 작은 행복이 반복되면 우리 몸은 점차 도파민 감도를 줄인다. 이 현상을 도파민에 내성이 생긴다고 표현한다. 도파민 내성인 사람은 행복을 잘 느끼지 못하게 되고, 이 내성 상태가 도파민 중독의 시작점이다.
도파민 중독
도파민이 문제 되는 이유는 도파민 중독 현상 때문이다. 마약과같이 인위적으로 도파민의 분비를 촉진하는 촉매제를 섭취하여 도파민 분비량이 급증하게 되면, 우리 몸은 향상성에 위험을 느껴 초장부터 도파민의 분비를 억제한다. 도파민이 생성되지 않는 상태가 디폴트 값이 될 때, 마약 투약자는 일상에서 전혀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에 이른다. 그래서 한 번 마약을 접한 사람은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마약이고, 그마저도 내성이 생기면 점차 양을 늘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약에 중독되고 결국엔 사망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부족한 게 없는 사람
최근 남양유업 창업주 손자가 상습적인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 기소 바 있다. 그뿐만 아니라 공범으로 재벌 3세들 또한 수사 선상에 올라 화제가 되었다. 재벌 3세, 유명 연예인 등 모든 것을 다 가진 듯한 사람들이 꾸준히 마약 혐의로 체포되는 이유가 뭘까? 부족한 게 없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명품을 결제할 때 쾌락을 느낀다면, 이들은 명품을 구매하는 것에 내성이 있는 상태이다. 마약처럼 인위적인 자극만이 이들이 쾌락을 느낄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부족한 것이 없을수록 마약에 의존하게 된다.
저자는 도파민 내성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도파민 공백기를 가져보자고 주장한다. 자극적인 음식을 참고, 비싼 명품 백의 결제를 미루고, 찬물 샤워를 통해 스트레스를 주는 등 ‘쾌락 과잉 시대에서 몸의 균형을 찾기 위해 노력하자'라고 말한다. 이러한 습관이 결국 도파민 분비량을 높여주게 되고,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행복을 극대화하면서도 도파민에 중독되지 않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