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 국어/현대문학

해(海)에게서 소년에게, 최남선, 최초 신체시 [현대시]

Jobs 9 2022. 3. 8.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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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海)에게서 소년에게

최남선

1
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때린다, 부순다, 무너 버린다.
태산 같은 높은 뫼, 집채 같은 바윗돌이나,/요것이 무어야, 요게 무어야,
나의 큰 힘 아느냐, 모르느냐, 호통까지 하면서,/때린다, 부순다, 무너 버린다.
처……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콱.

2
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 /내게는, 아무것, 두려움 없어,
육상에서, 아무런, 힘과 권(權)을 부리던 자라도,/내 앞에 와서는 꼼짝 못하고,
아무리 큰, 물건도 내게는 행세하지 못하네./내게는 내게는 나의 앞에는,
처……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콱.

3
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나에게, 절하지, 아니한 자(者)가,
지금까지, 없거든, 통기하고 나서 보아라./진시황, 나팔륜, 너희들이냐,
누구누구누구냐 너희 역시 내게는 굽히도다./나하고 겨룰 이 있건 오너라.
처……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콱.

4
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조그만 산(山) 모를 의지하거나,
좁쌀 같은 작은 섬, 손뼉만 한 땅을 가지고,/그 속에 있어서 영악한 체를,
부리면서, 나 혼자 거룩하다 하는 자,/이리 좀 오너라, 나를 보아라.
처……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콱.

5
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나의 짝 될 이는 하나 있도다,
크고 길고, 너르게 뒤덮은 바 저 푸른 하늘./저것은 우리와 틀림이 없어,
적은 시비 작은 쌈 온갖 모든 더러운 것 없도다.
저 따위 세상에 저 사람처럼,
처……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콱.

6
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저 세상 저 사람 모두 미우나,
그중에서 똑 하나 사랑하는 일이 있으니,
담 크고 순정한 소년배들이,
재롱처럼, 귀엽게 나의 품에 와서 안김이로다.
오너라 소년배 입 맞춰 주마.
처……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콱.

 


 

바다와 소년이 담고 있는 상징적 의미를 통해 문명개화를 실현해야 할 주역들인 소년에 대한 믿음과 기대를 노래하고 있다.

* 갈래 : 신체시
* 성격 : 계몽적, 낙관적
* 제재 : 바다(새로운 문명)
* 주제 : 소년의 시대적 각성과 의지
* 특징 
① 최초의 신체시로, 근대 시 형성에 기여함.
② 웅장하고 힘찬 남성적 어조를 사용함.
③ 직설적 표현을 구사함.
④ 의인법과 직유법, 반복법, 의성법의 표현 방식을 사용함.
* 출전 : “소년(少年)”(1908)

 

시어 풀이

* 해(海)에게서 : 바다가. 바다에게서.
* 권(權) : 권세(權勢).
* 통기 : 기별하여 알림. 통지.
* 나팔륜 : 나폴레옹
* 담 : 담력. 겁이 없고 용감한 기운.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의인화된 화자인 ‘바다’가 세상과 소년에게 거침 없는 위력과 기개를 담은 어조로 말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힘세고 순수함을 특성으로 하고 있는 바다는 마지막 연에서 ‘담 크고 순정한 소년배’만을 사랑한다고 말함으로써, 바다와 소년을 대응시키고 있다. 여기서 ‘바다’는 문명개화를 통해 작가가 도달하고 싶은 이상적 상태이며, ‘소년’은 문명개화를 실현해야 할 미래의 주역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사회적인 이념을 노래하고 있다는 점에서 개인의 주관적 정서를 노래한 근대적 서정시로 인정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작품 연구실

작품 속 시어 사전

 

이 시에 나타난 ‘바다’와 ‘소년’의 상징적 의미

이 시는 위력과 순수함을 가진 바다가 담 크고 순정한 소년배만을 사랑한다는 내용으로, 최남선의 낙관적 계몽주의가 잘 드러나 있다. 여기서 ‘바다’는 세계로 나가는 통로이자 세계를 지배할 수 있는 힘의 상징이고, ‘소년’은 민족사의 새로운 국면을 열어 나갈 가능성을 지닌 자이다. 즉,‘바다’와 ‘소년’은 모두 기존 관습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기상을 펼칠 존재로 형상화되어 있다. 또한 이 시에서 ‘바다’와 ‘소년’은 위력과 순수성이라는 공통적 속성으로 대응 관계를 이루고 있다.

 

시적 화자 ‘바다’

이 시의 화자는 바다이다. 이 시에서 바다는 의인화되어 있다. 따라서, 바다는 일반적 의미인 사물로서의 바다가 아니다. 여기서 바다의 속성은 두 가지로 나타나 있다. 하나는 강한 힘이고, 다른 하나는 순결성이다. 달리 말해 순결성과 위력을 가진 인격체로 바다를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지극히 센 힘과 지극히 순결한 바다라는 인격체가 오직 사랑하는 것은 ‘소년배(少年輩)’ 뿐이다. 따라서, 담 크고 순정(純情)한 소년과 힘세고 순결한 바다는 대응 관계를 이룬다.

 

율격 구조

이 시의 각 연은 유사한 율격 구조를 이루는데, 이것은 작가가 의도한 짜임이기는 하지만, 원래부터 존재하던 양식에 맞추어 창작한 것은 아니므로 정형시라고 할 수는 없다. 창가의 전형적인 율조(律調)에서 벗어나 새로운 율조에 새로운 내용을 담아, 우리 시 문학사상 처음으로 정형률을 벗어났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는 작품이다.

창작 의도

이 작품의 갈래는 신체시다. 신체시는 개화기 시대의 새로운 사상과 정서를 담고자 만들어졌다. 따라서 이 작품은 문명개화를 통해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야 할 소년들의 시대적 각성과 의지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창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작가 소개 - 최남선(崔南善, 1890 ~ 1957)

시인. 사학자. 서울 출생. 호는 육당(六堂). 최초의 종합 잡지 “소년”을 발간하여 문화 계몽 운동을 전개하였고, 근대 문학 초창기에 선구적인 활동을 하였다. 시조의 부흥 운동과 국사의 일반화에 힘쓰는 등 민족 계몽 운동과 전통문화의 보급에 앞장섰다. 최초의 개인 시조집 “백팔번뇌”(1926)와 여행기 “심춘 순례”(1925) 등의 작품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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