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색 LED, 빛의 혁명, 노벨 물리학상, 나카무라 슈지, 질화갈륨, LED 적색-녹색-청색 순 개발
더 많은 이들 위해 빛나기에 더빛의 응용이 시작됐다. 발광다이오드(LED)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조명 세계를 연출하고 있다. 거리의 가로등부터 슈퍼마켓 냉동고와 백화점 매장의 조명등까지 램프가 녹색 바람에 맞춰 변신 중이다. 20세기가 백열등 시대였다면 21세기는 LED 시대. 노벨상위원회는 램프 혁명을 가져온 청색 LED를 개발한 과학자들에게 노벨 물리학상을 선물했다.
노벨과학상 최고 화제는 단연 청색 LED 개발이다. 수상자가 일본인 출신 세 명(아카사키 이사무·아마노 히로시·나카무라 슈지)의 과학자라는 것도 흥미롭지만, 기초과학 분야가 아닌 실용기술 분야에서 노벨상이 나온 점도 이례적이다. 이들이 개발한 청색 LED의 파급력이 그만큼 대단했다는 얘기다.
조명은 열로 에너지를 뺏기지 않으면서도 밝은 빛을 내는 쪽으로 진화해 왔다. 세대별로 조명을 나누면 횃불, 백열전구, 형광등, LED 순이다. LED가 현재 그 정점에 있는 만큼, 조명의 ‘세대교체’를 이끌었다는 점이 이번 물리학상의 결과인 셈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그리 대단하기에 전구 같은 단순한 청색 LED에 수상의 영예를 안겨준 것일까.
에너지 효율-친환경성 높아
LED(Lighting Emitting Diode)는 전류를 흘리면 특정한 파장의 빛을 내는 반도체 소자를 말한다. 즉, 전기 에너지를 빛 에너지로 변환해 주는 소자다. ‘+’와 ‘-’의 전기적 성질을 가진 두 화합물(갈륨비소 또는 질화갈륨)이 접합해 전기가 흐르면 전자가 에너지 레벨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이동하며 빛을 만든다.
LED의 최대 장점은 전기를 덜 먹는 에너지 효율이다. 백열등의 경우 전기 에너지의 5%만 빛으로 전환하고 나머지 95%는 열이나 적외선으로 방출된다. 형광등은 70%를 열에너지로 낭비해 전력 소모가 심하다. 하지만 LED의 경우 전기 에너지의 90%를 빛 에너지로 변환하는 것이 가능하다. 수명도 길어 백열등의 경우 최대 4000시간을 버티는 반면 LED 조명은 적어도 5만 시간 동안 사용할 수 있다.
또한 LED는 친환경적이다. 형광등과 같은 수은등(50lm/W)이나 나트륨등(90lm/W)처럼 환경오염 물질인 수은이나 납을 함유하지 않는다. 가로등에 많이 사용되는 250W 나트륨등의 경우, 12시간 동안 켰을 때 소모되는 전력 1㎾당 이산화탄소가 420g 나온다. 이런 가로등 1만 기를 140W의 LED 조명으로 교체한다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연간 2200톤 줄일 수 있다. 이는 자동차 1100대를 운행하지 않거나 나무 11만 5000그루를 심는 일과 같은 효과다. LED는 오늘날 우리 생활 깊숙이 녹아 있다. 컴퓨터 하드디스크의 불빛이나 도심의 빌딩 위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 스마트폰의 반짝이는 불빛 등 광원이 필요한 모든 곳에서 빛을 만들어낼 때 사용한다. 가전뿐만 아니라 가로등, 신호등 같은 공공 조명까지 LED로 갈아타고 있다.
중국은 120㎞에 이르는 총킹(重慶)의 도로 조명을 140W의 LED 조명으로 교체해 이산화탄소 1만 6965톤을 줄였다. 국내에서도 안양시가 10차선인 1번 국도에 가로등으로 LED조명을 설치해 전기료를 40% 줄였고, 과천시는 250W 나트륨등 106기를 교체해 연간 5000만㎾h를 절감하고 있다.
색 만드는 첨단 소자 개발
LED는 어떤 화합물 반도체를 쓰느냐에 따라 다양한 색의 빛을 연출한다. 원소에 따라 방출되는 에너지의 양이 달라지는데, 이러한 에너지 양의 차이에 의해 빛의 파장의 길이가 결정되고 그에 따라 다른 색을 낼 수 있게 된다. 이를테면 갈륨비소(GaAs)를 재료로 하면 적색, 갈륨인(GaP)은 녹색, 질화갈륨(GaN)을 재료로 하면 청색 빛을 낸다.
LED는 적색-녹색-청색 순으로 개발되었다. 이는 파장이 짧을수록 빛을 만들어내는 화합물 반도체의 개발이 어렵기 때문이다. 적색 LED는 1964년 미국에서 처음 개발되었고, 5년 후 녹색 LED가 선을 보였다. 하지만 파장이 짧은 파란색 빛은 1990년대 초반까지 난공불락으로 남았다. 질화갈륨을 이용하면 청색 빛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지만, 실제로 쓰일 만큼의 효율을 얻지 못했다.
청색 LED를 반드시 개발해야 했던 이유는 형광등처럼 백색광을 만들어야만 조명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빛의 3원색인 빨강(R)과 초록(G), 파랑(B)을 혼합하면 백색이 된다. 따라서 청색 LED가 없으면 백색광을 만들지 못한다. 그 ‘마지막 퍼즐’을 이번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들이 찾아낸 셈이다.
질화갈륨은 적색 LED로 양산하고 있는 갈륨비소에 비해 원자를 증착하는 것이 1만 배나 어렵다. 적색과 녹색에 비해 개발이 30년이나 늦어진 이유다. 질화갈륨은 갈륨(Ga)과 암모니아(NH3)를 섭씨 1100도에서 반응시켜 얻는 무색 결정 형태이다. 청색 LED를 구현하기 위해선 좋은 품질의 질화갈륨 결정을 크게 만들어야 했다. 그러나 당시 기술로는 불가능해 과학자나 기술자, 기업 등은 청색 LED 개발이 20세기 안에는 불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던 중 1989년, 아카사키와 아마노 교수가 저온의 실험에서 마그네슘(Mg)을 주입해 최초로 청색 LED에 필수적인 고품질의 질화갈륨 결정을 생성해 냈다. 나카무라 교수 역시 청색 LED를 위한 질화갈륨 결정 연구에 온 힘을 쏟고 있었는데, 1991년 자체 개발한 기술(유기금속화학증착기술)을 통해 질화갈륨을 이용한 청색 LED의 대량 생산의 길을 열었다. 이들 과학자들 덕분에 본격적인 LED 시대가 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청색 LED의 개발은 조명뿐 아니라 총천연색의 구현이 가능한 빛의 혁명을 이뤄냈다. 화려하고 유혹적인 형형색색의 빛을 연출해 내는 청색 LED는 이미 조명의 선봉장으로 우뚝 서 있다. 그러나 이처럼 아름다운 빛의 향연 때문에 청색 LED에 찬사가 쏟아지는 것은 아니다. 더 많은 이들이 보다 손쉽게 빛을 얻고, 그 빛을 다양하게 활용할 길을 열어줬기 때문이다. 노벨상위원회 역시 청색 LED 자체보다는, 낮은 전력으로도 밝게 빛나는 백색 LED의 탄생을 가능케 함으로써 아프리카 등지의 많은 사람들에게 ‘빛의 혜택’을 제공한 점을 높이 샀다. 얼마나 멋있게 반짝이는가보다는 얼마나 많은 이를 위해 빛나는가가 중요한 셈이다.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VIEWPOINT
LED 다양한 쓰임새, 살균부터 피부병 치료까지 OK빛을 내는 반도체인 LED는 빛의 파장과 세기를 조절하기 쉽다. LED TV는 이런 장점을 이용한 제품이다. 또 LED는 반도체여서 크기가 작고 가벼울 뿐 아니라 충격에 강하다. 벽걸이TV 시대를 여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빛의 파장과 세기를 조절할 수 있는 LED의 장점은 최근 피부과에서 피부 치료에도 활용되고 있다. 적색 LED 빛은 세포를 자극해 피부를 이루는 단백질인 ‘콜라겐’과 ‘엘라스틴’의 생성을 촉진한다. 이는 노화를 막는 기능이다. 파장이 짧은 청색 LED 빛은 살균성이 강해 세포와 병균을 공격하기 때문에 여드름이나 지루성피부염 치료에 쓰인다.
청색 LED 빛은 물도 살균해 준다. 이런 기능은 깨끗한 물을 접하기 힘든 개발도상국에 엄청나게 유용하다. 뿐만 아니다. 우리가 식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컵 소독용 상자 안의 청색 불빛도 바로 청색 LED 빛이다. 이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무드를 만들어내는 LED는 기초 물리학과 기술 분야 성과들이 오랜 기간 축척돼 탄생한 산물이다.
노벨 물리학상 _ 파란색 발광다이오드(LED) 개발
인류에게 새로운 빛을 선물하다
벨 물리학상 파란색 발광다이오드(LED) 개발
아카사키 이사무(일본 메이조대 교수), 아마노 히로시(일본 나고야대 교수), 나카무라 슈지(미국 국 UC산타바바라 교수)
1879년 에디슨이 백열등을 발명한 이후 인류는 전기를 적게 쓰고 열이 적게 나며 크기는 작은 전구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형광등은 백열등보다는 효율이 높고 열이 덜 나지만, 전기를 상당히 소모하고 인체에 해로운 물질을 사용하기 때문에 만족스럽지 않았다. 1960년대에 LED(발광다이오드)가 개발되면서 희망이 움텄다. LED는 이론적으로 전기에너지를 100% 빛으로 바꿀 수 있었다. 노력 끝에 빨간색, 주황색, 노란색, 녹색빛의 LED가 잇달아 1980년대까지 개발됐다. 문제는 파란색 LED였다. 파란빛은 파장이 짧고 높은 에너지 준위가 필요해 만들기가 매우 어려웠다.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20세기 안에는 파란색 LED를 만들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파란색 LED가 있어야 완전한 백색광 LED 전구를 만들 수 있었다.
스승과 제자, 파란색 LED 시대의 서막을 열다
전구별 밝기 비교 – LED는 백열등보다 전기는 훨씬 적게 쓰면서도 20배 더 밝은 빛을 낸다.
수많은 실패가 이어지다 질화갈륨(GaN)이라는 물질이 떠올랐다. 질화갈륨으로 파란색 LED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이론적으로 처음 밝혀낸 사람이 바로 나고야대의 아카사키 이사무 교수와 아마노 히로시 교수다. 아카사키 교수는 1974년부터 질화갈륨에 관심을 갖다가 1981년 나고야대 교수로 부임하면서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했다. 당시 대학원생이었던 아마노 교수도 여기에 합류한다. 1986년 두 사람은 사파이어 기판 위에 좋은 품질의 질화갈륨 결정을 기르는 데 최초로 성공한다. 질화갈륨으로 전자소자를 만드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가 부족했다. P형1) 질화갈륨 반도체를 만들어야 파란색 LED를 만들 수 있었다. 1989년 아카사키와 아마노 교수팀은 마침내 세계 최초로 P형 질화갈륨 반도체를 개발한다. 이들은 전자현미경으로 아연을 입힌 질화갈륨을 연구하던 중, 박막을 전자빔으로 때리자 N형이던 반도체가 P형으로 변하는 현상을 발견했다. 이를 바탕으로 마그네슘을 입힌 P형 질화갈륨 반도체를 얻는 데 성공한다. 연구팀은 마침내 1992년 최초의??업화에 한계가 있었다. 마그네슘이 문제였다. 정공 역할을 하는 마그네슘의 효율이 매우 낮고 비용도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마그네슘 불순물 때문에 품질도 좋지 않았다.
질화갈륨을 기른다?
‘기른다’는 표현은 높은 온도로 가열한 기판과 그 위를 통과하는 증기 사이의 화학반응을 통해 기판 위에 얇은 막(박막)이 형성되는 과정을 의미한다. 여기서는 질화갈륨 증기가 사파이어 기판 위를 지나면서 얇게 쌓이는 과정을 말한다.
구박받던 연구자, 파란색 LED의 선구자가 되다
이 문제를 해결한 사람이 바로 나카무라 슈지 교수다. 나카무라 교수는 일본 도쿠시마대 졸업 후 1979년 니치아화학공업에 입사해 반도체 개발에 매진했다. 그러나 시장성이 없는 제품을 개발한다고 상사와 동료들에게 많은 무시를 당했다. 그는 지금도 평생의 은인으로 생각하는 니치아화학공업 창업자 오가와 노부오와의 면담을 통해 1988년 미국 플로리다주립대로 1년간 유학을 떠나게 된다. 이 때 질화갈륨 결정의 성질과 성장방법에 대해 알게 됐고 이듬해 일본으로 돌아와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했다.
파란색 LED는 사파이어 기판 위에 질화갈륨 박막을 길러서 만드는데, 여러 문제로 좋은 품질의 박막을 얻기가 쉽지 않다. 1991년 나카무라 교수는 사파이어 기판 위에 낮은 온도의 질화갈륨 완충층을 올려 고온으로 표면처리를 한 후, 그 위에 질화갈륨 박막을 기르는 방법을 고안해 훌륭한 품질의 박막을 만드는 기술을 발표했다. LED의 발전에 가장 중요한 이정표 중 하나로 평가 받는 장면이다. 1992년 나카무라 교수는 고온으로 열처리를 하면 마그네슘 불순물도 소자로 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 방법은 파란색 질화갈륨 LED가 성공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다. 이듬해 마침내 상업적인 가치가 있는 1칸델라2) 밝기의 파란색 LED를 개발했다. 이와 같은 업적 덕분에 세 사람은 올해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게 됐다.
① LED는 어떻게 빛을 낼까? - LED는 P형 반도체층(P층)과 N형 반도체층(N층)이 겹쳐있는 구조로 이뤄져 있다. 전압이 걸리면 P층에서는 정공이, N층에서는 전자가 가운데 활성층으로 움??하면서 빛이 나오게 된다. 사용하는 반도체 물질에 따라, 나오는 빛의 색깔이 달라진다.
② 노벨상의 주인공 ‘파란색 LED’ - ‘파란색 LED’는 여러 종류의 질화갈륨층을 겹쳐서 만든다. 수상자들은 인듐질화갈륨과 알루미늄질화갈륨을 이용해 효율 높은 LED를 만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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