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의료결정제도
“연명의료결정제도”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와 연명의료중단 등의 결정을 통해 환자의 최선의 이익을 보장하고 자기결정을 존중하여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호하는 제도입니다(「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제1조 참조).
이 제도에 따르면 모든 환자는 최선의 치료를 받으며, 자신이 앓고 있는 상병(傷病)의 상태와 예후 및 향후 본인에게 시행될 의료행위에 대하여 분명히 알고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있습니다(「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제3조제2항).
Q. 연명의료중단등 결정의 이행(연명의료 중단 또는 유보)과 안락사, 존엄사, 웰다잉이 혼동됩니다. 용어 간 어떤 차이점이 있나요?
A. 안락사(安樂死, euthanasia)는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생명을 인위적으로 종결시키는 모든 행위를 의미하는 용어로서, 사망을 위한 방법과 시기를 제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연명의료중단등 결정의 이행과 다릅니다.
존엄사(尊嚴死, death with dignity)는 사망하는 사람의 존엄성 확보를 목적으로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강조하는 용어로서, ‘임종과정’에 있다는 의학적 판단이 전제된 환자에 대하여 제한적으로 환자의 자기결정을 인정하는 연명의료중단등 결정의 이행과는 구별됩니다.
한편, 행복한 죽음이라는 뜻을 지닌 웰다잉(well-dying)은 유언작성, 장례절차 준비, 유산의 상속 및 기부 등을 포함하여 임종 문화에 관한 포괄적 용어로 정확한 정의 없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Q. 우리나라에서는 존엄사와 안락사를 허용하나요?
A. 우리나라에서는 2009년 5월 대법원이 무의미한 연명치료 장치제거 등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림으로써 사실상 소극적 안락사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포함한 많은 나라에서 적극적 안락사는 허용하고 있지 않습니다. 적극적 안락사를 법제화한 나라는 네덜란드를 비롯해 벨기에, 룩셈부르크, 캐나다, 콜롬비아, 호주 일부 지역, 뉴질랜드 등이 있으며, 스위스에선 '조력 사망(조력자살)'이 합법입니다.
최근 조력자살을 지원하는 스위스 단체인‘디그니타스’를 통해 한국인 2명이 안락사를 통해 생을 마감하기도 하였으며,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에 따른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자 수도 12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이로써 우리나라에서도 ‘존엄한 죽음’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으며, 일각에는 소극적 안락사 범주의 존엄사 뿐만 아니라 조력사망이나 적극적 안락사도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연명의료결정제도의 도입배경
의료기술 등의 발달은 건강 증진뿐 아니라, 생명을 유지시킬 수 있는 의술을 다양하게 발전시켰고, 일부 의학 기술은 사람을 치료하는데 쓰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환자를 회복시키지는 못한 채 죽음에 이르는 과정만을 연장시키는 기술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때문에 각국은 이미 70년대부터 삶의 마지막에서 어떻게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할지에 대해 안락사, 존엄사, 연명의료 중단등에 의한 사망과 관련하여 고민하고, 이를 법률 등으로 제도화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른바 ‘보라매병원 사건(대법원 2002도995 판결)’과 ‘김 할머니 사건(대법원 2009다17417 전원합의체 판결)’으로 임종과 관련한 소송이 진행된 것이 오늘날 연명의료결정법이 만들어진 계기가 되었습니다. 1997년 발생한 보라매 병원 사건은 환자에 대한 의학적 판단과 돌봄의 의무에 근거하지 않고, 가족의 부당한 퇴원 요구에 응한 의료진이 환자의 인공호흡기 착용을 중단함으로써 환자가 사망한 사건입니다. 이때 해당 의료인들에게 살인 방조죄가 적용되었고, 이를 계기로 의료계는 연명의료 중단과 관련하여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게 되었습니다.
10여년 뒤인 김 할머니 사건을 통해, 의학적으로 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라면 해당 환자가 남긴 사전의료지시나 환자가족이 진술하는 환자의 의사에 따라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2009년에 내려졌습니다. 그러나 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연명의료중단이 제도화되지 않은 상태였으므로, 여전히 의료계는 연명의료 중단에 대해서 그 필요성의 인식에도 불구하고 소극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정부는 국민 인식 조사, 관련 연구 결과, 사회적 합의체 운영 결과 등을 토대로 의학적으로 의미가 없는 연명의료의 유보나 중단에 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노력했지만, 결정 주체와 방법 등 구체적인 절차에 대한 합의를 이루지 못했습니다.
이에 2013년 대통령 소속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에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연명의료중단등 결정과 관련된 구체적인 기준과 내용을 제시하면서 특별법 제정을 권고하였고, 2015년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 대한 연명의료 유보 및 중단에 관한 법률안이 제안되었습니다.
이후 법률안에 대한 검토 과정에서 임종 돌봄의 병행 제공 필요성이 강력하게 제기되면서 2016년 2월 호스피스·완화의료와 연명의료를 함께 다루는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습니다.
존엄사법 시행 1년을 맞아 의료현장의 현실에 맞게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게 제도가 합리적으로 손질된다.
이에 따라 단지 목숨만 연명하기보다는 품위 있는 죽음을 맞을 수 있는 길이 더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3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연명의료결정법) 개정안이 지난해 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오는 3월 28일부터 시행된다.
개정안은 의식이 없는 환자의 불필요한 연명의료 행위를 중단하려고 할 때 동의를 받아야 하는 가족의 범위를 '배우자 및 직계 존·비속 전원'에서 '배우자와 1촌 이내 직계 존·비속(배우자·부모·자녀)'으로 축소하는 게 골자다.
현재 회생 가능성이 없는 임종기 환자가 연명의료를 중단하거나 유보하려면 4가지 방식 중 한 가지를 충족하면 된다.
건강할 때 미리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거나 말기·임종기 환자가 직접 '연명의료계획서'를 써놓으면 된다.
또 '평소 환자가 연명의료를 원하지 않았다'고 가족 2인 이상이 진술하거나 가족 전원이 동의하면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방식 중에서 특히 '가족 전원 동의' 규정은 지나치게 까다로워서 의료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이 많았다.
예를 들어 80∼90세 고령 환자의 연명의료를 중단하려면 배우자와 자녀·손주·증손주 등 모든 직계혈족과 연락해 동의를 받아야 하는 등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 생겼다.
'배우자 및 직계 존·비속 전원 동의'로 된 현행 규정에 따라 '가족 전원'을 불러모아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이 중에서 한두 명의 직계혈족만 연락이 두절되더라도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
연명의료 중단에 가족의 범위를 축소하는 것과 더불어 앞으로 중단할 수 있는 연명의료도 훨씬 확대된다.
현재 중단하거나 유보할 수 있는 연명의료는 치료 효과 없이 환자의 생존 기간만 연장하기 위해 시도하는 심폐소생술·인공호흡기·혈액투석·항암제투여 등 4가지 의료행위뿐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체외생명유지술(ECLS. 심장이나 폐순환 장치), 수혈, 승압제 투여 등 임종기에 접어든 말기 환자의 무의미한 생명만 연장할 뿐인 의학적 시술도 중단할 수 있게 된다.
이른바 '존엄사법' 시행 후 1년이 지나면서 우리나라의 임종문화가 바뀌었다. 치료 효과 없이 단지 목숨만 유지하기보다는 자연스러운 죽음의 과정에 이르는 쪽으로 뿌리내리고 있다.
30일 보건복지부와 국가생명윤리정책원에 따르면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연명의료결정법)이 2018년 2월 4일 본격 시행되고서 이달 28일 현재까지 연명의료를 유보하거나 중단한 환자는 3만5천431명에 이르렀다.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약 1년 만이다.
연명의료 중단·유보환자를 성별로 보면 남자 2만1천291명, 여자 1만4천140명이다.
연명의료는 치료 효과 없이 환자의 생명만을 연장하기 위해 시도하는 심폐소생술·인공호흡기·혈액투석·항암제투여 등 4가지 의료행위를 말한다.
유보란 연명의료를 처음부터 시행하지 않는 것을 말하고, 중단은 시행하고 있던 연명의료를 그만두는 것이다.
연명의료 중단·유보환자는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기간이 길수록 점점 늘어나고 있다.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6개월 1만4천787명, 시행 7개월 1만7천830명, 시행 8개월 2만742명, 시행 9개월 2만4천331명, 시행 10개월 2만8천256명, 시행 11개월 3만2천211명 등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환자 가족 2명 이상의 일치된 진술이나 환자 가족 전원의 합의로 연명의료를 중단한 경우가 각각 1만1천255명(31.8%), 1만2천731명으로 전체 연명의료 중단·유보 환자의 67.7%를 차지했다.
전체 연명의료 중단·유보환자 10명 중 7명꼴이다.
이에 반해 미리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해 등록해뒀다가 회복 불가능 상황에 부닥치자 연명의료를 중단한 환자는 283명(0.8%)에 그쳤다.
또 연명의료 계획서를 써서 연명의료를 중단한 환자는 1만1천162명(31.5%)이었다.
아직은 미처 연명의료 계획서 등을 쓰지 못한 채 임종기에 들어선 환자가 많은 탓에 환자의 의향보다는 가족의 뜻에 따라 연명의료를 중단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풀이된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나중에 아파서 회복 불가능한 상태에 빠졌을 때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미리 밝혀두는 서류다. 19세 이상이면 건강한 사람도 지정 등록기관을 통해 충분한 설명을 듣고 작성할 수 있다.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후 시범사업 기간을 포함해 이달 28일 현재까지 1년간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사람은 11만3천59명이었다. 성별로는 남자 3만6천508명, 여자 7만6천551명으로 여자가 훨씬 많았다.
현재 전국에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해 등록할 수 있는 곳은 총 94곳(지역 보건의료기관 23곳, 의료기관 49곳, 비영리법인·단체 21곳, 공공기관 1곳)이다.
말기 환자나 임종 과정 환자 중에서 더는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고 연명의료 계획서를 작성한 환자는 1만6천65명(남자 1만97명, 여자 5천968명)이었다.
연명의료계획서는 의료기관윤리위원회가 설치된 의료기관에서 담당 의사가 암 등의 말기 환자나 사망이 임박한 상태에 있는 환자로 판단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작성한다.
환자 스스로 담당 의사에게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거나 시행 중인 연명의료를 중단하겠다는 뜻을 밝히면 된다.
하지만 연명의료 중단 여부를 정하기 위한 의료기관윤리위원회를 설치한 의료기관은 전체 3천337곳 중에서 168곳(5.0%)에 불과할 정도로 적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나 연명의료 계획서를 썼더라도 실제 연명의료를 받지 않으려면 윤리위가 설치된 병원에서 사망이 임박했다는 판단을 받아야 한다.
구체적으로 상급종합병원은 42곳 모두 100% 윤리위를 설치했다.
하지만 종합병원은 302곳 중 95곳(31.4%), 병원급은 1천467곳 중 9곳(0.6%), 요양병원은 1천526곳 중 22곳(1.4%)만 윤리위를 설치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