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스 나인'은 개별 선수의 역할
'제로톱'은 팀 전술을 설명
'원톱', '투톱' - 브로큰 잉글리쉬
제로톱(Zero-top)
원톱, 투톱 등 최전방 공격수를 두지 않는 전술이다. 이 제로톱(Zero-top) 전술에 기용되는 선수는 폴스 나인(False 9, 가짜 공격수) 유형의 공격수이다. 가장 대표적인 선수로는 호베르투 피르미누, 리오넬 메시, 라힘 스털링 등이 있으며, 과거에는 마티아스 진델라, 미카엘 라우드루프, 프란체스코 토티가 있다.
폴스 나인(False 9)
전통적인 축구의 배번 방식에 따르면 팀의 센터포워드에게 주는 백넘버인 9번에 빗대어 중앙 공격수 위치에서 그 역할을 수행하지 않는 가짜 공격수를 말한다. 명칭에 '가짜'라는 단어가 붙는 이유는 이 역할을 맡는 선수는 비록 위치는 중앙 공격수 자리에 배치되어 있지만 정작 역할에 있어서는 득점을 노리기보다 중원으로 내려가서 연계 플레이 또는 직접 드리블 돌파나 측면으로 내어주면서 기회를 창출하는 것에 더 중점을 두는 역할을 맡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공격수 자리에 있는 미드필더이다.
이들은 상대팀의 센터백과 경합을 벌이며 슛찬스를 노리는 기존의 중앙 공격수와는 달리 같은 편의 미드필더 진영까지가 활동 영역이기 때문에, 자신을 마크해야 하는 상대팀의 센터백들을 쉽게 유인할 수 있고, 이에 센터백들은 어디까지 이들을 마크해야 할지 명확히 하지 못하면 허둥대게 만들 수 있다. 상대하는 센터백이 자신의 위치까지 올라온다면 미드필더나 윙어들이 그 뒤의 공간을 공략하기 용이해지고, 반대로 센터백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다면 자신에게 여유로운 공간이 생겨 드리블을 하거나 패스를 통해 플레이메이킹을 할 수 있다.
폴스 나인은 위치가 아니라 역할이다.
폴스 나인은 공격형 미드필더나 세컨드 스트라이커 포지션에서 뛸 정도로 공격적 능력이 다재다능한 선수가 전술의 선택에 따라 수행하는 역할, 롤이다. 공격형 미드필더와 세컨드 스트라이커는 최전방 공격수 가까이에서 활동하며 미드필더 위에서 움직이는 것을 상정하는 용어로서, 이것들은 포지션을 지칭하는 말이다. 그러나 폴스 나인은 9번의 자리, 최전방 공격수 포지션에 있으면서도 그 역할 대신 다른 방식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폴스 나인'과 '제로톱'
일반적으로 아시아권 한정으로 폴스 나인은 일명 제로 톱 전술로 불리기도 한다. 배치된 중앙 공격수의 숫자에 따라 해당되는 포메이션의 종류를 일괄적으로 지칭하는 '원톱', '투톱' 용어는 브로큰 잉글리쉬이다. 이 개념으로 일반적으로 폴스 나인을 기용하는 팀의 전술을 본다면, 최전방에 폴스 나인에 해당하는 선수밖에 없는 4-3-3 포메이션의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정통파 공격수는 없는 셈이었다. 따라서 최전방에 서는 선수가 0명이란 의미의 제로 톱이라는 용어로 폴스 나인을 설명한 것이다.
그러나 이 두 용어는 엄밀하게는 다른 개념이다. '폴스 나인'은 개별 선수의 역할에 해당하는 용어이며, '제로톱'은 팀 전술을 설명하는 범주에 있는 용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둘을 동의어 관계로 보기는 무리가 있다. 폴스 나인을 정통파 공격수와 같이 기용하는 것도 논리적으로 설명이 가능하며, 구체적으로는 현실에서 이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4-2-3-1, 4-4-2 포메이션을 혼용하거나, 4-2-3-1 체제에서 원톱과 공미가 스위칭을 활발히 하는 경우는 여기에 속하는데 이는 그리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일반적인 포워드와 폴스 나인 구분의 난해함
폴스 나인을 포함한 이 유형들은 기본적으로 공격수와 미드필더의 이중적인 영역에 속해 있는 복합적인 포지션이다. 따라서 유사한 부분이 상당히 많기에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설명하기는 정말로 어려우며, 또한 상황에 따라 다르게 움직일 것을 주문하는 추세 때문에 순수하게 누가 어떤 유형의 선수라고 단정짓는 건 매우 어렵다. 엄밀하게는 폴스 나인이라고 직접 공격을 안 하는 게 아니고, 공격수에 속하는 유형이라고 지원사격을 안 하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요즘 공격수들은 이미 미드필더와 공유하는 부분이 많아졌기에 더 구분에 애로사항이 꽃핀다. 박쥐처럼 여기 속했다 저기 속했다 하기도 하고, 카멜레온처럼 상황에 따라서 다른 쪽에 가깝게 변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호베르투 피르미누는 폴스 나인이라고 불리고 해리 케인은 폴스 나인이라고 불리지는 않지만, 실제 경기를 보면 케인 역시 피르미누처럼 내려와서 공을 받고 전진패스를 뿌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다만 피르미누는 본인의 슈팅과 돌파력이 동료 사디오 마네와 모하메드 살라에 미치지 못하기에 지원사격의 비중을 높게 두고, 해리 케인은 본인이 세계 최고 수준의 슈팅을 자랑하기에 직접 공격의 비중을 높게 둘 뿐.
그렇기에 '누구누구가 폴스 나인 유형 선수이다'라고 정의하는 것은 굉장히 소수를 제외하면 난해하고 단편적인 구분법이 될 것이다. 만능형, 혹은 전천후 미드필더라는 개념이 존재하는 미드필더랑 다르게, 공격수는 아직 유형 구분에 있어서 그런 개념이 구체적으로 정립이 되지 않는 것도 한 몫한다. 때문에 이를 한 역할로 이해하고 어떤 선수가 이를 수행할 수 있느냐 없느냐로 구분하는 게 더 올바른 구분법이 될 것이다.
축구와 관련한 다른 나무위키 내의 문서를 보아도 알겠지만, 고전적인 의미의 공격수인 내려오지않고 전방에만 머물러있는 스코어러, 피니셔는 팀 전술에서 계륵이 되어 버리거나 퇴출되어 버렸다. 현대축구에서는 어떤 공격수던간에 빌드업 단계에서부터 적극적으로 하프라인까지 내려와서 패스루트를 만들고 다시 올라가는 것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이 된 것이다.
다만 폴스 나인과 센터포워드를 그나마 쉽게 구분짓는 방법 중 하나가 볼이 후방에서부터 전진할 때 선수의 주 위치와 역할을 따지는 것이다. 센터포워드의 경우 최전방에서 전진 패스를 받아 직접 기회를 창출하거나, 90분 내내 상대 수비진과 경합하며 다른 선수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주는 부수적인 효과가 있다. 즉 박스 내에서 강력한 피지컬로 상대 수비진을 초토화하든, 박스 외곽에서 정교한 슈팅으로 골을 만들어내든, 라인 브레이킹으로 순간적인 득점 찬스를 만드는 것에 능하든 최소한 볼을 페널티 박스까지 전진시키는 최종 페너트레이션 과정에서는 다른 선수들보다 전방에 있는 경우가 많다. 공격의 주된 첨병 역할은 어디까지나 센터포워드인 것이다. 그러나 폴스 나인은 이런 행위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대신 아래로 자주 내려오면서 빌드업에 가담하거나 주변 윙어나 미드필더들이 침투할 공간을 만들고, 본인은 패스나 중거리 슈팅 등으로 득점에 관여하는 것이 폴스 나인의 주 임무라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볼을 페널티 박스까지 전진시키는 최종 페너트레이션 과정에서 폴스 나인이 전진 패스의 타겟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다 못해 올리비에 지루 또는 슈틸리케호 시절 이정협처럼 본인이 골 찬스를 다 날려버리더라도 상대 수비진과 '비비기'라도 하면서 상대 라인 위를 점거하거나 침투하려 드는 최전방 공격수의 움직임을 하는 선수가 없다.
이강인 제로톱, 아스널엔 안 통했다...엔리케 선택 비난 폭주
이강인 제로톱은 스타드 렌전과 달리 처절한 실패로 끝이 났다.
파리 생제르맹(PSG)은 2일 오전 4시(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에 위치한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2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리그 페이즈 2라운드에서 아스널에 0-2로 졌다. 1라운드에선 지로나에 승리를 거뒀던 PSG는 UCL 첫 패를 당하게 됐다.
루이스 엔리케 감독은 렌전에 이어 또 이강인을 제로톱으로 썼다. 곤살루 하무스가 부상을 당했고 마르코 아센시오가 정상 상태가 아니라도 랑달 콜로 무아니를 기용할 수 있었는데 이강인을 최전방에 쓰고 있다. 렌전에서 이강인은 득점과 더불어 미끼 역할을 잘 수행하고 날카로운 패스를 넣어주면서 제로톱 역할을 완벽히 수행했다.
아스널을 상대로는 이강인 제로톱은 통하지 않았다. 수비 시 두 줄 라인을 쓴 아스널은 이강인이 움직여도 끌려 나오지 않았고 경합, 압박에서 전혀 밀리지 않아 이강인은 고립됐다. 중원 싸움에서도 아스널이 우위를 거뒀다. PSG는 측면 개인 돌파에만 의존했다. 이강인 제로톱은 전반에 실패로 끝이 났고 카이 하베르츠, 부카요 사카에 연속 실점을 하면서 0-2로 끌려갔다.
후반엔 데지레 두에가 최전방에 나서고, 이강인은 우측 윙어로 이동했다. 측면에서 이강인은 자유롭게 공격을 했고 장점이 나왔다. 특유의 몸놀림과 날카로운 크로스는 PSG에 힘이 됐다. 코너킥도 전담하면서 기회를 만들었고 강력한 슈팅으로 아스널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하지만 골은 나오지 않았다.
콜로 무아니가 들어온 뒤에도 PSG 공격은 지지부진했다. 콜로 무아니는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이강인 분투 속에서도 PSG는 0-2로 패했다. 이날 이강인은 유효슈팅 1회, 터치 69회, 패스 성공률 96%(시도 49회, 성공 47회), 키패스 5회, 크로스 성공 3회(시도 8회), 롱패스 성공 2회(시도 2회), 그라운드 경합 승리 1회(시도 7회), 인터셉트 1회, 태클 1회 등을 기록했다. 축구통계매체 '소파스코어'는 이강인에게 평점 7.3점을 줬다. 주앙 네베스에 이어 PSG 내 평점 2위였다.
이강인 제로톱 기용에 대한 의문과 비판이 나왔다. 프랑스 '풋 메르카토'는 "이강인 제로톱은 전술적 베팅이었다. 엔리케 감독은 콜로 무아니가 아닌 이강인을 센터 포워드에 넣었다. 이강인은 공을 제대로 건드리지 못했다. 브래들리 바르콜라와 스위칭을 하며 노력했지만 아스널 수비진에 전혀 영향을 주지 못했다. 우측으로 이동했을 때 더 눈에 띄었다"고 평가했다.
프랑스 '90min'도 "이강인 제로톱으로 가브리엘 마갈량이스, 윌리엄 살리바를 끌어 내려는 시도는 실패였다. 전혀 효과가 없었다"고 혹평했다. 프랑스 '겟풋볼뉴스'도 "이강인 전방 시프트는 아쉬웠고 우측으로 이동했을 때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인상을 남겼다"고 평했다. 엔리케 감독의 최전방 활용은 재고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