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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s 9 2024. 12. 26. 0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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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남녀의 정치 성향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16일자 최신호에서 대다수 선진국에서 18~29세 사이 젊은 남성과 여성의 정치 성향이 양극화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을 비롯해 유럽, 미국 등 20개 선진국의 여론조사 데이터를 분석했다.

18~29세 남성과 여성의 정치 성향 차이

 



20년 전만 해도 자신의 정치 성향을 아주 진보적(1)에서 아주 보수적(10)까지 1~10으로 분석했을 때 '18~29세' 사이 남녀의 차이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2020년에 격차는 0.75를 기록했는데, 이는 대졸과 고졸 사이 차이의 두 배에 달한다.

백분율로 계산하면 차이가 더 명확하다. 2020년 젊은 남성 중 자신을 '진보적'이라고 답한 비율은 '보수적'이라는 답변보다 2%포인트 많았다. 반면 여성 중에서는 진보 비율이 보수보다 27%포인트나 더 높았다.

20개국 중 인구가 일정 수준 이상인 국가 모두에서 젊은 남성은 여성보다 보수적이었다. 정치 성향을 1~10으로 나타냈을 때 미국의 격차는 1.4포인트, 프랑스는 1, 이탈리아는 0.75였으며 한국은 0.74를 기록했다. 여성이 점점 진보적인 성향을 띠는 반면 남성은 그렇지 않아 정치 성향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국가별로 본 18~29세 남성과 여성의 정치 성향 차이

 

 


진보정당에 투표하는 여성들
젊은 남녀의 정치 성향 차이는 투표 결과에서도 드러난다. 2022년 미국 하원 선거에서 여성 유권자 72%는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지만, 남성은 54%만 민주당 후보에 표를 던졌다. 2008년 선거에서는 남녀 간 차이가 없다시피 했다. 2022년 한국 대통령선거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유럽에서도 젊은 여성은 좌파 정당에 표를 던질 확률이 높은 반면, 젊은 남성은 우파 또는 심지어 급진 우파를 지 원할 가능성이 컸다. 2021년 독일 총선에서는 젊은 여성과 남성의 좌파·우파 정당 투표차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젊은 남성과 여성의 정치 성향 차이 확대에는 △교육(여성이 더 많은 교육을 받음) △경험(선진국이 되면 성차별이 감소) △에코 체임버 효과(소셜 미디어가 양극화를 약화)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전했다. 에코 체임버(echo chamber·반향실) 효과는 특정 목소리만 메아리치며 증폭되는 현상을 뜻한다.    

특히 페미니즘에 대한 반발은 여성의 전진에 위협을 느끼는 젊은 남성 사이에서 가장 크다. 이코노미스트는 여성을 위한 좋은 직장이 남성들의 기회를 앗아가는 걸 뜻하지는 않지만, 많은 남성들이 그렇게 여긴다고 전했다. 중장년층은 이미 경력의 정점에 섰거나 은퇴했기 때문에 별 영향을 받지 않는 반면, 청년층은 곧 커리어를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여성의 경쟁을 향후의 잠재적 위협으로 여긴다는 설명이다. 최근 연구에서 스웨덴 괴텐브루크 대학의 오프 박사와 연구팀은 젊은 유럽 남성들은 특히 실업률이 높을 때 여성을 원망하고 페미니즘이 도를 넘었다고 생각하기 쉽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징집제도의 영향도 있어…소셜미디어가 양극화를 악화
남성들의 불만에 근거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일부 국가의 이혼법정은 양육권 분쟁에서 여성에 우호적인 판단을 한다.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의 사례도 들었는데 모든 남성에게 부여되는 병역 의무가 남성의 불만을 자극한다고 전했다.  

젊은 세대가 세상을 바라보는 렌즈 역할을 하는 소셜미디어 역시 양극화를 악화시키고 있다. 이는 사람들이 에코 체임버(반향실)을 형성하게 만든다. 비슷한 의견을 가진 그룹의 사람들이 토론하면 개인들은 그룹 내 의견을 반복하고, 그룹의 인정을 받기 위해 결과적으로 극단적이 되기 쉽다.   

한편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자유주의 학자 리처드 리브스는 좌파 정당이 자신들이 여성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여성을 설득하는 데는 상당한 성과를 거뒀지만 남성과 대화하는 방법을 찾지 못했다고 '소년과 남성에 관하여'(Of Boys and Men)에서 주장했다. 진보주의자는 대개 "성 불평등은 여성에게 불리한 방향으로만 진행된다"고 가정하고 '해로운 남성성'(Toxic Masculinity)라는 이름을 붙여 남성성에 본질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암시하려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런 태도가 소년과 남자들을 대화의 공간으로 끌어들이기보다는 이들을 자신은 잘못한 게 없고 자유주의자들이 자신을 노리고 있다고 확신하게 되는 '매노스피어(manosphere, 남초 커뮤니티)'로 내몬다고 경고했다. 

 

 

 

 


'탄핵 집회', 20대 여성 가장 많고 20대 남성은 가장 적었다 이유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는 범국민 집회에서 20대 남성의 참여율이 전체의 약 3.3%로 과거에 비해 확연히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20대 여성의 경우 전체 참가자 20만 2228명(추산)의 약 17.7%를 차지해 가장 높은 참여율을 보였으며, 이 수치는 과거 전국민적인 관심을 모았던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와 2016년 탄핵집회와 비교해도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반면 남성의 경우 10%대 초중반을 기록했던 이들 시점에 비해 그 수치가 크게 떨어졌다. 

BBC코리아가 서울시 생활인구 데이터를 토대로 7일 가장 많은 인파가 몰렸던 오후 4시의 연령대별, 성별 집회 참가 인원을 조사한 결과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  


조사 대상은 서여의도 지역이었으며, 평상시 상주 인구를 제외하기 위해 12월 7일 4시의 생활인구에서 일주일 전인 11월 30일 같은 시간대의 서여의도 상주인구를 빼는 방식으로 추산했다. 

 

 


20대 남성 비중이 줄었다
성별, 연령대별 '탄핵집회' 참가자 수를 나타낸 표. 20대 여성은 약 3만5000명으로 높은 수치를 기록한 반면 20대 남성은 낮은 수치를 보였다. 

 

조사 결과 7일 오후 4시 기준 20대 남성 '탄핵집회' 참가자는 약 6700명으로 전체의 3.3%를 기록했다
7일 오후 4시 기준 여의도 집회의 20대 여성 참가자 수는 3만 5926명으로 전체의 약 17.7%를 차지해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는 50대 남성이 약 3만50명으로 전체의 약 15%를 차지하며 뒤를 이었다. 반면 20대 남성 참가자 수는 약 6730명으로 전체의 3.3%에 불과했다.  

이번 분석 결과를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2016년 '박근혜 퇴진 촛불집회' 참여자 구성 연구와 비교해봤다. 각각의 연구는 대규모 인원이 모였던 2008년 6월 6일과 2016년 11월 26일에 연구자들이 직접 표본을 조사하는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각각 1347명, 2058명의 표본을 대상으로 했다. 양일의 경찰측-주최측 추산인원은 5.6만-20만, 33만-190만 명이다.  

이에 대해 2016년 '탄핵 집회'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규모 집회를 대상으로 한 표본 조사의 경우 "어느 시점, 어느 지역을 조사하느냐에 따라 편차가 굉장히 크기 때문에 유보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면서도, 20대 남여의 참여율이 일관되게 차이를 보이는 경향은 눈여겨볼 만하다고 말한다.  


반면 최근 큰 주목을 받고 있는 20대 여성의 참여율은 과거와 비슷한 수준에서 약간 줄어든 모습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과 20대 남성의 집회 참여율의 연관성은 높지 않다. 실제 13일 나온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서 18세부터 29세 사이의 응답자 중 무려 93%가 '윤 대통령이 국정 운영을 잘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3%에 불과했다.  

한국갤럽은 주간 조사에선 각 연령대 안에서 남여를 나눈 결과는 발표하지 않았다. 갤럽의 한 관계자는 "성별, 연령별로 나눌 경우 표본이 작아져 신뢰도가 낮아지기 때문에 별도로 분석하지 않았지만, 이번 수치는 남여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압도적이라고 본다"고 답했다.  

'보수화'라는 키워드로 설명 어려워
전문가들은 20대에서 남여의 참여율이 큰 차이를 보이는 것에 대해 '보수화'라는 단순한 키워드만으로는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신진욱 교수는 "2008년부터 20대 내에서 일관된 차이를 보이고 있다"면서, 이런 경향이 "성별로 다른 세대 문화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그는 "여학생들의 경우 SNS를 통해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활발히 소통하는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 형성이 비교적 잘 되는 경향이 있다"면서 아이돌 팬덤 문화를 그 예로 들었다. 

"야광봉이나 방석 패딩 등으로 대변되는 콘서트 문화가 야간 옥외 집회의 문화적인 성격들과 굉장히 싱크로율이 높습니다."

반면 "남학생의 경우 일상적으로 형성돼있는 커뮤니티 문화가 적은 편"이라고 지적한다.

군대가 중요 변수?

연령, 성, 지역 등 다양한 변수에 따른 국내 유권자들의 정치성향을 연구해온 정치학자 서복경 더 가능연구소 대표도 '온라인 커뮤니티'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한편으로 '군대'라는 변수에 주목한다. 

서 대표는 "2010년대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가 정치적 학습과 토론의 중심"이 되면서 "일상적으로 접하는 커뮤니티의 수가 많아질수록 집회 참여 같은 직접적인 정치 행위로 나아갈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한다. 

"어떤 정보를 접했다고 해서 바로 거리로 나가지 않아요. 예를 들어 해시태그를 붙인다든지, 기부를 하든지, 탄원서에 서명을 하든지, 낮은 수준의 집단 행동에 참여해 본 경험이 많을수록 거리로 나갈 확률이 높아지거든요." 

서 대표는 그런데 "여성들은 고등학교 때부터 여러 커뮤니티 생활을 이어가며 23~24세 정도 되면 관계맺고 있는 커뮤니티의 수가 늘어나"는 반면 "20대 초반에 군대에 가는 남성들은 이런 점에서 2년여의 공백이 발생한다"고 말한다. 

또 서 대표는 "군에서 휴대폰을 사용한 이후에도 사용 시간이 극히 제한되기에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며 "정보 유통 환경이 크게 바뀐 속에서 20대 초반 남성들은 전반적으로 정보 소외자 위치에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사회적인 이슈에 대한 인식 등이 30대 초중반 정도 되면 남녀가 수렴"하는 경향을 보이지만, "20대 초중반의 경우 정보 접근성이나 사회 참여 경험의 축적 정도가 남여에서 차이가 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정치 공론장의 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공간으로 옮겨가면서 점점 이같은 차이가 커지고 있다고 말한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또래 집단의 정보망이 활성화된 2010년대 이후 이런 경향이 심화되고 있어요." 


중앙대 사회학과 서찬석 교수는 지난 대선 당시 20대 남성과 여성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정반대의 투표 성향을 드러냈던 것에 주목했다.

당시 윤 대통령의 득표율은 20대 남성에서 58%, 여성에서 33.8%를 기록했다. 반면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대한 득표율은 20대 남성이 36.3%, 여성이 58.7%를 기록하며 정반대의 경향을 보였다. 

"20대 남성의 경우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정도이지 그 이상으로 나아가진 않은 단계라고 봅니다."

서 교수는 "20대 여성들의 경우 윤대통령의 반페미니즘적, 권위주의적인 성향에 대체로 오랜 기간 반감을 유지해왔던 반면, 남성들은 이번 (계엄)사태로 돌아선 정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20대 남성의 이재명 대표에 대한 반감은 에브리타임 등 커뮤니티에서 지속적으로 확인되고 있다"며 민주당 혹은 이 대표에 대한 반감도 하나의 중요한 변수일 가능성에 대해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아직은 좀 더 분석이 필요한 단계라고 입을 모은다. 서복경 대표는 "2010년대 이전엔 세대 안에서 성별을 나눠서 조사하지 않았다"면서 이제는 보다 구체적인 분석이 가능해진 만큼 "앞으로 좀 더 면밀히 분석해야 할 영역"이라고 말한다. 








정치 성향 다른 20대 남녀, 주목하는 '정책 키워드' 확 갈렸다

20대 남녀 유권자들은 이번 대선에서 주요하게 다뤄야 하는 정책 이슈·키워드와 관련해 서로 다른 답변을 내놓았다. 20대 여성은 청년·여성, 사회복지 등을 중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반면, 20대 남성은 상대적으로 과학기술 등에 관심이 컸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20대가 성별 간 정치성향이 가장 확연히 갈리는 세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정치 성향 차이가 관심 있는 정책이슈 선택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다른 연령대에서 성별에 따른 정책 선호도 차이가 크지 않은 것과 대조적인 현상이다. 

20대男 과학·정치 vs 20대女 교육·환경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해 11월 실시한 정책이슈 키워드에 관한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 총 8개 정책영역 중 교육·인적자원에서 20대 남녀 간 차이가 가장 도드라졌다. 20대 남성은 정책영역 중 △재정·경제·복지(17.8%) △과학기술·정보통신(17.2%) △정치·행정·사법(15.8%) 순으로 관심이 큰 반면, 20대 여성은 △교육·인적자원(23.9%) △재정·경제·복지(19.3%) △보건의료·환경(19.0%) 순이었다. 

지역·연령·성과 관계없이 평균적으로 관심이 높았던 재정·경제·복지를 제외하면, 관심 정책영역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특히 20대 여성에서 관심이 큰 교육·인적지원은 20대 남성에선 8.8%에 그쳐 8개 영역 중 6위에 머물렀다. 20대 남성에게 관심이 컸던 과학기술·정보통신도 20대 여성에서 5위(6.4%)에 그쳤다. 

'디지털 성범죄·성차별 인식' 남녀 간 차이
교육·인적지원 하위 이슈인 △노동 △청년·여성 △노인·고령화 △교육 중 20대 남녀는 나란히 노동과 청년·여성에 큰 관심을 보였다. 다만 이슈의 세부 키워드를 살펴보면 남녀 간 시각 차는 분명하게 나타났다. 

노동 이슈와 관련해 20대 남성은 비정규직 감소(35.5%)와 지역인재 채용(34.5%)에 주목한 반면, 20대 여성은 경력단절 여성(49.4%)과 성별 임금격차(43.6%)를 중요한 키워드로 꼽았다. 특히 20대 남성에선 경력단절 여성(17.3%)과 성별 임금격차(18.9%)를 꼽은 응답이 가장 적었다. 20대 남성이 취업 여건 개선을 중시한 반면 20대 여성은 직장 내 성 불평등에 보다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청년·여성 이슈에서는 20대 남녀 간 첨예한 입장 차로 이미 사회적 논란이 된 키워드들이 다수 있었다. 20대 여성은 디지털 성범죄(44.8%)와 성차별 인식 격차(38.6%), 성매매(36.3%)를 주요하게 다뤄야 하는 키워드로 밝혔다. 그러나 20대 남성에선 디지털 성범죄(16.3%), 성차별 인식 격차(16.6%), 성매매(12.9%)는 상대적으로 관심 대상 밖이었다. 

'최저임금·주거금융 지원'에는 20대 한목소리
20대 남녀는 젠더 이슈가 아닌 청년세대 공통 이슈에는 한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특히 △최저임금(남 39.5%, 여 32.2%) △주거금융 지원(남 39.3%, 여 32.5%) △청년구직 수당(남 38.8%, 여 38.0%) 등은 20대 모두가 관심이 큰 정책 키워드로 나타났다. 

정치·행정·사법 영역 하위 이슈에 포함된 사회안전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랐다. 사회안전에도 데이트 폭력과 디지털 성범죄 등 젠더 관련 키워드가 포함돼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20대 남성은 정치·행정·사법 영역 중 우선적으로 다룰 이슈로 사회안전을 꼽은 응답자는 16.8%였다. 반면 20대 여성에선 2배에 가까운 30.2%가 사회안전을 꼽았다. 사회안전 이슈로 분류된 데이트 폭력을 주요하게 다뤄야 한다는 20대 여성(51.3%)은 20대 남성(23.6%)의 2배 이상이었다. 

재정·경제·복지 영역에서도 남녀 간 관심사가 달랐다. 20대 남성은 공정거래(34.3%)와 재정(22.0%) 이슈를 우선해야 한다고 밝혔지만, 20대 여성은 사회복지(34.2%)와 공정거래(25.2%)를 꼽았다. 사회복지 이슈와 관련한 키워드 중 보육 서비스와 기초생활 보장제를 우선해야 한다는 여성은 41.6%, 37.5%였지만, 남성은 26.2%, 23.4%에 머물러 대조적이었다. 





文 정부 지지율에서 20, 30대 남녀 격차가 심한 이유

문재인 정부를 향한 민심이 심상치 않다. 한국갤럽조사연구소(한국갤럽)가 10월 1~2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1%가 문재인 대통령이 직무수행을 ‘잘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42%에 그쳤다(이하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 참조). 한국리서치가 진행한 여론조사(9월 26일~10월 2일)에서 드러난 민심은 한층 더 엄중하다.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32.4%로 나타났다. 국정운영에 대한 부정평가는 49.3%에 달한다. 30대 및 전라·광주를 제외한 모든 연령, 모든 지역에서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섰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실시된 국정 지지율 조사 중 최저치다


지난해 중순부터 20대 남성의 ‘외면’ 시작

여론조사마다 조사 방법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지만, 대선 득표율보다 낮은 대통령 지지율에 ‘민심 이반’이 본격화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문 대통령은 2017년 5월 대선에서 득표율 41.08%로 당선했다. 1997년 15대 대선 이후 가장 높은 투표율(77.2%)에 역대 최다 표차(2위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선후보 득표율 24.03%)로 기록적인 승리를 거뒀다. 

그로부터 2년여가 지나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 든 문재인 정부. ‘결정타’는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감행으로 보인다. 자녀의 입시 부정과 사모펀드 관련 의혹으로 자택 압수수색에 이어 아내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검찰에 소환된 상황에서도 문 대통령의 ‘조국 수호’ 의지는 꺾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앞선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국정운영을 부정적으로 본 응답자 중 가장 많은 29%가 그 이유로 ‘인사(人事)’ 문제를 꼽았다. 먹고사는 문제인 ‘경제·민생 문제 해결 부족’(20%)마저 앞질렀다. 

그런데 하향 곡선을 그리는 국정운영 지지율을 뜯어보면 몇 가지 흥미로운 점이 보인다. 먼저 유독 30대만 문 대통령의 지지기반으로 남아 있다. 앞선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30대 응답자의 60%가 문 대통령의 직무수행을 지지했다. 전 연령대의 평균 지지율 42%와 18%p 차이가 난다. 한편 20대의 긍정평가는 45%로 부정평가(43%)를 2%p 소폭 상회했다. 

2030세대에서도 다시 남성과 여성으로 나눠 보면 지지율 차이가 상당하다(그래프2 참조). 한국갤럽의 9월(추석 연휴가 낀 둘째 주 제외) 여론조사 결과를 보자. 20대 여성과 30대 여성은 각각 52%, 60%가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긍정적으로 평가해 전체 평균 지지율 42%보다 10~18%p가량 높게 나타났다. 

30대 남성의 지지율은 52%로 나타났다. 그런데 20대 남성의 국정운영 지지율은 31%에 불과하다. 60대 이상 남성(24%)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수치다. 국정운영 지지율이 가장 높은 30대 여성(60%)과 비교하면 그 차이가 2배 가까이 난다. 

20대 남성은 현 정권의 주요 지지기반 가운데 하나였다. 문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17년 6월 여론조사에서 20대 남성의 국정운영 지지율은 87%. 각각 94%를 보인 20, 30대 여성 지지율이나 91%인 30대 남성의 지지율보다 다소 낮지만, 전체 평균 81%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20대 남성 여론의 변곡점을 지난해 중순으로 지목한다. 2018년 6월 2030세대 전체와 비슷한 수준이던 20대 남성의 국정운영 지지율(81%)은 한 달 후인 7월 64%로 급락했고, 같은 해 12월에는 41%까지 떨어진 뒤 현재까지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20대 후반의 취업준비생인 박모 씨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이 한창이던 2016년 말 여러 번 촛불집회에 참가했다. 정치에 무관심하던 그는 국정농단 사실이 속속 드러나자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목소리를 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최순실이 자신의 딸을 명문대에 부정 입학시키고 기업들한테 뇌물을 받았다고 해 큰 충격을 받았다”며 “대통령 권력을 등에 업고 국정은 물론, 사회 공정성이라는 가치까지 훼손했다는 점에서 화가 났다”고 말했다. 이후 19대 대선에서 그는 문 대통령에게 표를 줬다. “평등한 기회, 공정한 과정, 정의로운 결과를 외치는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대선후보의 발언이 마음에 크게 와 닿아서”다. 하지만 박씨는 더는 문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다. “과도한 페미니즘 표방, 그리고 조국 장관 임명 감행에 대한 실망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여론조사 전문가 A씨는 이러한 현상이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젊은 세대는 진보정권 지지’라는, 박근혜 정부 때까지 죽 이어져오던 연령별 정치 지향이 문재인 정부 들어 역전됐다. 또 대체로 남성이 여성보다 보수적인 편이지만, 비슷한 연령대에서 이렇게 크게 차이가 난 적은 지금까지 없었다”고 했다. 그 원인에 대해 A씨는 “처음 나타난 현상이라 섣부른 판단일 수 있으나, 지난해 중순부터 격화된 각종 젠더 이슈가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된 것이 주효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우리는 남성 혐오에 분노한다” 

2018년 하반기에는 각종 젠더 이슈가 발생했다. 대표적인 사건이 11월 서울지하철 7호선 이수역 근처 술집에서 발생한 이른바 ‘이수역 폭행 사건’. 한 여성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자신과 다른 여성이 남성 3명으로부터 폭행당하는 사진을 올리자, 가해 남성들을 처벌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글에 36만 명이 동의했다. 하지만 경찰 수사 결과 여성 측의 욕설로 다툼이 시작됐고, 폭행도 여성 측에서 먼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쌍방이 승강이를 벌인 단순 폭행 사건이 ‘여성 혐오’ 사건으로 오인된 것이다. 

여성들이 주도한 ‘불법촬영 편파 수사 규탄시위’도 젠더 갈등을 심화했다. 남성의 신체를 불법촬영해 유포한 여성 용의자를 경찰이 수사 개시 엿새 만에 체포한 것에 대해 일부 인터넷 여성 커뮤니티에서 ‘가해자가 남성이 아니라 여성이어서 경찰이 빨리 체포한 편파 수사’라는 주장이 제기됐고, ‘불편한 용기’라는 여성 단체가 5월부터 12월까지 서울지하철 4호선 혜화역 인근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모두 6차례 집회를 열었다. 이 집회에 참가한 여성들이 남성을 비하하는 혐오 표현을 여과 없이 사용하고, 당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과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이 집회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하자 남성들이 크게 분노했다. 

기성세대에겐 생소한 젠더 이슈에 20대 남성의 민심이 요동쳤다. 여권 인사의 연이은 ‘실언’은 여기에 기름을 부었다. “20대 남성은 축구도 봐야 하고 ‘롤’(LOL?·?온라인게임 League Of Legends)도 해야 하는데, 여성들은 공부를 하기 때문에 (자신들이) 불리하다고 생각한다”(2018년 12월 유시민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이사장), “(20대 남성이) 이명박, 박근혜 정권 때 학창 시절을 보내며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았겠느냐”(올해 2월 더불어민주당 설훈 최고위원) 같은 발언은 인터넷 남성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문재인 정부는 자신들이 젠더 이슈를 선점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성평등 정책이 여성 편향적으로 흘러 20대 남성이 상대적으로 소외됐다”며 “?‘남성은 특권층’이라는 프레임으로 인해 끊임없이 가해자로 지목된 20대 남성들이 현 정부에 불만을 갖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출간된 ‘공정하지 않다 : 90년대생들이 정말 원하는 것’(지와인) 공저자인 박원익(32·고려대 경제학과 박사 과정) 씨는 20대 남성들이 여성 혐오에 빠졌다는 지적에 대해 “온당치 않다”고 주장한다. 그는 “남성들은 여성 혐오를 하는 게 아니라, ‘남성 혐오’를 당하는 것에 분노하는 것”이라며 “오히려 지금 20대 남성들은 남성에게 과도한 의무와 책임을 지우는 가부장적 성역할에 누구보다 반대한다”고 말했다. 

조국은 싫지만??…?“성평등 수호해야”

2030 여성이 문재인 정부에 비교적 높은 지지율을 꾸준히 보내는 이유는 여성 친화적인 정책과 행보 덕분인 것으로 보인다. A씨는 “공공부문에서 여성 지위 강화 정책이나 고위 인사의 성폭력 사건에 대한 ‘미투(Me Too) 판결’ 등 현 정권이 직간접적으로 보내는 메시지,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 환기되는 사회 분위기가 여성 친화적으로 흐르면서 젊은 여성들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높게 형성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2017년 5월 대선을 앞두고 당시 문재인 후보는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의 여성 관리자 비율 확대 추진’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취임 후 같은 해 11월에는 100대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로 ‘공공부문 여성 대표성 제고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여성 고위공무원단 목표제’ ‘공공기관 여성임원 목표제’를 통해 중앙정부와 공공기관의 여성 고위직 및 임원 비율을 2022년까지 각각 10%, 20%로 늘리는 것이 골자. 여기에 더해 중간관리자층에서도 여성 비율을 확대하기로 했다. 주무 부서인 여성가족부는 민간기업을 상대로 ‘여성 고위관리직 목표제’ 도입을 독려하고 있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를 지지한다는 30대 중반 직장인 이모(여) 씨의 말이다. “유능한 여성 선배들이 일과 육아의 병행으로 힘들어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승진이나 처우에서 불리한 대우를 받는 모습을 볼 때면 답답했다. 현 정부 들어 여성에 대한 인사 불평등이 조금씩 개선되고, 회식 자리에서 만연하던 여성 비하적 발언을 조심하는 분위기가 생겼다. 경제를 살리는 획기적인 정책을 내놓지 못하는 정부지만, 이런 작은 변화를 가져왔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한다.” 
 
국민이 양 진영으로 갈려 이른바 ‘조국 대전’이 벌어지는 상황에서도 2030 여성이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지를 거둬들이지 않는 이유에 대해 구정우 교수는 “이들 역시 조국 일가를 둘러싼 의혹에 분노하지만, 그 때문에 자칫 정권 자체가 흔들리면 어렵사리 성취된 우리 사회의 성평등 기조가 좌절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30 여성들이 공정성 못지않게 성평등 가치를 중시한다는 것이다.

30대는 ‘보수정권으로의 회귀’ 반대 여전

20대와 30대는 사실상 한 세대로 묶이기 때문에 20대 남성의 문재인 정부 지지율이 크게 낮은 것이 일견 이상 현상으로 보인다. 그러나 20대와 30대의 ‘세대 감각’에는 생각보다 큰 차이가 있다. 지난 10년간 보수정권이 이어지면서 20대와 30대의 ‘경험’이 각기 달랐기 때문이다. 

사회 분야 연구소에 재직 중인 30대 초반 권모 씨의 말이다. “이명박 정부 때 대학생이었다. ‘용산 참사’ 등 사회적 약자에게 일방적으로 희생을 강요하는 기득권의 민낯에 분노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치 탄압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도 큰 충격이었다. 이후 박근혜 정부 때는 취업난에 시달렸다. 연이은 보수정권의 실정(失政)에 책임져야 하는 인사들이 다시 활개를 치는 모습을 보면서 화가 난다. 문 대통령에게 상당히 실망했지만, 그렇다고 과거로 회귀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계속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고 있다.” 

전문직 종사자인 30대 여성 김모 씨도 비슷한 견해를 피력했다. “평소 언사를 보면서 도덕적인 사람이라고 믿었던 조 장관에게 실망이 크지만, 조 장관이나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할 생각은 없다. 이명박 정부는 민간인 사찰 등 권력을 남용했고, 박근혜 정부는 친박(친박근혜) 정치와 무능함의 절정을 보여줬다. 자유한국당 등 지금의 보수 세력도 개과천선하지 않았다. 대안이 없는 현재로서는 문 대통령과 여당이 보수 세력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20대 남성은 북한과의 긴장도가 높았던 보수정권 아래서 군 생활을 하며 북한의 지속적인 도발을 겪었다. 신율 교수는 “지금 20대는 북한의 도발을 자신이나 주변 또래의 군 생활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 좀 더 보수화됐을 개연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586 운동권 출신이 다수 포진한 여당에 대해 ‘내로남불’ 기득권이라는 비난이 거세다. 그러나 30대 여성에게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그에 못지않은 ‘꼰대’로 비친다는 점은 30대 여성의 문재인 정부 지지로 이어진다. 30대 중반 전문직 여성인 권모 씨는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국회 청문회를 보면서 ‘자유한국당은 역시 구제불능’이라는 생각을 한 번 더 굳혔다”고 했다.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출신으로 미혼인 조 후보자에게 자유한국당 정갑윤 의원이 “대한민국의 제일 큰 문제는 출산을 안 하는 것”이라며 “(조 후보자는) 국가에 대한 책임을 다하라”고 말했다. ‘왜 결혼을 안 해 아이를 낳지 않았느냐’고 핀잔을 준 셈. 

조 장관 딸의 입시 부정 의혹과 관련한 국민적 공분에서 30대는 다소 예외다. 20대는 입시를 치른 지 얼마 되지 않았고, 40대 이상은 자녀 입시가 당면과제인 반면, 30대는 입시 문제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

문재인 정부에 등을 돌린 20대 남성의 민심은 조국 대전을 계기로 세몰이에 나선 자유한국당으로 향할까. 그렇지는 않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관련 전문가들은 “자유한국당이 젊은 층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젠더 이슈를 사실상 방기하고 있다. 특히 소속 의원들의 구태 언행으로 오히려 반감만 사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 9월 한국갤럽의 정당 지지율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지지율은 각각 38%, 23%). 반년 전인 4월 37%와 22%에서 거의 변화가 없다. 20대 남성의 정당 지지율만 놓고 봐도 더불어민주당은 32%인 데 반해 자유한국당은 11%에 불과하다. 다만 전체 응답자의 바른미래당 지지율이 6%에 그치는 가운데 20대 남성의 바른미래당 지지율이 14%에 달하는 점이 유독 눈에 띈다. A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겪으면서 2030세대 사이에는 ‘아무리 문재인 정부가 싫다 해도 자유한국당은 안 된다’는 공감대가 있는 듯하다. 이에 그 둘의 중간지대인 바른미래당을 대안으로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생존 문제 해결 요구하는 ‘공정세대’

20대 남성의 민심을 추스르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촛불정국’을 주도한 20대는 취업난과 불안정한 주거 같은 생존 문제 해결을 기대하며 문 대통령을 지지했다. 그러나 이들에게 현 정부는 대북 문제, 페미니즘 이슈에 매몰된 정권으로 비친다. 먹고사는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요구가 해결되지 않았기에 20대에게는 조국 대전을 놓고 정부, 여당이 줄기차게 주장하는 ‘검찰개혁’이 그렇게 와 닿지 않는다.” 

흔히 ‘90년대생’으로 불리는 오늘날의 20대를 ‘공정세대’로 규정했다. 그는 “공정세대는 한마디로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공정한 룰’을 중시하는 세대”라며 “부모보다 가난하게 살게 되는 첫 세대가 생존을 위해 최소한의 공정한 기회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030세대의 여론을 들여다본 전문가들은 “연령별·성별로 다른 양상을 보이는 젊은 층의 민심을 일시적 현상으로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라며 “청와대는 물론, 여야가 보수·진보의 진영 논리에만 갇혀 있다면 이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20대 여성 가장 진보적 투표-20대 남성은 반대…왜 갈렸나?


이번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20대 이하’의 표심은 성별에 따라 극명하게 갈렸다. 출구조사로만 보면, 20대 이하 남성은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에게 압도적 지지를 몰아줬지만 20대 이하 여성은 오 후보보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표를 더 많이 줬다. 

지난 7일 지상파 방송 3사가 참여한 공동예측조사위원회(KEP)의 공동 출구 예측조사를 보면, 18·19살과 20대 여성 유권자들의 박 후보 지지율은 44.0%, 오 후보는 40.9%였다. 민주당 전임 시장의 성추행으로 인해 치러진 보궐선거였지만, 그래도 ‘국민의힘’ 후보를 가장 덜 택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20대 이하 여성들이 소수정당·무소속 등 ‘기타 후보’ 지지율이 15.1%나 됐다는 것에 주목한다. 0.4~5.7%에 그친 다른 연령·성별 그룹과 비교하면 크게 도드라진 수치다. 권김현영 여성현실연구소장은 <한겨레> 통화에서 “양당구도 해체의 희망이 있다면 바로 이들 20대 여성”이라고 평가했다. 신진욱 중앙대 교수(사회학)도 “2030 여성층은 젠더 이슈뿐 아니라 노동·복지·경제·남북관계, 심지어 외교안보에서도 한국 사회에서 가장 진보적인 층”이라며 “젠더 측면에서 발달된 불평등 감수성이 다른 영역에서의 불평등까지 통찰하는 능력으로 발달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20대 이하 여성 유권자들이 전 세대를 통틀어 가장 진보적인 색채를 띠었다면, 반대로 20대 이하 남성 유권자들은 72.5%가 오 후보를 지지했다. 20대 남성의 오 후보 지지는 60대 남성(70.2%)보다 더 높은 수치다. 그러나 이를 손쉽게 ‘20대 남성 보수화’로 단정 짓긴 어렵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직후 2017년 6월 여론조사를 보면, 20대 남성의 국정운영 지지율은 40대 남성(89%)과 비슷한 87%였다. 강력한 지지층이었던 그들이 급격하게 야당 쪽으로 옮겨간 이유를 분석해야 한다. 신진욱 교수는 “인식조사를 해보면 20대는 보수화된 적이 없다. 20대 보수층이 (어떤 의미에선) 50대보다 진보적”이라며 “(현 표심을) 민주당에 대한 실망으로 해석하는 것이 맞고, 그래서 지금의 표심을 단기적 현상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대 이하 남성은 국면에 따라 특정 정치세력에 지지를 보내기도 하고 철회할 수도 있는 ‘스윙보터’라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는 것이다. 권김현영 소장도 “20대 남성은 오 후보에게 70% 이상 지지를 보냈지만, 보수화라고 규정하긴 어렵다”며 “이들은 고정적인 정치적 지향을 지녔다기보다 특정 이데올로기나 대의명분을 수용하지 않는 ‘탈정치화’ 성향이 강한 집단으로 봐야 한다”고 짚었다. 
 




존재감 커진 ‘이대녀’…2030 남녀 ‘정치격차’ 어쩌나


2030 여성, 전례없는 전략 투표…李 선택 38%→58%로 ‘껑충’
여가부 폐지 공언·구조적 성차별 부정…‘남녀 갈라치기’ 결과

 


‘이대녀 총결집’ 선거 초접전 만든 최대 변수
제20대 대선의 최대 변수는 단연코 2030 여성들의 총결집이었다. 선거 직전까지 부동층으로 남아있었던 2030 여성의 막판 쏠림 현상은 두드러졌다. 여성 커뮤니티에서부터 조짐을 보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로의 결집은 응원 팻말을 들고 삼삼오오 유세 현장에 모인 여성 유권자들로 체감됐고, 최종 투표 결과로 증명됐다. KBS·MBC·SBS 등 방송 3사의 출구조사에 따르면 20대 여성의 58%가, 30대 여성의 49.7%가 이 후보를 선택했다. 

리얼미터가 지난달 28일~지난 2일 시행한 대선 전 마지막 여론조사(표본오차 ±1.8%포인트, 95% 신뢰수준)에서 이 후보에 대한 20대 여성의 지지율은 39%, 30대 여성의 지지율은 38%에 불과했다. 이와 비교하면 대선에서 20, 30대 여성의 약 20, 10%가 추가로 이 후보를 선택한 것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이 후보가 최종 득표율 0.73% 차이의 초접전을 벌인 데는 2030 여성의 표심 변화가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헌정사상 처음 전략 투표한 2030 女
이번 대선은 헌정사상 처음으로 2030 여성이 전략 투표를 한 선거다. 2030 여성 유권자들은 역대 선거에서도 민주당에 더 많은 표를 안기기는 했지만, 젊은 세대가 대체로 진보 성향이 강해 나타나는 현상일 뿐 목적의식에 따른 집단적 결집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남녀 간의 표차도 크지 않다. 역대 대선을 돌아보면 지난 19대 대선 출구조사 결과 20대 여성은 문재인 후보를 56%가 택했고 20대 남성은 37%가 택했다. 20대 남성 유권자들은 홍준표, 안철수, 유승민 후보에 분산투표를 해 문 후보에 대한 지지가 상대적으로 낮았지만 남녀 간 투표 경향성이 극명하게 갈리지는 않았다. 30대의 경우 남녀가 모두 59%의 득표율로 문 후보를 택했다. 

18대 대선에서는 2030 유권자의 남녀 간 격차가 더욱 적었다. 남성의 경우 20대 62.2%, 30대 68.1%가 문 후보에게 투표했고, 여성은 20대 69.0%, 30대 65.1%가 문 후보를 뽑았다. 21대 총선에서는 20대 여성, 30대 여성이 각각 63.6%, 64.3%로 민주당에 투표했고, 20대 남성, 30대 남성은 각각 47.7%, 57.8%가 민주당을 택했다. 

‘성별 갈라치기’ 전략…작년엔 통했고 이번엔 아니다
처음엔 이 후보에 선뜻 마음을 내주지 않았던 2030세대 여성층이 돌연 전략 투표를 결심한 배경에는 국민의힘의 ‘성별 갈라치기’ 전략이 있다. 국민의힘은 이준석 대표를 필두로 이대남 표심 동원을 위한 남녀 갈라치기 전략을 사용해왔다. 윤 후보는 페이스북 단문 메시지를 통해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했고,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로 언급했다가 ‘이대남’의 비판에 직면하자 이를 취소했다. 페미니스트 신지예씨를 영입했다가 이대남 지지율이 추락하자 선대위 재편과 함께 자진사퇴하도록 했다. 이 대표는 대선 이틀 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여성의 투표 의향이 남성보다 떨어지는 것으로 나오고 있다”며 여성들의 조직적 투표 성향을 부정했다. 국민의힘의 이같은 행보는 이대녀의 분노를 키웠고 안철수, 심상정 등 제3의 후보로 분산돼있던 여성 표심을 모으는 동력이 됐다.  


이 대표 발언의 행간을 들여다보면 지난해 ‘4·7재보궐 선거의 재현’이라는 국민의힘의 노림수가 엿보인다. 지난 재보궐 선거에서도 국민의힘은 남녀 갈라치기로 2030 남성 유권자들을 모으고 같은 세대 여성 유권자들은 포기하는 전략을 썼다. 박원순 전 시장 등 민주당 인사들의 권력형 성범죄라는 민주당의 ‘원죄’ 때문에 여성 표심이 민주당에 집중될 수 없는 상황을 파고든 전략이었다. 실제 당시 오세훈 후보를 택한 20대 남성은 72.5%에 달했다. 박영선 후보를 찍은 20대 여성은 44%에 그쳤고, 15.1%는 제3의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 

국민의힘은 이번 대선에서도 갈 곳 잃은 여성 표심이 제3의 후보에게 닿기를 바랐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엔 선거 후반으로 갈수록 민주당의 대응이 달라졌다. 이 후보는 몇몇 남성 의원들의 반대에도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뉴미디어 매체 ‘닷페이스’에 출연했다. 이 후보는 TV토론에서 권력형 성범죄에 대해 직접 사과하기도 했다. 구조적 성차별을 인정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도 명확히 밝혔다. 무엇보다 ‘n번방’ 사건을 처음으로 알린 추적단 불꽃의 활동가 박지현을 민주당 여성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영입한 게 결정적이었다. 박 부위원장은 국민의힘의 혐오정치를 규탄하고 유세를 통해 연대를 강조하며 2030 여성을 끌어모으는 구심점이 됐다. 


이대남·녀 모두 58%로 李·尹 교차선택…새 정부서 ‘정치격차’ 악화될라

58%대 58%. 이번 선거에서 20대 남녀는 서로 같은 수치로 결집했고, 서로 상반된 후보를 골랐다. 2030세대 남녀 간 ‘정치격차’는 더욱 선명해졌다. 사실 문재인 정부도 이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자임하며 여성할당제 등 여러 여성 정책을 추진했지만, 이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다. 여성의 대학진학률이 남성보다 높아진 상황에서 여성 배려 정책이 시행되자 위협을 느낀 2030 남성들이 반발한 것이 남녀 대결의 시작이었다. 정부 임기 내내 2030 남녀의 국정 지지도는 이례적으로 10~20%의 차이를 보여왔다. 2002년엔 20대 남성이 여성할당제에 찬성하는 비율이 62%에 달했지만 2018년엔 여성할당제는 역차별이라고 인식하는 비율이 68%다. 20대 여성의 경우 각각 85, 43%다. 그만큼 남녀의 인식차이가 극명해진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꾸릴 차기 정부는 이같은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어 우려가 제기된다. 윤 당선인은 지난 10일 2030 남녀 표심이 갈린 문제에 대해 “젠더 성별로 갈라치기를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윤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서 여가부 폐지를 집권 초기 추진하겠다고 공언해왔고,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여성계 안팎에서 성평등 정책이 후퇴할 가능성이 크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박지현 대 이준석’을 중심으로 한 2030 남녀의 대결 구도도 예고된다. 박 부위원장은 민주당 비대위에 합류할 것으로 예상되고 추후에도 민주당에 남아 20대 여성을 대표하는 정치적 역할을 계속할 가능성이 높다. 대선에서 박 부위원장이 주도한 이대녀의 정치적 결집은 민주당 당원 가입으로 연장되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지난 10~11일 이틀간 서울특별시당에 온라인으로 입당한 당원 1만 1000여명 중 80%가 여성이고 특히 2030 여성이 절반 이상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6월 이준석 대표가 당선된 이후 수도권 20대 남성 당원 가입이 급증한 것을 연상케 한다. 대선 이후 ‘이준석 책임론’도 불거지는 만큼 이 대표가 기존의 방식을 이어나갈지는 미지수지만, 만약 그럴 경우 남녀 간 대립 격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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