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이온 배터리를 뛰어넘는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
미래 전기차 시장의 게임체인저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에 들어가는 전해액을 고체로 대체한 배터리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양극, 음극, 분리막, 전해질로 구성되고, 일련의 과정을 거쳐 전기를 발생시키는데 현재 쓰이는 전해질은 액체다.
전고체 배터리는 낮은 충전량과 제조공정 및 양산화의 어려움, 높은 단가 등으로 상용화까지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특히, 양극과 음극, 도전재와의 계면 불안정성(입자 간 경계에서의 높은 저항) 해결은 핵심 과제다. 그런데도 차세대 배터리로 전고체가 주목받는 이유는 ‘안전성’과 ‘배터리 용량’ 때문이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화재 위험성과 부족한 배터리 용량이 단점이다.
전고체 배터리는 구조적으로 안정적이다. 양극과 음극이 고체로 가로막혀 화재 발생 가능성이 작고, 온도 변화에 따른 증발이나 누액 우려도 적다. 또한 낮은 온도에 주행거리가 줄어들지 않고, 다양한 형태로 변형도 가능하다.
큰 배터리 용량도 장점이다. 전고체 배터리는 분리막이 빠지면서 음극과 양극이 결합한 바이폴라 전극을 제조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셀 부피를 대폭 줄이고, 공간 대비 많은 에너지를 낼 수 있다. 충전 속도는 기존 배터리보다 빠르다.
전고체 배터리는 사용하는 고체 전해질 성분에 따라 황화물계, 산화물계, 고분자계(폴리머)로 구분된다. 이중 상용화 가능성이 높은 것은 황화물계다.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가 황화물계 전고체 연구에 힘을 쏟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 기술력이 가장 앞선 건 일본이다. 전해질 소재 특허 다수를 일본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다. 일본의 완성차업체 도요타가 가장 많은 특허를 출원했다.
일본보다는 늦었지만, 국내 배터리 3사도 차세대 배터리 시장 경쟁 우위를 위해 연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각 사마다 자체 기술 연구와 함께 전고체 스타트업 투자를 병행하고 있다. 상용화 시점은 오는 2027년 전후로 목표하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 예상가 70만 원…기존 리튬이온배터리의 7배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이달 28일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위해 넘어야 할 장애물로 '가격경쟁력'을 지적했다. 전고체 배터리의 고체전해질로 쓰이는 원료가 비싼데다 기존 리튬이온배터리 가격이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고체 배터리의 고체전해질로 황화물, 산화물, 고분자가 주로 쓰인다. 이중 도요타, 삼성SI, LG에너지솔루션은 상대적으로 이온전도도가 높고 생산성이 좋은 황화물 고체전해질을 연구한다.
하지만 황화물 고체전해질의 주원료인 황화리튬 가격이 비싸다. 개별 원료인 황과 리튬은 비싸지 않지만, 둘을 합성하는 과정에서 가격이 높아진다. 올해 초 기준 가격이 킬로그램(kg)당 약 1만2000달러(약 1400만 원)이다.
업계에서는 황화리튬이 이 가격을 유지할 경우 전고체 배터리 가격을 킬로와트시(KWh)당 587달러(약 70만 원)로 예상한다. 현재 시중에 판매되는 리튬이온배터리 가격이 킬로와트시당 12만 원을 웃도는 수준인 걸 고려하면 가격 경쟁력에서 한참 뒤떨어진다. 그런데 공급망 안정으로 향후 황화리튬 가격이 킬로그램당 50달러(약 5만 원)까지 줄면 전고체 배터리 가격 역시 97달러(약 12만 원)가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SNE리서치는 "전고체 배터리는 향상된 안전성과 성능을 제공할 수 있지만, 전고체 전지는 현재 킬로와트시당 100달러를 목표로 하는 리튬이온배터리의 비용 절감을 따라잡을 수 있어야 한다"며 "전고체 배터리 선두 주자 중 하나인 영국 일리카(Ilika)도 2025년까지 전고체 배터리와 리튬이온배터리 가격이 대등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 추정치는 리튬이온배터리의 지속적인 비용 절감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리카는 리튬이온배터리 가격이 2025년 킬로와트시당 60~65달러(약 7~8만 원), 2030년까지 50달러(약 6만 원)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국산 기술로 원료비, 제작비 절감 노력
국내에서도 이런 시장의 흐름을 고려해 전고체 배터리 생산 비용을 낮추기 위해 노력 중이다.
황화리튬 비용 절감을 위한 정부 과제를 수행 중인 한국전자기술연구원(KETI)과 이수화학은 지난달 자체 기술로 개발한 황화리튬과 황화물 고체전해질, 전고체 배터리 안전성 테스트 영상을 선보였다. 이수화학은 저비용 황화리튬 제조 기술, KETI는 황화물계 고체전해질 합성 기술을 내세워 전고체 배터리 가격 경쟁력 확보에 힘쓰고 있다.
한국전기연구원은 지난해 9월 고체전해질을 기존 생산 비용의 10분의 1 수준으로 만들 수 있는 '특수 습식합성법'과 전고체 배터리 대량 생산이 가능한 '고체전해질 최적 함침 기술' 개발에 성공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