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 안의 생명 원리
인체생물학
요시다 구니히사
이학박사. 1940년에 일본에서 태어나 도쿄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스루가다이대학교에서 ‘생명과학’, ‘생명 조작의 빛과 그림자’, ‘인간(인체)생물학’ 등을 강의했으며 같은 대학에서 현대문화학부장, 대학 부학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스루가다이대학교 명예교수 및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오랫동안 고등학교 생물 교과서 집필진으로 맹활약했으며, 일본에서는 생물 교육의 정통한 권위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비전공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생물학, 일반인의 관점에서 궁금해 하는 생물학을 추구하며 책을 펴내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생물, 새롭게 생각하는 문제 100선》 《생물, 생각하는 실험 문제 50선》 《생물 용어집》 《좋아지는 생물학》 등이 있다.
1. 유전자
DNA는 이중나선 구조로 되어있다. 데옥시리보스-인산-데옥시리보스-인산.. 식으로 배열된 두 가닥의 중심 사슬이 서로 반대 방향을 가리키며 DNA의 사다리 모양을 이룬다. 데옥시리보스에서 아데닌, 티민, 구아닌, 시토신 등 네 가지 염기는 서로 볼트와 너트처럼 쌍을 이루며 결합하여 사다리의 가로대 모양을 완성한다. 이때 두 가닥의 사슬이 서로 올록볼록 이어진 약한 화학결합을 ‘수소 결합’이라 부른다. 그리고 아데닌과 티민 혹은 구아닌과 시토신처럼 서로 끌어당기는 두 개의 염기를 상보적 염기쌍이라 말한다.
유전정보의 전달과정은 먼저 DNA의 염기서열은 베껴 쓰기 작업을 통해 전령 RNA(mRNA)라는 사본으로 옮겨진다, 이를 전사라고 한다. 세포핵 내부에서 세포핵 외부로 나와서 리보솜에서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 배열로 치환된다. 이를 번역이라 한다. 결과적으로 DNA와 RNA의 네 가지 염기가 3개씩을 쌍을 이루어 20가지의 아미노산 가운데 하나를 지정한다. 이를 유전암호 혹은 코돈이라 한다. RNA에서는 티민 대신 우라실이 들어가기 때문에 A에는 U, T에는 A, G에는 C, C에는 G가 상보적 염기쌍을 형성한다. 그 결과 ACGGTGAACTA...의 염기서열은 mRNA에서 AUGCCACUUGAU ...로 전사된다.
암전암호표에 따르면, AUGCCACUUGAU...의 RNA 염기서열은 메티오닌-프롤린-류신-아스파트산...이라는 아미노산 배열을 결정한다. 이처럼 염기서열의 암호에 따라 아미노산 배열이 결정되는 것이 번역이다. 번역을 통해 아미노산 배열이 정해지면 차례대로 만들어진 아미노산이 서로 결합하여 전체적으로 특정 입체구조를 갖춘다. 그 결과 특정 효소나 호르몬, 항체 등의 구실을 담당하는 단백질이 생성된다. 이것이 유전정보의 전달 흐름이다. 전사는 세포핵 안에서, 번역은 세포질인 리보솜에서 이루어진다.
인간의 DNA 가운데 75%는 유전자를 만들지 않는 정크 DNA다. 유전자 내부에도 아미노산을 지정하지 않는 염기서열 부분인 삽입되어 있다. 이를 인트론이라 한다. 따라서 아미노산의 지정 정보가 있는 부분은 전체 유전자 가운데 약 1.5%이다. 유전자 안에는 다른 유전자를 깨우는 조절 유전자도 존재한다. 인간의 DNA는 23쌍의 염색체로 나뉘어 있다.
염색체란 DNA의 끈이 히스톤 단백질 주위로 감겨서 단단하게 암축 포장되어 있는 상태를 말한다. 이 23쌍의 염색체 전체를 게놈이라 부르기도 한다.
난자나 정자 등의 생식세포에는 게놈이 한 쌍이 아닌 한쪽, 즉 상염색체 22개와 성염색체 1개만 들어있다. 정자와 난자가 하나로 결합한 수정란에는 한쪽과 또 다른 한쪽이 만나서 한 쌍의 게놈, 즉 염색체 23쌍이 계승된다. 이들 유전정보를 바탕으로 생명이 자라나고 몸이 만들어진다. 동일한 게놈이라도 환경에 따라 발현되는 특징(형질)이 크게 달라진다. (이 부분을 설명하는 것이 후성유전학이다.)
2. 인간 게놈
인간 게놈의 염기를 알파벳으로 나타내면 1쪽 당 3,000자로 된 1,000쪽의 사전이 1,000권정도 되는 분량이다. 인간의 유전자는 2만 2,000개에 불과하다. 다른 생물의 유전자 수는 결핵균 4,000개, 효모균 6,000개, 선충 1만 9,000개, 초파리 1만 3,000개 정도로 알려졌다. 인간 게놈의 약 50%는 유전자를 만들지 못하는 단순반복 배열이다. 이 배열은 아주 오랜 전에 활동한 기생성 유전자인 트랜스포존의 화석과 비슷하다. 트랜스포존은 게놈 가운데 어떤 위치에서 다른 위치로 이동할 수 있는 DNA 부분이다. 더욱이 세균에서 유래한 것으로 여겨지는 유전자도 200 - 300개 정도 발견되었다.
유전자를 만드는 것은 인간 게놈의 약 25%이다. 유전자 중에도 아미노산을 지정하지 않는 염기배열 부분이 인트론이 삽입되어 있어서 아미노산을 지정하는 부분인 엑손은 전체 DNA 가운데 1.5%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특징이 인간이라는 복잡한 생물을 만들어내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선충의 경우 하나의 유전자 정보에 따라 하나의 단백질만 만들어낼 수 있다. 인간의 경우 하나의 유전자에서 엑손 조합을 변화시킴으로써 여러 종류의 단백질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개인별 게놈의 0.1% 차이를 ‘게놈 다형’ 혹은 'DNA 다형'이라고 부른다. 다형에는 세 유형이 있다. 첫째, 특정 부위의 염기서열의 길이가 다른 유형이다.
수백 개에서 수천 개의 염기가 덧붙거나 탈락한다. 두 번째, 짧고 반복적인 염기서열 부위에서 반복되는 숫자가 달라지는 유형이다. 이때 되풀이되는 반복 횟수는 유전자에 따라 결정된다. 결과적으로 개인 식별에 이용할 수 있다. 세 번째, ‘SNP' 표지자인 ’단일 염기 다형성‘이다. 한정된 DNA 장소에서 염기 1000개당 1개의 비율로 변화하는 영역이 있다.
30억의 모든 염기쌍 가운데 표지자가 되는 염기는 300만 쌍이 존재하는 것이다.
DNA 감식 방법 가운데 하나인 MCT118법은 제1염색체인 MCT118 부분의 AAGACCACCGGAAAG 16염기의 염기서열이 반복되는 부분에 대해 그 반복 횟수를 알아보는 방법이다. 인간은 아버지와 어머니로부터 한 쌍의 염색체를 건네받는다. 유전자를 만들지 않는 특정 반복서열 부분의 반복 횟수도 부모로부터 하나씩 물려받는다. 아버지의 반복 배열이 18과 38이고 어머니가 25와 31이라면 자식은 18-25, 18-31, 25-38, 31-38의 네 가지 가운데 하나다. 만약 다른 반복 횟수, 가령 21-31이 있다면 아버지의 친자가 아닌 다른 남성의 자녀라는 뜻이다. 유전자 진단용 세포는 혈액의 백혈구, 모발의 모근세포, 볼 안쪽의 점막세포 등 이다.
누구나 여러 개의 이상 유전자를 갖고 있다. 이는 임신했을 때 유전병을 가진 아이가 생길 가능성이 일정한 비율로 존재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우성정책으로도 이상 유전자를 줄일 수 없다는 것이 밝혀졌다. 유전자 치료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정상 유전자를 보충하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암세포를 공격하기 위해 유전자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단일유전자 질환이란 어떤 원인 유전자가 제대로 기능하지 않아서 생기는 질병이다. 따라서 원인 유전자 대신 정상 유전자를 편입하여 활동시킴으로써 질병을 치료하는 것이다. 현장에서는 RNA를 유전자로 갖는 레트로바이러스를 운반체로 삼아서 정상 유전자를 염색체 어딘가에 끼워 넣는다. 물론 바이러스의 부작용이 전혀 없다고 확신할 수 없다. 암 유전자 치료의 경우, 암 억제 유전자의 하나인 유전자를가진 레트로바이러스를 직접 암에 주입하는 시술이다.
3. 남과 여
성별 결정의 단서가 되는 것은 Y 염색체에 있는 SRY 유전자이다. 이 유전자가 없을 때는 다양한 유전자가 여성이 되도록 활동한다. 만약 SRY 유전자가 있으면 남성화에 필요한 유전자가 활성화된다. 그 결과 생식샘 원기가 고환으로 분화한다. 난소는 생기지 않는다. 고환이 생기면 안드로겐이 분비되고, 안드로겐의 작용으로 외부 생식기도 남성적으로 변화한다. 또한 뇌도 남성의 뇌로 변모한다. 인간의 발생 과정에서 임신 6주 정도까지는 남녀 구별 없이 생식기의 바탕이 되는 생식샘 원기가 난소도 고환도 될 수 있는 상태다.
생식샘 원기의 겉질이 발달하면 난소, 속질이 발달하면 고환이 된다.
실험쥐의 XX 수정란에 Sry 유전자를 주입하면 XX이지만 고환과 음경을 갖춘 수컷이 된다. (인간 이외에는 소문자로 표기한다.) 반대로 Sry 유전자가 활동하지 않으면 난소가 발달한다. 또한 고환이 생기면 고환 세포가 안드로겐의 분비를 개시한다. XY개체에도 자궁관이나 자궁이 될 부분이 있고, XX 개체에도 정관이 될 부분이 존재한다. 하지만 발생 과정에서 XY 개체는 안드로겐의 분비로 정관이 발달하는 대신 자궁관이나 자궁이 될 부분은 퇴화한다. 한편 XX 개체에는 안드로겐이 분비되지 않기 때문에 정관이 될 부분은 퇴화하고 자궁관과 자궁이 발달한다.
선천성 부신증식증에 걸리면 비정상적으로 커진 부신에서 안드로겐이 과다하게 생성되어 본래 XX 개체인 여자 태아의 외부 생식기가 남성화되어 나타난다. 실험 결과, 선천성 부신증식증 여자아이는 남아용 장난감을 좋아하며, 남자아이가 그리는 동적인 그림을 주로 그린다는 사실이 관찰되었다. 선천성 부신증식증을 앓으면 성염색체나 유전자의 성은 여성이기 때문에 몸의 성은 여성으로 표현되지만, 뇌가 안드로겐의 영향을 받아서 마음의 성은 남성에 가깝다.
사이뇌 시상하부 앞쪽에 있는 앞 시상하부 사이질핵이라고 부르는 신경세포 다발의 크기는 여성보다 남성이 더 크다. 동성애자 남성의 경우 사이질핵 부위가 보통 이성애자 남성보다 작다. 동성애는 선천적이냐 후천적이냐의 논란이 있지만, 태어날 때부터 안드로겐의 차이가 뇌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추측된다.
여성의 뇌량이 남성의 것보다 더 크다. 여성은 대화를 나눌 때 좌우 뇌가 동싱에 움직이는 데 반해, 남성은 좌뇌만 활동하는 경우가 많다. 공간인지 능력은 남성이 높고 언어구사 능력은 여성이 뛰어나다. 여성의 경우 좌뇌의 기능이 더 앞서고, 남성의 경우 우뇌의 기능이 더 앞선다. 다만 남녀 따라 달라지는 뇌의 기능 차이는 평균적인 차이에 불과하다.
4. 발생과 복제
난자의 바탕이 되는 난모세포는 태아 때 약 200만 개 정도 생겨나며, 평생 배란되는 난자는 약 500개에 이른다. 배란은 좌우 난소에서 한 달에 하나씩, 보통 생리주기 14일째에 이루어진다. 질로 들어온 수많은 정자는 여성이 분비한 산성 점액에 상처를 입고 단 200여 개의 정자만 살아남아서 자궁관으로 들어간다. 갓 방출된 정자는 수정 능력이 미흡하지만, 자궁 및 자궁관 안에서 몇 시간을 지내는 동안 수정 능력을 획득하고 이틀 동안 유지된다. 난자는 배란 후 수정 능력이 조금씩 떨어져서 약 20시간이 지나면 능력을 거의 상실한다. 따라서 정자와 난자의 생존 시기가 적절하게 맞아떨어져야 수정이 될 수 있다.
자궁관에서 수정한 수정란은 난할을 거듭하면서 자궁관을 조금씩 이동해 내려간다. (수정란 자체가 운동하는 것이 아니라 자궁 벽의 상피세포 섬모를 매개로 이동한다.) 수정 후 3 - 5일째 16 - 64세포기(오디배)를 지나면서 자궁에 도착한다. 세포분열이 거듭 진행됨에 따라 오디배(상실배) 중심에 빈 공간(포배강)이 생기고, 바깥층 영양막과 내부 세포뭉치로 이루어진 주머니배 (포배)가 되면서 이것이 자궁벽이 착상하고 태반을 형성한다. 태반은 산모의 영양소와 산소를 공급하면서 태아의 노폐물을 교환하는 장소다. 양막에 담긴 태아는 양수에 둥둥 떠서 성장한다.
동물의 형태 형성을 지배하는 유전자를 호메오유전자라고 한다. 이 유전자는 여러 개의 유전자군을 조절한다. 만약 호메오 유전자가 돌연변이를 일으키면 엄청난 변이를 야기한다. 호메오유전자른 초파리에서 처음 발견되었다. 눈의 형성을 명령하는 호메오 유전자., 다리의 형성을 명령하는 호메오유전자 등 호메오유전자 끼리 공통된 DNA의 염기서열을 호메오박스라고 부른다.
배를 형성하는 세포는 발생의 일정한 단계가 되면 미분화 상태에서 벗어나 특정한 조직이나 기관을 구성하는 세포로 전문화한다. 이를 ‘분화’라고 한다. 이 과정은 배의 일부분이 또 다른 일부분을 만나서 유도와 응답이 연쇄반응처럼 이어지는 것이다. 가령 도마뱀의 경우, 식물극의 세포에서 유도물질이 분비되어 동물극의 인접 부위를 중배엽으로 유도하고, 중배엽이 될 부분의 원구상 순부가 외배엽을 신경판으로 유도하고 신경판은 양끝이 융합하여 신경관이 되며, 신경관에서 생긴 뇌 돌기의 안배가 표피를 수정체로 유도한다. 유도를 일으키는 부분을 형성체라고 한다. 유도는 형성체의 일방적인 작용이 아니라 받는 쪽도 음답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유도는 응답하는 세포가 갖춘 게놈의 특정 유전자를 활성화함으로써 성립된다.
수정란 복제란 체외수정으로 수정란을 발생시켜서 다세포가 된 배세포를 조각낸 다음 각각 세포의 핵을 미수정란(제핵란)에 이식하여 이를 대리모의 자궁에 넣고 키우는 방법이다. 수정란 복제는 어떤 특징을 가진 성체가 될지 전혀 모른다는 점이 체세포 복제와 크게 다르다. 체세포 복제는 젖샘세포의 핵을 다른 암컷 개체에서 얻은 미수정란의 핵을 제거한 제핵란에 이식해서 발생을 시작한 배(주머니배)를 대리모의 자궁에 넣고 키운다.
체세포의 경우 세포분열 횟수에 제한이 있다고 밝혀졌다. 이는 염색체 말단의 ‘텔로미어’라는 반복 염기서열이 분열할 때마다 짧아져서 일정한 길이가 되면 더 이상 분열을 할 수 없다. 생식세포가 형성될 때는 텔로미어를 합성하는 효소인 텔로머라아제 가 작동해서 원래 길이로 돌아가지만, 체세포 복제에서는 텔로미어가 복원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인간의 경우, 팔다리는 재생이 어렵지만 피부나 소화관 내벽은 상처가 생겨도 재생하고, 간을 일부를 잘라내도 다시 자란다. 따라서 자녀가 부모에게 간의 일부를 떼어주어도 사람의 간은 세포분열을 거듭해 증식하고 다시 원래 크기로 복원된다. 그런데 간 등의 장기를 이식할 때 거부반응이 일어나는 이유는 개개인을 식별해주는 증표를 세포 표면에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인간조직적합항원이라고 한다. 인간조직적합항원은 다른 조직이 체내에 들어오면 면역세포는 당장 이를 찾아내서 T세포를 이용해 파괴한다. 이렇게 해서 장기가 괴사, 탈락하는 것을 거부반응이라 한다. 거부반응을 불이기 위해 T세포의 증식을 억제하는 사이클로스포린이라는 면역억제제를 사용한다. 대체로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면 감염증에 걸리기 쉽고 약물 부작용에 장기간 노 출될 우려가 있다.
줄기세포는 미분화 단계의 세포를 말한다. 크게 배아줄기세포(ES 세포)와 성체줄기세포(AS 세포)로 나눌 수 있다. 배아줄기세포는 발생 초기의 배(수정 후 5 - 7일의 착상 직전의 배)인 주머니배(포배)의 내부 세포 덩어리를 추출해서 특수 배양액에서 배양하여 만든다. 배아줄기세포는 보통의 체세포와 달리 무한 증식할 수 있고, 각종 장기나 조직의 세포로 분화할 수도 있다. 따라서 만능세포라고 부른다. 이 만능세포를 이용하여 도파민 생산 세포를 만들어서 태아의 뇌세포 대신 파킨슨병 환자의 뇌에 이식할 수도 있다. 한편 성체줄기세포란 완전한 인간의 몸에 존재하는 줄기세포를 말한다. 하지만 성체줄기세포가 배아줄기세포만큼 다양한 분화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는 아직 확신할 수 없다.
5. 마음
뇌는 두개골 속에 세 겹의 막을 둘러싸여 있다. 먼저 두개골 아래에 콜라겐섬유로 가득한 질긴 경막이 있다. 경막 아래에는 거미집 모양의 돌기를 갖춘 거미막(지주막)이 있고, 거미막 아래에는 부드러운 연막이 뇌 표면을 에워싸고 있다. 거미막과 연막 사이에는 거미막밑 공간이 있고, 여기에 뇌척수액이 순환하고 수많은 혈관이 이어져 있다. 뇌는 대뇌와 소뇌, 뇌줄기(뇌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대뇌는 좌우 두 반구로 나뉘어 각각 좌뇌, 우뇌라고 불린다.
사이뇌, 중간뇌, 다리뇌, 숨뇌로 구성된 뇌줄기는 버섯의 기둥, 대뇌는 버섯의 갓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대뇌의 무게는 성인의 경우 1400그램 정도이며, 약 140억 개의 신경세포가 존재한다. 뇌 전체의 신경세포는 약 1000억 개다. 하나의 신경세포는 신경세포체와 하나의 축삭과 다수의 가지돌기(수상돌기)로 이루어지고, 축삭의 끝부분이 다른 신경세포의 가지돌기나 세포체와 접속한다. 신경세포와 다른 신경세포 사이에는 미세한 틈이 있다. 이 접합 부위를 시냅스라 한다. 하나의 신경세포에는 1만 - 10만 개의 시냅스가 있다. 신경세포와 신경세포의 연결 방식은 유전자가 결정한다. 다만 결합의 세기는 후천적인 조건, 즉 자주 사용하는가 사용하지 않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신경세포, 감각세포, 근육세포 등은 적당한 자극을 받으면 흥분하다. 흥분은 세포막에서 발생하는 전기적인 변화(활동전위, 신경신호)로 발생한다. 신경세포 안에서는 전기적인 변화가 연쇄적으로 이동함으로써 흥분이 전해진다. 이른 전도라고 부른다.
신경세포와 신경세포의 연결 부위인 시냅스에서는 축삭 끝부분에서 방출된 신경전달물질이 시냅스 틈새를 통해 다음 신경세포 가지돌기의 수용체와 결합함으로써 신호가 전달된다. 이를 흥분의 전달이라고 말한다. 시냅스에서는 흥분성 물질과 흥분을 억제하는 억제성 물질이 있다. 흥분성 신경 자극의 신경전달물지로는 아세틸콜린이나 노르아드레날린이 있고, 억제성 신경 자극의 신경전달물질로는 가바(GABA)가 있다. 방출된 신경전달물질은 분해효소로 분해됨과 동시에 그 일부는 수송체를 통해 신경 종말로 다시 흡수된다. 대뇌의 표피층(대뇌겉질, 대뇌피질)은 약간 회색을 띠기 때문에 회백질이라고 부른다. 이 부위에 신경세포체가 집중적으로 모여 있다. 대뇌겉질의 두께는 약 2밀리미터이다. 또한 대뇌겉질에는 14*10^13개 이상의 시냅스가 존재한다. 대뇌겉질은 사고나 운동, 감각의 중추가 되는 부분이다.
감정은 시상하부의 활동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의지는 대뇌 앞부분인 이마엽(전두엽)에서 관장한다. 지각은 대뇌 중앙과 뒷부분의 마루엽(두정엽), 관자엽(측두엽), 뒤통수엽(후두엽)에서 주로 관장한다. 사람의 시상하부를 전극으로 자극하면 분노나 공포를 드러내며 도망치려고 한다. 시상하부를 에워싸는 대뇌의 깊숙한 부분을 둘레계통이라 부른다. 둘레계통의 편도체를 파괴하면 감정 반응은 일어나지만 가치 판단을 잘 못한다. 둘레계통의 해마는 과거의 기억을 저장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인간의 뇌는 정보를 대뇌겉질이 분석한 다음 편도체로 이동하여 편도체에서 가치 판단을 내리고 해마를 이용해서 경험과 대조하고 최종적으로 시상하부에 보내서 감정을 만들어낸다.
동기 부여의 중추는 둘레계통의 일부인 띠이랑이다. 띠이랑의 활동이 활성화되면 이마엽의 보조운동영역 부위가 자극을 받아서 운동의 의지를 나타내는 신호가 만들어진다. 이 신호를 운동영역이 받아들이면 운동영역에서 다리를 움직이라는 명령이 내려지는 것이다. 한편 이마엽 절개 수술을 한 환자들은 직접적인 장애 없이 기억이 유지되거나 폭력성이 줄어들고 순종적으로 변하는 듯했다. 하지만 적극성이 사라지고 주위의 일에 무관심해지고 감정의 기복이 없어지는 등 인간다움이 소실되어 마치 로봇처럼 변했다. 결론적으로 이마연합역역에는 자아의 중추가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뒤통수엽의 시각영역에 들어온 정보는 먼저 사물의 특징을 추출한 다음 마루연합영역과 관자연합영역으로 보내진다. 마루연압 영역에 장애가 생기면 눈으로 본 사물의 공간적인 관계를 파악하지 못한다. 가령 승용차가 움직이면서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다. 관자연합영역에서는 사물의 형태에 관한 정보를 처리한다. 이 부분이 손상되면 사람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거나 유사한 문자를 구별하지 못한다. 또 모양이나 색상으로 먹을 수 있는 음식물인지 아닌지를 구부하기도 힘들어진다. 우리는 눈으로 보이는 것을 모양, 색, 크기, 움직임 등으로 쪼개서 각각의 뇌 부위에서 식별한 다음 정보를 하나로 연결하여 최종적으로 사물을 인식한다.
대뇌겉질에는 사물을 판단하고 지각하고 사고하고 운동하고 감각을 느끼는 중추가 분포되어 있다. 대뇌겉질은 기능 측면에서 운동영역, 감각영역, 연합영역으로 나뉜다. 운동영격은 중심고랑의 이마엽 부분을 중심으로 하는 대뇌겉질이다. 운동영역은 부위별로 다른 신체부위에 지시를 내린다. 가장 아래쪽에서 위쪽을 향해 머리, 목, 팔, 몸통, 다리 식으로 개별 부위의 운동을 담당한다. 감각영역 가운데 몸감각영역은 중심고랑의 마루엽 쪽에 있다. 촉각, 압각, 통각, 온도 감지 등의 감각을 관장하고 신체좌우 반대쪽의 감각 자극을 받아들인다. 청각영역은 몸감각영역에 인접한 관자엽 부위에 위치하고, 시각영역은 뒤통수엽에 그중추가 있다. 연합영역은 고차원적인 정신활동을 통제하는 부위다. 외부로부터 들어온 감각 정보를 과거의 정보 자료와 대조해서 의미를 이해하거나 이에 대해 적절한 판단을 내린다.
해마가 손상되면 단기기억은 가능하지만, 장기기억으로의 이행이 불가능해진다. 해마가 손상된 환자라도 손상 이전의 옛 기억 은 가지고 있다. 따라서 해마는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히행시키는 부위로 추측된다. 해마의 신경세포에 짧은 자극을 빈번하게 하면 점점 시냅스의 전달 효율이 높아진다. 이처럼 쓰면 쓸수록 향상되는 시냅스의 가소성은 기억의 기초과정이라 여겨진다.
장기기억은 대뇌겉질의 마루연합영역과 관자연합영역 곳곳에 보존된다. 나이가 들면 건망증이 심해지는 이유는 기억 회로를 담당하는 신경세포가 산소 부족 등으로 사멸하거나, 가지돌기가 감소해서 기억의 자동흥분 회로가 중단된 때문이다.
언어중추는 왼쪽 대뇌반구에 자리한다. 오른손잡이의 90% 이상, 왼손잡이의 약 70% 이상이 좌반구라고 한다. 언어중추의 하나인 브로카 영역은 운동성 언어중추이다. 머리에 떠오는 단어를 음성 언어로 만드는 기능을 담당한다.
따라서 브로카 영역이 손상되면 타인이 말하는 단어를 이해할 수는 있지만 언어가 머릿속에 더올라도 실제 사진이 입으로 단어를 말하지 못한다.
베르니케 영역은 음성으로 청각영역에 들어온 감각 자극을 언어로 그 의미를 이해하는 중추이다. 이 영역이 손상되면 타인이 말하는 언어의 의미를 파악할 수 없다. 글자를 보고 언어의 의미를 이해하는 중추는 베르니케 영역 뒤쪽에 위치한다.
아날로그 정보 처리는 보통 우뇌에서 이루어지고, 좌뇌는 디지털 정보 처리를 담당한다. 바이올린이나 기계음은 일본인과 서양인 모두 우뇌로 듣는다.
반면 새소리나 곤충의 울음소리의 경우 일본인은 좌뇌로 듣고 서양인은 우뇌로 듣는다. 한편 어린 시절부터 미국에서 줄곧 자라난 일본인은 서양인과 마찬가지로 새소리를 우뇌에서 파악한다. 이와 같은 사실에서 뇌가 어떻게 활동하느냐는 문화적인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고 할 수 있다.
6. 뇌
뇌에서 정보 전달은 전기적 신호에 따라 이루어진다. 이런 신경세포의 활동 전류를 뇌파라고 부른다. 뇌파는 파동의 진동수에 다라 몇 가지로 분류된다. 인간이 뇌를 사용할 때는 14 - 34헤르츠의 베타파가 형성된다. 반면 안정된 상태로 편하기 쉴 때는 8- 13헤르츠의 알파파가 형성된다. 수면 상태에서는 4 - 7헤르츠의 세타파나 0.5 - 3헤르츠의 델타파를 관찰할 수 있다. 하지만 잠가고 있을 대도 뇌가 쉬는 것은 아니다. 수면 시간 동안 뇌으 에너지 소비량에는 거의 변화가 없다. 수면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하나는 렘수면이고 다른 하나는 논-렘수면이다. 렘은 급속 안구 운동의 약칭이다. 렘수면에서는 심장박동, 호흡, 혈압 등 이 불안정하다. 뇌파를 관찰하면 각성 상태와 유사한 세타파가 나온다. 또한 렘수면에서는 꿈을 꾸는 경우가 많다. 렘수면은 뇌는 움직이지만 몸은 쉬고 있는 상태이다. 논-렘수면은 깊은 수면으로 눈동자가 거의 움직이지 않고 혈압이나 심장박동도 안정된 상태다. 뇌와 몸 모두 휴식을 취하는 것이다. 이때 뇌파는 델타파이다.
렘수면에서 논-렘수면으로 이동할 때는 뇌 혹의 신경전달물질이 변화한다. 렘수면은 아세틸콜린과 관련이 있고, 논-렘수면은 세로토닌과 관련이 있다. 각성 상태는 노르아드레날린으로 작동하는 신경세포가 영향을 끼친다. 잠에 빠지면 먼저 논-렘수면이 70 - 80분 정도 이어지다가 렘수면이 10 - 20분 정도 찾아온다. 이것이 하룻밤에 4 - 5회 반복된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점점 짧아지고 수면의 깊이는 얕아진다. 나이가 들어 잠자는 시간이 줄어도 건강에는 별로 지장이 없다.
시냅스에서는 신경전달물질을 매개로 정보가 전해진다. 신경전달물질을 크게 분류하면 아미노산, 모노아민, 펩타이드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아미노산 계열에 속하는 물질은 글루탐산, 글라이신, 가바등이 있고, 모노아민으로는 노르아드레날린, 세로토닌, 도파민 등이 있다. 펩타이드의 예로는 오피오이드 펩타이드 등이 있다. 모노아민과 펩타이드는 감정이나 감정과 관련된 질환에 영향을 끼친다. 노르아드레날린, 도파민, 세로토닌은 아미노시를 하나만 가지고 있기 때문에 모노아민이라 부른다. 노르아드레 날린은 교감신경 말단에서 나온 흥분성 신경전달물이다. 뇌에서는 노르아드레날린 신경계를 매개로 분비된다. 청반핵과 노르 아드레날린은 불안과 공포 반응에 관여한다. 도파민이 과다하게 방출되면 조현병의 주요 증상인 환청, 환시, 과대망사 등이 나타난다. 바대로 도파민의 방출량이 줄어들면 파킨슨병의 증상이 생긴다. 암페타민 등의 각성제나 코카인 등의 마약을 복용한 뒤 행복감에 도취되는 것은 뇌 내에서 도파민의 작용이 강해지지 때문이다. 술을 마시면 알코올은 뇌로 들어가서 (A10)신경을 억제하는 신경세포에 작용함으로써 활동전위의 발생을 억제한다. 그 결과 억제성 신경세포에서 방출되는 신경전달물질인 가바의 분비가 억제됨으로써 도파민 신경세포가 제어되지 않고 도파민이 다령으로 분비되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다. 세로토닌은 우울즐이나 조울증과 관련이 있는 신경전달물질이다. 세로토닌이 부족하면 우울증 증상이 나타난다.
오피오이드 펩타이드는 5 - 30종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작은 단백질로서 엔도르핀, 엔케팔린 등이 있다. 이들 물질은 뇌하수체나 시상하부 등에서 분비되어 통각을 조절한다. 엔도르핀은 체내 모르핀이라는 뜻이다. 모르핀은 가장 강력한 진통제이자 마취제로 말기암 환자에게 처방할 때가 많다. 아세틸콜린은 말초신경의 시냅스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신경전달물질이다. 특히자율신경계 중 부교감신경 말단 부위에서 분비되는 물질이다. 심장박동을 억제하거나 동공을 축소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뇌 속에서 주의력, 학습, 기억 등의 영역을 조절하는 데 아세틸콜린이 활약하고 있다.
취침하기 4시간 전에 카페인을 섭취하면 숙면을 방해한다. 의식을 깨운는 신경세포의 시냅스(신경전달물질은 노르아드레날린 또는 도파민이다.)에서는 신경전달물질과 함께 아데노신이 방출된다. 아데노신은 자기의 신경세포를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 만약 카페인이 뇌에 있으면 아데노신 대신 수용체와 결합해서 피드백이 형성되지 않기 때문에 졸음을 깨우는 각성작용이 강해진다.
담배의 주성분인 니코틴은 시냅스에서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 수용체와 결합하여 아세틸콜린 대신 작용함으로써 신경작용을 강화한다. 특히 정신을 긴장시키고 각성을 촉진하기 때문에 머리가 맑아지고 능률이 올라간다고 착각하게 된다. 니코틴은 반대로 뇌의 흥분을 억제하여 정신을 안정시키는 작용도 한다. 혈중 니코틴 함량이 계속 높으면 내성이 생겨서 둔감해지기 때문에 신경은 수용체를 늘린다. 따라서 담배를 피우지 않을 때는 금단증상이 나타나면서 니코틴을 더욱 갈망하게 되고 신체적인 의존이 생겨서 결국 담배를 끊지 못하게 된다. 니코틴에는 아세틸콜린 대신 작용하여 말초혈관을 수축시키거나 혈압을 높이는 작용도 있기 때문에 호흡기 계통, 순환기 계통의 질환을 악화시킨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는 환자는 해마가 축소되어 있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부신겉질호르몬이 해마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추측된다. 어린 시절에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은 경우에도 해마에서의 신경세포 발생이 줄어들고 해마가 축소되기 쉽다. 사소한 일에도 참지 못하고 버럭 화를 내는 아이들은 대뇌겉질 이마연합영역의제어 기능이 제 구실을 다하지 못해 생기는 증상이다. 욕망과 제어 행동은 둘레계통과 대뇌겉질이 서로 견제함으로써 이루어진다.
7. 질병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는 사이토카인의 일종인 인터페론을 분비한다. 인터페론은 주위 세포를 자극해서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한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가 늘어나면 대식세포와 림프구 등 백혈구가 활동을 개시한다. 림프구의 일종인 자연샐생세포인 NK 세포가 바이러스 감염 세포를 공격해서 죽인다. 개식세포는 바이러스를 잡아먹어서 세포 내 소화하고 특징적인 세포 표면에 드러내서 림프구의 T세포에게 항원으로 제시한다. 이를 항원 제시라 한다. 항원 제시에 따라 바이러스(항원)에 적합한 특정 보조T세포가 활성화되고 활성화된 보조T세포는 다른 사이토카인을 내보내서 특정 B세포를 성숙시킨다. 이 특정 B세포는 바이러스에만 결합해서 활성화하는 항체(면역 글로불린)를 만들어낸다. 활성화한 보조T세포는 세포독성T세포를 활성화시키고,세포독성T세포는 감염 세포를 죽인다. 감염 세포에서 나온 바이러스는 B세포에서 방출된 항체에 붙잡힌다. 이 단계에 이르기까 지 대개 일주일 정도 걸린다.
8. 섭생
인간에게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은 비교적 많은 양이 필요하고, 비타민과 무기질은 적은 양이 필요하다. 탄수화물은 단위 분자인 포도당, 지방은 지방산과 글리세린으로 분해된 후 혈관 내에서 흡수되어 혈액을 통해 온몽으로 공급된다. 몸의 각 세포가 에너지원으로 흡수하는 것은 주로 포도당, 지방산, 글리세린이다. 혈액 속에는 거의 0.1%의 포도당이 항상 들어있다. 단백질은 음식물을 통해 섭취해야 한다. 돼지고기의 단백질이 소화관에서 단백질의 구성단위인 아미노산으로 분해된 다음 작은 창자 벽에서 흡수되어 세포로 보내진다. 그리고 분해된 아미노산은 각 세포의 유전자 정보에 기초를 두고 다시 연결해서 인간의 단백질이 된다. 지방으로 분류되는 콜레스테롤과 인지질은 세포막의 구성성분이기도 하다. 콜레스테롤은 부신겉질호르몬, 성호르몬, 쓸개즙의 전구체가 되는 중요한 성분이다. 필요한 콜레스테롤의 70% 정도는 체내(간)에서 합성된다. 음식물을 통해 섭취하는 콜레스테롤의 양 자체는 혈중 콜레스테롤의 농도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혈액에는 나트륨이온과 염소이론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서 삼투압을 만들고 있다. 세포 내의 칼륨이온은 대부분 효소 활동을 돕는다. 무기질 가운데 현대인에게 부족하기 쉬운 영양소는 칼슘이다. 반면 인과 나트륨은 과다 섭취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비타민은 크게 물에 녹느냐 지방에 녹느냐에 따라 수용성 비타민과 지용성 비타민으로 나뉜다. 지용성 비타민으로는 비타민 A,D, E, K 등이 있고 수용성 비타민으로는 비타민 C와 비타민 B군 등이 있다. 비타민 A를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면 두통이나 안면 홍조, 피부 건조 등이 나타난다. 비타민 D를 과잉 섭취하면 장기에 칼슘이 침착되거나 식욕 부진 등의 증상이 생길 수 있다.
어류에는 DHA와 EPA라는 지방산이 들어 있다. 이들은 신경세포의 세포막을 구성하며 뇌 기능을 높이는 작용을 한다. EPA는 DHA의 전구체이다. DHA와 EPA는 오메가-3불포화지방산의 일종이다. 어패류에 많이 들어있으며 육상동물의 체내에서는 합성되지 않는다. (식물성 기름에 많이 포함된 오메가-3계열의 리놀레산을 섭취하면 합성할 수 있다.) 한편 대뇌겉질의 신경세포의 경우 인지질을 구성하는 지방산의 20 - 30%는 DHA이고, 망막의 시각세포 인지질 가운데 35 - 60%는 DHA다.
폴리페놀이나 비타민 C는 활성산소라는 나쁜 물질을 줄여주어 노화방지에 도움이 된다. 활성산소란 호흡 과정에서 생기는 산화하는 강력한 힘을 가진 화합물을 가리킨다. 활성산소가 늘어나면 유전자 DNA나 지방에 상처를 주어 암세포를 야기하거나 노화를 촉진한다. 한편 식이성 섬유란 셀룰로오스, 펙틴 등 인간의 소화효소로는 소화가 곤란한 곡물이나 식물의 구성성분을 말한다. 채소, 곡물, 감자, 고구마, 해조류 등에 많이 들어 있다. 식이성 섬유에는 열량이 거의 없다. 성인의 경우 하루 권장 섭취량은 20 - 25그램 정도이다.
9. 균형과 조절
식욕을 조절하는 신경중추는 사이뇌의 시상하부에 있다. 음식을 섭취하면 혈당값이 높아진다. 혈당을 낮추기 위해 인슐린이 췌장에서 분비된다. 이때 인슐린이 만복중추를 자극해서 배가 부르구나 하는 포만감을 느끼게 한다. 또 지방 조직에는 렙틴이라는 호르몬이 나와 만복중추를 자극한다. 만약 기아 상태가 거듭되어 지방 조직이 감소하면 방출되는 렙틴이 감소하고 만복중추의 자극이 줄어들며 동시에 공복중추의 억제가 풀려서 공복감을 느낀다. 렙틴을 만드는 유전자를 OB유전자라고 한다. 이 유전자가 돌연변이를 일으킨 개체의 경우 아무리 먹어도 포만감을 느낄 수 없게 되어 결국 비만에 빠지게 된다. 만복중추의 신경세포 세포막에 있는 렙틴수용체의 유전자가 손상된 개체에서도 렙틴의 자극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뚱뚱해지기 쉽다.
시상하부의 포도당 중추에서 저혈당을 감지하면 자율신경계의 교감신경을 통해 부신속질을 자극하고 아드레난린의 분비를 촉진한다. 췌장의 A세포는 교감신경의 자극에 따라 스스로 저혈당을 수용해서 글루카곤의 분비를 촉진한다. 아들레날린과 글루카곤은 간에 작용하여 혈당을 높인다. 한편 시상하부의 포도당 중추에서 고혈당을 감지하면 자율신경계의 부교감신경을 통해 췌장의 B세포에 정보를 전달하고 그 결과 인슐린 분비가 촉진된다. 인슐린은 간이나 골격근에 작용해서 혈액에서 세포로의 포도당 흡수를 촉진하고 포도당에서 글리코겐으로의 변화를 촉진하여 혈당값을 낮춘다.
혈당을 낮추는 시스템의 오작동으로 식후 2 - 3시간이 지나도 혈당값이 떨어지지 않으면서 다양한 합병증을 유발하는 병을 당뇨병이라 한다. 당뇨가 심해지면 극심한 목마름과 공복감, 소변량의 증가와 함께 망막, 콩팥, 신경계 등에 혈관 장애가 발생한다. 당뇨병은 자가면역성으로 발병하는 제1형과 인슐린의 작용 부족에 따른 제2형으로 나눌 수 있다. 제1형 당뇨병은 주로 유아기나 청소년기에 발병한다. 췌장의 B세포가 파괴됨으로써 인슐린 생산이 중단되거나 줄어들기 때문에 인슐린 치료가 효과적이다. B세포가 파괴되는 원인은 자가면역으로 인해 체내에서 B세포를 이물질로 인식하고 자신의 항원에 대하여 항체를 만들어서 공격하기 때문이다. 제2형 당뇨병은 중년 이후에 주로 발병한다. 대체로 과체중인 사람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제2형 당뇨병은 인슐린의 농도 자체가 낮은 경우보다 간이나 골격근 세포의 인슐린수용체의 기능이 낮아진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철저한 음식조절과 체중 감량을 통해 당뇨병을 개선할 수 있다.
10. 수명
면역계, 내분비계, 신경계의 활동으로 체내 항상성이 유지되고 있다. 이들 조절계는 연령 증가와 함께 기능이 떨어진다. 면역기능의 저하는 노화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나이가 들면 여성의 경우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감소하고 사이뇌 시상하부나 뇌하수체 앞엽의 마이너스 피드백이 약해져서 생식샘자극호르몬의 양은 반대로 증가한다. 이에 따라 폐경기를 맞이하고 호르몬 불균형에 따른 갱년기장애가 발생한다. 남자의 경우는 정자 형성 능력이 서서히 떨어지고 전립샘은 비대해진다.
컴퓨터 단층 촬영에 의하면, 90세 노인은 청년보다 머리 앞쪽 부위가 50 - 60%까지 위축되어 있었다. 나이가 들면서 건망증이 심해지는 것은 뇌 기능의 쇠퇴가 원인이다. 다만 뇌는 매우 여유분이 많아서 실제 활동 부위는 지극히 일부분이다. 따라서 뇌의 가소성을 통해 다른 세포가 보충할 수 있다.
인간의 피부세포를 배양하면 아무리 조건을 좋게 gkefkeh 30 - 60ghl 정도에서 분열을 마친다. 이를 ‘헤이플릭의 한계’라고 한다. 개체의 수명이 길수록 세포분열 횟수도 많다. 여기에는 각 염색체 양 끝에 있는 텔로미어라는 특수한 구조가 영향을 끼친다. 텔로미어는 TTAGGG라는 염기서열이 수백 회 이상 반복된 구조다. 이 텔로미어가 세포분열을 할 때마다 약 20단위씩 짧아진다. 따라서 청년의 체세포와 노인의 체세포를 비교하면 노인이 훨씬 짧다. 결과적으로 텔로미어가 짧아지면 염색체 구조를 정상적으로 유지할 수 없으므로 유전자의 이상을 초래하고 세포가 더 이상 분열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태아의 텔로미어가 길다는 사실은 생식세포가 형성될 때 텔로미어를 길게하는 효소인 텔로머라아제가 나와서 텔로미어를 다시 원 상태로 길게 늘여 놓은 것이다. 텔로머라아제는 대부분의 체세포에서는 볼 수 없지만(유전자는 있지만 효소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계속해서 분열하는 조혈 줄기세포에는 존재한다. 암세포에도 텔로미어의 길이를 늘려놓는 텔로머라아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