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적절한 상징과 시각적 심상을 활용하여 일제 강점기를 살아가는 지식인의 도덕적 순결성에 대한 고뇌와 그것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 갈래 : 자유시, 서정시
* 성격 : 성찰적, 고백적, 의지적, 상징적
* 제재 : 별
* 주제 : 순수한 삶에 대한 간절한 소망과 의지
* 특징
① 시간의 이동에 따라 시상을 전개함.
② 이미지를 대립시켜 시적 상황을 제시함.
* 출전 :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1948)
작품의 구성
[1 ~ 4행] 부끄러움 없는 삶에 대한 소망(과거)
[5 ~ 8행] 미래의 삶에 대한 결의(미래)
[9행] 어두운 현실에 대한 자각(현재)
이해와 감상
이 시는 윤동주의 유고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서두에 붙여진 작품으로, ‘서시(序詩)’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시집 전체의 내용을 안내해 주는 역할을 한다.
2연 9행으로 이루어진 이 시는 시간의 이동(과거 - 미래 - 현재)에 따라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부분(1~4행)은 순결한 도덕적 삶을 살고자 했던 화자의 의지와 고뇌를 과거의 시점에서 말하고 있다. 화자는 지금까지 윤리적 판단의 절대적 기준이 되는 ‘하늘을 우러러’ 보면서, ‘죽는 날까지’ 세속적 삶과의 타협을 거부하고 어떤 ‘부끄럼’도 없는 삶을 살기를 기원했다. 그래서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의 아주 작은 흔들림에도 괴로워하면서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며 결백한 삶을 살고자 노력했다고 고백하고 있다.
두 번째 부분(5 ~ 8행)에서는 살아 있는 존재에 대한 한없는 연민과 사랑을 나타내면서 미래의 삶에 대한 화자의 결의를 다짐하고 있다. 화자는 밤하늘에 빛나는 맑고 밝은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삶의 고통에 부대끼는 모든 생명들을 사랑하면서, 자신에게 ‘주어진 길’, 즉 부끄러움이 없는 삶을 향해 꿋꿋하게 걸어가야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마지막 부분(9행)은 어두운 밤하늘과 별, 그리고 바람 간의 관계를 통해서 화자가 처한 상황을 보여 주면서 도덕적 순결성에 대한 화자의 의지를 시적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따라서 이 시는 현실의 어둠과 괴로움 속에서 자기의 양심을 외롭게 지키며 맑고 아름다운 삶을 살고자 했던 한 젊은 지식인의 모습을 간결한 언어와 상징어들을 통해 보여 준 작품이다.
작품 연구
‘별, 바람, 밤’의 의미 관계는?
이 시에 나오는 시어 ‘별’, ‘바람’, ‘밤’은 각각의 상징적인 의미를 통해 작품의 의미망을 형성하고 있다. 즉, 어둔 ‘밤’ 하늘에서도 빛을 잃지 않으며, 시련의 ‘바람’ 앞에서도 결코 흔들리지 않는 ‘별’을 통해, 어떤 시련과 어둠의 현실에서도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는’ 양심의 결백함을 지켜 내려는 화자의 의지를 시적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시어의 상징적 의미
* 하늘 : 윤리적 판단의 절대적 기준
* 별 : 화자가 추구하는 희망, 이상적 삶의 세계. ‘바람’과 대립되는 이미지
* 바람 : 3행의 ‘바람’ - 화자의 내면적 갈등 또는 양심의 가책/9행의 ‘바람’ - 화자가 처한 어두운 현실, 일제 강점하의 시대 상황
* 길 : 화자가 걸어가야 할 숙명, 운명
* 밤 : 화자가 처한 어두운 현실. 일제 강점하의 시대 상황
이 시에 나타난 화자의 태도
화자는 암울한 시대 상황에서도 양심을 지키며 현실에 타협하지 않는 삶, 즉 부끄러움이 없는 순결한 삶을 추구하고 있다. 즉, 나라를 일제에 빼앗긴 현실에 괴로워하면서도 ‘별’과 같이 이상적인 삶, 도덕적으로 순결한 삶을 살기를 소망하며 민족을 위해 고난과 시련의 삶을 피하지 않고 꿋꿋하게 헤쳐 나갈 것을 다짐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화자는 일제 강점기의 어두운 시대에 도덕적 순결성과 양심을 지켜 나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화자의 태도
작가 소개 - 윤동주(尹東柱, 1917 ~ 1945)
시인. 북간도 출생. 일본 도시샤 대학 영문과에 재학 중 사상범으로 체포되어, 이듬해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옥사했다. 1941년 연희전문을 졸업하고 19편의 시를 묶은 자선 시집(自選詩集)을 발간하려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가 자필로 3부를 남긴 것이 사후에 햇빛을 보게 되어, 1948년에 유고 30편이 실린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로 간행되었다. 주로 1938~1941년에 쓰인 그의 시에는 불안과 고독과 절망을 극복하고 희망과 용기로 현실을 돌파하려는 강인한 정신이 표출되어 있다. 작품으로 ‘자화상’(1939), ‘또 다른 고향’(1948) 등이 있다.
윤동주의 시 세계
윤동주는 일제 강점기 지식인으로서 겪어야 했던 정신적 고통을 섬세한 서정과 투명한 시심으로 노래한 시인이다. 그의 시의 특성은 고요한 내면세계에 대한 응시를 순결한 정신성과 준열한 삶의 결의로 발전시킨 데 있다. 그의 시가 추구한 핵심적 문제는 현실적 존재의 슬픔이 어디에서 나온 것인가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이 비록 소극적이고 자책적이며, 어떤 경우 자기 분열의 상태까지 이르기도 하지만, 윤동주의 시는 여기서 끝나지 않기 때문에 가치가 있다. 그가 생애를 마감할 무렵인 일본 유학 시절의 시는 비로소 윤동주의 저항 시인으로서의 평가를 가능하게 해 준다. 그의 시는 근본적으로 그의 생애의 흐름과 일치하며 발전한다. 즉, 개인적 자아 성찰에서 역사와 민족의 현실에 대한 성찰로 인식이 확대되는 것이다. 민족의 해방을 기다리며 자신의 부끄러움 없는 삶을 위해 죽을 때까지 시대적 양심을 잃지 않은 시인으로서, 그의 시는 일제 강점기의 종말에 대한 희생적 예언으로서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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