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의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로, 쓰레기 더미에 파묻힌 지구에 홀로 남겨진 청소 로봇 월-E와 식물을 탐색하기 위해 지구에 온 탐사 로봇 이브의 사랑을 다루고 있다.
포스트 아포칼립스와 SF를 배경으로 한 로봇의 사랑 이야기. 로봇의 사랑이라는 난해한 소재를 잘 표현했고, 무엇보다 로봇이 언어를 구사할 수 없어서 사실상 대사가 없는데도 내용을 막힘 없이 전달하는 탁월한 연출력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씨네21의 김혜리는 《월-E》가 과학기술의 폐해를 다루면서도 그로인한 치유와 회복까지 다루었다고 했다. 영화에서는 과학기술로 인해 황폐화된 지구를 떠난 인간들이 점점 안락한 생활에 적응하면서 점점 살이 찌고 전자 화면에만 몰입하는 모습으로 변한 것에서 과학기술의 폐해를 볼 수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E와 이브같은 로봇들로 인해 다시 지구로 돌아가게 되는 것을 통해 치유와 회복을 엿볼 수 있다.
영화에서 주인공 월-E를 통해 느낄 수 있는 순수함을 보는 재미도 있다. 월-E는 다른 로봇들과 다르게 지구의 쓰레기를 치우는 일을 하면서 그 중에 섞인 신기한 물건들을 수집하는 취미가 있다. 그의 아지트에는 옛날 영화가 담긴 비디오테잎, 더이상 쓰이지 않는 백열전구, 월-E가 직접 들어있던 반지는 버리고 남은 반지 케이스, 큐브 퍼즐 등 미래 세계와는 어울리지 않는 오래된 물건들이 많다. 또한 픽사는 로봇임에도 불구하고 캐릭터의 감정표현에 신경을 써서 관객들로 하여금 기계에 대해 친숙함을 느낄 수 있게 했다.
영화 시작 전에 픽사가 추가한 단편 <프레스토> 와 끝난 후의 엔딩 크레딧을 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다. 엔딩 크레딧을 통해 생명을 되찾고 점점 회복되어가는 지구의 모습을 다양한 화풍으로 보는 재미가 있다.
사람들은 모두 떠나고 홀로 남은 로봇이 있다. 로봇은 700년 동안 묵묵히 지구를 청소한다. 폐기물을 압축해 만든 더미를 빌딩처럼 쌓는 게 그의 일이다. 그의 이름은 월-E(WALL-E·Waste Allocation Load Lifter Earth-Class). ‘폐기물 수거-처리용 로봇’이란 뜻이다.
앤드루 스탠튼 감독의 영화 <월-E>는 과학이 과도하게 발달한 지구의 미래를 다룬다. 세련미 넘치는 과학의 대척점에 월-E가 있다. 월-E는 쌍안경 얼굴에 ‘R2D2’의 몸통, 탱크용 캐터필터를 다리로 단 우스꽝스런 모습을 하고 있다. 월-E가 챙기는 보물이 있다. 쓰레기더미에서 찾은 전구알, 지포라이터, 루빅스 큐브 등 지구에 살았던 사람들이 사용했던 물건들이다. 그런 월-E 앞에 어느날 생명체 탐사로봇 이브가 나타났다. 이브는 지구에서 피어난 새싹 하나를 수거해 우주선 ‘엑시엄’으로 날아간다. 엑시엄에는 지구를 떠나온 사람들이 있다. 오염된 지구를 떠나 5년만 우주에서 즐기고 있으면 지구로 돌아갈 수 있다고 믿었는데, 벌써 7세기가 흘렀다. 로봇의 보조를 받으며 안락함을 즐기던 인류는 이제 고향별 지구를 잊었다. 몸은 비대해져 누군가가 도와주지 않으면 일어설 수가 없게 됐고, 사랑의 감정은 잃어버렸다. 굳이 사람과 관계를 맺지 않더라도 불편할 것은 없다. 네트워크가 사람과 서버를 잇는다.
<월-E>의 지구는 디스토피아다. 월-E는 관계를 맺고 싶지만 지구에는 아무도 없다. 인간들이 버린 비디오테이프에 남아있는 남녀의 손잡는 모습은 신기할 따름이다. 사람은 주변에 사람이 없으면 외롭다. 그래서 관계를 맺지만 그 관계는 무한정 맺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사람이 사회적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최대치는 얼마일까. 인류학자 로빈 던바에 따르면 150명이다. 이른바 ‘던바의 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