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취, 雄臭, 수컷 냄새, 누린내
수퇘지가 성숙기에 도달했을 때 거세하지 않고 도축된 돼지고기 또는 돈육 제품을 조리하거나 먹는 동안에 흔히 나타나는 불쾌한 냄새 또는 맛이다.
웅취 제거
수세기 동안 웅취를 예방하기 위해 돼지에게 거세를 시행해 왔다. 오랜 기간 동안 수퇘지의 거세는 생후 약 2-3 주에 실시되었다. 일부 국가(예: 네덜란드, 스위스 및 노르웨이)에서는 거세와 관련된 통증과 스트레스를 줄여주기 위해 전신 또는 국부 마취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것이 강제적 또는 자발적이라는 규칙이냐, 통상 농장주나 수의사가 이러한 시술을 시행하느냐 하는 규칙은 국가마다 다르다. 마취 여부와 상관 없이 거세는 최근 동물 보호 단체로부터 비난을 받아 왔다.
호주 등 일부 국가에서는 돼지를 어린 연령에 도축한다. 웅취의 원인이 되는 자연 물질인 안드로스테논 및 스카톨은 수퇘지가 성적으로 성숙하게 되어야만 지방에 축적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조기 도살은 웅취를 감소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웅취를 제거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암퇘지만 사육하기 위해 성 염색체와 인공수정 기반의 분류를 통해 태어나기 전에 새끼 돼지의 성을 선택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가축 사육에서 성공적으로 사용되어 왔지만 여전히 연구 중에 있으며 돼지 생산에서는 아직 경제적이거나 실용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웅취가 적은' 돼지 사육도 실험되고 있으나 큰 성공은 거두지 못하고 있다. 슈가 마운틴 팜은 사육 및 사료에 변화를 주어 이를 실현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한 생산업체이다. 거세하지 않은 수퇘지의 이점은 기름기가 적고 약 10% 빠르게 성장하며 거세한 수퇘지나 미경산돈(암퇘지)보다 살코기가 많아 효율적으로 사료를 돈육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원인
용기냄새는 수퇘지의 지방에 안드로스테논 및 스카톨이 축적되어 발생한다.
안드로스테논(남성 호르몬)은 성숙기에 도달한 수퇘지의 고환에서 생성되며 스카톨(장내 세균의 부산물 또는 아미노산 트립토판의 세균성 대사 산물)은 암퇘지와 수퇘지 모두에게서 생성된다. 그러나 고환 스테로이드가 간에 의한 스카톨 분해를 억제하므로 거세되지 않은 수퇘지에게서 훨씬 많이 생성된다. 따라서 스카톨은 수퇘지가 성숙함에 따라 지방 내에 축적된다.
수퇘지가 성적으로 성숙하면서 이러한 물질이 자연적으로 생성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 성분이 축적될 경우, 고기를 조리할 때 냄새가 나게 된다. 따라서 이들 물질이 축적되지 않도록 새끼 수퇘지를 거세한다.
새로운 방법
최근 들어 수퇘지 거세가 비난을 받게 되자 일부 생산자와 생산자 협회는 웅취 제거를 위한 대안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웅취 예방 백신 접종은 1998년부터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실시되어온 방법으로서, 웅취 억제를 위해 돼지의 면역계를 활용하는 안전하고 매우 효율적인 해결책이다. 백신 사용은 웅취를 제거하는 데 있어 물리적 거세만큼이나 간단하고 신뢰할 수 있다. 교육을 받은 농장 직원이 이 백신을 안전하게 투여하여 소비자가 믿고 먹을 수 있는 고품질 돈육을 생산할 수 있다.
이 백신은 돼지의 면역계를 자극하여 성선자극호르몬 방출인자(GnRF)에 대한 특이 항체를 생성한다. 이것은 일시적으로 고환 기능을 억제하여 웅취의 원인이 되는 물질이 생성 및 축적되지 않도록 해준다.
GnRF에 특이적인 항체 생성을 자극함으로써 백신 접종은 웅취를 유발하는 두 가지 인자 중 하나인 안드로스테논을 포함한 고환의 테스토스테론 및 기타 스테로이드 분비를 유도하는 일련의 기전을 중단시킨다. 웅취를 유발하는 다른 주요 물질인 스카톨 또한 낮아진 스테로이드 수치로 인해 간에서 스카톨을 더욱 효과적으로 신진 대사시킬 수 있으므로 제거된다.
모든 돼지마다 두 번씩 접종해야 웅취를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 첫 번째 접종 시기는 비교적 융통성이 있으나, 두 번째 접종은 첫 번째 접종 후 최소 4주 이후, 도축일로부터 4~6주 전에 실시되어야 한다. 두 번째 접종 후 수퇘지의 고환은 성장이 정지된다. 접종 담당자는 백신 및 고급 안전 기능이 있는 주사기 사용에 관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
이 백신은 동물 친화적이고 환경적 측면에서 보다 효율적인 웅취 해결책일뿐 아니라, 돈육 생산 전반의 이해관계자들이 자연적인 수퇘지 성장이라는 성과상의 이점을 누리면서도 식감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준다
수퇘지의 삼겹살에서 심하다는 ‘웅취’
‘웅취(雄臭·수컷 냄새)’를 인식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OR7D4라는 유전자가 웅취를 인식하는데 관여한다고 한다. 웅취는 수퇘지의 성 성숙(性成熟)으로 체내 지방에 스캐톨과 안드로스테논이 축적되면서 강렬해진다.
국내에서는 대부분 수퇘지는 태어나면서 거세를 실시한다. 이는 수퇘지의 냄새를 효과적으로 없애는 방법이다. 일부 나라들은 새끼돼지에게 통증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동물복지의 한 방편으로 마취를 실시하거나 면역학적으로 백신을 투여해 웅취를 예방하는 방법을 실시하고 있다.
삼겹살은 돼지의 모든 부위에서 가장 지방 함량이 높은 부위다. 다른 부위들은 대부분 피하지방이 둘러싸고 있다. 근육에는 지방 함량이 상대적으로 낮아 피하지방을 걷어내면 간단히 지방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삼겹살은 겹겹이 층을 형성하는 부위의 특수성으로 지방을 제거할 수 없다. 그러므로 웅취의 문제가 가장 대두될 수 있는 부위는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가장 선호하는 삼겹살이라고 말할 수 있다.
1994년 우리나라에서는 WTO 협정에 따라 돼지고기 수입을 시작했다. 세계 각국에서 돼지고기를 경매입찰 방식으로 들어오게 된 것이다. 입찰에 참여한 대부분 나라들이 거세를 실시하는 나라였으나 그 중 영국은 거세를 실시하지 않는 나라로 참여했다.
영국에서 수입된 삼겹살은 매우 외관상 양호했다. 지금은 상당히 일반화 되었지만, 당시 영국처럼 제품의 절단과 포장이 좋았던 나라는 없었다. 영국에서 수입된 삼겹살을 보고 업자들은 앞 다투어 구매를 하였으나 그 인기는 얼마 가지 않아 기피하는 삼겹살로 남게 되었다.
당시 영국산 돼지고기에 대한 시장의 부정적 반응은 거세를 하지 않았고 삼겹살 두께가 다른 나라에 비해서 얇고 지방이 적다는 데서 비롯됐다. 이런 부정적 인식은 소비자가 아닌 업자들이 더 갖고 있었던 것 같다. 영국은 수퇘지의 성 성숙이 이루어지기 이전에 돼지를 도축하는 방법으로 웅취를 제거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거세를 안 했다는 점이 강하게 제기되었다.
많은 나라들이 한국에 돼지고기 수출을 희망했고, 돼지고기 수입자유화로 삼겹살의 수입이 계속 증가했다. 당시 이 업종에서 일하던 필자가 관심 있게 봤던 나라는 스페인이었다. 스페인은 EU에서 영국과 마찬가지로 거세를 실시하지 않는 나라였기 때문이다.
스페인은 브라질과 함께 돼지의 생산기반이 미미하던 러시아에 가장 많은 돼지고기를 공급하던 나라였다. 하지만 러시아가 EU에 돼지고기 금수 조치를 실시하면서 스페인의 양돈산업은 엄청난 타격이 예상되었다. 그런 스페인이 현재 EU 국가 중에서는 돼지고기를 우리나라에 가장 많이 수출하고 있다.
게다가 ‘이베리코 돼지’는 거의 멧돼지에 가깝게 자연에 풀어놓고 기르며 보통의 돼지 무게보다 100kg을 더 사육한다. 이 돼지에서 고기를 생산하는 광경은 흡사 지방 속에서 근육을 찾아 잘라내는 것과 같다. 모든 근육에 남다른 마블링을 과시하는 돼지고기이고, 이 돼지의 수퇘지는 그야말로 성 성숙이 완전히 무르익었다고 할 수 있다.
스페인 양돈 산업의 규모는 계속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스페인 국내 소비의 증가가 아니라 오로지 돼지고기 수출이 늘어나는 효과다. 이는 과거 우리가 알고 있던 웅취가 잘못된 상식이거나 다른 냄새를 웅취로 오인했다는 추측이 가능해진다.
육류는 인류의 식품저장방법에서 가장 커다란 숙제였다. 자가 소화에 의한 변패, 미생물학적인 부패, 산소와의 결합에 의한 산패 등 고기는 보관하는데 해결해야 할 난제가 너무나도 많다. 이 때문에 고기 저장방법이 오히려 발달해왔다.
오늘날 우리가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식품은 단연 육류라고 말할 수 있다. 돼지고기는 지방 함량이 다른 육류에 비해 높은 편이고, 변질이 쉬운 불포화지방산의 함량이 높다. 지방은 체내에서 축적이 되는 물질에 의해 냄새가 난다고 알려져 있으나 또한 주변의 냄새를 흡착하기도 한다. 본래 돼지고기의 냄새가 아닌 것을 돼지고기가 누명을 쓰는 경우도 생각해볼 수 있다. 그 누명의 중심에 수퇘지가 있는 게 아닐까.
가끔 길을 가다가 ‘암퇘지만 판다’는 정육점의 부착물에 눈길이 간다. 어떤 회사는 암퇘지만 골라서 수입한다는 것을 내세우기도 한다. 그러나 오늘날 돼지고기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냄새를 제거한 것은 진공포장의 효과라고 생각한다. 진공포장은 고기에서 냄새를 발생하는 모든 가능성을 막는 방법이다.
과거에는 진공포장보다는 랩핑(Wrapping)되어 수입된 고기가 많았다. 이는 진공과는 확실히 밀착성과 공기 차단이 떨어진다. 따라서 수입육처럼 장기간 수송하고 보관하는 고기, 특히 냉동육은 냄새를 발생할 가능성이 높았다. 이는 진공포장이 보편화된 오늘날에는 매우 부분적으로 제기되는 문제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