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이 왜 면역력을 키워주는지를 과학적으로 분석'
우리 몸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체온이 상승한다. 인간의 체온은 섭씨 36.5도 안팎. 38도를 넘으면 항상성이 깨져 우리 몸에선 다양한 반응이 일어난다. 운동도 스트레스다. 우리가 운동을 하면 몸에서 열을 발생한다. 또 체내 에너지원인 ATP(글루코겐)를 태워 쓰면서 젖산이 생성돼 체내 pH 농도를 떨어뜨린다. 산성화 되는 것이다. 열과 산성화는 우리 근육내 단백질을 파괴한다.
이 과정에서 열충격단백질(heat shock proteins·HSP)이 합성된다. 몸의 정상세포가 열 스트레스를 받아 그 구조가 변형되면 이를 지키기 위해 세포안에서 스스로 HSP를 발현 시킨다. HSP가 합성되면 계속 이어지는 열 스트레스로부터 몸의 세포를 지키기 위해 움직인다. HSP 발현은 1960년대 처음 발견돼 항암 치료 등에서 계속 연구되고 있다. HSP는 열 뿐만 아니라 적외선, 자외선, 저산소증, 감염, 염증 등 다양한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발현한다.
우리 체내 단백질은 1, 2, 3, 4차 구조로 형성돼 있다. 운동과 관련된 단백질은 3차 구조다. 다양한 이유로 단백질은 접혀져 있어야 한다. 그래야 제 역할을 한다. 그런데 운동을 해서 체온이 올라가고 pH가 떨어져 체내가 산성화되면 단백질 3차 구조가 공격당해 결합력이 떨어진다. 결과적으로 구조가 끊어져 생리적 기능이 깨지게 된다. HSP가 이렇게 구조가 깨진 단백질이 제 역할을 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HSP를 분자 샤페론(Molecular Chaperone)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샤페론(Chaperone)은 과거 사교 행사 때 젊은 미혼 여성을 보살펴 주던 나이든 여인을 일컫는다. 생리학에선 다른 단백질의 접힘(Folding)과 펴짐(Unfolding), 혹은 여러 단백질이 결합된 거대 단백질의 합체 및 해체를 돕는 단백질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다른 단백질을 돕는 단백질이다. 체내 단백질은 섭씨 40도만 돼도 변성이 생긴다. 강도 높은 운동을 할 경우 근육의 온도가 42도까지 올라간다. 그래도 우리 몸이 버티는 이유는 HSP가 단백질을 보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HSP는 피로물질이 나오지 않도록 해 체력 회복을 돕기도 하며 뇌 호르몬으로 통증완화 물질인 엔돌핀이 나오도록 촉진시키기도 한다. 또한 NK(면역)세포라고 하는 림프구의 움직임을 활발하게 하고 항종양 기능을 갖는 체네 인터페론의 합성량을 증가시킨다. 체내 면역력을 극대화시키는 것이다. 체온 1도를 높이면 면역력이 5배는 높아진다고 한다.
면역력을 키운다는 의미는 저항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몸에 염증이 생긴다는 것도 단백질 구조가 깨지는 것을 의미한다. 운동을 지속적으로 해 HSP가 단백질 구조를 안정화시키기를 반복하면 저항력이 증가한다. 체내 단백질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게 열과 pH다. 운동으로 체온을 올리고 체내 pH를 떨어뜨리면 바로 HSP가 합성돼 항성성을 유지하려는 활동에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운동이 HSP을 발현시켜 면역력을 높이는 것이다.
그럼 어느 정도 운동을 해야 HSP가 발현할까? 다양한 연구 결과 보통 체온이 섭씨 38. 5도 쯤에서 HSP가 가장 활발하게 발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소 강도 높은 운동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동물 실험으로 보면 지근(遲筋)보다 속근(速筋)을 많이 활용할 때 HSP 발현양이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 속근을 많이 활용한다는 것은 천천히 오래가 아니라 짧은 시간에 강도 높은 운동을 하는 것을 의미 한다.
운동을 하게 되면 근육과 피부에서 75%, 장기에서 22% 등의 열이 발생한다. 여기서 심부온도(심장 방광 등 체내 깊숙한 장기의 온도)가 중요한데 VO2 Max(최대산소섭쉬량)의 50%로 운동할 경우 섭씨 37.3도, 75%로 할 경우 38.5도까지 올라간다. 이는 운동을 힘들다는 정도로 해야 HSP가 잘 발현한다는 뜻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운동량이 100이라면 70~84 정도는 해야 한다. 근육에서 많은 열을 발산하기 때문에 근육을 키워서 지속적으로 운동하는 게 HSP 발현에 도움이 된다.
지구성운동(유산소운동)과 저항성운동(웨이트트레이닝) 모두에서 HSP가 발현한다. 특히 습도가 높고 더운 날씨에 운동하면 HSP가 더 잘 발현된다. 체온이 급격히 상승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