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기억능력
Eidetic Memory/Photographic Memory
이름 그대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마치 캠코더로 녹화하듯이, 또는 사진을 찍듯이 기억할 수 있는 능력. 포토그래픽 메모리(사진기억력), 완전기억력, 초기억력, 슈퍼메모리, 순간기억능력 등의 이름으로도 불린다. LTP(long term potentiation, 장기 기억 증강) 관련 논문은 현재 만 개 이상 나와있지만, 개중 완전기억능력에 대한 보고는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누군가 그런 능력이 학계에 정식으로 보고되거나 정신과적으로 인정된 바 있다는 듯이 주장한다면 명백한 거짓말이다.
즉, 적어도 현 시점에서는 완전기억능력이 실존하는 증상인지 증명할 길은 없으며 얼핏 비슷해 보일 수 있는 증상이나 일반인 이상가는 비상한 기억 능력은 지닌 이들이 없진 않으나 창작물의 완전기억능력과는 엄연히 다르다. 거짓으로 밝혀진 리플리 증후군과 공상허언증의 관계와 유사하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현대 신경과학 이론상으로는 장기 서술 기억(long term declarative memory)의 형성은 보통 LTP(long term potentiation, 장기 기억 증강)을 통해 기억을 담당하는 특정 뇌세포(중측두엽(medial temporal lobe), 특히나 해마(hippocampus)와 후뇌구(rhinal sulcus)와 관련된 뇌세포)들간의 시냅스 연결을 강화하는 것으로 형성된다고 보는 게 현재 학계의 정설인데, 이렇게 형성된 기억을 지우는 것은 LTP의 반대 역할을 하는 LTD(long term depression, 장기 비활성화)이고, 결국 '지워지지 않는 기억'을 가지려면 LTD 활동과 LTP를 마음대로 억제하면서도 생명, 그리고 일상생활에 문제가 없을만한 돌연변이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는 뜻인데 일단 지금까지는 존재가 알려진 바가 없다.
게다가 설사 LTD를 억제하는 돌연변이가 있다고 해도 제대로 살아가기란 불가능할 것이라 추측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서술 기억뿐만이 아니라 기타 기억들, 호르몬 제어, 감각 제어, 운동 뉴런의 제어 등등 뇌 안에서 형성되는 '모든 것'이 지워지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공각기동대 같은 몇몇 SF에서 나오는 뇌를 통째로 데이터화해서 컴퓨터의 힘으로 반영구적으로 기억을 보존하는 방법이 더 현실성이 있을 정도다. 사실 LTD를 억제하는 방법이야 여러 가지 있지만, 억제한다고 해도 사람 하나 장애인으로 만들 뿐 완전기억능력이 생기거나 하지는 않는다.
다만 비슷한 증상인 과잉기억증후군은 실제로 존재한다. 망각 불능의 일종으로 자신이 살아오면서 겪은 모든 일상을 망각하지 못하는 특징이 있다.
예를 들어 특정일의 날씨와 당일 자신을 중심으로 발생한 모든 이벤트와 액션 및 감정을 망각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원하고 바라는 공부 잘 하는 능력치와 연관이 있는 그 능력과는 별 관계가 없다. 과잉기억증후군은 공부와는 상관없는 일상생활과 관련된 그 중에서도 별 쓸모 없거나 오히려 잊어야 하는 내용만 또렷하게 기억나는 증상이므로 별개다. 완전기억능력과는 달리 공부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심할 경우에는 일상생활도 제대로 못할 것이다.
엄밀히 병의 일종인만큼 여러 가지 장애를 동반한다. 가장 단순한 예인 나쁜 기억을 잊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경우에 따라 꿈이 너무 정확하여 꿈과 현실을 구분 못하기도 한다. 또한 역설적이지만 안면 인식 장애를 앓기도 하는데, 더 정확히는 사람의 얼굴을 너무 정확히 기억해서 의상, 표정, 얼굴, 헤어 스타일이 조금만 달라져도 같은 사람이란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다.
기억의 달인
인간의 뇌는 뭔가 중요해 보이는 사건들을 단편적인 이미지로 기록하며 이후 다시 기억해낼 때는 이미 갖고 있던 상식이나 주변 정황에 맞추어 적당히 지어낸다. 그나마도 기억이 부정확하면 재구성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고로 실제로 존재하는 기억의 달인들은 초능력보단 기억력이 일반인에 비해 매우 좋은 사람이거나, (뇌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기법을 익힌) 기억법의 프로에 가깝다. 이들은 차별적인 기억법(mnemonics)을 사용하고, 잘 기억한다기보다는 잘 회상한다.
서번트 증후군으로 인해 기억력이 일반인에 비해 매우 좋은 경우도 있다. 이것은 사고나 지적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지지만 기억력 등의 특정한 지적능력은 일반인을 아득하게 초월하는 것을 말한다. 킴 픽(Kim Peek)의 경우 서번트 증후군을 앓고 있으며, 자신이 한 번 본 자료에 대한 기억률이 80%라고 한다.
유명한 기억의 달인은 이런 사람들이 있다. 이 사람들은 기억력 자체도 좋은 데다 자신만의 기억법을 잘 적용한다.
대니얼 태멋 - 자폐증과 간질 등 걸어다니는 종합병원 신세였으나 원주율 유럽 최고 암송 기록을 세우며 유명해졌다. 5시간에 걸쳐 22,514자리를 암송했다고 한다.
킴 픽 - 영화 레인 맨의 실제모델.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 시티 출신의 서번트 증후군 환자이다. 지능 지수는 지적장애나 경계선 지능과 동일한 수준(IQ 65~75)이지만, 지식 지수는 184로 엄청난 집중력과 기억력을 갖고 있는데, 그가 살아있을 때 우편번호부를 통째로 외웠고, 과거의 특정한 날짜를 지목하면 무슨 요일인지, 오늘이 그날로부터 며칠째인지 바로 알아맞혔으며 컴퓨터로 50초가 걸릴 계산을 6초만에 계산했다. 그는 1만 권이 넘는 책 내용을 대부분 암기했지만 일상생활에서는 어린아이들도 간단히 할 수 있는 사소한 일도 혼자서 하지 못했다.
도미니크 오브라이언 - 영국의 기억술 전문가. 세계 기억력 대회에서 8회 우승해 기억력 분야에서 세계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플레잉 카드 52장을 28초만에 외웠고, 플레잉 카드 2,808장을 한 번 보고 외우는 등 많은 기네스 기록도 보유했다. 카지노에서 트럼프 순서를 외워 다음에 나오는 카드를 예측하는 카드 카운팅으로 잭팟을 터뜨리다 카지노 입장 금지를 당한 일화로 유명. 사실 그는 학창시절 난독증으로 학습이 부진해 학교를 그만두기까지 했는데, 크라이턴이라는 사람이 카드 52장을 순식간에 외우는 모습을 보고 감명을 받아 기억술을 갈고 닦아 지금에 이르렀다. tvN 문제적 남자 74, 75화에 출연했으니 참고.
손주남 할아버지 - 스타킹에 출연. 서점에 가 보면 손주남 기억법, 손주남 숫자 기억법, 공부법 등 저서가 많지만 이것을 실제로 공부법으로 삼기에는 무리가 있다.
엘리자베스 - 1970년대 미국의 유명한 완전기억능력자로, 당시 실험도 통과했다.
스티븐 윌트셔 - KBS 스펀지 283회에서 소개된 인물로 20분 동안 헬리콥터를 타고 뉴욕 상공을 한 바퀴 돌고 나서, 360도 파노라마 도화지에 자신이 본 모든 건물들과 지형들을 정확한 원근법으로 그려냈다. 심지어 자기 말로는 빌딩들의 창문 개수까지 전부 기억났다고 한다.
템플 그랜딘 - 자폐증을 극복해낸 인간 승리자 교수.
솔로몬 V 셰르셉스키- 구소련 심리학자 알렉산드르 로바로비치 루리야가 쓴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로 유명해짐. 공감각으로도 유명. 직업은 기자를 하다가 서커스에서 기억술사로 일함. 다른 사람의 목소리에서 노란 물이 떨어진다고 말하거나 20년 전 연구원이 녹음해뒀던 몇 번째 말을 문득 물어보자 바로 기억했다고 한다. 그가 이렇게 기억이 좋았던 것은 이미지 암기 트레이닝을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통제할 수 없는 너무 좋은 기억력은 그의 생활을 힘들게 했는데, 일상 생활을 할 때 안 좋은 기억들이 떠올라 하루하루를 힘들게 살아갔고 말년에는 자신의 기억까지 혼동하는 등 정신이 이상해져서 결국 정신병원에서 비참하게 생을 마쳤다. 참고로 이 사람도 KBS 스펀지 283회에서 소개되었다.
앤디 포프 - 영국의 경찰관. 한번 수배 전단지에서 본 범인의 얼굴은 절대로 잊지 않는다. 행인들을 지켜보다가 사진 속 범인의 뺨에 난 사마귀를 우연히 발견하여 성공적으로 검거한 적도 있다고 한다.
정수일 - 역사학자, 인류학자, 아랍어·아랍문화학자. 주 연구분야는 실크로드를 포함한 동서문명교류사로, 한국에 얼마 없는 중동 지역 역사, 문화학에 대한 권위자이다. 모어인 한국어를 제외하고도 무려 11개의 외국어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데, 그 비결은 완전기억능력 덕분이라고.
여에스더 - 가정의학과 전문의. 기억을 사진 찍어 저장하듯 할 수 있어서 중학교 때 시험 직전 4일, 고등학교 때도 시험 직전 5일만 공부해도 수석이 그냥 나왔다고 하며 레지던트 시절에도 걸어다니는 백과사전으로 불렸다.
역사 인물의 경우 이들의 기억력에 대한 놀라운 일화가 많이 전해지며 다만 이들이 완전기억능력을 가진 것인지는 이미 고인이기에 검증할 수 없다.
니콜라 테슬라 - 자각몽을 이용해서 사고실험을 한 후 실제로 실험을 했다는 일화로 유명한데, 자각몽은 자신의 상상에 의해 만들어지는 공간이기에 머리에 모든 법칙이 들어 있는게 아니라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류성룡 -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에 따르면 책 한 번 읽고 내용을 암기할 정도였다고 한다.
레온하르트 오일러 - 스위스의 수학자로 시각적, 청각적 기억력을 타고났다. 그 기억력으로 말년에 시력을 잃어 앞을 볼 수가 없을 때 수학 난제를 풀기 위해 기존 지식에 의존해 암산을 했다고 한다.
빌나 가온 - 18세기 리투아니아의 대 랍비
아난다 - 석가모니의 십대제자 중 한 명으로 부처님이 말씀하신 것은 토씨 하나도 틀리지 않고 모조리 기억해서 동료 제자들과 신도들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실제로 그의 기억력이 석가모니 사후 불경 제작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도 한다.
앙리 푸앵카레 - 프랑스의 수학자로 시각적, 청각적 기억력을 타고났다.
움베르토 에코 - 1980년대까지만 해도 본인이 재직하던 볼로냐 대학 도서관의 모든 책의 위치를 알고 있었다는 기억력의 괴수였다고 전해진다. 여담으로 한번 읽은 책은 내용을 잊어버리지 않았다고 한다.
헌강왕 - 신라를 부유하게 만든 군주가 맞다. 어렸을 때부터 총명하여 보는 족족 모든 걸 외웠다고 한다.
정조 - 신하들이 한 인용이 틀리면 자신이 지적해 고쳤는데 이때 책 제목과 그 인용해야 할 문단이 어떤 책 어느 쪽에 어떤 내용인지 알고 있었다. 신하들이 그 말을 듣고 확인해봤을 때 정확했다고 전해진다.
정초 - 조선 초 세종대왕 때의 관리. 집현전에서 장영실 등이 만들었던 발명품의 이론을 완성시켰다. 책을 한 번 보고 외우고 당시 승려들이 몇 년에 걸쳐 외우던 불경을 한 번 듣고 외웠다고 한다.
존 폰 노이만 - 미국으로 오게 되면서 영어를 더 완벽하게 할 필요가 있다 느껴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통째로 외워버렸고 수천 페이지의 논문을 몇시간만에 읽고 그 자리에서 증명한 것으로 유명하다. 반면 대수롭지 않은 것들은 기억하지 못했다.
빌리 밀리건의 인격 중 24번째 인격(The teacher) - 24개의 인격을 가진 실존인물인 빌리 밀리건의 마지막 인격. 다른 모든 인격이 한 일을 기억하며 그 인격들의 기억의 조각이라고 한다. 빌리 밀리건이 가진 나쁜 인격들을 알려준 장본인.
형상화 능력과의 차이
완전기억능력과 형상화 능력은 엄연히 별개다. 완전기억능력은 말 그대로 한 번에 보고 전체 모양을 통째로 머리에 저장하는 것이고, 형상화는 머리 속에서 사물 이미지를 떠올리고 이미지를 조작하는 훈련된 기억술이다.
존 폰 노이만의 경우 베이식의 어셈블리 코드 50자리를 암산으로 처리했다는 IBM 직원의 증언을 들어보면 형상화 능력을 가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