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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공용어화론, 영어공용화, 찬성, 반대

Jobs 9 2025. 5. 28.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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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공용어화론은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국가에서 영어를 공용어로 지정하자는 주장

 

 

찬성

 

공용어로 지정된다면, 국민들의 영어 실력이 향상될 수 있다.

 

높아진 영어 실력만큼 국제 경쟁력도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싱가포르, 인도, 홍콩 등은 아시아에서 영어를 공용어로 정한 나라들이고, 이후 적극적인 개방을 통해 경제 성장을 이루어냈다. 또한 주한미국상공회의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들이 아시아 지역에서 지사를 설립할 때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국가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W3Techs의 2024년 1월 21일 기준 웹사이트 콘텐츠 언어 사용률 통계를 보면 절반을 넘는 51.7%가 영어이다. 따라서 인터넷 공용어인 영어를 이해해 신속한 정보 습득에 유리함을 얻을 수 있다.

 

과학과 기술이 급격히 발달하고, 향유하는 문화가 급속히 변하는 세상에서 기계번역은 한계가 있다. 언어는 맥락 속에서 의미가 부여되므로 일상 속에서 맥락을 잘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반대

 

영어 공용화를 한다고 해서 국민들의 영어 구사력이 갑자기 향상되는 게 아니다. 비영어권 국가 중 영어 구사율이 높은 네덜란드와 덴마크는 영어를 공용어로 삼고있지 않지만, 효과적이고 실용적인 영어 교육을 통해서 국민들 대부분이 능숙하게 영어를 구사할 수 있도록 했다. 영어 구사 능력의 수준 차이는 영어 교육 시스템의 문제이지, 공용어 여부와는 상관이 없다.

 

영어 구사 능력이 뛰어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간 경제적·신분적 차별이 공고해질 것이다.

 

영미권 국가에 대한 문화적 사대주의가 더욱 극심해질 수 있다.

 

영어 실력이 높아진다고 해서 국가가 반드시 성장할 것이란 보장은 없다. 르완다, 케냐, 우간다 등 영어가 공용어임에도 풍족하지 못한 국가는 많다.

 

 

 

한국

 

1998년, 소설가 복거일이 처음으로 영어 공용어화론을 제기했다. 그는 책 <국제어 시대의 민족어>를 통해 세계화를 위해서는 민족주의와 민족의 언어를 버려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국가 전체가 아닌 일부 지역 한정으로 영어 공용어화를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대상이 된 지역으로는 송도국제도시, 제주도가 있다.

 

역사적으로 한국도 아주 잠깐 영어가 공용어였던 시절은 있다. 미군정은 대한민국 수립 전까지 영어를 공용어로 채택했다.

 

 

 

일본

 

19세기말 메이지 정부 초대 문부상을 지낸 모리 아리노리는 일본어 대신 영어를 공용어로 채택하자고 주장했다. 1945년 패전 직후에도 그런 주장이 나왔다.

 

아사히 신문의 국제문제 대기자인 후나바시 요이치는 1997∼98년의 TOEFL시험에서 일본의 평균점수가 북한과 함께 아시아 최하위로 전락했다는 발표가 나온 직후 언론기고문을 통해 영어 공용어화를 제기했다.

 

 

대만

 

민주진보당 차이잉원 총통 집권기에 영어를 공용어로 추가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정책이 수립되어 현 라이칭더 정권에서도 계속 추진 중이다. 민진당은 중국국민당 등 중화민족주의 성향의 범람연맹과 달리, 대만민족주의 성향의 범록연맹이라는 게 이 정책에 영향을 끼쳤다. 차이잉원 정권은 표준 중국어(중화민국 국어) 일변도의 전통적 언어 정책을 대만 내 다양한 언어들6을 모두 공용어로 인정하는 쪽으로 정책을 변경한 바 있으며, 여기에 더해 대만의 중국에 대한 종속을 거부하면서 서방의 우방(특히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수단으로 영어를 공용어로 추가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영어공용화는 미친짓이다

 

영어 광풍이 또 다시 온 나라를 들썩이고 있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말이 딱 맞는다. 어쩌자고 우리사회는 자꾸 영어라는 주술(呪術)에 걸려들고 있는 것인지 참으로 안타깝다. 수년 전 시작된 영어공용화 논쟁이 사라졌는가 했더니 그게 아니었다. 제주도의 영어공용화 추진을 비롯해 경기도가 파주시와 안산시에 영어마을 건립을 추진 중이고, 서울시도 여러 곳에 영어체험마을을 건립할 예정이란다. 이미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영어마을을 시행 중이거나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서울시에서 공식문서나 국장급 이상 간부회의에서 영어를 사용하자는 영어공용화를 내년 중 실시한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한다.

 

영어공용화의 문제점들을 다시 논할 필요는 없다. 이미 많은 연구서와 논문들이 지적했으니까. 조금이라도 실상을 아는 사람들은 쉽게 영어공용화를 주장하지 않는다. 공용화란 무엇인가. 공식문서와 공공서비스에서 영어와 한국어를 함께 사용하자는 것 아닌가. 그러니까 학교, 법정, 공문서, 화폐 등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영어를 공용으로 사용한다! 도대체 왜? 우리가 필리핀처럼 미국의 식민지였는가? 인도처럼 영어가 아니고는 소통 가능한 언어가 없는가? 아니면 싱가포르처럼 다민족 국가인가?



-서울市마저 영어회의 추진-

 

서울시의 국장급 이상 간부들이라면 엘리트 중의 엘리트들이다. 그들이 시민들의 안녕과 복리를 위해 써야 할 시간과 에너지를 혹시라도 영어연습에 소진한다면 될 말인가. 이럴 때를 대비해 쓰지도 않는 언어를 꾸준히 연습해뒀을 간부들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간부들도 많을 것이다. 많은 공무원과 간부 지망자들이 영어광풍에 내몰릴 것이다. 이런 설익은 아이디어들이 어떻게 정책으로 실행될 수 있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언어란 조기에 습득하지 않으면 원어민처럼 구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일상생활에서 쓰지 않는 언어는 잊혀지게 마련이다. 더욱이 우리나라처럼 영어 화자와의 접촉이 적은 나라에서는 배운 영어를 유지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그런데 생전 써보지도 않았거나, 앞으로도 쓸 일이 별로 없을 영어를 갑자기 나이 지긋한 간부들에게 강요하는 것은 마치 오른손잡이에게 ‘만약을 위해서’ 왼손을 사용하라고 강요하는 것과 다름없다.

 

영어마을이니, 영어카페니, 혹은 영어회의니 하는 것들은 좋게 보면 영어를 잘 해보자는, 그래서 ‘국제적’이 되자는 취지일 게다. 그렇게 온 국민이 영어를 잘 해서 어쩌자는 것인가? 서울 모 대학에서는 외국어학과 선호도가 이미 영어에서 중국어로 넘어갔다고 하지 않는가.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안다. 자신이 무엇을 해야 먹고 살 수 있는지를.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영어마을 어쩌구 하면서 수백억원의 예산을 낭비하는 동안, 그들은 제 살 길을 찾아 또 다른 외국어로 몰려갈 것이다. 영어마을에는 누가 거주할 것인가. 외국인들을 데려다 무슨 인디언 보호촌 같은 것을 만들 셈인가? 영어를 쓰는 또 하나의 민속촌을 만들려는가? 아니면 수험생들을 모아다가 장사라도 하려는 것인가?

 

유동인구가 많은 일부 동남아시아 국가 등에 가면 사람들의 유창한 영어실력을 보고 놀라게 된다. 반대로 일본이나 프랑스 같은 선진국에 가면 영어를 너무 못하는 것을 보면서 우쭐함을 느끼기도 한다. 모두 부질없는 짓이다. 영어가 필요하면 배우고, 필요 없으면 안 배우면 된다. 자치단체들까지 나서서 수백억원의 예산을 쓰면서 영어나라를 만들 필요는 없다.

 

-상황·필요에 대한 고려없어-

 

실현 가능성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는 일에 예산과 에너지를 낭비하는 데는 절대 반대이다. 진정으로 국민들의 영어실력을 향상시키려면 사회 인프라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일본인이나 중국인이 대다수인 관광지에 영어 안내문만 있는 터무니없는 일부터 고쳐야 한다. 관광자원을 개발하고, 문화유산을 상품화하여 더 많은 관광객들을 유치한다면 사람들은 시키지 않아도 영어실력을 키울 것이다. 8만평 통일동산에 영어마을 대신 영화마을이나 미술마을, 혹은 조각마을을 건립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이민국도 아닌 서울시가 공식문서나 국장급 이상의 간부회의에서 영어를 사용하겠다는 방침을 세우는 것을 보면서 참으로 답답함을 금할 수 없다. 그 돈 있으면 실력 있는 영어전문가를 필요한 곳에 고용하면 된다.









재공론화가 필요한 영어공용화론

 

첫 도입된 필리핀 가사도우미에 대한 수요의 배경에는 혹시 자녀 영어교육에 도움이 될까 하는 기대도 크단다. 그게 요즘 서울 강남의 분위기라는데, 기막힌 건 기저귀보다 영어 알파벳을 먼저 떼는 아기들 얘기다. 서울 일부엔 영어유치원 2·3세반이 있다는 것이고, 여기 들어가려고 별도 과외도 받는다.

 

그런 게 어제오늘만의 풍속은 아니겠지만, 얼마 전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통계는 한국의 또 따른 측면을 리얼하게 보여준다. 싱가포르에 둥지를 튼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기업의 아시아태평양본부는 무려 5000개다. 서울은 달랑 100개 이하. 홍콩(1400개), 상하이(940개)에도 한참 밀리니 언급하기 민망하다. 결국 영어 인프라가 국가경쟁력을 좌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사정에서 작가 복거일이 1990년대 제기했던 영어공용화론을 재음미해봄직하다. 조국혁신당의 조국 같은 좌파나, 철 지난 민족주의자들이 들으면 펄쩍 뛰겠지만, 그럴 일 아니다. 영어공용화론은 영어를 모국어로 쓰자는 쓸개빠진 소리가 아니다. ‘한국어=모국어’란 위치엔 변함없다. 참고로 싱가포르는 영어를 사실상 모국어로 쓰고, 필리핀·홍콩은 영어공용화 쪽이다.

 

무엇보다 현재 영어를 공용어로 쓰는 나라는 58개국이지만, 그들 나라의 국가정체성이 결정적으로 위협받았다는 말을 들어본 바 없다. 그럼에도 영어공용화론을 꺼내면 사대주의자 취급하며 핏대올리는 건 ‘촌티’다. 새삼 밝히지만, 서구문명과의 지식정보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승부수가 영어공용화다. 즉 호랑이굴에 뛰어들어 정면승부하자는 전략적 노림수다.

 

복거일 책 <영어를 공용어로 삼자>를 보니 영어를 못해 벌어지는 일들은 수두룩하다. 예전 빅리거 박찬호가 그랬다. 코치가 그에게 "흥분을 좀 다스려!"(Control your emotion!) 했다. 그 말에 박찬호는 엉뚱하게 투구 동작을 바꿨다. "동작을 바꿔!"(Control your motion!)로 잘못 알아들은 탓이다. IMF 때도 그랬다. 우리정부 대표단은 현지 회의 때 영어 용어와 개념을 몰라 허둥댔고, 그래서 미국인 변호사를 투입해야 했다.

 

글쎄다. 우선 영어공용화가 될 경우 민족문화가 끊긴다는 두려움부터 걷어내자. 결국 우리가 하기 나름이 아닐까? 한국현대사에 관한 좋은 영어책이 없어서 국제무대에서 당하는 서러움도 많은데, 영어공용화는 이런 장애도 없애준다. 영어공용화론 공론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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