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定)
Thesis |
반(反)
Antithesis |
합(合)
Synthesis |
테제
정(定)
Thesis
철학, 사회 용어
독일의 철학자 게오르크 빌헬름 프리드리히 헤겔이 정의한 철학 용어. 한국어로는 정 또는 정립(定立)이라고 번역하며, 논리를 전개하기 위한 최초의 명제 또는 주장을 의미한다.
안티테제는 그 자체가 테제로 발전할 수는 있어도 기본적으로 테제가 있어야만 존재할 수 있는 것이며 테제와 안티테제가 모순을 일으키면 그것이 통일된 상태인 진테제(합)가 된다. 쉽게 표현하자면 테제는 명제, 안티테제는 명제에 대한 부정(否定), 진테제는 그 부정에 대한 부정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이러한 철학적 정의가 사회적 정의로 확대되면서 나온 의미가 정당이나 사회단체 등에서 사용하는 기본 방침이나 운동 규범을 의미하는 강령(綱領)이다. 마르크스주의가 대표적으로, 여기서는 일정한 단계에서 혁명운동의 방향이나 형태 등을 결정하는 방침을 의미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1917년 4월 17일 소비에트 공화국의 건설 등을 결정한 블라디미르 레닌의 4월 테제(April Theses).
안티테제
반(反)
Antithesis
반대 의견, 반대편, 반대 주장, 반정립, 반대 명제 등을 뜻하는 말이다. 정반합의 '반(反)'에 해당한다. 주로 변증법에서 논지를 전개시킬 때 이용되는 말로 일반적인 의미로 사용될 때는 대상의 모순을 드러내기 위한 해당 명제의 이(裏)를 의미한다.
쉽게 말해 서로 대척점에 있는 존재 또는 어딘가 닮은 것 같으면서도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반대된다는 이유로 이를 단순히 까로 받아들이기 쉽지만, 그렇게 단순히 볼 수는 없다. 좀 더 구체적, 철학적으로 얘기하자면, A라는 명제가 존재하는데 이것은 그냥 테제이다. 이 상황에서는 내재된 모순을 자각하지 못하는 상태인데, 안티테제는 이 모순을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대상을 역으로 뒤집어 공격함으로써, 내재하는 모순을 드러나게 해주는 것이다.
이것은 진테제(Synthese/Synthesis), 종합을 위한 과정으로서, 상호 충돌하면서 서로를 보완하는 것이다. 그러나, 안티테제에도 한계가 있다. 안티테제는 어디까지나 대상의 모순을 드러내기 위한 것으로, 테제의 이후에 생겨나는 것이다. 단순히 안티테제만으로는 그 무엇도 아니며 오히려 위험한 주장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이것을 한마디로 정리하는 말로, 안티테제는 사후(事後)에 생겨날 수는 있어도 사후(死後)에는 생겨나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또한 변증법에 따르면 안티테제 역시 이후에는 또 다른 테제가 되어버리기 마련이라 영원한 안티테제는 존재할 수가 없다. 클리셰 파괴를 위한 클리셰가 대표적인 케이스.
가령 "투명드래곤은 현 양판소의 천편일률적인 전개와 범람하는 먼치킨 주인공들을 비꼬기 위한 안티테제격 작품이다." 정도로 사용된다.
그 개념이 확장되어, 그냥 A라는 특정 형식을 뒤집어놓은 것으로 많이 사용되는 수식어 중 하나다. 본 위키에서도 자주 사용되는 특징적 표현 중 하나로, 그냥 반댓말 정도의 단어를 써도 될 곳에 안티테제라는 말을 자주 쓰곤 한다.
창작물에서는 캐릭터에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영어로 번역한다면 foil이다. 양쪽 중 어느 하나가 주동 인물이라면, 이에 완전히 반대되는 속성을 가져서 주동 인물을 "돋보이게 만드는" 것인데, 이때 돋보이는 면은 인물의 긍정적 면모뿐 아니라 모순 역시 포함할 수도 있다. 또한 클리셰 비틀기에 안티테제라는 말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전작(원작)과 후속작(시퀄) 간의 괴리가 커질 경우에도 안티테제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장르 등에서 전작과 크게 달라졌을 경우에는 안티테제 경향이 더더욱 강해진다. 다만, 이 경우 전개 등이 엉성할 경우 도리어 '원작 파괴' 혹은 '사실상 아마추어 팬메이드작'라는 혹평으로 까이게 될 수 있다.
변증법
헤겔 변증법은 그 체계적 방대함 때문에 정의하기 어려운 개념이다. 그러나 이것을 간략히 도식화한 트리아데(Triade), 또는 정반합이라고 불리는 공식이 있다. 헤겔 변증법의 구체적 성질을 설명하진 않지만, 직관적으로 그 체계를 간략화하기엔 적합한 공식이다. 트리아데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정명제(테제, thesis)와 반명제(안티테제, antithesis)를 사용하여 이 모순되는 주장들의 합명제(진테제, synthesis)를 찾거나, 최소한 대화가 지향하는 방향의 질적 변화를 일구어내는 것.
이러한 변증법이 이루어지는 과정 또는 그 결과물을 일컬어 '정반합'이라고도 부르며, 이 정반합이라는 단어는 변증법의 동의어로서 쓰이기도 한다.
예문)
정명제: 1+1=2이고, 1+1+1=3이다. 따라서 귀납적으로 1을 n개 더하면 n임을 알 수 있다.
반명제: 만약 n이 1/2나 3/4처럼 자연수가 아니라면 1을 1/2개만 더할 수는 없는 노릇이므로, 1을 n개 더해도 n이 아닌 것 아닌가?
합명제: 1을 n개 더했을 때 n이라는 것은 1*n=n임을 의미한다. 어떤 n이든 1을 곱하면 그대로 n이라는 것은 자명하므로, 따라서 1을 n개 더하면 n이라는 사실은 자명하다.
예문)
헤겔의 체계 미학 이론은 예술이 변증법적 과정을 거쳐 발전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헤겔은 예술사를 ‘상징적’, ‘고전적’, '낭만적’이라고 불리는 세 단계로 구분한다.
정명제: 상징적 예술 형식: 고대 그리스 이전의 이집트나 메소포타미아, 기타 오리엔트 지역에서 종교적 숭배를 위해 제작된, 피라미드나 스핑크스 등의 예술 작품으로 대표되는 단계이다. 감관을 압도하는 거대 구조물이 건립되지만, 신에 대한 구체적인 통찰이나 깨달음이 없다. 따라서 이 미약한 내용을 보완하기 위해 이 단계의 예술은 단지 신의 피상적인 특징, 즉 '강함'이나 '거대함' 따위의 덕목을 나타내기 위한 거대하고 웅장한 형태의 형식으로 표현된다.
반명제: 고전적 예술 형식: 고대 그리스 지역의 조각으로 대표되는 단계이다. 내용과 형식의 완전한 일치를 이룸으로써 그리스의 조각은 더 이상 재연될 수 없는 미의 극치로 평가된다. 나아가 예술 그 자체가 신성의 직접적 구현이기 때문에 이 단계의 예술은 그 자체가 이미 종교이다.
합명제: 낭만적 예술 형식: 중세 기독교의 회화로 대표되는 예술의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 예술은 감각적 형식으로는 담을 수 없을 정도의 고차적 내용이 지배하기 때문에 새로운 더 높은 단계가 존재하지 않는, 정신과 역사의 최종 지점에 도달한다.
오해
정반합 도식은 사실 헤겔의 변증법적 논리학과는 맞지 않다. 변증법적 논리학을 설명하기 위해 노년 헤겔학파에 의해서 만들어졌고, 본문에서도 설명되기도 하지만 헤겔은 한번도 정반합의 트리아데를 정의한 적이 없다. 정반합으로 헤겔 변증법의 기초가 설명되기는 하지만 전통 논리학의 형식적 방법론의 핵심에 대립하는 헤겔 변증법의 핵심, 다시말해 '형식화할 수 없는 구체적 발전의 과정으로서 논리학'이라는 본질을 전혀 설명하지 못하는 도식이다. 상당히 오래부터 문제시되었는지 마르크스는 『철학의 빈곤』에서 헤겔 논리학에 대한 푸르동의 무지를 비꼬며 정반합 도식으로 헤겔을 설명한 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