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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사(영매가), 안민영

Jobs 9 2022. 4. 17.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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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사(영매가)

 

매화 그림자 비친 창에 가야금을 타는 미인이 비스듬히 앉아 있는데

두어 명의 노인은 거문고 뜯으며 노래하도다.

이윽고 술잔을 들어 서로 권할 때 달이 또한 솟아오르도다.

연약하고 엉성한 가지이기에 어찌 꽃을 피울까 하고 믿지 아니하였더니

눈 올 때 피겠다고 하던 약속을 능히 지켜 두세 송이가 피었구나

촛불 잡고 너를 가까이 완상(玩賞)할 때 그윽한 향기는 방안을 떠도는구나.

빙자옥질이여, 눈 속에 피어난 매화! 너로구나.

그윽한 향기를 풍기며 저녁달을 기다리니

아마도 맑은 운치와 높은 절개를 지닌 것은 오직 너뿐인가 하노라

눈올 때쯤 피우겠다더니 너 과연 피었구나.

황혼에 달이 뜨니 그림자도 듬성하구나.

매화, 너의 맑은 향이 술잔에 어리었으니 취해 놀고자 하노라.

황혼에 뜬 달은 미리 너와 만날 기약을 하였더냐?

화분 속에 잠든 꽃이 향기를 풍기며 맞이하는구나

내 어찌 달과 매화가 벗인 줄 몰랐던고 하노라.

바람이 눈을 몰아 창문에 부딪치니

찬 기운이 방으로 새어 들어와 잠들어 있는 매화를 건드린다.

아무리 얼게 하려 한들 매화의 봄뜻(새봄이 찾아왔음을 알리겠다는 의지)을 빼앗을 수가 있을 것인가

저 건너 나부산 눈 속에 거무튀튀 울퉁불퉁 광대등걸아

너는 무슨 힘으로 가지를 돋쳐서 꽃조차 피웠는가

아무리 썩은 배가 반만 남았을망정  봄기운을 어쩌하리오.

동쪽 누각에 숨은 꽃이 철쭉꽃인가 진달래꽃인가

온 세상이 눈에 덮여 있는데 제 어찌 감히 필 것인가

알겠구나, 백설 속에서도 봄인 양하는 것은 매화밖에 또 누가 있으랴.

 

지은이 : 안민영

갈래 : 평시조, 연시조(8수)

성격 : 영탄적, 예찬적, 환상적

구성 :

1수

매화와 함께하는 풍류

2수

매화의 지조에 대한 경탄

3수

매화의 아름다움과 절개

4수

매화와 함께하는 유흥

5수

매화와 달의 조화

6수

매화의 굳은 지조

7수

늙은 매화나무의 굳은 의지

8수

매화의 남다른 지조

 

제재 : 매화

주제 : 매화 예찬

표현 : 작자의 기품 있는 성품이 매화에 투사(投射)되어 나타난 작품으로 매화의 그윽한 향기를 통해 지은이의 고결한 성품을 엿볼 수 있고, 매화를 의인화하여 고결한 성품을 지닌 존재로 묘사했고, 매화에 대한 작가의 애틋한 사랑이 의식의 확산을 통해 방밖에 있는 눈 속의 매화로 확대되면서 시상이 강화되고 있음. 설의법, 영탄법, 대조법 등 다양한 표현 방법을 구사함.

출전 : 금옥총부 

 

내용 연구

매화 그림자 비친 창에 가야금을 타는 미인[옥인금차 : 금비녀를 꽂은 아름다운 여인]이 비스듬히 앉아 있는데

두어 명의 노인[매화를 완상하는 주체 / 스승인 박효관을 포함한 늙은 선비들]은 거문고 뜯으며 노래하도다.[풍류적 분위기]

이윽고 술잔을 들어 서로 권할 때 달[흥취를 북돋아 주는 자연물]이 또한 솟아오르도다. - 매화 그림자가 비치는 창 안에서 즐기는 풍류

연약하고 엉성한 가지이기에 어찌 꽃을 피울까 하고 너를 믿지 아니하였더니[연약하고 듬성듬성한 매화가지라서 꽃을 피우지 못할 것이라는 의구심 / 의인법]

눈 올 때 피겠다고 하던 약속을 능히 지켜 두세 송이가 피었구나[눈이 오면 피겠다는 약속을 지킨 것에 대한 감탄]

촛불 잡고 너를 가까이 완상(玩賞)할 때 그윽한 향기는 방안을 떠도는구나.[암향부동 : 송나라 임포의 산원소매(山園小梅)'라는 시 중, '소영횡사수청천(疎影橫斜水淸淺) 암향부동황혼월(暗香不動黃昏月)'[성긴 그림자 옆으로 비껴 물은 맑고 잔잔한데, 그윽한 향기 풍기는 어스름 달밤]이라는 구절에서 인용한 것이다. - 눈 속에 피는 매화의 강인한 의지와 성품

빙자옥질[얼음처럼 깨끗한 자태와 옥같이 고운 자질 - 매화의 외면적 아름다움. 매화의 별칭]이여, 눈 속에 피어난 매화! 너로구나.

그윽한 향기를 풍기며 저녁달을 기다리니

아마도 맑은 운치와 높은 절개[아치고절 : 우아한 풍치와 높은 절개로 매화의 별칭 / 매화의 내면적인 아름다움]를 지닌 것은 오직 너뿐인가 하노라 - 매화의 아름다움과 높은 절개

눈올 때쯤 피우겠다더니 너[매화] 과연 피었구나.[2수의 반복 내용]

황혼에 달이 뜨니[분위기를 돋구는 배경] 그림자도 듬성하구나.[촘촘하지 않다 / 2수의 '어리고 성긴 가지'와 연결됨.]

매화, 너의 맑은 향이 술잔에 어리었으니[1수의 '이윽고 잔 드러 권하려고 할 때'와 연결됨] 취해 놀고자 하노라.[매화의 맑은 향기를 맡으며 풍류를 즐기려 함] - 달밤과 어우러진 매화의 향기를 맡으며 즐기는 풍류

황혼에 뜬 달은 미리 너와 만날 기약을 하였더냐?[달과 매화의 조화로움]

화분 속에[혹은 집안에서] 잠든 꽃이 향기를 풍기며 맞이하는구나

내 어찌 달과 매화가 벗[매화와 달이 서로 어울리는 자연물임을 나타냄]인 줄 몰랐던고 하노라. - 달과 매화가 어울리는 풍경에 대한 감탄

바람이 눈[시련과 굴복을 강요하는 억압적인 힘]을 몰아 산속에 있는 집의 창문에 부딪치니

찬 기운[시련]이 방으로 새어 들어와 잠들어 있는 매화를 건드린다.[매화의 생명력을 앗아가려 함(눈, 찬 기운 = 매화의 시련과 고난]

아무리 얼게 하려 한들 매화의 봄뜻[새봄이 찾아왔음을 알리겠다는 의지 / 자연의 이치(화자가 소망하는 가치)]을 빼앗을 수가 있을 것인가[설의법] - 시련을 이기고 꽃을 피워 봄기운을 전하는 매화의 선구자적인 모습

저 건너 나부산[중국 광둥성 후이저우에 있는 중국 10대 명산 중 하나. 여기서는 매화 나무 고목이 서 있는 건너편 산으로 풀이됨] 눈 속에 거무튀튀 울퉁불퉁 광대등걸아[고목의 등걸, 늙어서도 고결함을 잃지 않는 선비의 상징]

너는 무슨 힘[봄뜻을 지키고자 하는 힘. 지조와 절개]으로 가지를 돋쳐서 꽃조차 피웠는가

아무리 썩은 배가 반만 남았을망정[썩은 나무 줄기 반밖에 남아 있지 않음 - 육체적으로 노쇠한 모습 / 눈과 함께 꽃을 피우기 쉽지 않은 상황을 나타낸 것으로 고난에 굴하지 않는 매화의 생명력을 확인할 수 있음]  봄기운을 어쩌하리오.[형태면에서 사설 시조의 형식을 취함] - 오래 된 매화나무에서 느끼는 봄 기운 / 늙은 매화나무의 굳은 의지

동쪽 누각[동쪽 화분 - 따뜻하고 안전한 곳]에 숨은 꽃이 척촉[철쭉꽃 / 매화와 대조됨]인가 두견화[진달래꽃 / 매화와 대조됨]인가[백설양춘(눈 속의 따뜻한 봄(매화의 별칭)할 수 없는 꽃들 - 매화와 대조되는 이미지]

온 세상이 눈에 덮여 있는데 제 어찌 감히 필 것인가[설의법]

알겠구나, 백설 속에서도 봄인 양하는 것은 매화밖에 또 누가 있으랴[예찬적 태도 / 눈의 찬 기운을 이겨내고 꽃을 피워 봄을 알리는 매화의 강인함과 자연의 섭리/ 설의법 ]. - 눈속에 피어난 매화 예찬

 

'눈'을 이기는 '매화' - 보통 겨울은 꽃이 피기 어려운 계절이지만 이 작품에서 '매화'는 '바람', '찬눈', '찬 기운'과 같이 꽃이 피기 어려운 '시련이나 고통'에서도 꽃을 피우고 있다. 화자는 이러한 '자연의 섭리'를 노래하며 더불어 매화의 고결한 성품, 선구자적 모습, 높은 절개를 지닌 지사의 모습 등으로 표현되고는 한다.

 

이해와 감상

 조선 고종 때 안민영(安玟英)이 지은 시조. 모두 8수의 연시조로 작자의 개인 가집인 ≪금옥총부 金玉叢部≫에 수록되어 있고 ≪가곡원류 歌曲源流≫의 여러 이본들에 두루 실린 것으로 보아 당시 널리 향유된 노래로 보인다.

작자가 1870년(고종 7) 겨울에 스승인 박효관(朴孝寬)의 운애산방(雲崖山房)에서 벗과 기생과 더불어 금가(琴歌)로 놀 때, 박효관이 가꾼 매화가 안상(案上)에 피어 있는 것을 보고 이를 영탄한 노래라고 한다. 이에 따라 ‘영매가(詠梅歌)’혹은 ‘영매사(詠梅詞)’라는 별칭이 있다.

이 작품이 모두 8수로 짜여진 것은 우조(羽調) 8곡을 한바탕으로 하여 부르는 가곡창의 순서를 그대로 따라 ‘초삭대엽-이삭대엽-중거-평거-두거-삼삭대엽-소용(騷聳)-우롱(羽弄)’의 악곡에 맞춰 8연으로 지어졌기 때문이다.

형식은 모두 평시조를 취했으나 제7연만 사설시조로 되었는데 그것은 그 곡이 사설시조를 주로 부르는 소용이란 악곡에 얹어 부르기 때문이다. 작품의 구성은 이러한 악곡적 짜임의 분위기와 긴밀한 관련을 보이는데, 즉 ① 1연(초삭대엽)-② 2∼5연(이삭대엽계 : 중거·평거·두거는 이삭대엽의 19세기 파생곡임)-③ 6연(삼삭대엽)-④ 7∼8연(소용·우롱)의 4단으로 되어 있다.

①에서는 원경(遠景)을 노래하되 밖에서 방안을 들여다보는 형식으로 진술되며, 매화, 여인, 백발옹, 거문고, 노래, 달, 술잔이 한 폭의 그림처럼 어우러져 있다. ②에서는 시점이 원경에서 근경(近景)으로 바뀌면서 진술의 초점이 매화 자체에 모아진다.

그러면서 ‘눈 속에 피는 매화’,‘매화 향기 속의 달’을 묘사하되 가장 조화롭고 아정(雅正)한 사설을 얹어 부르는 곡에 어울리게 소박한 정서적 경이의 표현으로 그려 놓았다.

③은 ②에서 ④로 넘어가는 중간고리 역할을 한다. 즉 방안의 매화를 노래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②쪽으로 연결되면서 한편으로 독백체의 진술 형식을 취한다는 점에서는 ④와 연결되는 진술 패턴을 보인다.

④에서는 시점이 방안의 매화에서 밖의 매화로 이동하여 노래하는 변화를 보인다. 매화에의 애틋한 사랑이 의식의 확산을 통해 방 밖의 매화로 확대되고 눈 속의 매화의 봄뜻을 기리는 소망을 잘 표현해 놓았다. 묘사와 미적 짜임이 뛰어나 작자의 대표작이라 할 만하다.

≪참고문헌≫ 金玉叢部硏究(沈載完, 靑丘大學論文集 4, 1961), 金玉叢部에 對하여(姜銓燮, 語文硏究 7, 1971), 19世紀 時調의 變貌樣相(李東姸, 梨花女子大學校博士學位論文, 1995).(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시조에 등장하는 사군자

매화 : 아치고절, 빙자옥질

난초 : 외유내강(外柔內剛 : 겉은 부드러우나 안은 강한 성품)

국화 : 오상고절(傲霜孤節 : 서리에도 굴하지 않고 고고하게 피는 절개)

대나무 : 세한고절((歲寒孤節 : 추위 속에서도 오히려 고고한 절개를 지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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