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아주머니'를 낮추어 이르는 말이다.
'아주머니'의 의미는 부모와 같은 항렬의 여자를 이르거나 부르는 말, 혹은 남자가 같은 항렬의 형뻘이 되는 남자의 아내를 이르거나 부르는 말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그 중 '나이 든 여자를 예사롭게 이르거나 부르는 말'로 가장 흔하게 사용된다.
남자의 경우 아저씨가 있는데, 성별 차이 이외에 연령대 범위나 뉘앙스에 어느 정도 차이가 있다.
어원
'아줌마'라는 말은 방계 친척 호칭에 붙이던 접두사 '앚-'과 '어미'가 결합된 말이다. '앚-어미'라는 형태는 모음조화와 유추에 의해 한글 창제 직후인 15세기에 이미 '아저미' 대신 '아ᄌᆞ미'로 나타나고 있었고, 이후 그에 호격 조사가 붙은 '아ᄌᆞ마' 형태가 직접적으로 현대 국어 '아줌마'의 소급형이 되었다. 같은 원리로 '어미' 대신 '어머니'라는 단어 앞에 '*앚-'자가 붙은 것이 '아주머니'라는 단어의 원형이다.
이렇듯 '아줌마'라는 말은 어머니와 같은 항렬의 여성 친족(이모 혹은 고모)을 뜻하는 호칭이었다가, 나중에 친족 외에도 결혼한 여성을 뜻하는 단어로 의미가 확대된 것이다. 아저씨 역시 '*앚-'과 '아비'로 이루어진 '아자비'로부터 유래한 것으로 어원과 구성이 아주머니와 유사하다.
한편 '아기 주머니' → '아주머니' → '아줌마'로 변한 것이라는 소문도 있었으나 앞서 말한 어원으로 만들어졌을 뿐, 이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특징
사회적
본디 어머니 뻘의 여자 친척(예: 큰어머니, 작은어머니), 또는 손윗처남의 부인을 일컫는 '아주머니'를 줄여서 부르는 호칭인데 아주머니와 아줌마의 어감은 미묘하게 다르다. 아줌마보다는 아주머니 쪽이 조금 더 격식을 차린 표현으로 여겨지고 한편으로 자식이 있는 기혼 여성에게는 어머님이라는 호칭을 쓰기도 한다. 자주 쓰이지만 여성들이 민감해하는 호칭이기 때문에 식당에서는 나이 많은 여자 종업원을 부를 때 아줌마라고 하지 않고 사장님 또는 이모라고 부르는 것이 예의가 되었다.
영어는 보통 안면이 있는 아주머니께는 이쪽의 나이와 상관없이 퍼스트 네임이나 Mrs.(미세스) Ms.(미즈 : 결혼 여부 관계 없이 사용) Dr.(닥터) 등의 호칭과 패밀리 네임으로 부르기 때문에 한국에서처럼 이름을 모르던 알던 초면이든 구면이든 간에 만능으로 쓸 수 있는 '아줌마' 같은 편리한 단어는 거의 없다. 사실 결혼여부로 여성은 Miss(미스), Mrs.(미세스)로 구별하는거 자체가 서양권에서는 페미니즘의 대두와 함께 성차별적인 요소라는 지적이 나오며 상당히 뜨거운 화두이다. 따라서 결혼 여부 관계 없이 쓸 수 있는 Ms.(미즈)라는 호칭을 쓰는 게 가장 안전하다. 물론 너무 일상에 깊숙하게 박혀 있어 진짜 인터넷에서 거품무는 거랑 실제 사회를 구별 못 할 정도의 강경 골수 페미니스트가 아니라면 모르는 사람이 아무 의미 없이 Miss Kim, Mrs. Choi이라 불렀다 해서 성낼 사람이야 잘 없겠지만, 여성 호칭 문제에 있어 영미권은 과도기적인 사회라는 점은 알아 둘 필요가 있다.
직접적으로 부르는 게 아니라면 중년이라는 뜻의 middle-aged woman을 쓸 수 있으나 평범한 대화에서는 그냥 여성이라는 뜻의 woman이 더 보편적이지만 구어체에서는 lady라는 단어도 자주 쓰인다. 예를 들어 학교급식아줌마를 lunch lady라고 부른다든지 청소부아줌마를 cleaning lady라고 부른다든지... 애초부터 레이디라는 단어가 숙녀나 아가씨라는 뜻도 있지만 그냥 여성이라는 뜻으로도 많이 쓰이기 때문이다. 반면 같은 서양권 내에서도 영미권을 벗어나 스페인어권에서는 원래 이모란 뜻인 tia, 삼촌이란 뜻인 tio를 인척 관계 뿐만 아니라 나이도 고려 안 하는 그냥 친근하게 아무 남자, 여자나 아재, 이모 부르는 것처럼 쓴다. 남자 한정으로 tio보단 약간 격식 있지만 señor보단 더 친근한, '까바예로' (caballero)도 있는데, 이건 원래 단어가 기사란 뜻이다 보니 한국말에서 은근히 비꼬는 듯한 어조는 뺀 체 양반에 해당한다 보면 되겠다. 일상적 차원에서는 진짜 같은 동네 사는 아저씨 같은 면식이 있는 경우엔 tio를 더 자주 사용하고, 레스토랑에서 종업원과 손님들 처럼 면식이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딱히 격식 차리는 자리는 아닐 때 까바예로라 한다.
일본에서 언급하는 아줌마는 한국과 완벽하게 같은 의미를 갖는다. 다만 전투종족 차원에서는 한국이 압도한다는 인상이 있다. 과거에는 한국처럼 뽀글이 파마를 한다는 이미지가 있었지만 2020년대 기준으로는 오사카에서나 가끔 볼 수 있는 수준. 2020년대 일본 아줌마들은 대체로 단발 혹은 커트머리를 많이 한다. 한국에서도 1990년대 초반만 해도 30세 이상 아줌마들은 맞추듯이 뽀글이 파마를 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뽀글이 파마를 하지 않아지면서 2020년대 초반은 60세 이상의 할머니들 위주로 대부분 볼 수 있어서 할머니 파마 라고 부른다.
다른 나라에서도 한국과 같은 의미의 아줌마라는 용어가 있는데 이들이 영어로 글을 쓸 때 자주 auntie로 번역을 하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싱가포르 쪽은 영어가 제2국어인지 인터넷상에서 대부분 영어를 쓴다. 이때 이들이 쓰는 auntie 라는 단어가 한국에서의 아줌마와 거의 완벽하게 매칭된다. 중국 쪽에서도 auntie 라는 단어를 자주 쓰는데 같은 의미로 보인다.) 참고로 Auntie 라는 단어는 이모란 뜻의 aunt 를 친근하게 부르는 단어로 혈연관계가 없어도 친분이 있는 경우에도 쓰이기도 한다. (예를 들어 엄마의 친한 친구라든지. 따지고보면 우리도 그럴 때는 '아줌마' 보다는 '이모' 라는 호칭을 더 많이 쓰지만.) 앞서 말한 동양권 쪽 사람들 사이에서 쓰이는 것 말고는 보통 영어권에서 아줌마라는 명사로 쓰이지는 않는다.
신체적
여성이 나이가 좀 들어 갱년기가 되면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여성 호르몬의 양이 줄어들기 때문에 남성 호르몬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많아진다. 정확하게는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은 여성 호르몬이 아니고 난소를 자극하여 여성 호르몬을 분비하게 하는 호르몬이다.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에는 난포 자극 호르몬과 황체 형성 호르몬이 있다. 여성 호르몬은 뇌하수체 호르몬의 자극을 받아 난소에서 분비하는 것. 종류에는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이 있다. 청년기에 힘이 절정에 도달하는 남자와 달리 여자는 중년기에 힘이 절정에 도달한다. 20~30대에는 여성호르몬이 활발하게 분비되어 임신·수유 등에 필요한 피하지방을 허벅지, 엉덩이 등에 저장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점점 지방이 복부에 집중된다. 이런 현상을 예방하려면 젊었을 때 부터 올바른 식이요법과 운동으로 꾸준히 단련해야 한다.
심성이 억세고 거칠어지는 것 역시도 마찬가지 맥락. 또한 아가씨 특유의 어둡고 경직된 성격이 사라지고 남성처럼 밝고 활발하며 친근감 넘치는 성격으로 바뀐다. 신체적인 에너지도 늘어나 활동량이 많아진다. 정신적으로 강해진다는 건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 단순히 '진상아줌마'가 눈에 더 띄기 때문에 그런 이미지가 생기는 것.
40대를 전후로 근력이 강해진다. 2007년 7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20대 여성 팔의 악력은 225N(22.96kgf)에 달했지만 30대 240N, 40대가 되자 250N(25.51kgf)로 최고점을 기록했다. 다만 여성 연령별 기준으로 40대가 제일 높았다는 거지, 남성을 역전한 건 아니다. 남자의 경우 팔의 악력은 20~30대 연령층 평균 425N(43.37kgf)를 기록했지만 나이가 들수록 약해져 60대에는 375N(38.27kgf)로 떨어졌다. 결국 최고점인 40대 여성이 최저점인 60대 남성보다 눈에 띄게 낮다는 뜻. 링크 다른 신체 부위도 마찬가지. 즉, 여자는 중년기로 갈수록 힘이 세지고 남자는 그 반대인 것은 맞지만, 실제 여자의 연령별 근력은 별 차이가 없는 편이다.
애니메이션같은 매체에서 전투력이 강한 아줌마는 전부 출산 경험이 있는 엄마들로 묘사되는 반면, 미혼에 출산 경험도 없는 중년 여성은 처녀나 소녀처럼 연약하게 묘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체 그 연약한 몸의 어디서 그런 힘이 솟아나는지에 대한 경애와 악착스럽고 끈질기게 버티며 자식을 위해 모든 걸 희생하여 키워낸 어머니라는 존재에 대한 존경에서 파생되어 나온 것이다. 동물도 마찬가지로 새끼를 낳으면 새끼를 지키기 위해 공격성이 매우 높아진다.
게다가 한국 중장년층 남성은, 청소/방역업자, 식당 주방장, 전문 세탁업자 등의 현직자가 아닌 이상, 일반적으로 청소, 요리, 빨래 등 가사노동을 할 줄 모르거나 미숙한 경우가 많은데, 건강도 예전같지 않으니 본인 침대에서 편하게 자고 입에 맞고 익숙한 음식을 먹지 않으면 며칠만에 컨디션이 엉망이 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남편도 일반적인 상황에서 경제권을 쥐고 있으니 상황이 극단적으로 파국으로 치닫으면 아내 돈줄을 움켜쥐는 식으로 보복할 수 있지만, 이건 진짜 황혼 이혼 소리 나올법한 파국으로 치닫는 길이다. 현실적으로 어디 젊은 여성 꼬실만한 재력 및 능력이 없는 대부분 중년 남성이 이런 식으로 가정이 파탄나면 그 결말은 고독사 뿐이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파국에 치닫은 중년의 부부관계는 젊은 층이야 이혼에 대해 이런저런 관대하고 이해하는 태도가 늘고 있다 해도 여전히 지극히 보수적인 한국 중장년층의 가정 관련 가치관에선 주변인들 사이에도 아내가 웬만큼 심각하고 주변 사람들도 다 알고 있는 문제가 없었다면 속사정은 어쨌든 간에 남자가 쪼잔하게 굴었다 내지는 어쨌든 참고 지내야 하는건데 조강지처를 내버렸다란 식으로 불리해지기 쉽다. 이런 가정 내 권력과 기세, 그리고 주변 관계란 측면에서 중년 남성들은 약점잡히는 경우가 많아 대놓고 부인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상종 못할 막장 집안이 아닌한 중년기의 부부싸움은 부인이 이기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일부 아줌마들은 긴생머리 하기도 한다.
대한민국, 일본 등 동양권 출신의 전투력은 명성이 자자하다. 옥스퍼드 대사전에 고유명사로 등재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유명하다.
조선왕조실록 호환 관련 기사를 보면 아줌마가 호랑이를 때려잡았다는 기록이 심심치 않게 나온다. 조선 후기 문신 성대중의 <청성잡기>에도 이와 비슷한 얘기가 나온다. 어머니가 범에 물려가자 마침 그걸 본 딸이 호랑이 꼬리를 잡고 종일 독하게 물고 늘어져 어머니를 구해냈다. 그덕에 조정에서 효녀라며 포상을 내렸고, 너도 나도 혼인하자는 남정네들이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우여곡절 끝에 한 남자에게 시집갔는데, 정작 시부모에게 호랑이 대하듯이 거칠게 대해 소박맞고 고향으로 쓸쓸히 돌아갔다는 얘기다.
조선시대의 호랑이를 때려잡은 아줌마 기록은 특히 숙종시기에 많이 있으며, 태종 시기에는 특이하게도 남편을 물어가려던 호랑이를 때려잡은 아내 이야기가 실려있다. 게다가 이 여인은 양반댁 아줌마였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전 산원 유천계의 처 김씨'라고 되어 있는데, 산원은 정8품 무관직인 만큼 낮다고는 하나 엄염히 무반, 즉, 양반이다. 그러니 당연히 아내인 김씨도 양반댁 아줌마일 수밖에. 다만, 옛날 기록이니 정확성은 떨어진다.
구한말 외국인 방문객이 길거리에서 포졸과 행인이 싸우는 것을 말리다가 행인의 부인에게 방망이로 정강이를 2대나 맞아서 부어올랐다는 기록이 있다. 조선시대 아줌마들은 무거운 물동이를 지고 나르고 빨래방망이로 빨래를 하는 데다가 거기에 힘든 농삿일까지 해야했기 때문에 현대의 아줌마와는 차원이 다른 체력을 자랑했다. 이는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 물론 아줌마든 어린애한테든 방망이에 제대로 맞으면 부어오르는 것은 당연하니 적당히 걸러 듣자. 당연하지만 아줌마가 격투기를 잘한다는 뜻이 아니다. 굳이 진지하게 제대로 싸우면 남중생을 이기기도 어렵다.
아줌마/아주머니 호칭도 1990년대 초중반만 해도 20대 후반 이후면 이미 열에 아홉이 결혼을 한 뒤이기 때문에 그 연령대부터는 아이들이나 이웃들이 아줌마라고 불러도 전혀 불쾌해하는 일은 없었다. 아가씨는 처녀, 아줌마는 유부녀를 단순히 호칭하는 단어였기 때문이다. 그러던 것이 점차 혼인 연령이 가면 갈수록 미루어진데다 여성 취향의 드라마의 영향으로 30대 초반 이후에도 결혼 안/못 한 사례가 부쩍 늘어나면서 등 아줌마라는 호칭에 거부감을 나타내기 시작했고, 아가씨라는 호칭도 접대부라는 느낌이라며 점차 거부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가장 무난한 호칭이 어쩌다 보니까 저기요가 되어버렸다. 대체로 운전수를 운전기사로 부르고 간호원을 간호사로 부르게 하는 등 옛날의 호칭을 안 좋게 보는 인식이 늘어난 것도 대략 비슷한 시기다.
관련하여 여성 인권 활동으로도 유명한 변호사 배금자도 1995년 내놓은 자서전격 저서인 "이의 있습니다"에 변호사 초년병 시절 법원 출입문에서 경비원이 '그 쪽으로 들어가면 안 된다'며 경멸적으로 불러대는 "아줌마" 소리가 너무나 지긋지긋하게 싫어서 배지를 잘 보이는 곳에 착용하거나 옷을 차려입는 등 갖은 노력을 했다는 내용을 서술한 바 있는데, 배금자 변호사가 변호사 업무를 시작한 것이 1990년경이므로, 비록 호칭 자체보다는 여성이 변호사일 수 있음을 몰라줬던 것에 대한 에피소드이기는 해도, 늦어도 그 때부터는 "아줌마"라는 호칭이 현재의 용례(?)에 가깝게 쓰이고 있었음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서양권에선 '아시아인 여성들은 노화가 매우 느리고 더디다가 중년과 노년의 경계에서 갑자기 역변한다'는 스테레오 타입이 있다. 체중관리나 코디, 헤어스타일같은 건 후술하다시피 나이를 먹으면서 변하는 부분보단 세대 차이가 더 크지만, 인종과 문화가 다르면 그런 차이를 잘 이해하기 힘들며 당장 주변 아시안들로부터 보이는 나이별 외모 차이가 더 크게 다가오기 때문에 저런 선입견이 생긴 듯.
아저씨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부모와 같은 항렬에 있는 아버지의 친형제를 제외한 남자를 이르는 말이다.
오촌, 칠촌 등 자신보다 한 항렬 위의 남자 친척을 일컫는 말이다. 3촌은 그냥 촌수로 부르거나 큰아버지(백부), 작은 아버지(숙부) 등으로 부르기 때문에 5촌 이상의 친척을 부를 때 주로 쓰인다. 현재는 그냥 성인 남성을 이르는 보통명사로 쓰임새가 바뀌었다.
여자의 경우 아줌마 혹은 아주머니가 있는데, 성별 차이 이외에 연령대 범위나 뉘앙스와 어감에 어느 정도 차이가 있다.
군대에서 자주 쓰이는 단어이기도 하다.
어린 아이들의 경우 형/오빠라고 부르기에도, 아저씨라고 부르기에도 애매한 사람을 삼촌이라고 부른다.
어원
어원은 중세 한국어 '아자비'이며, 叔에 대한 번역어로 사용되었다. 이 단어는 '*앚-('작은', '다음', '방계'를 뜻하는 접두사)'과 '아비(父)'가 합쳐진 말이다. 한편,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중세국어 시기의 '*아잡'이라는 형태도 싣고 있는데 이는 잘못된 것으로, 그 용례를 보면 모두 '아자븨' 형태로 쓰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사실 중세국어 시기 '-ㅣ'로 끝나는 명사에 속격 조사 '-의'가 붙을 때 명사의 ㅣ가 탈락하는 현상 때문이다. 즉 '*아잡'은 '아자비-의'의 구성을 오분석 한 것이다.
특징
아저씨라는 단어의 대상에는 명확한 기준은 없다. 유치원생이나 초등학교 저학년에게는 20대 중반만 가도 삼촌으로 보이고 30대가 되면 대부분 아저씨로 보인다. 또한 장난삼아 10대 후반이나 20대한테도 아저씨라 부르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초등학교 저학년까지의 어린아이들은 아빠 또는 남성 보호자와 나이가 비슷해 보이는 남자라면(즉 30대 이상은) 다 아저씨라고 부르는 경향이 있다. 즉,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것이다.
주로 20대 이하가 중년기 남자에게 아저씨라고 많이 부르는 편이다. 미취학이거나 갓 학교에 입학한 어린아이들은 30대에게도 아저씨라는 호칭을 많이 쓴다.
사전적 의미로는 '성인 남성'을 통칭하나 현대에는 중장년층 이상의 남성을 일반적으로 지칭하는 용어로서의 인식이 크다. 아줌마와 동일하게 30대 중후반 쯤에 진입하면 아저씨라는 말을 들을 수 있다. 대략 결혼을 한 이후나, 미혼이라도 40대부터는 이 말을 들어도 어색하지 않다.
어릴 때부터 노안이라서 이 소리를 듣고 사는 청소년들도 간혹 있긴 하다. 반대로 30대라도 관리를 잘 한다면 이 소리를 쉽게 들을 일은 없을 것이다. 2016년 대학생 207명을 조사한 결과, 아저씨를 구분하는 기준으로 나이(28%) 다음으로 옷차림(21%)을 꼽았다.
우스갯소리로 '군대 갔다 오면 전부 다 아저씨'라는 말도 있다. 그러나 국어사전의 예문에서도 보다시피 '국군 아저씨'도 틀린 표현은 아니다. 군인의 경우는 초등학생 때부터 군인아저씨에게 편지를 쓴다든가 하는 식으로 굳어져서 고등학생은 물론 노년층에게도 군인아저씨라고 불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렇듯 남자들은 20세부터 군대에 가서 군인아저씨라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에 익숙하다는 말도 있다. 다만, 군인에 대해서는 군인 '아저씨'에 비해 군인 '형', 군인 '오빠', 군인 '삼촌' 등의 단어를 사용하기에는 아무래도 어감이 좀 어색하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혹은 넓게 보면 군인은 단순히 20대 초반의 젊은 남자만 있는 게 아니라서 그런 걸 수도 있고... 늦게 입대한 것이 아니고서야 30대 이상이면 전부다 사관학교를 졸업한 직업군인이다 보니 저절로 군인 아저씨가 되어버렸을 수도 있다.
역사
20세기 이후부터는 남남끼리에서 성인 남자를 예사롭게 이르거나 부르는 말로 쓰이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보통 사회적 신분이 그다지 높지 않아 보이는 사람을 부르는 호칭이었고, 아저씨 호칭을 들으면 썩 유쾌해 하지는 않았다. 신분이나 직급이 낮은 사람은 그냥 그러려니 하지만, 신분/직급이 높은 사람에게 '아저씨' 호칭을 날리는 것은 정말 친한 사이거나 계급장을 떼고 덤빌 때였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군대같은 곳에서 상급자에게 아저씨라고 하는 것은 하극상이다. 그러다 밑의 노태우 전 대통령의 "대통령 아저씨" 사례를 보면 과거의 어느 시점부터는 그런 게 사라졌다는 걸 알 수 있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마인드도 퍼졌거니와 현대는 계급사회도 아니기 때문이다.
용어의 사용
요즈음 대부분의 여자들이 '아줌마'라는 단어를 들으면 나이/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언짢아하는 경우가 많아서 다소 쓰기 꺼림칙한 데가 있지만, 남성은 '아저씨'라는 단어를 들어도 그렇게 화내지 않는다. 물론, 군인을 제외한 20대 남성의 경우는 속으로 찝찝해하거나 기분이 나쁠 수는 있다.
남자에게 아저씨라는 호칭은 부정하거나 부끄러워하는 듯한 반응은 있을 수 있어도 한편으로는 '내가 이젠 아저씨 소리를 들을 나이가 다 되었구나!' 식으로 덤덤하게 받아들이거나 마음에 담아두지 않고 충격을 받지도 않는다. 다만 이것도 사람마다 케바케라서 아저씨라고 부를 때의 태도가 거슬린다는 반응도 있다. 쓰는 사람들도 듣는 사람들도 아줌마와 달리 크게 신경 쓰지는 않는다.
젊은 남성에게 아저씨 대신 부를 만한 호칭은 총각과 삼촌, 젊은이 정도가 있는데, 덜 쓰인다. 20대 초중반은 '학생'이거나 아들이라는 호칭으로도 많이 쓰인다. 19~25세는 대학에 다니는 연령대이기 때문. 오빠도 있긴 한데, 일반적인 식당이나 업소에서는 안 쓰는 호칭이다. 무엇보다 가족, 친척, 연인, 지인 등을 제외한 사람들에게 쓰는 오빠 호칭은 아첨의 의미가 유독 강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빠는 주로 연상의 남자에게 붙이는 호칭이다. 게다가 동성이라면 더더욱 역효과다. 또한 의외로 학생이라는 호칭도 조심해야 할 게 대학생 연령대가 많은 20대 초중반은 딱히 거부감이 없는 경우가 많고, 대다수가 대학을 졸업한 20대 후반까지는 그럭저럭 괜찮을지 몰라도 30대 이후에도 학생 취급을 받는다면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도 종종 있다. # 특히 여자라면 모를까 남자는 반말 등으로 동안 대우를 받는 걸 썩 달가워하지 않는 편이다. 남자는 여자에 비해 수직적 서열 의식이 더 강하기 때문에 어려보인다는 것만으로 서열에서 밀린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14년, 설문조사 기관 '두잇서베이'에서 남녀 511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20대 여자의 49.5% / 30,40대 여자의 68% / 50대 이상의 여자의 41.7% 가 '아줌마'라는 호칭을 제일 듣기 싫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남성의 경우 10,20대 남자의 61.1% / 30,40대 남자의 66.1%가 '아저씨'라는 호칭을 제일 듣기 싫어했고, 50대 이상의 남성은 '어르신'(43.4%)이라는 호칭을 더 싫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남녀 각각 2008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30대 여성은 64%, 40대 여성은 60.2%가 아줌마 소리에 기분 나쁘다고 응답했고, 심지어 50대 여성도 44.6%나 아줌마 소리에 기분 나쁘다고 응답했다. 반면 남성은 30대 ~ 60대 모두 70% 이상이 아저씨라는 소리에 기분 나쁘지 않다고 응답하여 '나이 든 사람'을 지칭하는 호칭에 대한 남녀의 극명한 온도 차이를 보여줬다.# 무엇이 ‘아저씨’라 부를지 말지를 결정 짓느냐는 질문에는 여성과 동일하게 ‘외모’(37%)가 1위를 차지한 만큼, 외모에 대한 타인의 판단에 여성보다 덜 민감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한 공기업 직원 박모(36)씨는 “남자들은 20대 군복무 시절부터 듣게 되는 단어라 큰 거부감이 없지 않으냐”며 “단어의 뜻보다 ‘아저씨’라고 부를 때의 태도가 거슬리는 경우는 있다”고 했다.
의외로 하급자가 상급자에게 사용하면 안 되는 호칭이다.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사용할 수는 있지만 굳이 하급자를 아저씨라고 부르진 않는다.
일본에는 아저씨를 빌려주는 서비스가 있다. 다행히 이런 요상한 건 아니고, 단순한 역할 대행이 아니라 카운슬러 같은 개념에 더 가까우며 웹사이트에서 원하는 아저씨를 골라 돈을 주고 (요금은 시간당 천엔 정도이다.) 의뢰자가 어려워하는 일을 도와주거나 고민 상담을 해주는 서비스이다. 드라마 《유토리입니다만, 무슨 문제 있습니까?》에도 돈을 받고 주인공의 고민을 들어주는 렌탈 아저씨가 등장하고, 카구야 님은 고백받고 싶어 ~천재들의 연애 두뇌전~의 주인공 시로가네 미유키의 아버지도 현재 이런 컨셉의 유튜버로 나름 많은 구독자를 얻고 있다 . 일본은 장기 디플레이션으로 인해 가족 파괴가 매우 심하게 일어난 나라고, 특히나 수백년전부터 경직된 가족 관념때문에 자식과 부모의 정서적 장벽이 꽤나 심각한 사회문제이다. 그래서 평범한 학창시절의 청소년이 접하는 사소한 문제조차 부모에게 물어보면서 해결하기 어렵다. 아니 말도 못꺼낸다. 이런 심각한 세대간 대화단절로 인해 생겨난 서비스이다. 그래서 주 고객은 아빠와의 대화가 단절된 10대 소녀들로 일본 서브컬처에서 오지콘 성향의 미소녀가 종종 등장하는 것도 이런 사회적 원인이 있다. 미국에서 코로나 이후 국민 랜선 아빠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된 Dad, How Do I채널과 비슷한 존재의 이유다.
노태우는 57세(만 56세)였던 대한민국 대통령 시절 어린이날을 맞아 청와대를 방문한 어린이가 대통령 '할아버지'가 아니라 대통령 '아저씨'라 부르자 매우 기분 좋아하기도 했다. 현재로서는 세는나이로 57살이면 대부분 아저씨라 부르긴 하지만 1988년 당시에는 세는나이 57살이면 할아버지, 할머니 취급 받을 정도며 노년기로 접어들었기 때문에 다들 할아버지라 부르는 나이에 아저씨 소리를 들었으니 좋아할 수밖에 없었다. 현재는 저 당시와 엄연히 시대가 다르므로 57살한테 할아버지라 부르면 오히려 싫어한다.
크게 히트했던 KBS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 에서는 여주인공 송은채가 남주인공 차무혁을 아저씨라고 불렀는데 이게 대한민국 뭇 남성들의 가슴에 크리티컬 히트를 꽂는 바람에 오히려 아저씨라고 불리고 싶다는 남정네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기도 했다. 추가로 원빈 덕분에 아저씨라는 단어의 격(?)이 확 올라가기도 했다. 이후 로맨스 드라마/영화 등에서 여주인공이 남주인공을 '아저씨'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아졌다.
아저씨에 열광하는 사람을 일본어로 오지콘이라고 부른다. 다만 모에 요소의 특성상 여성향으로 가면 실제 현실의 아저씨들보다는 원숙한 카리스마를 풍기는 여유로운 미중년이나 마초, 어른 오빠 이미지에 가깝다. 간혹 리얼한 중년들 취향인 사람도 있다.
2016년 6월, 가평군의 한 사이비 종교 시설 앞에서 한 아주머니와 승려 간 모종의 사유로 싸움이 난 과정에서 아주머니가 승려한테 "아저씨 지금 밀쳤어요?"라고 화를 내자 승려는 사과는 커녕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스님한테 아저씨가 뭐냐고 불같이 화를 내는 일이 있었다. 기사. 보면 알겠지만, 아저씨 호칭도 때에 따라서는 멸칭이 될 수도 있다. 그밖에도 성인 남자들끼리 싸울 때에도 서로 아저씨라고 칭하면서 싸움이 벌어질 때도 있지만, '당신'이나 '양반'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덜 쓰인다.
여성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 중에 하나가 아줌마다. 그런데 모르는 중년 여성을 부를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말이 아줌마다. 보통 결혼한 여성을 아줌마라고 부르고, 결혼하지 않은 여성은 아가씨라고 부른다.
한 칼럼니스트는 한국의 ‘아줌마’는 남성도 여성도 아닌 제3의 성이라고 했다. 자식을 가르치려는 극성스러움과 생활력은 한국의 아줌마들에게서만 나타난다는 것이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여자 화장실이 줄 서 있으면 과감히 남자 화장실에 들어와 볼일을 보는 여성은 아줌마라고 부를 수 있다고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한다.
아줌마와 아주머니는 같은 듯 다른 의미로 들린다. 아주머니는 원래 친족 여성을 부르던 호칭이다. 한 항렬이 높은 숙항(叔行)의 부인에게 아주머니라고 불렀다. 아주머니가 아줌마가 되었는데 아주머니는 존칭의 뜻으로 들리고 아줌마는 낮게 부르는 것처럼 느낀다.
‘아줌마’는 고문헌에 ‘아자마(아ᄌᆞ마)’로 나와 있는데 ‘아자마’는 ‘아자(소(小)’와 ‘마(모(母)’가 결합된 것이다. 이것을 현대식으로 풀이한다면 ‘작은어머니’ 정도가 된다. 그런데 앞에서 말했듯이 아줌마는 작은어머니가 아니라 어머니의 항렬에 있는 여성을 부르는 말이다.
즉 고모나 이모, 숙모, 백모 등을 두루 지시할 수 있는 평칭으로 ‘아자마’가 “아즈마>아주마>아줌마”로 변한 것이다.
아줌마가 여성을 낮춰 부른 것으로 오해하기도 하지만 근성으로 똘똘 뭉친 성장의 동력으로 파악하는 부류도 있다. ‘줌마부대’라든가, ‘줌마축제’(대전 안영동 농협에서는 가을에 아줌마 축제를 한다.) 등과 같이 한국의 전형적인 여인상을 의미하기도 한다.
한편 아저씨는 작다는 의미의 ‘앚(아자 소(小))’과 ‘다음, 버금 (차(次))’의 의미에 ‘씨(氏)’를 합한 것으로 본다. 우리는 흔히 ‘아기씨, 아저씨, 아가씨’ 등과 같이 다양하게 ‘씨’를 활용하고 있음을 본다. 그러므로 ‘아저씨’도 아버지 항렬의 친족어였는데, 아줌마와 마찬가지로 일반화된 것으로 본다.
아저씨는 지금도 숙항(叔行)의 항렬에 있는 남자를 부르는 호칭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일부 지방에서는 ‘아재’라고 부르기도 한다. 아재개그는 아저씨들이 하는 농담으로 젊은 사람들이 듣기에 재미없는 농담, 썰렁한 농담을 칭할 때 사용한다.
‘아줌마’라고 부르다 칼 맞을 수 있는 사회
부유한 부모를 가진 아이는 머리가 좋고 학업성적이 좋고 고등교육을 받을 확률이 높다. 부모가 부유하고 교육 수준이 높으면 열악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에 비해 ‘평균적으로’ 학업성적이 좋은 유전인자를 가지고 태어난다. 성공한 부모는 좋은 유전자를 가졌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영국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저소득층 출신 아이의 47%가 학업성취가 좋지만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는 77%가 학업성적이 좋았다. 반면 학업 성취가 좋지만 부모가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가정의 아동들은 21%만이 고등 교육을 받았다. 지능이 낮아도 부모가 잘살면 더 좋은 고등교육을 받을 가능성은 훨씬 더 높다. 생명계나 인간세상은 평등하게 태어나지 않는다.
교육은 개인과 가정의 가장 큰 관심사이다. 그러나 교육과 학문을 ‘인류’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학업능력이 좋고 학문적 성취가능성이 높은 사람이 좋은 교육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 면에서 교육의 평등성이 중요하다. 누구나 능력이 되면 대학에 진학하고 공부할 수 있는 무상교육을 지지한다. 그게 가능하려면 모든 사람이 높은 세금을 내는 것에 동의하고 실천하여야 한다. 쉽지 않다.
매력적인 외모가 긍정적인 감정을 만들어내고 경제적 도움이 된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텍사스 대학과 미시간주립 대학 교수들은 미국과 캐나다 남녀의 외모와 수입의 상관관계를 연구했다. 잘생긴 외모는 수입에 5~10%의 프리미엄을 가져왔다. `저널 오브 이코노믹스`에 실린 1998년 연구에서도 4400명의 변호사 수입을 추적한 결과 잘생긴 변호사들의 수입이 월등하게 높았다(매일경제, 2014.10.3. 서평: 스티븐 다얀, 서영조 옮김, 우리는 꼬리치기 위해 탄생했다, 위즈덤하우스). 누군가는 더 힘들게 살도록 삶이 주어졌다. 마치 운명처럼 개인의 노력과는 상관없이 고통이란 유산을 물려받은 것이다.
2023년 전철에서 ‘아줌마’라고 부르는 소리에 흉기를 휘두른 30대 여성이 법정에 섰다. “‘아줌마’라고 불러 기분이 나빠 칼을 사용했습니다.…제가 잘못했나요?” 20대 여성에게 아줌마라고 말했다가 야구 방망이를 휘두르는 사고도 발생했다. 언론사 설문조사에 의하면 ‘아줌마’는 ‘못생긴’ 외모를 뜻한다. 결혼 여부와 나이도 반영되지만 외모가 더 반영된다. 나이에 관계없이 아줌마라는 호칭을 싫어하였다. 아줌마라고 불리는 것 자체를 싫어했다. 아줌마라는 말은 ‘비하’의 의미가 숨어있는 것이다. 억척스럽고 예의 없는 사람으로 말이다. 그리고 은근히 보이지 않게 신분관념이 숨어 있다. 아줌마와 사모님으로 나누어지는 호칭이 그렇다. 또한 명품사재기로 신분을 과시하려는 우리 사회의 모습도 그렇다. 우리나라는 명품사재기 세계 최고를 달린다. 아무튼 식당 등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호칭은 어렵다. 2022년 ‘MZ’ 세대 아르바이트 직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저기요’를 가장 선호했다고 한다. ‘저기요’ 또는 ‘여기요’는 비하의 의미나 ‘신분’을 나타내지 않는 중립적인 표현이다.
1789년 프랑스 혁명이 시작되었다. 2023년이면 234년이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대통령도 총장도 미스터 ‘누구’라고 불러도 괜찮다. 물론 서구사회에도 아직 신분관념은 강하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신분관념이 강하다. 웬만하면 사장님, 선생님, 사모님이라고 불러야 한다. 아저씨나 아줌마라고 부르면 안 된다. 인간평등성은 프랑스혁명, 헌법, 법률, 교과서, 책, 상식 등 어디에서나 보편적이다. 하지만 여전히 아줌마와 사모님, 아저씨와 선생님 같은 신분적인 의도의 말이 많이 쓰인다. 물론 우리말이 존칭이 많아서 일수도 있다. 그러나 명품사재기가 10대까지 퍼질 정도로 명품으로 양반이나 귀족이 되고픈 풍조는 달갑지 않다. 명품이 ‘유인원적인’ 유전자나 본능의 유산이라는 것은 과학적으로 밝혀진 사실이다. ‘인간’은 또는 ‘인간적’이라는 말은 유전자나 본능을 넘어선다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좀 더 인간적이기를 바란다.
아줌마와 아저씨
아주머니는 결혼한 여자를 예사롭게 부르는 말이다. 친족 중에서 숙모, 고모를 부르는 말로, 그 정도 나이의 여자를 사회적으로 확장하여 쓴다.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은 '아주머니'라 부를 사람의 결혼 여부를 어떻게 아느냐고 묻는다. 오늘날 기혼자라 하여 머리 모양이나 옷에서 특별히 구별되지 않으니 말이다. 무엇보다도 듣는 사람이 안 좋아하는 말이 아니냐고 되묻는다.
"앞에 가는 여자 분이 지갑을 떨어뜨렸어요. 제가 뛰어가서 '아줌마' 하고 드렸는데, 고맙다고 말하기는커녕 화를 냈어요"와 같은 예가 그것이다. 여기서 문제는 초면의 중년 여성에게 '아줌마'라고 한 데 있다. 아줌마는 '아주머니'를 낮추어 이르는 말이다. 자주 가는 식당에서 만나는 분을 익숙하게 부를 때 혹은 어린아이의 말로 허용되는데, 드라마에서 자주 노출된 '아줌마'를 쓴 것이다. 그러면 이때 '아주머니'라고 했다면 괜찮았을까? 이 또한 답하기 난감하다. 듣는 사람의 반응을 보장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줌마, 아주머니는 왜 문제가 되는가? 결혼한 성인 남자를 예사롭게 부르는 '아저씨'와는 어떻게 다른 것인가?
'아줌마'는 현대 한국 사회에서 부정적인 정서를 담고 있다. '아줌마 같다'라고 하면 실제 모습과 무관하게, 나잇살이 붙은 몸에 파마머리, 양산이나 큰 창의 모자, 원색의 옷 등의 겉모습이 연상된다. 어디 외모뿐이랴. 복잡한 지하철 안에서도 자리 찾기, 시식 코너에서는 여러 개를 들고 나서는 억척스러움도 내포된다. 아저씨가 결혼 여부와 나이 등 비교적 단순한 변수로 판단되는 데 반해, '아줌마'에는 말이 안 통할 정도로 강한 생활력이 포함된다.
최근 미국 한인 아줌마 'Ajumma EXP(아줌마 이엑스피)'의 춤 공연이 화제다. 미국 한 지역의 40~50대 여성 30여 명으로 사업가, 의사, 변호사, 회계사 등 현지에서 정착한 전문가들이지만, 공연을 할 때는 과장된 아줌마 스타일로 변신한다. 삶의 원동력이 된 아줌마의 억척스러움을 즐기면서 '아줌마'에 대한 사회적 통념을 바꾸려는 뜻이라고 한다. 날 때부터 아줌마가 된 사람은 없다. '영수야, 도시락!'이라며 막 출발한 스쿨버스와 달리기하는 오래전 광고처럼, 아줌마란 나를 키워낸 우리 엄마들이었다. 나 또한 아이와 문밖을 나서면 어느 정도 그러하다. 물을 담으면 물단지, 꿀을 담으면 꿀단지라 했다. 아줌마라는 단지에 가족을 위해 살아온 어머니의 삶이 담겼으면 한다.
'아줌마' '아저씨'는 어쩌다 멸칭이 됐나
아줌마라는 말과 함께 이제 아저씨라는 말도 자리를 위협받는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아줌마는 ‘나이 든 여자를 예사롭게 이르거나 부르는 말’, 아저씨는 ‘남남끼리에서 성인 남자를 예사롭게 이르거나 부르는 말’이다. 친한 친구네 부모님부터 이웃집에 사는 어른, 나아가 상점이나 식당에서 일하는 어른을 편하게 부르는 말이었지만, 이제는 섣불리 ‘아줌마’ ‘아저씨’를 입 밖에 꺼냈다간 매너 없고 무례한 사람이거나, 싸우자고 시비 거는 사람으로 오해받기 십상이다.
국어사전의 뜻과 별개로 사회 통념상 결혼하거나 아이가 있는 여성을 ‘아줌마’로 불렀다. “만혼이나 미혼인 30~40대 여성이 늘다 보니 아줌마라는 호칭은 이들에게 상당히 공격적”으로 들린다는 분석. 그러자 여성들 사이에서 아줌마라는 말을 상호 호혜적으로 배제하기 시작했고, 이제 아이가 있는 엄마들도 아줌마라는 호칭을 피하게 됐다.
최근 한 짝짓기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여성 출연자가 눈치 없이 다른 출연자들을 ‘아줌마’ ‘아저씨’로 불렀다가 시청자들에게 ‘무례하다’는 질타를 받았다. A씨는 “어린이집에서 누군가 자신을 아저씨로 호칭하면 그 집 엄마는 아줌마가 되어버리니 몽땅 삼촌, 이모로 바꾼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어 씁쓸했다”고 말했다.
여러 설문 조사에서 드러나듯 여성이 느끼는 ‘아줌마’에 비해 남성은 ‘아저씨’라는 말에 적대감이나 비하감이 상대적으로 낮다. 영화 ‘아저씨’(2010)에서 누구보다 범접하기 어려운 아저씨로 등장한 배우 원빈과 드라마 ‘도깨비’(2016)에 나온 배우 공유 덕분에 한때 ‘아저씨’는 로맨틱한 호칭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40대 회사원 B씨는 “남자들은 대개 군대에 가서 ‘군인 아저씨’라는 말을 듣다 보니 아저씨라는 호칭이 그리 거북하지 않다”며 “그래도 요즘 누가 날카롭게 ‘아저씨!’ 외치면 꼭 시비가 붙었거나 실랑이가 벌어질 법한 상황”이라고 했다.
남녀 갈등이 심해지면서 입대에 민감해진 젊은 남성들에겐 ‘군인 아저씨’라는 말도 이젠 꽤 적대적 호칭으로 분류된다고 한다. 20대 공기업 사원 C씨는 “남성 혐오 커뮤니티에서 ‘군인 아저씨’라는 말을 조롱처럼 쓰는 데다 한창 젊을 때 군대에 가는데 아저씨로 불리는 건 억울하다는 말을 많이 한다”고 전했다. 아이돌도 너나없이 입대하는 시대다 보니 팬덤을 중심으로 쓰기 시작한 ‘군인 오빠’라는 말이 ‘군인 아저씨’를 대체하고 있다.
◇더 빨라지는 호칭 인플레이션
정겹던 호칭이 멸칭(蔑稱)이 되면서, 갖가지 말들이 범람한다. 나이 든 남성은 삼촌부터 선생님, 사장님, 회장님 등 실제와 무관한 직급으로, 여성들은 이모부터 더 나이가 들면 사모님, 어머님 등으로 불리게 된다. 회사원 B씨는 “회식에 가서 주문을 하는데 회사 후배가 ‘요즘은 식당에서 이모님이라고 부르면 결례’라는 말을 해 깜짝 놀랐다”며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저기요’로 부르는 게 가장 무난한 거 같다”고 했다.
평론가들은 “아줌마, 아저씨 사례처럼 최근 한국 사회에서는 기존 호칭을 멸칭으로 바꾸고 더 높은 존칭을 끝없이 만들어내는 ‘호칭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한다. 예전에는 공손한 존칭으로 여겨지던 ‘어르신’이라는 말조차 나이 든 사람을 조롱하는 언어가 됐고, 매장에선 ‘손님’ 대신 ‘고객님’이 주로 쓰인다. 1993년 대전 엑스포 당시 안내 요원을 가리키는 순우리말 ‘도우미’는 언제부턴가 유흥업소 접객원을 뜻하는 말이 돼버렸다.
한 평론가는 “언론 기사에서도 ‘청소 아줌마’ ‘경비 아저씨’ 등 특정 직군에 소위 멸칭으로 여겨지는 용어들이 남발되는 경향을 보인다”며 “특정 연령과 직업, 계층을 끊임없이 차별하고 하대하기 위해 멀쩡한 호칭을 멸칭으로 바꾸는 트렌드가 점점 빨라지고, 사람들 인식에 더 깊숙이 파고드는 양상”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