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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주의 (Merit System; 실적제)

Jobs 9 2020. 10. 21.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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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주의 (Merit System; 실적제)

 

개념
 실적주의는 당파성이나 혈연, 지연, 학연, 인종, 종교 등과 같은 정치적 요인이나 귀속적 요인이 아니라 실적(merit)을 임용기준으로 삼는 인사행정의 기본원리 또는 인사제도를 의미한다. 실적주의는 공직임용에의 기회균등, 개인의 실적에 의한 임용, 정치적 해고로부터의 신분 보장 및 정치적 중립을 포함한다. 실적주의는 기회균등의 원칙(민주성)과 실적에 의한 임용(능률성)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서 공개경쟁 채용시험을 실시하며, 공무원으로 임용된 후에는 강력한 신분 보장을 해 주는 대신 정치적 중립을 요구한다.

 그러나 실적은 정의하기가 매우 어려운 개념이다. 실적의 개념은 애매모호해서 대부분의 경우에 능력, 자격, 기술, 지식, 업적(achievement), 성과(performance) 등과 같이 일반적인 용어로 정의되고 있다. 더욱이 실적은 대부분의 경우에 측정하기가 매우 힘들기 때문에, 직무수행능력, 교육수준, 전공분야, 자격증, 근무경력, 입직전 경력, 훈련경험 등이 개인의 실적을 나타내는 지표로서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발달과정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실천적인 인사원리로서 발달했던 엽관주의는 정치적 사회적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많은 부작용을 낳게 되었다. 실적주의는 엽관주의의 부작용, 특히 엽관주의로 인한 정치적․행정적 부패와 비능률을 교정하기 위한 수단으로 발달하였다.
 실적주의 수립의 주요 요인 중의 하나는 관료기구를 통제하던 정당의 본질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엽관주의는 근대 민주정치 시대의 산물이다. 근대 민주정치 시대의 정당은 소수의 유산계층과 보수적 지주들에 의하여 구성되었으며, 따라서 고도의 계급적 동질성을 바탕으로 한 소규모적인 조직이었다. 그러나, 19세기 중엽이래 선거권이 확대됨에 따라 정당의 규모가 팽창되어 갔음에도 불구하고, 정당은 소수의 정당 간부에 의한 과두적 지배 하에 놓이게 되었으며, 이에 따라 소수 간부에 의한 공직의 상품화 현상이 초래되었다. 결국 엽관주의는 정당 간부들의 특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금권정치(金權政治)의 도구로 전락하고 말았다. 한편, 자본주의의 발달과 산업화의 진전에 따라 사회는 점차 다원화․이질화되어 갔으며, 정당의 국민대표성도 현저히 약화되었다. 이에 따라 관료기구를 정당의 예속(party servant)에서 해방시켜, 전체 국민을 의한 봉사자(civil servant)로 전환시키고자 하는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실적주의 수립의 또 다른 요인은 자본주의와 산업화의 발달에 따른 국가 기능의 양적 확대와 질적 분화 현상이다. 산업화 이후 사회․경제적 환경의 규모가 확대되고 복잡성이 증가함에 따라 19세기 중엽까지 작용하던 자본주의의 자율적 조정 기능이 상실되기 시작하였으며, 이에 따라 국가의 간섭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증대하였다. 이러한 사회적․경제적 변화는 사회문제를 처리하는 데 필요한 전문성의 증대도 동시에 요구하였다. 그러나 엽관주의에 의하여 구성된 관료제는 이러한 요구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없었으며, 따라서 더욱 안정적이고 능률적이며 전문성이 있는 관료제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기 시작하였다.
 이 밖에도 영국에서는 산업혁명 이후 시민계급이 의회의 지배세력으로 등장하면서 종래에 의회를 장악했던 지주 및 귀족계급과 관료제와의 연결고리를 차단할 필요성이 있었다. 한편 미국에서는 1882년의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에 대패하고 1884년의 대통령선거에서도 승리할 자신을 상실한 공화당이 지난 20여년 동안 자신들이 임용한 공무원들을 보호하기 위한 정략적인 차원에서 1883년에 펜들턴법(Pendleton Act)을 제정함으로써 실적주의를 도입한 정략적 측면도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실적주의는 정치적․사회적 변화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가 없다 오히려 실적주의는 정치적․사회적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정치적 산물이라 할 수 있다. 영국과 미국에서의 실적주의 발달과정을 간략히 고찰하면, 다음과 같다.
 영국의 실적주의는 1853년에 발표된 노스코트와 트레벨리언 보고서(Northcote and Trevelyan Report)의 건의내용을 토대로 하여 1855년에 제정된 추밀원령(樞密院令)을 거쳐 1870년의 추밀원령에 의하여 제도적인 기초가 확립되었다. 이 추밀원령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공무원의 임용은 원칙적으로 공개경쟁시험에 의하고, 시험은 일반교양과목에 한한다.
② 서기적(書記的)인 업무를 행정적․지도적 업무와 기계적․반복적 업무로 구분하고, 이에 의거하여 계급을 구분하며, 채용시험을 계급별로 구분하여 실시한다.
③ 재무성은 지원자의 자격과 시험을 시행할 관직의 결정에 관하여 동의권을 가진다.
미국의 실적주의는 1850년대부터 시작된 공무원제도 전반에 대한 개혁운동의 결과로서, 1883년에 제정된 펜들턴법을 계기로 확립되었다. 펜들턴 법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독립적이며 초당적(超黨的)인 인사위원회를 설치한다.
② 공무원의 임용은 공개경쟁채용시험에 의한다.
③ 시험에 합격한 공무원에 대하여는 시보임용기간(probation term)을 둔다.
④ 공무원의 정치활동은 금지된다.
이밖에, 미국에서는 실적주의의 적용을 받는 분류직(classified service)의 범위를 규정한 분류법(C1assification Act, 1923년 제정)과 공직에 대한 정당의 지배와 공무원의 정치활동을 금지한 해치법(Hatch Act, 1939년 제정)의 제정도 실적주의의 확대, 발전에 크게 공헌하였다.
 실적주의가 수립되던 초기에는 실적주의는 공직임용에서 엽관주의적 요소를 제거하는 데 급급한 나머지 소극적으로 정의되고 경직적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었다. 반엽관주의적 실적주의는 정치적 고려나 정실이 정부의 인사에 개입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중앙인사기관을 설치하고, 중앙인사기관에 인사에 관한 권한과 기능을 집중시켰으며, 엄격하고도 복잡한 인사처리 절차와 규칙을 제정하였다. 이와 같이 인사기능이 중앙인사기관에 집권화․법제화됨에 따라 인사행정은 자연히 신축성을 결여한 채 경직적으로 운영되었으며, 상대적으로 유능한 인재의 유치라는 적극적인 측면보다는 부적격자의 제거라는 소극적인 측면에 치중하게 되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실적주의는 좀 더 적극적, 능률지향적으로 정의되고 있다. 오늘날 실적주의는 단순히 신규채용 뿐만 아니라 전보와 승진을 포함하는 임용 전반과 보수 등 인사행정의 다른 측면에도 적용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직 공무원의 능력과 업적에 대한 객관적이며 공정한 평가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증대되고 있다.


평가와 전망
 실적주의는 정실주의의 폐단을 극복하기 위한 공무원제도 개혁운동의 일환으로 성립되었다. 따라서 실적주의 수립의 근거 또는 실적주의에 대한 기대효과는 반(反)엽관주의에 기초하고 있다. 이를 좀더 구체적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① 실적주의의 기본 원칙인 공개경쟁 채용시험은 공직 취임의 기회균등이라는 민주적 요청을 충족시킨다.
② 개인의 실적을 기준으로 공무원을 임용하므로 행정능률성의 향상에 기여한다.
③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요구하기 때문에 행정의 공정성을 보장한다.
④ 정치적인 해고로부터 공무원의 신분을 보호하여 주기 때문에, 행정의 안정성과 계속성 및 일관성을 유지하고 전문적인 직업공무원제를 수립하는데 도움을 준다.
⑤ 실적주의는 공직의 상품화를 근원적으로 봉쇄하며, 그로 인한 정치․행정적 부패를 감소시킨다.
 그러나, 실적주의도 엽관주의와 마찬가지로 시대적 상황이 바뀜에 따라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실적주의에 대한 비판의 주요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① 초기의 실적주의는 반엽관주의에 지나치게 집착함으로써 인사행정을 소극적, 경직적, 비능률적으로 만들었다.
② 공직에의 임용을 위한 자격요건과 시험 내용은 대부분 직무수행 능력과의 직접적인 연계성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그 사회의 기득권 계층의 가치관이나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그것들은 소수민족이나 여성 등 소외집단의 구성원들이 정부, 특히 고급 공무원집단에 진입하는 것을 어렵게 한다.
③ 실적에 의한 임명과 강력한 신분 보장으로 인하여 실적주의는 국민에 의하여 직접 선출된 정치지도자들이 직접민주주의로부터 괴리되어 있는 직업공무원에 대한 통제력을 유지하는 데 커다란 장애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실적에 의하여 임용된 직업공무원들은 국민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자신들의 관료적 이익을 우선적으로 추구하거나 무사안일한 보신주의적 행태에 탐닉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실적주의는 정치지도자들이 직업공무원들의 이와 같은 관료적 행태를 통제하는 것을 어렵게 한다.
④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에 대한 요구도 국민이나 정치지도자의 요구에 공무원이 무감각하도록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정치적 중립의 이론적 근거를 제공했던 정치행정이원론은 이론적 타당성은 물론 현실적 타당성을 상실한 지 이미 오래 되었다. 더욱이 오늘날 정부의 정책결정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공무원, 특히 고급공무원들에게 정치적 중립을 요구하는 것은 참여적 민주주의의 원리에도 어긋날 뿐만 아니라, 그들을 정치적 얼간이(political zombies)로 만듦으로써 정부관료제를 국민의 요구에 둔감한 폐쇄집단으로 만들 우려가 크다.
 이러한 비판이 제기됨에 따라, 근래에는 실적주의의 개념을 좀더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인사행정의 운영에 신축성과 경쟁성을 확대하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이 중 특히 중요한 것으로는 대표관료제적 개념의 도입, 엽관주의적 임용의 확대, 정치적 중립성의 완화 등을 들 수 있다. 이것들은 주로 실적 임용의 차별적 효과를 시정하고, 직업공무원의 관료주의화 경향을 완화하며, 국민 요구에 대한 관료적 대응성을 높이기 의한 조치들이다.
 최근에는 반엽관주의로 인한 인사행정의 소극성과 경직성을 해결하기 위하여, 신규채용이나 분류구조의 형성 또는 보수 책정 등 그동안 중앙인사기관에 집중되어 있던 인사권한을 각 행정기관에 위임하고, 인사에 대한 규정과 규칙을 단순화하는 등 인사에 관한 재량권을 각 행정기관과 인사권자에게 부여하는 대신, 업무성과에 대한 책임을 엄격히 묻는 방향으로 인사제도의 개혁이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외부 임용과 계약제 임용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보수체계에 성과급제도를 도입하는 등 공무원의 인사관리에 경쟁의 원리를 도입하여, 공무원에 대한 신분보장을 약화시키는 대신 행정의 전문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혁이 추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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